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89호 | 2010.09.24

중간착취 전면 확대, 간접고용 실질적 확산
직업안정법 개악안 즉각 철회하라!

고용서비스 활성화 법안의 기만성과 본질

사회진보연대
2010년 직업안정법 전부 개정안

지난 9월 15일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이하 「전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되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입법취지에 따르면,「전부개정안」은 노동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고용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전부개정안」의 주요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 3가지와 같다. 첫째, 법제명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직업안정법』을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였는데, 이는 고용서비스산업 성장 흐름에 발맞추어 법과 제도도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공공과 민간이 함께 상호 보완적으로 고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전부개정안」에는 관계 행정기관 협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고용서비스 제공 주체임을 명시하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분담과 상호 협력근거들이 규정되어 있다(5조, 6조, 7조). 또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민간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별로 고용서비스 실적이 우수한 기관을 육성하여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을 활성화하도록 하였다(8조).
셋째, 이번「전부개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고용노동부는 이번 법안에서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하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하였다(4조 9호, 37조, 38조, 39조, 40조). 직업훈련, 직업소개, 근로자파견 등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행정적 번거로움을 간소화하였고, 또 수익기반도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다. 구직자((노동력 판매자)로부터의 소개요금은 금지하지만 구인자(사용자)로부터의 소개요금은 자율화하는 한편(26조), 사업주에 대한 노동부의 교육훈련을 강화하고(11조 2항), 민간위탁시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우선 지정하는 방안 (8조 3항)등 관련 규정을 추가하였다.


공공 고용서비스사업과 민간위탁

이번 「전부개정안」에서 고용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유일하게 제시된 것은 '민간위탁에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한국의 공공직업안정기관은 인프라도 취약하고, 인력도 턱없이 모자란다. 2009년 3월 기준으로 고용지원센터는 전국 81개소에 불과하며, 부족한 고용지원센터를 248개 기초지자체가 일용·공공근로를 알선하며 지원하고 있다. 고용지원센터 직원 1인당 지원해야 할 경제활동인구는 8,293명으로 공공 고용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있는 독일(2008년 3월 기준 479명)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미국(2008년 3월 기준 3,312명)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많다. 그나마 한국의 고용지원센터는 고용보험 관련 업무에 집중되어 있어, 취약계층 접근성은 더 곤란한 상태다.
이렇게 부족한 직업안정기관 문제를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차원에서 정부가 내놓은 해결방안이 (비영리, 영리) 민간기관을 활용한 민간위탁이다. 공공이 재정을 조달하고, 민간기관이 공급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공공영역의 고용지원기능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민간위탁 방식을 통해 청년 뉴스타트, 저소득층 취업패키지 등 고용보험 비적용자에게까지 고용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민간위탁사업이 직업안정을 위한 공적 기능을 보완하는 것조차도 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 인프라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 아래 추진되는 사업이다 보니, 민간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고용지원의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2006년 이래 실시된 고용서비스 민간위탁의 실질적인 목표가 공공영역의 고용지원기능의 보완보다는 민간 고용서비스산업의 육성에 있었기 때문에, 유관한 선도기업을 육성하는데 주안점이 있었다. 2010년 민간위탁 사업은 이 점을 좀 더 분명히 했다. 민간 일자리 서비스 산업을 대폭 정비하고 서비스의 공신력을 제고하며, 표준화·대형화를 유도하는 한편, 이 때 선정된 고용서비스 우수인증기관에게 (『직업안정법』4조의5를 따라 )우선 민간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부개정안」에서도 이 점은 분명히 드러나는데,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민간위탁사업에서 우선하기로 한 것이다(8조).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업에 대한 민간위탁은 공무원·공공기관 인건비도다 더 적은 비용으로 공적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에 불과했다. 그런 의미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핵심 고용서비스는 민간업체들이 맡고 돈이 안 되는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사업은 (비영리)민간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은 정부가 고용지원사업에 있어 공적기능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은폐할 뿐이다.
지금 고용서비스 제공기관의 영세성을 고려하면, 비영리 민간기관의 고용서비스나 사회적 기업의 고용서비스 사이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면, 일부 지원대상이 확대되는 효과가 나타나긴 하겠지만, 이 또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없는 고용서비스, 취약계층의 일자리 알선 사업을 사회적 기업이 국가로부터 사업비 지원을 받으며 공공의 직업안정기능을 일부 보완하는 것 이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공공성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사회적 기업을 활용한 민간위탁은 정부가 공공영역의 고용안정기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무마하는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새로운 중간착취 시장의 형성, 소개요금 규제 완화

