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0주기를 추모하며
- 참사원인이었던 단속·추방 정책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하라!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2월 11일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이하 ‘여수 참사’)가 벌어졌다. 이중으로 된 쇠창살 안에 갇혀 있던 이주노동자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외국인보호소 직원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이 뒤늦게 구출에 나섰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후였다. 그렇게 10명의 이주노동자가 불에 타거나 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중상을 당했다.
이는 결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정부의 야만적인 단속·추방 정책이 낳은 살인이었다. 당시 정부는 2004년 8월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려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런 정책 아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고, 그들은 인간이기 이전에 오로지 단속·추방의 대상이었다. 당시 ‘비상사태’ 발생 시 유일한 행동지침이 “재소자 탈출 방지”뿐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심지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참사 후 병원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에게까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수갑을 채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신축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시설이었지만 스프링클러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없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인간 이하 취급을 받았다. 24시간 햇볕도 들지 않고 악취가 진동하는 좁은 보호실에 수용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가둬놓고 CCTV로 감시하는 곳이 외국인보호소였다. 직원들의 폭언과 폭행은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참사 발생 전에도 외국인보호소에서 탈출하려고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가 사망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한마디로 여수 참사는 예고된 참사나 다름 없었다.
이에 분노해 전국적으로 80여 개 단체들이 공대위를 구성하여 투쟁에 나섰고, 서울역에서 1천여 명이 참가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그 결과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배상과 출입국관리국장 사임 등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참사의 원인이었던 정부의 야만적인 이주노동자 정책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속되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주고 있다. 우리가 여수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수 참사 이후에도 단속·추방이 지속돼 2003년 이후 지금까지 30명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단속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수도권∙영남권 광역단속을 벌여 마석에서는 14개월 된 아이의 엄마까지 단속하고, 경주에서는 단속 도중 이주노동자 다리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만 해도 청주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이주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고, 구금된 이주 여성에게 생리대를 지급하지 않아 수건으로 대신하는 일도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 발간한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외국인 보호시설 내 보호외국인들의 처우는 여러 측면에서 … 수형자의 처우보다 열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광역단속팀을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정부 합동단속을 상·하반기 10주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단속 과정에서, 그리고 외국인보호소에서 또 얼마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어야 이런 정책들을 중단할 것인가!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내국인 일자리 잠식과 저임금의 주범으로 몰며 단속 강화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려는 정부 정책 때문에 더 열악한 조건과 차별을 강요받는 피해자이지 내국인 일자리나 임금을 위협하는 존재도, 범죄자도 아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정한 체류기간과 체류자격, 사업장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한 고용허가제 등 이주노동자를 통제하는 정책 때문에 일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더 쉬운 해고, 더 많은 비정규직, 더 낮은 임금을 위한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정부야 말로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하는 주범이다.
우리는 오늘을 시작으로 여수 참사 10주기가 되는 2월 11일까지 희생자를 추모하고 야만적인 정부 정책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을 벌여나갈 것이다. 정부는 참사의 원인이었던 단속·추방과 외국인보호소 구금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들을 합법화해야 한다.
 
 
2017년 2월 6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0주기 추모주간 공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