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난민의 보편적 권리 보장하고
절박한 난민신청자들을 인정하라!
-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1. 6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2000년 UN 총회에서 난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제정한 날이다. 난민은 인종, 국적, 종교,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정치적 의견 등의 이유로 한 박해와 폭력, 분쟁을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 피난한 이들을 말한다. 내전, 인종억압,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난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면 현재 약 7천 만 명에 달하고 있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이라크, 예멘, 팔레스타인 등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에서 알 수 있듯이 서구의 군사적 개입과 분쟁의 장기화, 초국적기업의 자원약탈로 인한 국가 내부의 분쟁 등이 난민을 증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유럽, 아메리카 등으로 향하는 난민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이들 서구 국가들에게 있으나, 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난민이 있는 국가는 주변의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이다. 터키 350만 명, 우간다 140만 명, 파키스탄 140만 명, 레바논 100만 명, 이란 98만 명, 방글라데시 95만 명, 수단 90만 명, 요르단 70만 명 등이다. 유일하게 서구에서 독일이 100만 명 이상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갈수록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이용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미국과 유럽에서 득세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고통스러운 난민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위기가 초래한 빈곤과 불평등의 원인을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외부의 적으로 돌리며 노골적인 反난민, 反이민 선동을 통해 극우세력은 득세하며 여러 나라에서 난민을 옭죄는 정책이 강화되는 실정이다. 우리는 난민의 권리는 이주민, 이주노동자의 권리이며 이를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 인종주의의 발호를 막아내고 노동자 민중의 연대와 단결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인종주의에 반대하고 자본주의 경제위기와 계급불평등에 도전하는 노동자 민중운동을 강화해 나가자. 
 
2. 한국사회 난민을 둘러싼 상황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2019년 4월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 난민심사가 종료된 3,879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된 이는 144명에 불과하여 인정율이 3.7%밖에 안 된다. 지금까지 심사종료된 총 24,444명 가운데 인정된 이는 954명으로 3.9% 수준이다. 송환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내준 비율은 8.4%이다. 둘을 합쳐도 12% 수준이다. 세계 난민인정 평균이 30%이고 반이민 정책을 강화하는 유럽, 미국도 30-40%에 이르는데, 한국의 난민 인정율은 세계 꼴찌 수준인 것이다. 작년에 들어온 500여 명의 예멘 난민 가운데 고작 2명만이 난민 인정을 받을 정도로 난민심사는 사실상 난민 불인정 심사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난민이 늘어난다고 공포분위기와 인종주의를 조장한다. 공항과 항만에 도착해서 입국 전에 난민을 신청할 수 있지만, 난민 심사에 회부되는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항의 송환대기실이나 환승통로에서 장기간 머물러 있는 이들의 고통이 크다. 난민 신청자에 대한 생존권 지원도 거의 없어서 3% 정도의 극소수만이 쥐꼬리만한 생계지원을 받는다. 그나마 신청 이후 6개월간은 취업도 할 수 없어서 민간단체들이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생신고가 어려운 난민 아동은 무국적자가 되고 있고, 많은 난민이 의료와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에는 난민 면접 조작 사건까지 폭로되어 졸속적인 난민심사 문제, 난민의 생존권, 기본적 사회보장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난민심사 인력을 증원했다고 하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反난민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난민 인정을 더욱 까다롭게 하는 난민법 개악까지 준비하고 있다. 
 
3. 난민법 개악은 그 자체로 난민 인정을 어렵게 하고 난민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더욱 악화시킨다. 작년 예멘 난민이 들어왔을 때, 근거없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인종주의적 행위가 횡행하자 일부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난민법 개악안을 내놓았다. 아예 난민법을 폐지하자는 것부터, 난민 신청 자격 제한, 난민 자격 박탈 등 다양한 내용의 공통점은 난민을 가짜로 취급하고 난민 인정과 이 사회에서의 생존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정부 역시 강도는 다르지만 유사한 취지의 개악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난민법 개악은 문제 해결의 방안이 절대 될 수 없으며, 난민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난민의 처지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난민의 보편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더욱 강화하는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4. 절박한 상황에 놓인 난민들을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난민 신청한 루렌도 씨 가족의 경우 난민 심사에 회부되는 것조차 거부당해 6개월째 공항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숙식을 하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이란 출신으로서 작년에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응원과 사회적 지지 속에 난민으로 인정받았던 김민혁 군의 아버지가 다시금 난민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본국으로 돌아가면 돌이킬 수 없는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두 가족의 상황을 정부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난민으로 인정하고 정착을 지원해야 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5. 분쟁과 폭력, 억압과 박해, 기후변화와 환경파괴 등이 지속되는 한 생존의 터전을 떠나서 피난하여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난민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인류는 난민, 이주민이 아닌 적이 없었고 한국사회에도 24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있다. 노동력이 줄고 저출산이 계속되므로 이주노동을 하는 이주민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10년 전에 비해 이미 두 배가 넘었다. 난민은 이주민 가운데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다. 난민의 보편적 권리는 전체 이주민의 보편적 권리와 연결되어 있고 이는 또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노동자 민중의 보편적 권리의 일부이다. 한국정부는 난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인종주의를 철폐하고 모든 난민과 이주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한 노동자운동을 확대하자. 
 
 
2019년 6월 20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