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33호 | 2011.09.20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자유주의로의 투항으로 기록될 것이다

9월 25일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에 부쳐

정책위원회
민주노동당이 25일 임시당대회를 개최하여 국민참여당을 포함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 방안을 심의, 의결한다. 지난 9월 4일 진보신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조직진로에 대한 최종 승인의 건’이 부결됨에 따라, 대신 5월 31일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동의한 국참당을 통합 대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국참당도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열리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민주노동당과의 신설합당’ 여부를 묻는 당원 총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민주노동당 당대회와 국참당 당원총투표에서 각 안건들이 의결된다면 양당을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이 11월 노동자대회 이전에 건설될 전망이다.


민주노동당의 국참당 끌어들이기

그동안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국참당과의 통합을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지난 7월 10일 국참당이 5.31 연석회의 최종합의문과 부속합의서에 동의한다는 결정을 내린 직후 민주노동당은 국참당을 진보대통합의 대상으로 공식 승인하였다. 이때 ‘국참당과의 통합은 진보신당과의 통합 문제가 일단락된 후 최종 결정한다’고 유보하였지만, 민주노동당은 ‘국참당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참여 문제는 당원 및 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다’는 미명 하에 당내외에서 통합을 정당화하는 작업을 펼쳤다.
일례로 7월 중순경 민주노동당은 <2012년 총선 사업계획> 초초안을 발표했는데, 이 문건은 내년 총선 목표를 ‘원내교섭단체 실현’으로 설정하면서 “정당 지지율 10-15% 가량 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9월 안에 건설할 수 있다면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야권연대’를 강력하게 견인하여 ‘원내교섭단체 구성’ 및 ‘진보적 정권교체’의 강력한 거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즉, 올해 국참당과의 통합을 통해 내년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노골적인 선거공학적 발상인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는 7월 말 ‘진보대통합 관련 민주노동당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민주노동당 당원의 72%가 국참당과의 통합에 대해 찬성하고 2012년 총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 국참당, 진보신당 등이 통합하여 진보대통합 정당이 생길 경우 민주당을 앞지를 수 있다’는 여론기관 설문조사 결과를 통합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금속노조 조합원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국참당 등과의 통합에 대해 57.2%가 찬성한다’는 점을 근거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의도가 순탄하게 관철된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민주노총의 유감 표명이 있었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회의는 6월 13일과 8월 17일에 각각 “진보정당의 통합을 앞둔 엄중한 시기에 국참당과 관련된 논란은 부적절한 것임을 확인한다”, “국참당과 관련된 논의는 진보양당의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참가단체 중 하나인 진보교수연구자모임도 국참당 합류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8월 하순경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양당 협상이 국참당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빈민 3단체도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 무엇보다 지난 8월 28일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에서 ‘국참당을 포함하여 통합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수임기관에 위임’하자는 집행부 원안이 부결되고 대신 ‘진보신당과 합의하였을 시’라는 단서 조항을 둔 수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당내에서도 당권파의 전횡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9월 4일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자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재빨리 국참당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6일 개최된 민주노동당 수임기관전체회의에서는 진보신당(통합파)과 국민참여당 중 누가 우선적인 통합 고려 대상인가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에 격론이 일었다. 하지만 결국 두 안이 애매하게 절충, ‘9월 중 당대회를 개최하여 국참당이 통합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한다’고 결정됐다. 다만 당대회 개최 강행에 대한 반론을 의식하여, 이정희 대표, 장원섭 사무총장,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 안동섭 경기도당위원장, 정성희 최고위원의 대표 발의와 대의원 3분의 1 이상(55.64%)의 동의로 당대회 개최를 공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9월 25일 개최되는 민주노동당 임시대의원대회는 재석 대의원 2/3 이상의 동의로 본안을 의결하게 된다.

