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01호 | 2011.01.11

서민경제, 이명박 정부의 재집권 전략?

서민경제 미명 아래 추진되는 노동신축화와 금융세계화

정책위원회
미국의 2010년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6%를 기록한 데 이어 4/4분기에도 2% 중후반일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미국경제 더블딥 논란은 일단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하지만 세계 자본주의는 위기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2010년 11월 2차 양적완화정책(QE2)을 발표했다.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곧 그것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대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는 2007-2009년 금융위기라는 표현 대신에 2007-2010년 금융위기라는 표현을 쓰는 논자들이 있다. 즉 위기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또한 그리스(1,100억 유로, 2010.5.2.)와 아일랜드(850억 유로, 2010.11.28.)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결정에도 불구하고 유로지역의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아일랜드 문제가 드러나자 그리스 위기 때와는 달리 신속하게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은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포르투갈로 위기가 파급될 것이냐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을 끌었고, 포르투갈 경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스페인으로 위기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증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위기 확산을 막아 금융시장이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유로단일통화제도의 고유한 모순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금기를 깨고 G2 의제, 곧 중국 환율문제를 G20에 들여왔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중국과의 갈등이 봉합되기 어렵기 때문에 G20에서 미중 환율문제에 관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G3(미국, 일본, 한국)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 문제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이고 점점 더 그 강도를 높일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안보 문제와 중첩되어 중국과 미국-일본-한국 간 긴장은 점점 더 고조될 것이다.
한국경제는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와 중국경제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세계 금융위기를 잉태한 위기 요인에 크게 노출되어 있다. 미국이 외형적으로나마 미약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중국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면 한국도 2000년대 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 서민희망, 따듯한 사회와 같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창출과 노동신축화를 핵심기조로 하는 경제정책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의 ‘따뜻한 서민경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2월 14일 <2011년 경제정책방향과 과제: 다함께 잘사는 선진일류경제>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있으며 민간부문 자생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으나 서민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중점 정책과제의 하나로 서민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제고를 통한 ‘따듯한 서민경제’를 내세웠다. (정부가 따듯한 서민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하는 방책에는 일자리 창출기반 강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자영업과 농어업과 같은 성장지체부문 경쟁력 제고, 취약계층 지원과 중산층 확충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서민이 행복한 나라, 따뜻한 대한민국>도 “경제성장의 온기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골고루 퍼지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복지재정이 OECD 국가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나 고령화를 비롯해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속적인 복지재정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전달체계 구축이 아직까지 미흡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복지전달시스템 개선하는 게 중점과제라고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지니계수가 2008년 0.296에서 0.293으로 소폭 하락했고, 5분위 배율도 같은 기간 4.97에서 4.92로 떨어졌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소득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최근 증가한 것은 정부, 공공기관의 이전소득 확대가 주요한 원인이다.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생계구호금, 생활안정자금을 신설 또는 증액하는 방식으로 이전지출 규모가 직접 늘어나거나, 실업률 증가에 따라 실업급여액이 자동 증가하는 사례처럼 자동안정화장치 작동에 따라 이전지출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게 도입된 희망근로 프로젝트도 소득 격차 확대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고소득층은 부동산부문의 역자산효과로 인해 임대소득이 부진했고, 자산의 평가손실이 컸다.
세계적 차원에서 산업간 성장률 격차 확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경제위기에 따른 투자 부진, 숙련 기술 인력과 전문직에 대한 보상 증가로 인해 소득격차가 장기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만약 한국에서 고용이 회복되고 실업률이 안정되면 역으로 이전지출의 소득기여도는 과거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며, 임시근로 대책이나 한시적 생계구호는 이미 종료되고 있다. 고소득층이 입은 타격은 부동산 시장이 다소 불확실하기 때문에 지속될 수도 있으나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구성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역자산효과가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의 이전지출액 증가나 공공근로사업이 소득불평등 악화를 어느 정도 저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득격차 완화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따라 소득격차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장기적 추세가 진정한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 ‘국가고용전략 2020’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 기반을 확충해 따듯한 서민경제를 달성하겠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2011년 계획은 2010년 10월에 발표한 <국가고용전략 2020>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 요체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고용시스템’이다.
먼저 정부는 직업소개, 직업훈련, 파견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는 ‘복합고용서비스 기업’을 도입하여 민간고용서비스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서비스라는 표현은 노동자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으로 묘사하지만, 민간고용서비스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본가일 뿐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중간착취를 법이 허용하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고용서비스 업체들이 지난 수년 간 불법ㆍ탈법을 가리지 않고 근로자공급사업(파견)을 해왔고, 인사ㆍ노무관리 외주용역사업을 수행해왔다. 정부 방침은 아직까지 불법, 탈법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인력공급사업을 완전히 합법화하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또한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제한(2년) 예외대상을 확대하여 신설기업이나 용역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청소경비업무를 추가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곧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켜 사용기간 제한 규정을 아예 없애자는 논거만 제공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시간제 근로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직무분할효과보다는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효과가 더 크다. 전일제 고용으로 8시간분 임금을 주어야 할 일자리가 6시간분 임금을 주는 일자리로 대체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초과근무시간을 적립한 후 필요할 때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연장근로에 대해서 1.5배 시급을 적용하지 않고 그 대신 그 임금을 일거리가 적을 때의 휴가로 대체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일자리 확충 기반 강화란 노동신축화를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동을 재조직해서 다시금 도래할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에 닥칠 손실을 더 손쉽게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겠다는 것이다.

