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지난 10월 31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 엔지니어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기 전날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저임금으로 인한 생활고, 고객평가로 인한 엄청난 스트레스, 노조탄압으로 인한 고통 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AS 정책을 분석해보면 최씨의 죽음이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삼성전자 정책의 필연적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작년 제품 가격에 방문서비스 등의 비용을 포함시켜 약 1.7조원을 한국형 AS비 명목으로 소비자로부터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중 6천억 원만 실제 AS를 위해 지출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이익이 한국에서만 AS 명목으로 1조 원 이상 발생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AS를 이중 도급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로 AS업무 전체를 위탁했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다시 90% 이상의 수리 업무를 100여개의 도급업체에 위탁했다. AS요금을 삼성전자가 받아 위장 도급 형태로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AS를 총괄하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서비스노동 특성과 노동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도급단가를 책정해 저임금을 구조화했다. 수수료 지급방식도 일반적 임금체계에 맞지 않는 방식을 택해 도급업체가 마음대로 엔지니어 임금을 떼어먹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원청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임금 책정방식도 일급이나 시급이 아닌 ‘분’급 방식으로 설계해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모두 노동자가 부담케 하고 있다.
도급업체 노동자 직고용 비용으로 5천억을 추가 지출하고, 국내 제품 소비자판매가를 5% 내외 인하해 삼성전자가 애프터서비스 명목으로 국내에서 적절치 않게 취득한 이익을 사회로 환원할 것을 제안한다. 삼성전자가 애프터서비스를 수익 사업이 아니라 고객지원 사업으로 여긴다면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