국참당 통합의 진정한 쟁점은 수권정당론

지금까지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수권정당화를 위해서 국참당과 같은 개혁세력이 진보적으로 노선 전환한 경우 진보세력의 일부로 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얼마 전까지 차기 대선 범야권 후보 중 수위를 달리던 유시민 대표 개인의 명망성을 흡수하는 동시에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국참당과의 통합을 통해 진보·개혁 세력의 통합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총선에서 민주당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규모를 만들어 최대한 의석을 확보한 뒤, 대선에서 득표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민주당과 제휴, 연립정부를 수립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권파는 유시민 대표 외에는 당조직이 취약한 국참당을 민주노동당이 지닌 조직력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권파는 진보신당과의 양당 통합 형식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국참당 그리고 진보신당 일부가 참여하는 통합정당 건설을 추진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 비당권파는 어떤 입장인가? 비당권파라고 할 때, 이들은 국참당에 비해 진보신당을 우선적 통합 대상으로 고려한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국참당과의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단일한 세력으로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이번 진보신당 당대회 이후 진보신당과의 선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단적으로 그동안 국참당과의 통합에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울산지역 대의원들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요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김성진 최고위원(전 인천시당위원장)도 ‘진보신당과 국참당 중 어느 하나를 배타적으로 선택하도록 강요한다’는 점에서 이번 당대회를 비판하고 있을 따름이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에서 국참당 문제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한 세력은 당내 좌파를 제외하면 권영길, 강기갑 의원 등이다. 이들은 국참당이 연대의 대상일지언정 조직통합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다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당내 여론 분포나 권력 지형을 감안할 때 이번 당대회에서 국참당과의 통합 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국참당과의 통합이나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방침은 특정 정파의 아집이라기보다는 최근 수년간 민주노동당이 추구해온 수권정당 노선의 자연스러운 귀결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주류화와 우경화

2009년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는 <2017년 집권을 위하여 - 집권전략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2008년 분당 이후 당권을 장악한 범 민족해방(NL) 계열의 문제의식을 집약하는 이 문건은, 한편으로 NL 계열이 구래의 ‘자주적 민주정부론’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진보·개혁 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한 단계 발전시켜 ‘집권’으로 상징되는 주류화 전략을 전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분당 이전부터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2012년 집권을 목표로 하는 수권정당’으로 설정했다. 2007년 대선 패배가 분당으로 귀결된 것도 실은 당직·공직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파괴적으로 드러난 결과, 다시 말해 수권정당 노선에 내재한 모순이 폭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동당의 주류화 전략은 양당 구도에서 질식될 수밖에 없는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참당이나 민주당 등과의 계급연합을 적극 추진한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한층 우경화된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의 집권전략은 반신자유주의 세력-반제민족주의 세력-민주평화통일 세력의 진보대연합으로 ‘진보적 발전노선’과 ‘사회복지대혁명’을 통해 ‘민중주체의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10년 초 발표된 <민주노동당 창당 10년 평가와 과제>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여기에서 민주노동당의 당면 과제는 △신자유주의 반대, 민족자주, 6·15정신에 입각한 평화통일 실현을 목표로 하는 통일전선에 봉사하면서 △민중운동·녹색운동·시민운동을 아우르는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하고 △적극적 선거연합을 성사시키는 것으로 제시된다.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노선 전환은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강령 개정에서 극적으로 확인되었다. 우선 민주노동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을 민주당과의 ‘반MB 선거연합’에서 찾았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에서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면서 진보신당과는 선거연합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 “진보신당과의 선거연합은 진보대통합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전략적으로 무의미하고, 또한 당선가능성이 없다면 전술적으로도 무의미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로부터 민주노동당은 ‘제3당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대안권력으로 성장하려면 진보양당을 포함하여 진보적 자유주의자들까지 포괄하는 진보대통합당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도출한다.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단순한 선거연합을 넘어 공동정부 구상을 현실화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어서 2011년에는 강령을 전면 개정하여 당의 이념적 지향을 기존의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로 교체하였다. 이것이 국참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둔 포석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국참당과 야권통합론의 노림수

