故송민영 추도사

한지원 (사회진보연대 조직실장)

송민영 조직국장이 일하는 자리는 제 오른쪽 맞은편입니다. 민영이는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는 주로 분홍색 헤드폰을 쓰고 일했습니다. 제 맞은편에서 일하는 민영이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또 제가 업무시간에 잠깐 쉬자며 농담을 해대면, 민영이는 “이 아저씨가..”라며 핀잔을 주곤 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돕니다.

전 장례가 끝난 후 어떻게 제 앞자리를 봐야 할지, 민영이 목소리가 없는 사무실에서 어떻게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책상에 머리를 막고 일을 할 수도, 귀를 막고 회의를 할 수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민영이가 일했던 사무실에서, 민영이가 없는 오늘, 내일의 일들을 봐야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휴가를 주지 말걸 그랬습니다. 업무가 바빠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던 민영이는 어렵게 미루고 미룬 일주일 간의 휴가를 쓸 수 있었습니다. 민영이는 출국하기 전달도 야근을 하며 여행준비를 하지 못했다 말했었습니다. 여행 가기 몇 시간 전에도 메신저에 검토를 바란다며 노동운동 관련 글을 올렸습니다. 민영이의 그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공공운수노조는 끊임없이 새로운 노동자들을 조직하며 성장하고 있다. 2009년 공공노조, 운수노조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중소병원・의원 노동자, 간병노동자, 대학 비정규직, 인천공항 비정규직, 지자체 비정규직, 학교 비정규직, 보육노동자, 운수노동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조직을 시도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위의 사례들처럼 정세와 주체적 조건에 맞는 분명한 목표와 전략이 있을 때, 조직화가 성공할 수 있다. 다양한 노동자들이 모여있는 공공운수노조는 전조직적인 공감대를 마련하거나, 특정 부문에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노조의 발전방향에 맞는 전략적 목표가 우선 마련되고 전조직적 합의가 만들어질 때, 전략조직화가 노조의 새로운 희망으로 제시될 것이다.”

그리고 저 글을 올린 다음 이렇게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냅니다. “오늘 1차 마감이고, 12월 6일까지 의견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바로 오늘입니다. 민영이가 귀국해 글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마감시간이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이 메시지가 조직국장 송민영이 공식적으로 수행한 마지막 업무입니다.

책임감이 높아 자신의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송민영 조직국장에게 차라리 휴가 대신 일을 좀 더 빨리 끝내라고 채근할 걸 그랬습니다. 그랬다면, 민영이가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을 겁니다. 전, 이점이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송민영 국장은 소통의 달인이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회원들은 개성이 강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조율하고, 쟁점을 정리하고, 타협할 것과 끝까지 토론해야 할 것들을 나누는 건 송민영 국장의 몫이었습니다. 아니, 송민영 국장만 할 수 있었던 탁월한 능력이었습니다.

저희 단체 회의자료 게시판을 보면 이렇습니다.

“2129번, 학교비정규직 관련자 모임, 작성자 쏭민.
2120번, 조직실-연구소 회의 결과, 작성자 쏭민.
2103번, 공공 회원모임 결과, 작성자 쏭민.
2094번, 수도권 회원모임 결과, 작성자 쏭민. 그리고 또 쏭민 쏭민 쏭민...

쏭민은 민영이의 게시판 닉네임입니다. 사회진보연대 모든 사업에 송민영 국장이 있었고, 송민영 국장을 통해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영이의 사진은 부산에서, 창원에서, 광주에서, 충북에서, 인천에서도, 그리고 경기에서도, 회원들이 모이는 모든 곳에 있습니다.

송민영 국장은, 고집이 강해 종종 회원들간 논쟁의 당사자가 되는 저에게 ‘갈등담당’이라고 놀려대며, 자신을 ‘걱정담당’이라고 푸념하곤 했습니다. 사실 전 그런 송민영 국장이 부러웠습니다. 소통하고 조율하고 갈등을 정리하는 민영이의 능력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송민영 국장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소통력, 책임감, 업무추진력 탓에 이제 사회진보연대는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누가 민영이를 대체할 수 있겠습니까. 정말, 너무너무 원통합니다. 제가 맞춤법을 틀리면, 약속시간에 늦으면, “실땅님!”하며 호통 메시지를 보냈던 민영이 없이, 제가 어떻게 사무실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송민영 국장은 일을 펑크 내는 걸 가장 싫어했습니다. 사회진보연대는 그래서 어떻게든 송민영 국장의 빈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물론 전 아직 그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할 수 있을지 확신도 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죽을 힘을 다해 그녀의 몫까지, 민영이가 원했던 세상, 평등-자유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민영아. 이제 푹 자라.

2015.12.6. 세브란스병원 영결식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