고용노동부는 이번 「전부개정안」이 구직자(노동력 판매자)에게서 받는 수수료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임을 강조했고, 일부 언론은 고용노동부의 홍보기조를 그대로 받아 「전부개정안」이 중간착취 시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개정된 법인 양 보도했다.
임금이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로 사용자에게서 받는 것인 한, 직업소개 수수료는 구직자(노동력 판매자)에게서 나오거나 구인자(사용자)에게서 나오거나 임금 몫에서 제외되기는 매한가지다. 구직자가 주는 수수료도 임금 중 일부를 알선업자에게 주는 것이며, 구인자가 주는 수수료도 임금노동자에게 주어야 할 몫 일부를 알선업자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직자로부터 수수료를 금지한다고 해서 중간착취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도리어 구인자로부터 수수료를 자율화한다는 점에서 중간착취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데, 왜냐하면 구인자로부터의 수수료에는 노무관리 업무를 대행한다는 의미에서 중간관리자로서의 몫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용서비스산업의 수익모델은 한층 더 개선될 수 있다. 구인자(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자율화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용서비스를 다변화하고, 그로부터 수익기반을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주장하는 논자들은 직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와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를 구분한다. 전자는 직업알선 등 기업이 직접 고용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근로자공급과 파견, 용역 및 하도급, 인사·노무관리 대행 등 새로운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영업무의 일부를 대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료직업소개소가 이제까지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것은 직접적인 고용서비스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즉 단순한 직업알선에 의존해왔고, 상용직 보다는 임시·일용직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상용직은 구직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소개알선수수료도 최대 3개월 치 이상은 받기 어렵지만, 임시·일용직은 구인처 확보도 쉽고, 직업알선 때마다 일정액의 소개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시·일용직 시장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가 활성화되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인력을 공급하며, 인사·노무관리 업무까지 위탁받게 되면 수입모델은 무궁무진해 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재적소·적재적시에 필요한 노동력을 원활히 공급해주고, 인사 및 노무관리를 잡음 없이 효과적으로 대행해 주기만 한다면, 회사로서는 경영비용이 대폭 절감되는 것이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라도 외주용역을 마다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직자 수수료 금지 및 구인자 수수료 자율화란, 정부가 새로운 수익모델을 제시하고 강제해서 임시·일용직 시장에 난립해 있는 인력소개사업자들을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시장으로 유인하고, 여기서 성공한 고용서비스업체들이 다른 영세한 인력공급업체들을 통폐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장의 논리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자. 이들이 이야기 하는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가 이제까지 전혀 없었던 사업도 아닌데다, 그들이 이 사업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해왔던 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고용서비스 업체들은 지난 수년 간 불법·탈법 가리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해왔고, 헤드헌팅 사업을 하면서 인사·노무관리 외주용역사업을 수행해 왔다. 가까운 예로 우리는 인력공급업체들이 공단지역에서 탈법적인 형태로 3~6개월 단위 제조업 파견을 해온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는 이들이 도급관계인 양 불법파견을 하거나, 하도급 관계인양 더욱 치밀하게 위장해서 절대 인력파견이 아니라는 식으로 무마하려 해왔던 것도 잘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직고용 형태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100인 이하 사업장 사장에게 고용서비스 업체들이 이곳에서도 간접고용방식의 노무관리가 가능하고, 실제 그 방책을 전해주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구인자 수수료 자율화는 더 많은 소득원을 찾는 고용서비스 업주들에게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수입원으로서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불법적이며 탈법적인 형태로 수행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인력파견업의 전문화, 대규모화를 촉진할 복합고용서비스사업