그렇다면 반대로, 국참당이 민주노동당과 통합하려는 정치적 노림수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삶을 당원의 삶과 당의 정치적 실천을 규율하는 거울로 삼을 것”이라는 정강정책 전문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국참당은 이념·노선적으로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정당이다. 국참당은 민주당을 지역독점 및 권위주의 정치행태에 찌든 ‘폐쇄적 엘리트정당’로 규정하고 진성당원제와 전국정당화, 지역주의 극복을 표방한다. 그런데 국참당 정강정책은 ‘사회통합을 위해 정당 및 정치세력 간 연합을 옹호하고 민주주의와 진보개혁을 위해 정치연합을 선도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유시민 대표가 지난 3월 당대표로 선출된 자리에서 “다른 정당과 어울리고 뒤섞이는 일에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이를 ‘통합의 정치’라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화두라고 일컫는다.
국참당이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독자적인 이념·노선과 조직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야권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국참당 당 조직세가 취약하다는 데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친노의 적통’을 자처하며 창당한 국참당은 사실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을 광범위하게 규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유시민 대표를 제외하고 대중적 명망성을 갖춘 인사들도 없을 뿐더러 국회의원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민주당을 상대로 하는 야권 단일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동시에 이들은 자신의 취약한 조직세를 보충하기 위해 ‘진보적 민주주의’로 이념적 지향을 대폭 우경화한 민주노동당과 통합함으로써 범야권 내에서 민주당의 대항마로 부상하는 것을 목표했다. 이는 수권정당화를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의 이해에도 부합하는 일이었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국참당은 경남 김해에서 자신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당선될 경우 원내에 최초로 진출함과 동시에 ‘친노 영남벨트’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에서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들이 민주당과의 정치협상에서 막판까지 ‘100%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주장, 관철시켰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참당이 ‘당원중심의 대중정당’이라기보다는 ‘선거전문가 정당’ 또는 ‘명망가 정당’에 가까우며, 또한 이들이 주장하는 ‘통합의 정치’가 실제로는 야권의 합종연횡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최근 문재인 이사장,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김두관 경남지사,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 전 집권세력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 내외곽에서 야권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정당의 외곽(‘제3지대’)에서 백지신당을 만든 뒤 여기에 기존 정당 및 정당권 안팎의 정치인이 합류하여 신설합당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정파의 정체성 보장제도(정파등록제)를 통해 진보정당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제1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에 대한 광범위한 민심이반을 흡수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도 야권통합을 통해 정권교체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국참당과의 통합은 민중운동에게 파괴적 효과를 불러올 것

이렇듯 현재 민주당·국참당 및 그 외곽에 산재한 전 집권세력은 다가올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반한나라당 야권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민중운동의 일부를 적극 포섭하려 하고 있다. 이념·노선·정파를 초월하여 한나라당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다면 민생과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인민주의적 정치행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국참당과의 통합을 통해 보수-중도개혁-진보 3정립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주체적 환상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현실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민중운동에게 지극히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선 국참당과의 통합은 민주노동당이 최소한 견지하고 있던 운동정당으로서의 성격을 급격히 약화시킬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참당과의 통합을 계기로 수권정당으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화하여 일상 활동의 무게중심을 선거와 원내 정치로 대거 이동할 것이다. 특히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연립정부 구성에 몰두할 경우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전면적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계급타협 속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침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이념 및 노선의 우경화와 선거정치의 빌미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과 국참당의 통합 및 연립정부 노선을 지지한다면, 이는 향후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미국식 자-로(自勞, lib-lab) 공조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의 다수를 점하는 한 정파는 숫제 ‘집권을 위한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최근 민주노총 중앙위에서 통과된 사업계획은 2012년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명시하였고 이는 다가올 노동자대회에서 공식 제안될 예정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현 정세에서 민주노동당이 만에 하나 연립정부에 참여할 경우, 이는 민주노동당과 그로 표상되는 민중운동이 집권세력의 정치적 책임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사정을 감안할 때, 국참당과의 통합은 단순한 득표율 및 원내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실리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 국참당과의 통합은 민주노동당 자신은 물론 민주노동당으로 표상되는 민중운동 주류의 대대적인 노선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는 또한 자유주의 세력과 이념적·조직적으로 분별 정립하려던 진보정당 및 정치세력화 운동이 쇠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진보정당의 우경화와 선거정치의 악순환은 사실 1990년대 이후 일체의 진보정당 운동이 처했던 공통적 경향이었다. 정당의 대중적 토대의 취약성은 당의 우경화를 낳지만, 그러한 우경화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의 패배는 자명한 사실이 된다. 선거 패배는 당 역량의 한계로 환원되어 정당 통합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대중운동의 진출이 동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안은 결코 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그 결과 ‘진보정당’은 조직적 혹은 개인적으로 기존 정당에 흡수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부침 속에서 정작 정당의 대중적 기초를 형성하려는 공세적 계획은 체계적으로 누락되곤 했다.

