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15호 | 2011.04.18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쟁취는 투쟁으로 가능하다

공공노조 서경지부의 집단교섭ㆍ공동투쟁이 최저임금 투쟁에 주는 교훈

정책위원회
최근 한 인터뷰에서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이라도 가구에서 경제활동 참가가 많아질수록 그 가구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하자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게 돼서 가구의 구성원들이 가급적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했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을 빌미로 저임금을 정당화하고, 다시 임금인상 요구를 고용 불안을 조장하는 것으로 억제하고 있다. 이에 노동자운동, 진보정당, 사회운동단체들은 5,410원을 최저임금으로 요구하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2011년 최저임금 투쟁이 생활 가능한 임금을 쟁취하고 나아가 전체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꾀하는 투쟁이 될 수 있도록 논의와 힘을 모아갈 때다.


서경지부 집단교섭 승리의 의미

지난 3월 8일부터 공동파업에 돌입했던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ㆍ시설ㆍ경비 노동자들은 80여개 공동 단체협약을 쟁취하고, 시급을 4,600원으로 인상시킴으로써 집단교섭에서 승리했다. 이들의 투쟁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첫째,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와 대학생들의 꾸준한 조직화의 결과로 청소 시설 경비 노동자들이 강력한 투쟁의 주체로 전면에 나섰다는 점, 둘째,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의 교섭이나 투쟁이 아니라 집단적인 요구와 힘을 모으며 사회적으로 저임금 간접고용 노동자의 문제를 알려냈다는 점, 셋째, 70세로 정년 연장, 인사이동시 노조와 합의, 각종 수당 인상 등 대부분의 단체협약을 상향평준화하여 통일시켰고, 이후 대학 청소ㆍ시설ㆍ경비 노동자들의 노동기준을 마련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 넷째, 최저 수준으로 책정되는 최저임금을 넘는 기본급을 쟁취함으로써 경총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이었던 3.5% 인상률을 무력화했다는 점 등이다.
각계에서 최저임금 투쟁을 준비하는 지금 시기, 이번 집단교섭과 공동파업 투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저임금 투쟁이 노동자운동, 사회운동에서 본격화 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최저임금심의위원회 협상 논의에 갇히지 않는 임금인상 투쟁'의 내용을 몸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10년간의 최저임금 투쟁, 어디까지 왔나

최저임금은 일정 수준 이하로 임금을 낮출 수 없게 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지원하고, 노동력 착취를 제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많은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임금 상한선이 되어 임금 인상을 가로막고, 생계를 위협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게다가 임금이 오르면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로 고용불안을 느끼는 노동자를 위협하며, 기업이 노동자를 마음껏 초과 착취할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다.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한다면서 초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최저임금제도의 이중성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한다.
민주노총이 본격적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간접고용이 확산되면서 각종 하도급 계약상의 임금기준이 최저임금으로 수렴되고 있고, 최저임금 미만 사업장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인 임금 하락에 맞서 최후의 저지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은 노동자운동 주체들로 하여금 최저임금 투쟁에 주목하게 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제도의 설계 자체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인상액을 정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투쟁의 폭과 수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노사는 동수로 팽팽히 맞서기 때문에 제한된 인상폭 안에서 9인의 공익위원이 제시한 ‘최소인상액’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노동자의 절박한 임금인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닌 만큼 협상과 압박을 통해 생활 가능한 임금을 쟁취할 수는 없다. 또 안에서는 교섭, 밖에서는 농성하다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흩어지고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6월의 한시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으로는 노동자 간의 실질적인 연대도, 실질적인 임금격차의 축소도 가져올 수 없다.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현재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 임금투쟁'이라고 칭할 만큼 노동자운동과 사회운동내에서 최저임금 투쟁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많은 활동가들이 기존의 최저임금 투쟁의 한계를 넘어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되살리며 최저임금 투쟁을 새롭게 열어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논의와 시도를 지속하며, 최저임금 투쟁이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확대해가는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의 성격을 바꾸자

저임금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담아내기 위한 투쟁으로 최저임금 투쟁은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투쟁 그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연대하여 요구하는 임금인상투쟁이다. 즉 전체 노동자계급의 공동투쟁으로서 최저임금 투쟁이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러한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동일한 금액의 임금인상 요구가 필요하다. 전체 노동자의 단일한 임금인상 투쟁으로서의 정치적 의미를 확인하고, 산업별로 기업별로 분리된 임금인상 요구를 일치시키고 시기를 집중해야 한다. 올해는 총연맹 차원에서 임단협 투쟁과 최저임금 투쟁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한계에 부딪혔지만, 각급 단위 노조에서 임단투와 최저임금 투쟁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금속노조가 2011년 임금요구안에서 산별 최저임금 요구까지 포괄하는 정액임금인상 요구를 정식화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또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투쟁이 법정 최저임금을 쟁취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경제지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물가 폭등과 교육, 서비스 비용 증가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 임금 인상 요구는 생존의 문제로 아주 절실하다.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쟁취는 투쟁으로만 가능하다

너무 당연하게도 최저임금 선에서 임금이 결정되었던 대학의 청소ㆍ시설ㆍ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은 최저임금에 갇히지 않는 임금인상 쟁취가 가능함을 확인시켜주었다.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은 '먹고 살만한 임금'을 받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경로가 없으며, 단일한 힘을 발휘하는 자본에 비해 요구와 실천을 모아내기 힘들다. 올해 최저임금 투쟁에서 부터 광범위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전체 노동자 공동의 임금인상 투쟁을 기획하자. 최저임금 인상과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유일한 길은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투쟁으로만 가능하다. 노동자간의 단결과 연대를 확대하여 억압과 착취를 끊어 내자는 노동자운동의 기본원칙을 다시 떠올리며, 2011년 최저임금 투쟁을 힘차게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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