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21호 | 2011.06.03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내자

장시간 노동체제와 재벌을 정점으로 한 산업체계의 문제점을 제기하자

정책위원회
5월 18일부터 시작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용역깡패를 동원한 뺑소니 살인미수, 파업 당일 이루어진 공격적 직장폐쇄, 정권의 신속한 공권력 투입, 노조위원장 포함 2명 구속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는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유성기업투쟁을 ‘연봉 7천만원 받는 근로자들의 불법파업’으로 매도하며 ‘노사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상생경제를 반드시 이루자’고 말했다. 이러한 정권과 자본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탄압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한국 제조업 이윤 창출의 핵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들의 경쟁력의 원천은 낮은 시간급과 장시간 노동을 통한 비용절감, 그리고 산업 인프라, 노동관리 등의 국가적 지원이다. 경제위기 이전 2007년을 기준으로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의 경우 연 2,304시간으로 독일(1,350시간)에 비해 1,000시간 정도가 많으며, 선진국 중 노동시간이 길다는 일본(2,072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것은 기본급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경우 입사 9년차의 기본급은 1,234,316원으로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약 5,900원 정도인데, 이는 현재 최저임금 4,320원보다 1,580원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낮은 기본급을 보충하기 위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월 평균 30시간의 연장노동, 80시간의 야간노동, 37시간의 주말특근을 수행한다. 이러한 장시간-야간노동은 1년 6개월 동안 4명의 노동자가 자살하거나 뇌출혈, 급성패혈증 등으로 돌연사하는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한편 유성기업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은 유성기업 사업보고서에 담겨있는 기계설비액과 목표생산량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유성기업의 기계장비가치는 2001년 141억에서 계속된 감가와 투자 부족으로 2010년 103억으로 감소하였다. 반면 목표생산량은 2001년 4,968만개에서 2010년 6,800만개로 증가하였다. 기계장비가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야간노동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바로 이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다. 구체적으로는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으로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교대근무 간 시간을 없앰으로써 야간노동을 철폐하고 잔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 각종 수당을 기본급으로 통합하여 초과노동수당의 비중을 낮출 것을 요구하였다.

자본은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자본은 극한의 노동력 착취라는 이윤 창출방법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6월 2일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금속노조와 한국 간의 짧은 TV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방송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에 따른 생산량 감소분을 설비투자를 통해 해결하자는 금속노조 정책국장의 질의에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 이호성 상무는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국제경쟁 시대에 맞춰 세계적 수요요건에 따른 부침이 심한데 설비투자를 쉽게 결정하고 쉽게 확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기반으로 호황기에는 장시간 노동으로 생산량을 높이고, 경제위기 시에는 노동시간 감소와 연동되는 임금 삭감을 통해 자본의 부담을 줄이는 현재의 전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유성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유성기업은 계열사간 납품 단가 조정을 통해 그룹 내 이익을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분배가 가능하다. 따라서 유성기업 본사만의 매출액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살펴보면 유성기업은 유성기업 본사는 적자를 이루고 있지만 그룹 전체는 2010년 157억 등 매년 100억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유성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1000억원이 넘는다. 결국 언론 보도처럼 적자기업에 유성기업은 적자기업이 아니며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성기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으며, 나아가 이번 기회에 민주노조의 뿌리를 뽑아버리고 착취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자세로 싸움에 임하고 있다.

유성기업투쟁은 자동차산업 전반의 쟁점과 결부되어 있다

한편 지난 기자회견에서 폭로된 노조파괴문건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부품사 차원의 노사관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함이 드러났는데, 이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이 일개 부품사 차원을 넘어서 현대자동차 및 자동차산업 전반의 쟁점과 결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현대자동차 등 한국 재벌들의 수직적 하청구조의 정점에서 국내 부품사에 대한 납품 단가 인하를 단행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가 이전된다는 측면이다. 이는 고스란히 부품사 노동자들의 착취로 이어지게 됨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미 단사 차원의 요구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는 2008년 및 2010년 주간연속2교대제 실시를 노사간 합의하였으나 구체적 논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사측은 생산량 감소를 명분으로 임금 삭감, UPH(시간당 생산대수) 증가, 인력의 전환배치 등 오히려 주간연속2교대제를 기회로 활용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 자본은 부품사 차원의 주간연속2교대제 추진이 현대자동차 노사간 논의에 영향 끼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현대자동차에서 논의 중이며 금속노조 2011년 산별 요구안에도 포함되어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 관철을 위한 투쟁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미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산업의 상품 공급 사슬이 산업 내 노동과정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독점적 공급 지위를 가지는 현대 모비스 등의 부품 계열사를 육성하여 부품사들의 원청 교섭력을 구조적으로 낮추고 있다. 나아가 현대자본은 적시 생산(JIT, Just In Time)을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직서열 생산(JIS, Just In Sequence)을 도입하는데, 이는 적시 생산을 넘어 완성차 조립 라인의 생산 계획에 부품 생산 및 공급 시간과 순서를 일치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사 노동자들의 노동과정 전체가 현대자동차의 생산 계획에 종속되어야 하며, 현대자동차의 개입은 바로 이를 의도한다. 따라서 부품사 노동자들의 교대제와 노동시간 등 노동과정에 대한 요구는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현재 산업 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를 우회할 수 없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에 연대하고 사회적 쟁점을 형성하자

우선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및 진보 진영은 직장폐쇄 속에서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의한 총파업 및 총력투쟁 등 유성투쟁에 대한 공동투쟁을 시급히 조직해야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이 필요하다.
또한 저임금에서 비롯된 장시간-고강도 노동이라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제기한 쟁점이 전체 노동자들의 공동의 문제임을 사회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나아가 유성기업에 개입하고 있는 현대자본을 공세적으로 압박하며, 재벌 중심의 수직적 하청구조와 노동의 위계화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재벌을 통제하기 위한 사회적 방안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서두에 인용한 라디오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상생경제’의 예로 1년 반이 넘게 투쟁하고 있는 경주 발레오를 예로 들었다. ‘노동조합의 상습적 파업’에 폐업 위기에 처한 공장이 ‘노사합의’ 이후 창사 최대인 400억 가까운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민주노조 파괴 이후 만들어진 흑자가 무엇을 통해 가능했는지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들은 차근차근 목을 죄어오고 있다. 이에 맞선 운동세력의 투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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