민주노총은 국민참여당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이전에 존재하던 여타 진보정당과 다른 점은 민주노총이나 전농 등 대중조직의 조직적 결의에 따라 건설되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점 때문에 지금 민주노동당과 국참당의 통합은 대중조직 내부의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대중운동의 우경화를 동반할 우려가 크다. 전농은 국참당 유시민 대표의 ‘한미 FTA 사과’ 발언 당시 그 해석을 둘러싸고 이미 한 차례 논란을 겪은 바 있다. 8월까지 산별대표자회의 결정을 통해 진보정당 간 통합에 좀 더 무게를 실었던 민주노총도 애매한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 민주노총은 9월 8일 열린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5·31 최종합의문>과 <8·27 새통추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문>이 여전히 유효하며 진보대통합운동은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한 대다수 대표자가 민주노동당이 국참당 문제를 9월 당대회에 상정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것은 진보신당 당대회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참당 논란 유감’ 입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당초 19일에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정치방침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 회의를 당대회 불과 이틀 전인 23일로 연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총 집행부가 배타적 지지 관계를 맺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대회에 앞서 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것도 원안과 배치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주류 세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역행하는 중대한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나 노동법 개정 등 핵심 이슈에서 민주당보다도 더 완강하게 참여정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참당을 정당 통합 대상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다.
민주노총 중집이 지금까지 견지해 온 입장을 일정 부분 후퇴시키거나 분명한 결정을 유보하고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국참당과의 통합안이 통과될 경우, 이는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가 되어 민주노총에 돌아올 것이다. 산별대표자회의와 같은 공식 체계는 물론 수많은 활동가들이 국참당과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중집이 분명한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향후에 민주노총은 대단히 심각한 내홍을 겪게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계급연합을 상징하는 국참당과의 통합을 민주노총이 수수방관한다면 이는 자신의 정치적·조직적 기초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민주노총 중집은 민주노동당과 국참당의 통합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국참당과 통합을 결정한다면 배타적 지지 방침을 철회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민주노총의 분명한 의사 표명은 향후 자신의 계급적 정체성을 방어하고 조직 내 분란을 방지하는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아울러 민주노동당이 아닌 다른 진보정당을 지지하거나 진보정당 운동에 비판적인 민주노총 활동가들에게도 호소한다. 민주노동당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더라도 민주노총 내부에서 국참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여론을 확산하자. 민주노동당과 국참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만으로 정치세력화 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국참당과의 통합 이후에는 정치세력화 본연의 문제의식조차 대거 유실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세계 노동자운동의 역사에서 노총이 자유주의 정당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급진성을 상실하는 결정적 계기였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만에 하나 민주노동당과 국참당의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변경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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