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실시 14년에 부쳐, 
굽힘 없는 투쟁으로 한국 사회 이주노동을 새로 쓰자!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주노동자에게는 찌는 더위만큼 탄압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 베트남 노동자는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숨을 거둔 채 발견되었다. 말렸지만, 일을 더 하겠다고 말했다던 게 고인의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죽음과 맞먹는 더위에도 일을 더 하겠다고 자처했던 고인의 모습은 이주노동자가 처해진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14년차다. 제도를 발표한 전후로 단속 위험에 쫓겨 심장마비나 자살로 죽어간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기록되지도 못했다. 작년 한 해에는 축사 분뇨를 치우다 죽더니, 올 해에는 살인 더위에 일하다 쓰러져 죽고 있다. 여전히 위험한 노동의 끝자락에서 사망의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연일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사업장 이동이 원천 불허되어 사업주에게 극도의 종속을 요구하는 고용허가제의 특성은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된 기본권조차 위배되는 고용허가제 정책에 대해 여러 국제기구(UN인종차별철폐위원회, ILO 등)에서도 위법성과 개선 권고를 수차례 한 바 있다. 죽음을 감수하는 강제노동의 본질을 외면한 채, 정부는 개선을 위한 노력이 아닌 수습제 도입을 이야기한다. 중기중앙회가 건의한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는 1년 차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80%, 2년 차 90%, 3년 차부터 100%를 적용하자는 안이다.
 
항상 최저임금이 개악될 때마다 이주노동자는 도마 위에 올랐다. 통상 이주노동자들은 정주노동자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이미 정주-이주노동자간 임금격차는 OECD 22개국 중 최고 수치로 보고된 바 있을 만큼(OECD 2015 고용전망 보고서) 훨씬 높은 노동 강도에 임금 차별을 감내하고 있다. 저항하지 못할 거라 여기는 계층, 오로지 저임금 착취를 위한 노동력으로써만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태도는 이른바 ‘민주’정부라 자임하는 문재인 정권 하에서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은 야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강제 단속추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온갖 인권·노동권 침해를 참으며 고용허가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강제 단속추방은 고용허가제가 시행될 때부터 한 묶음이나 다름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유입된 지 30년, 그 절반의 시간은 고용허가제 제도 속에 있었다. 정부는 이 정책으로 이주노동자에게 동일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사업장 이동을 포함한 많은 권한이 사업주에게 달려 있는 이상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노예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놓고 임금을 적게 줘도 되는 노동자. 비인간적인 거주 환경과 살인적인 노동환경을 감내해도 되는 노동자. 유학생들이 출입국관리소의 폭행을 견뎌야 할 이유도 없고, 일을 하러 온 여성노동자들이 성희롱, 성폭력을 당할 이유도 없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이라는 생각이 가져오는 ‘당연한’ 차별, 그 ‘당연함’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저항할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자기 노동과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당당히 일하고 투쟁하는 삶, 더 이상 견디는 노동으로 한국 사회 이주노동의 역사를 쓰지는 않도록, 차별이 철폐되고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때까지 우리는 함께할 것이다. 
 
중기중앙회의 외국인노동자 수습제 요구 즉각 철회하라!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즉각 보장하라!
이주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와 삶터를 보장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노동기본권 보장하라!
 
2018년 8월 13일
이주노동차차별철폐와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공동행동, 대구경북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연대회의, 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부산울산경남공동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