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497호 | 2010.11.24

연평도 사태, 위협적 군사훈련과 적대행위의 비극적 결과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에 역행하는 어떠한 행위도 반대하며 반전평화의 기치를 높이 들자

정책위원회
북한이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께부터 연평도 부근에 백 수십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 이 중 많은 수가 연평도와 주민 거주 지역에 떨어졌고, 한국군은 북한의 해안포 진지에 80여발의 대응 사격을 가하면서 1시간 넘게 교전이 지속되었다. 해병대 2명이 사망했으며, 연평도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확전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추가적인 도발이 있을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남측이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측 영해에 포사격을 가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여 ‘즉시적이고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또한 ‘영해를 0.001mm라도 침범하면 주저하지 않고 무자비한 군사적 대응타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지역에서 지속된 남북 간 군사적 대치와 적대 정책이 낳은 비극적 결과에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상호간의 적대 정책과 공격적인 군사훈련이 남북만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까지 자극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킨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왔다.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포격한 북한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이번 사태가 상호간 군사적 대치가 점점 더 극단적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현재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적대정책과 호전적인 군사행위가 즉시 중단되어야 함을 또한 분명하게 밝힌다.

위협적 군사훈련의 비극적 결과를 보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면 북한의 이번 포격은 남한의 호국훈련 중에 진행된 해상 사격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한국군은 30일까지를 목표로 22일부터 연평도 일대에서 ‘호국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호국훈련 계획이 발표된 직후 호국훈련을 ‘군사적 도발’로 규정했으며, 22일에도 ‘용납 못할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강력 반발했다. 또한 한국군의 해상 사격훈련이 시작된 후 전통문을 보내 ‘북한에 대한 공격성 훈련이 아니냐’는 항의와 함께 훈련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국훈련에 대한 북한의 사전 반발이 알려지자 군 당국은 북한의 대응은 호국훈련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의도적 도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23일에 연평도 일대에서 실시한 훈련은 호국훈련이 아니라 단순히 주기적으로 실시되는 사격훈련인데 북한이 핑계를 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설명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호국훈련이 북한을 크게 자극한다는 점을 군 당국 스스로가 인정하는 셈이다. 또한 호국훈련이 아니었다하더라도 상대방의 영토 바로 앞 해상에서 자행되는 사격훈련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 영토에서 연평도까지의 최단 거리는 불과 12km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23일 육해공 합동 사격훈련이 이루어진 구역은 연평도 바로 남쪽 지역이다. 상대방의 코앞에서 ‘주기적으로’ 포격을 가한다는 건 결코 정당한 일이 아니며, 상대방을 크게 위협하는 행위다.
한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 공격적인 군사훈련을 지속해왔다. 군 당국은 군사훈련이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의 성격임을 분명하게 밝혀왔고, 미국의 핵항공모함까지 참가하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일본 자위대까지 참여하는 PSI 해상차단훈련 등을 지속했다. 우리 평화운동은 이러한 군사훈련이 결코 전쟁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변 국가들을 자극해 군사력 경쟁을 촉진시키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할 뿐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경고해왔다.
군사훈련은 역사적으로 해당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 갈등을 증폭시키는 커다란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미군까지 참여하는 이번 호국훈련은 북한이 극렬하게 반발했던 ‘팀 스피리트 훈련’을 대체하여 시작되었으며, 이번 훈련에는 서해 상륙훈련까지 예정되어 있었다. 상륙훈련은 북한의 해안선과 유사한 지역에서 진행되어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북한은 극렬하게 반발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8일부터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참여하는 연합훈련을 다시 실시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사태를 악화시켜온 책임을 감추는 것은 물론 한반도를 더욱 더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가겠다는 위험천만한 시도다.

