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마침내 르노삼성이 구조조정의 첫 칼을 빼들었다. 정리해고를 동반한 구조조정 대부분이 그러하듯 우선은 희망퇴직부터 시작했다. 르노삼성은 희망퇴직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아, 앞으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있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사측이 희망퇴직 이유로 드는 것은 판매 부진이다.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올해 7월까지 9만4천대로 14만 2천대를 팔았던 전년 동기대비 34%가 줄었다. 특히 내수 판매 부진이 심해 올해 7월까지 내수 판매는 3만5천대로 6만2천대를 팔았던 전년 동기보다 43%나 줄었다. 르노삼성은 가장 많은 차를 팔았던 2010년에 27만 5천대의 차를 판매했는데,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판매는 15만대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2년 전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르노삼성은 판매부진과 더불어 구조적 적자 요인으로 인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작년 2천2백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역시 1~2천억원 가량 적자를 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년보다 영업적자는 다소 줄 것으로 보이는데, 르노삼성은 2009년부터 생산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낮아지는 기이한 경영구조로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되자 지금까지 그 법적 지위가 모호하던 사원대표자위원회(이하 사대위) 사대위는 지금까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 대표 지위를 통해 노동조합 역할을 대신해 왔다. 근로기준법에서 근로자 대표는 규정이 매우 모호한 조항 중 하나로 지금까지 논란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사대위는 근기법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들의 조직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 대표는 사업장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이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을 경우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 근로시간 유연화 등에 관해 협의 및 서면합의 할 수 있다..
가 조직 전환 총투표를 통해 9월 4일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했다. 르노삼성에는 삼성차 시절의 반노조 기풍이 지금까지 남아 노동조합이 아닌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이 조직을 꾸려 노조 역할을 해왔다. 물론 이 사대위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조직이다. 르노삼성에는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가 2011년 9월 설립되었지만 사측과 사대위의 방해 공작으로 인해 2백여명 수준에서 조합 가입이 정체된 상태였고, 지금까지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대위가 굳이 노조로 전환해 금속노조를 견제할 이유가 없었다.

사대위가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환한 이유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사측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조항을 이용해 르노삼성지회의 지위를 박탈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지회는 창립 이후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올해 9월이 지나면 교섭대표 지위를 박탈당한다 2011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복수노조법은 기존 교섭대표노조가 1년 간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창구단일화 절차를 다시 거치도록 되어있다. 2010년 날치기 통과된 복수노조법의 대표적 악소 조항 중 하나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교섭대표노조가 맘에 들지 않으면 교섭을 해태해 교섭대표노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 사측과 사대위는 이를 노린 것이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르노삼성노동조합’으로 설립필증을 교부받은 사대위는 사측의 직간접적 지원 속에 4천3백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