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전 오늘, 바로 이곳에서 전태일 열사는 분신으로 항거하며 산화했다. 
열사의 마지막 외침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였다.
2017년 11월 13일, 오늘 우리는 묻는다.
노동법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하고, 지켜지고 있는가? 
노동자는 기계와 소모품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와 인간으로서 존엄을 존중받고 있는가?
아니다.
 
1000만 비정규직이 다시 전태일이 되어 헬 조선의 노동하는 신민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로 되풀이 되고 있다.
1970년, 전태일은 시다였고, 미싱보조였고, 미싱사였고, 재단사였다. 아니 그 모두였다.
풀빵조차 먹지 못하고 폐렴기침 참아가며 강제노동을 했고 
일어설 공간조차 없는 작업대에 앉아 타이밍 약을 먹으며 철야노동을 했다. 
봉제공장, 가발공장, 신발공장의 수출역군이었고,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역군이었다. 
 
세계 경제력 11위를 자랑하는 2017년 대한민국의 전태일은 어디에 있는가?
셀 수 없는 프랜차이즈 매장과 편의점에서 청춘과 미래, 희망을 저당 잡힌 노동현장에 있다.
언제나 깨끗한 빌딩과 마트, 아파트를 유지하고 관리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현장에 있다.
짜증이 나도 웃어야 하는 매뉴얼대로 일해야 하는 백화점, 마트의 서비스 노동 현장에 있다.
삼성, 현대차, 엘지, 롯데, SK 등 재벌대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협력사, 하청업체에 있고, 외주와 아웃소싱, 용역과 파견 노동, 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비정규직 100% 공장에 있다. 
먼 이국땅에 와 3D, 4D로 내몰린 이주노동과 수많은 학교, 공공기관, 공기업에서 유령취급을 받아온 노동 현장에도 있고, 최첨단 IT산업의 배를 불리는 값싼 노동 현장에도 전태일이 있다. 

전태일에게 노동조합을!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을 찾기 위한 사회적 선언이고 실천이다.
오늘 우리는 모든 전태일과 함께 저임금, 무권리, 비정규직, 그리고 성차별이 숙명이 아님을 선언한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노동존중은 기만이고 껍데기다. 
여성, 청년,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차별받는 노동이 없는 평등세상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대들 전체의 일부인 나’, 스스로이고 또 모든 노동자였던 전태일의 정신이 ‘전태일에게 노동조합을’이라는 사회적 선언과 실천에 나서는 우리의 나침반이다. 
노조하기 좋은 세상,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이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마지막 유언의 한 조각을 실현하는 것임을 가슴에 새기며, 
다시 전태일의 이름으로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무시, 혐오와 착취의 세상을 바꾸는 길에 동행할 것임을 엄중히 선언한다. 
 
전태일에게 노동조합을! 
비정규직에게 노조 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2017년 11월 13일 
전태일열사 47주기
‘전태일에게 노동조합을’ 사회적 선언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