남북 간 군사적 대응이 지속될수록 사태는 악화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전수칙을 고쳐서라도 더욱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는 대통령의 태도나, 군사적 보복을 선동하는 보수 언론들의 행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최근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의는 한미 양국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회의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북한의 ‘불안정 사태’를 처음으로 언급하여 북한 급변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북한의 권력승계 불안과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할 때 한미 양국이 공군력을 활용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설 30곳을 일거에 파괴하고 해병대를 북한에 강습 상륙시킨다는 <작전계획 5029>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이번 회의에서 신설하기로 한 확산정책위원회에서 미국의 전술핵무기 배치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김태영 국방장관의 22일 국회 발언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의 긴장 국면에 오로지 군사적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미양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북한을 공격/점령한다는 군사작전,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공격적인 군사훈련, 더욱 더 강력한 군사력 집중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의 평화는 요원하며, 더욱 더 위험천만한 사태를 키우는 씨앗이 될 뿐이다. 한쪽의 군사적 대응 강화는 상대방의 더욱 강력한 대응의 근거로 작용해 필연적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을 낳는다. 이런 식의 치킨게임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치킨게임은 결국 어느 한 쪽이 포기하거나, 아니면 둘 다 공멸하는 두 가지의 결론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 간 무력충돌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서해는 한반도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는 한반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2009년 11월에 벌어진 교전 사태로 남과 북 모두 수십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 3번의 교전 이외에도 수많은 충돌 사건이 일어났다. 서해상의 이러한 충돌은 남과 북이 인정하는 군사분계선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복해서 발생했다. 1953년 체결된 휴전협정이 육상에 관한 경계는 설정했지만 해상에 관한 경계는 정하지 않았다. 그 후로 남북 간에 서해경계선에 관한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방한계선(NLL) 월선을 도발행위로 간주하여 대응하고 있는 한국이나, 자신들이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을 ‘0.001mm라도’ 침범하면 군사적 대응타격을 지속하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반복되는 군사적 충돌은 남북 상호간의 신뢰를 형성할 수 없도록 만들며, 더욱 더 군사적인 대응을 하도록 유도한다.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이 점점 더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심각하게 우려한다. 서해상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의 휴전협정이 지닌 한계를 보완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해상 분계선을 확정하고,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라도 다양한 형태로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위해 이제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북한의 군사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포격이 그동안 한반도에서 지속된 치킨게임이 더욱 더 참혹한 형태로 발전되어 드러나고 있음을 인식하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남북 양측이 상대방의 영토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한 적은 없었다. 민중의 평화적 생존을 위협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군사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민간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포격을 가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이후에도 그러한 군사적 대응이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민중들과 뜻을 함께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힌다.

민중들의 평화적 생존에 역행하는 어떠한 행위도 반대하며 반전평화의 기치를 높이 들자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가 걸린 매우 민감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자원과 영토, 패권을 둘러싼 주변 국가들의 분쟁이 거듭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현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단 1%라도 한반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위에도 단호하게 반대한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는 더 이상 무력충돌 없이 민중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한반도여야 한다. 결코 민중들의 생명을 볼모로 진행되는 위험한 치킨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는 군사적 충돌이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둘째, 그 충돌은 점점 더 극단적인 형태로 치닫고 있다. 셋째, 호전적인 군사행위와 맞대응, 상호 적대정책은 결코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넷째 이러한 상황은 결국 민중의 희생을 강요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남북 간 적대정책을 종식시키고, 실질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호간 적대와 위협 행위의 결과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처참한지를 분명하게 인식하자. 상호 절멸의 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남한에서부터 충돌 유발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투쟁, 즉 군비축소, 위협적 군사훈련 중단, 호전적 한미동맹 해소를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다가올 미래가 민중의 평화적 생존이 보장된 한반도인지, 포연이 자욱한 한반도인지는 지금 우리가 반전평화의 깃발을 움켜쥐느냐, 아니면 지금과 같은 호전적인 적대 정책을 지속하도록 내버려 두느냐에 달려 있다. 한반도의 상황을 더욱 더 위험천만한 지경으로 몰아갈 호전적 대응 논리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민중의 평화적 생존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반전평화 운동을 강력하게 조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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