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개선 없는 품질 개선 정책은 결국 노동자 죽이기에 불과하다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품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호들갑이다. 현대차는 회장이 직접 나서 납품 업체 단가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지엠 포드는 자사 차는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분히 이런 언사들은 영업 전략 성격이 강하지만 어찌 되었건 품질의 상징이었던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기업들이 좀 더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여러 방법들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자동차 기업들이 과연 어떻게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품질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은 80년대 이후 절대적인 비용 절감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데, 현재 이 문제는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자본주의 이윤율 저하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 운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도요타와 같은 기업들이 노동자를 죽이는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는 자본주의 이윤율 궤도의 대표적 산업이다. 20세기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함께 큰 수익성 위기를 겪었으며, 최근 경제 위기로 더욱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있다. 한 산업 또는 기업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산대비수익률(ROA)을 보면 최근 5년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은 약 2.8%이다. 이는 제조업 500개 기업 평균 4.8%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는 단기적인 하락이 아니라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하락 결과라는 점에서도 시사적이다.

물론 산업 내 평균 이윤보다 높은 초과 이윤을 획득하는 선도 기업들의 상황은 좀 더 낫다. 9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 한 도요타의 100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은 유명한 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의 생산 기술이 보편화한 데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장기간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부 선도 기업들의 초과 이윤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기는 힘을 것 같다. 더군다나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가들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은 더욱 큰 악조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기업들의 품질 개선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의 품질 문제는 자본주의 위기 국면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가진 구조적 문제다. 자동차 기업들이 수익성과 직접 연관되는 노동 생산성을 희생하며 품질 개선을 하지는 않는다. 결국 품질 개선에 필요한 비용은 더 많은 노동의 양보를 통해서 확보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기업들은 품질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노동강도, 임금 등에 대한 더 많은 양보를 노동자에게 요구할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문제들을 사회에 제기할 때가 되었다. 자본의 언론들은 도요타 사태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환호를 지르고 있지만, 사실 노동자 입장에서 이는 노동자의 피와 소비자의 위험이 뒤섞인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여주는 사건일 뿐이다. 비정규직 확대, 인간성까지 말살하는 살인적 노동강도, 하청 업체에 대한 손실 전가 등 자동차 산업은 이제 자본주의의 밝은 미래가 아니라 가장 어두운 그늘이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 속에 자동차 노동자들이 자신과 전체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 더 끔찍한 수탈의 노동 현장이 재생산될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는 고장난 자본주의의 단면이며, 노동자가 싸우지 않는다면 더 끔찍한 착취를 당해야만 할 것이라 알려주는 경고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