이렇게 수익모델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이제 남는 것은 하나다. 직업소개, 직업교육, 직업정보제공, 모집, 근로자공급(파견) 등 다양한 고용서비스사업을 일관되게 하면서, 고용서비스산업 전체를 선도하는 복합고용서비스업체 설립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전부개정안」의 핵심 목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밝히고 있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란 다음과 같다. “이 법에 따른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제공사업, … 근로자파견사업, … 직업능력개발사업 등 고용서비스와 관련된 사업 중 둘 이상을 수행하는 사업을 말한다.” (4조 9호) 현재 입법 예고된 「전부개정안」에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허가제이다(37조). 하지만 각각의 단행법이 별도로 요구하는 허가 및 등록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전부개정안」에 준거해 한 업체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복합고용서비스사업 허가만 받으면, 그 업체는 직업소개사업, 직업정보제공사업은 물론이거니와 근로자파견사업, 직업능력개발훈련사업 모두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이것이 이 법안 개정의 특징이다(38조). 뿐만 아니라 민간공동사업이나 위탁사업에서 정부는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우대할 수 있음을 명시하였고(8조 3항), 민간고용서비스 육성을 위한 세제 지원 조항까지 추가하여(9조)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을 재정적으로도 지원할 것임을 명시하였다. 반대로 유료직업소개업체들의 난립은 막고,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소개사업을 하는 자에 대한 사전 교육훈련 조항도 마련(11조 2항)하는 한편, 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직업소개 일을 하는 고용서비스업체 종사자는 자격을 갖춘 직업상담원이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롭게 추가하였다(29조).
지난 1월 21일 있었던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한시적이라는 단서조항을 두긴 했지만) 구직자의 취업 전 과정(교육훈련알선-DB등록 일자리 취업)을 민간 고용중개기관이 관리해 줄 경우, 그 기관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6월 17일 있었던 민간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도 노동부는 유료직업소개업 대표자 요건을 완화하여 전문경영인이 고용서비스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는 직업안정법 시행령 개정 사안이다)임을 밝힌 바 있다. 행정적으로나, 법·제도적으로나 복합고용서비스사업이 가능하도록 꾸준히 진척시켜 왔던 것이다.