한미 FTA와 대외경제정책

이명박 정부는 <2011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 핵심은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구축의 가속화다. 우선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실무추진단을 구성하여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2011년 1분기 내에 국회에 제출하고 한EU FTA도 2011년 7월 1일에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협상이 진행 중인 호주, 터키, 콜롬비아와의 FTA도 2011년 중 협상타결을 추진하고, 시장 선점과 자원협력을 위해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FTA 추진국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역내 경제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한중 FTA는 협상개시 여부나 시기를 판단하고, 한일 FTA도 여건을 감안하여 협상재개 여부를 판단하며, 한중일 FTA는 2012년까지 산관학 공동연구를 마무리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아시아태평양파트너십(TPP)의 경우는 2011년 연구용역 결과를 감안하여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은 미국의 동아시아 구상에 강한 영향력을 받기 때문에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은 모두 FTAAP에 동의하지만 시기, 계획,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애초 미국은 FTAAP가 도하개발의제(DDA)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지니고 있었고, 미국이 APEC에 참여하는 주된 목적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배제하는 경제협력기구가 부상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8년 DDA가 좌초한 후 미국은 자신의 구상을 수정했다. 2008년 2월 미국은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이른바 'P-4'(범태평양전략경제협력협정 회원국)와 금융서비스와 투자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 호주 및 페루도 동참할 경우 범APEC FTA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6년에 체결된 P-4는 상품, 서비스, 투자, 경쟁, 지적재산권, 정부조달을 포함하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남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륙 국가가 함께 참여한 지역간 자유무역협정이었다. (한국은 이미 P-4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미국과 P-4 국가들로부터 협상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 이 협상은 P-4 국가와 미국, 호주,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참여하는 범태평양파트너십(TPP)으로 발전했다. TPP는 무역투자자유화에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으며 모든 무역 상품에 대해 100% 관세철폐를 지향하고 있다.
TPP는 현재 일본에서 매우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0년 11월 요코하마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민주당 소속 간 나오토 총리는 “제3의 개국을 한다는 자세로 TPP 참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 정부는 내년 6월까지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이자만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력해 보인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일본 정부가 TPP 참여를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그것은 첫째로 한미 FTA다.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일본 내각부는 한국만 미국, EU, 중국과 FTA를 체결할 경우 일본 GDP는 연간 6000억∼7000억 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정책을 입안하는 경제산업성도 “일본이 TPP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FTA로 인해 오는 2020년 자동차·전자·기계 수출에서 1조5000억 엔, 국내 생산에서 3조7000억 엔의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미국이 원하는 ‘경쟁적 자유화’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즉 시장선점을 명분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유화를 추진하도록 유도한다는 미국의 전략이 일본 정부의 입장으로 공식화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배경은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조어도)과 미일 동맹의 강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이 TPP 참여를 결정하면 한국도 경쟁적으로 TPP 참여 문제가 공론화될 것이며, 미일군사동맹이 강화되면서 중국과 세력경쟁이 격화되면 그 역시도 미국과의 포괄적 경제안보동맹관계를 주창하는 목소리를 확대할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에 주력하면서 TPP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의 FTA 추진 전략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금융세계화와 노동신축화

이명박 정부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있으나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비롯해 서민 체감경기 개선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진단하며 공정사회, 서민희망, 따듯한 사회와 같은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복지예산이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경제위기에 긴급예산 편성을 통해 이전지출을 확대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로 소득격차를 극대화해온 신자유주의 정책, 전략이라는 구조적 원인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가 복지’라는 구호로 일자리 창출 기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확대는 노동신축화에 근간을 두며, 대체로 지금보다 더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일자리의 유지 수준에 머물거나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의 구축을 핵심적 대외경제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체제에서는 한편으로 국내고정자본 투자가 감소하고 또 한편으로 초민족자본의 경제 지배력 확대에 따른 ‘국부유출’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TPP에 참여할 의지를 밝히면서 동아시아에서 경쟁적 자유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은 한미 FTA 체결을 통해 이미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구상에 큰 한 발을 내딛었다. 한국 민중운동은 한미 FTA가 대표하는 한국정부의 대외경제정책과 일자리 정책으로 포장되는 노동신축화정책에 맞서 싸우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따듯한 서민경제’의 허구성을 폭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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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노동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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