고용서비스산업의 실체

「전부개정안」에서 드러난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간추려보자. 첫째, 고용서비스산업의 완전 합법화, 둘째, 중간관리자 기능을 대행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의 창출, 셋째, 고용서비스 산업 모두를 총괄하는 종합고용서비스사업, 넷째,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세제 및 재정적 지원, 법·제도적·행정적 지원, 다섯째, 정부주도에 의한 (선도모델 역할을 할) 민간고용서비스기업의 전면적인 육성 등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렇게까지 육성하려는 고용서비스산업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사회는 당해 연도 동일직장 유지율이 53%대(2006년 기준)에 불과할 만큼 노동이동률이 높은 나라다.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렇게 높은 노동이동률을 낮춰야 하는데,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 각료들과 HR사용자협회, 경총, 전경련 이데올로그들은 도리어 높은 노동이동률을 시장수요가 많다는 증거로 제시하며, 여기서 고용서비스시장이 창출되면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발상은 직업안정법 기본 취지 ― 취업의 기회 제공뿐만 아니라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도모하자는 취지조차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전부개정안」이 1조 법의 목적에서 직업안정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취업기회 확대라는 문구로 대신한 것이나, 제명을 『직업안정법』에서 『고용서비스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사실 이들이 강조하는 이른바 '고용서비스시장'은 산업사회형성 초기나 산업구조재편 시기 혹은 경기 침체시기 고용이 불안전하고, 노동력수급을 오로지 외부노동시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거나 포기할 때) 노동자의 생존권 위협을 전제로 활성화되는 퇴행적 시장이다.
중간착취란 취업을 전후하여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입, 노동자가 받아야 할 몫을 일부 공제하여 중간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가리키고, 자본주의 법 규범 내에서도 이는 원칙적으로 배제된다(근로기준법 8조). 앞서 살펴보았듯이 구직자 수수료든, 구인자 수수료든 이는 모두 임금 몫의 일부이다. 그리고 고용서비스 선진화론자들이 시장수요로 예상하고 있는'고용서비스시장'이란 높은 노동이동률에 동반되는 구인·구직 수수료시장을 가리킨다. 고용서비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노동자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인 양 꾸며보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고용서비스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본가들일 뿐이다. 고용서비스업을 하는 이들은 생존권 위협에 내몰린 노동자의 노동력 판매를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주선하는 거간꾼―중간착취자에 불과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 중간착취는 법이 허용하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금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이상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이 합법화에 목을 매는 것이다.
한편, 경제위기시기에 이들은 직업소개 수수료 착복 등 직접적인 중간착취 말고도 노무관리에 관한 비용절감업무를 대행하면서 중간관리자로서 이익을 얻기도 한다. 이 때 비용절감이란 결국 인건비 절감인데, 아웃소싱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절감은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다. 자본가들은 인건비 절감을 통해 이윤을 남길 뿐만 아니라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생산성 상승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실업의 위험, 불완전한 취업상태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고,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한다. 새로운 고용서비스의 수혜자 역시 자본가일 뿐이다. 이들이 어떻게든 전문성을 갖춰 사업화하려는 '간접적인 고용서비스 업무' 란 경제위기시대 자본가가 입게 된 손실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이윤을 남기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고용서비스 선진화론자들은 종종 자신들이 경제위기시대에 높아지는 실업률을 잠재우고 고용률을 높이는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국가고용전략회의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고용중개사업이 고용률을 높이는데 순기능을 하려면 (농촌의 과잉노동인구나 가족 내 가사노동인구와 같은) 경직적인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안정되게 유인할 때, 그렇게 해서 경제활동인구 규모를 늘릴 때 그나마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상으로 하는 취업애로계층 대다수는 (경제위기로 인해, 물량유동성에 따라 고용이 불안하여)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취업알선을 확대한다고 고용률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더구나 고용중개사업을 하는 이들이야말로 생산비용절감, 생산물량 유동성 조절능력 확보 미명아래 고용신축성과 임금신축성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을 반실업 상태로 내모는 장본인이지 않은가?
이들 주장 중 딱 하나 맞는 것이 있다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실업 관련 복지비용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적으로 맞다. 보통 실업 관련 복지재정을 절감하는 방법은 취업자로 전환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대상자를 실업급여 지급기준 밖으로 내모는 방법도 있는데, 반실업상태로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실업상태의 노동자들을 상대로 고용과 계약해지를 반복해서 이익을 챙기는 집단이 바로 자신들이고, 실업자들을 실업급여 지급기준 밖으로 내몬 뒤 이들을 반실업상태로 꾸준히 유지·관리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집단도 자신들이다. 그래서 실업 관련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간접고용-노동신축화의 실질적인 확대, 이것이 직업안정법 개악의 궁극적 목표다

그렇다면 직업안정법 개정은 단지 인력파견업체들의 합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개선인가? 이제까지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론자들은 고용서비스산업을 금융산업과 비유해왔다. 그러면 이번 개정은 정부가 고용서비스산업을 육성해서 경제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성장동인으로 내놓은 산업육성계획인가?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 노동신축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신념을 가진 신흥세력(?)의 성장을 독려하고, 한편으로는 노동신축화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내적 동인을 만드는데 목표가 있다.
고용서비스산업(특히 복합고용서비스)이 실제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시장은 단기 인력시장에서 인력소개업을 중개하는 것과 노동력공급을 대행하며, 인사·노무관리를 외주 용역 받거나 경영컨설팅 하는 일, 그리고 인력 개발 및 노동력 교육 시장이다. 이들은 우선 단기계약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그 자체로 자신의 수입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불완전한 취업, 상시적인 인력구조조정, 해고의 자유 등 고용을 불안하게 하는 제도개악을 위해 경주할 것이다. 또 이들은 인력공급사업의 형태를 다변화하고, 교육과 노동자공급 사업을 연계하며, 인사·노무관리를 전문적으로 외주용역받으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이들의 합법적인 존재, 이들이 개발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은 그 자체로 (현실을 인정하고 양산하자는 식의 논리를 동반하며) 노동신축화 관련 법·제도 개악의 동인이 될 것이다.
근로자공급(파견)사업을 통한 노동신축화는 물량변동에 맞출 수 있도록 (고용불안을 매개로) 고용신축성과 노동시간·임금신축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법제도를 고쳐놓는다고 바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생산공정과 노무관리의 혁신, 적재적소·적재적시의 노동력 공급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 사회의 관습·관행에 따라 구체적으로 진행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본가들에게도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고용서비스산업 이데올로그들의 표현을 빌면,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 '전문성'을 토대로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과 회전률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야 노동신축화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해야 자본가들은 노동력 공급의 장애를 겪지 않으면서도 실업을 관리하며, 노동자들 간의 경쟁을 가속하고, 동시에 (간접고용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 입장에서 적어도 다음 4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여기에 적합한 생산공정의 표준화 및 노무관리의 전면적인 혁신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노동신축화에 가장 커다란 반대세력인 노동조합운동이 철저히 약화되어야 한다. 셋째, 노동력 공급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노동시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하고, 일―가정 양립과 같은 법제도적인 지원도 있어야 한다. 넷째, 노동력 회전률을 높일 수 있으려면, 노동생산성을 단기간 내 높일 수 있는 교육―직업능력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를 산업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면, 그것은 노동신축화의 실질적인 동인을 갖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불법파견 논란을 무릅쓰고, 위장도급 형태로 인력파견하면서 축적해온 몇몇 재벌대기업의 노동신축화 노하우를 중소영세사업장 및 전체 공단 차원으로 확대하고, 간접고용이 전면 확대될 때 일부 자본가들이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을 사전에 개선해 내는 것, 이것이 고용서비스 산업이 해결해야 할 자기 과제인 것이다. 복합고용서비스 사업을 대형화하고, 전문화하는데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해 두자. 고용서비스산업이 전문화되고 대형화되면 될수록 시민권 맥락에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인데, 그것은 이들이 사용주의 노동력공급사업(파견) 및 인사·노무관리 용역사업을 대행하면서, 원청 자본가들의 사용자로서의 책임, 법·제도적 책임을 더욱더 모호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간접고용의 핵심 목표 중 하나가 법적인 고용주와 실질적인 사용주를 다르게 하여 노동자의 노동3권을 사전에 무력화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기업경영에서 하나의 관행이 되어 실질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직업안정법 개악문제는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파견업종 확대방안이 아니라고, 인력공급업체 몇몇을 키우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고 뒤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가깝게 이는 제조업 공단지역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온 온갖 탈법적인 파견행위를 합법화하는 개악 안이며, 멀게는 고용서비스산업을 육성해서 간접고용·노동신축화를 전면 확대하기 위해 자기실행능력을 갖추려는 구상이다.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은 금지된 중간착취시장을 이들이 부활시키려는 계획에 불과하며, 간접고용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준비하려는 것임을 명확히 폭로해야 한다. 직업안정법 개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이 당장 얻으려는 것, 수수료 자율화와 복합고용서비스사업 실시 방침을 좌절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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