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41호 | 2011.11.10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민주당과 야권연대에 의존하는 안이함을 떨쳐내자!

한미FTA투쟁은 노동자 민중의 힘으로!

정책위원회
대중적인 촛불집회의 확산, 주춤하는 한나라당

지난 11월 3일 본회의가 무산된 이후 한미FTA저지 투쟁은 대중적인 촛불시위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수천 명의 시민 학생들이 연일 촛불집회에 운집하고, 트위터와 SNS온라인 여론은 한미FTA 반대여론으로 뜨겁다. 민심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날치기 드라이브 역시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10일 본회의도 오늘 오전에 급하게 연기되었다.
이런 가운데 공안당국은 11월 6일 갑자기 위헌으로 폐지된 ‘허위사실 유포죄’를 거론하면서 이른바 ‘FTA괴담 유포자’ 구속수사방침을 천명하고, 고루한 색깔론을 들먹이는 등 이 정권의 궁색한 심경을 그대로 표출했다. 서울시장 선거패배로 입은 한나라당과 정권의 상처가 한미FTA 강행처리 불발로 조금 더 벌어진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상처가 치명상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20여명의 문제제기가 크게 보도되었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근본적인 반성이나 분명한 정책적 내용이 없다. 그저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효과적인 국면전환 해법을 촉구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다음 주내로 어떤 식으로건 당 쇄신안 논의를 봉합하고, 내부를 단도리 한 뒤에 다시 한 번 몰아칠 것이다. 연내 한미FTA 비준안처리라는 이명박 정권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의 절충론

오히려 불안하기 짝이 없는 쪽은 민주당이다. 김진표 원내대표와 김동철 외통위 간사 등 FTA관련 논의를 도맡은 책임자급 의원들이 그제 또다시 'ISD절충 조건부 FTA비준 찬성안’을 주장하면서, 소속 의원 45명의 연서명을 받았다. 이 안은 지난 10월 3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미 한차례 부결된 바 있는 안으로, 한미FTA는 일단 체결하고, ISD만 따로 협상하자는 말도 안되는 내용이다. 비록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까지는 이들의 주장이 당론과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31일 이후 민주당의 비준반대 당론이 'ISD만 없으면 비준할 수 있다'는 타협안으로 이미 후퇴했다는 점, 이번에는 김진표 원내대표의 독단적인 물밑협상이 아니라 당내 여론수렴을 거친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이들 조건부 비준찬성파의 당내 영향력은 점차로 커지는 추세다.

야권연합의 기회비용

대중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한미FTA 반대 여론을 넓혀가는 것은 중요한 발전이다.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미FTA의 부당성과 반민중성을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한미FTA투쟁의 폭이 넓어질수록 점점 더 ‘야권연합’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한미FTA투쟁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하루라도 국회비준을 더 미루고 막는 것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설령 그런 이유라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흔들리는 민주당이 한미FTA비준안 처리를 국회 안에서 언제까지고 막아줄 리도 만무하다. 더욱이 그들이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어느 정도 늦추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정치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이란 간단하다. 한미FTA투쟁의 성격과 의미가 그만큼 퇴색되는 것이다. 또 정치적으로 그것은 야권통합이나 (2012년 총대선)연대 강화라는 정치적 비용으로 청구될 것이다.

한미FTA투쟁은 남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둘러싼 총체적 투쟁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1월 5일 촛불집회에 연사로 나와서 “한미FTA가 이렇게 불공정한 무역협정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예전엔 미처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이제 이점을 깨우치게 되어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FTA는 불공정한 무역협정일 뿐만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소유권을 절대시하는 투자협정이라는 점이 더 중요하다. 한미FTA는 단순히 한국과 미국 양국 간의 국가이익이 아니라 계급이익을 둘러싼 계급투쟁이 그 본질이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은 여전히 선진통상국가론을 당론으로 유지하면서, 불공정한 무역협정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FTA반대전선에 선 것이다.
유시민 대표보다 훨씬 헌신적인 원내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 또한 근본 인식은 비슷하다. 그는 요즘 들어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지난주 어느 날인가 그는 외통위 한나라당의원들을 향해 “이완용이 되고 싶냐”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어느 한나라당 의원이 이렇게 받아 쳤다. “그럼 당신은 흥선대원군이냐”고 말이다. 정동영 의원의 한미FTA는 국가이익을 훼손하는 불평등조약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에피소드는 그가 반자본주의적인 대안보다는 불평등협정을 바로잡는 것이 현실 가능한 투쟁수위라고 판단한 결과다.
한미FTA는 남한자본주의의 미래를 둘러싼 계급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노동자민중운동 세력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지 못하고, 자유주의 야당에게 투쟁을 의존한다면 스스로의 정치적 전망은 점점 더 불투명해 질 것이다. 한미FTA투쟁을 외주화한 댓가로 말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한미FTA투쟁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히 재인식하고, 그 투쟁에 걸 맞는 대응태세를 갖추도록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국회 일정이 아니라 대중투쟁의 확대가 중요하다

11월 10일 예정되었던 본회의를 당일 오전에 급히 취소하면서 한나라당이 밝힌 다음 본회의 일정은 11월 24일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미FTA비준안 처리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라도 그들은 날치기 처리의 부담을 덜기위해서 외통위 표결처리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독처리를 불사하거나 민주당 타협파들이 더 지치기를 기다리는 양면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물론 본회의를 기습적으로 열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본회의 산회를 정식으로 결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는 어떤 날이라도 열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알 수 없는 속내를 추측하고 그들의 뒤를 ?는 식으로는 우리만 지칠 뿐이다. 세세한 국회 의사일정을 따지기 보다는, 국회 밖의 대중투쟁을 줄기차게 확대해내는 길만이 한미FTA 저지의 길이다. 그럼으로써 한나라당이 감히 날치기를 감행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묶어놓아야 한다. 지배 정치체제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날치기 처리의 정치적 부담을 극대화해야 한다.

깨알 같은 실천과 과감한 노동자대중투쟁으로 계급투쟁의 전세를 바꿔내자

무엇보다도 전국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조직적인 한미FTA저지 노동자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관건이다. 시민 촛불이 한미FTA 반대 여론을 확산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한미FTA투쟁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을 응원하면서 하루하루를 맘 조릴 뿐이다. 잘해야 공정한 무역, 좀 더 정상적인 대미관계를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노동자대오의 적극적인 결합을 통해 이러한 투쟁의 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초민족적 자본의 권리장전인 한미FTA를 폐기시키자. 그 길 뿐이다.
다행히 민주노총이 지난 8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미FTA 총력투쟁과, 날치기 처리시 전조직적인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했다. 이러한 중집의 결정이 단순히 상급단체 결정 공문으로 하급단체 팩스에 꽂히는 형식적인 의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대중운동이 확산되도록 현장의 실천을 조직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미FTA저지투쟁의 1주일, 2주일여의 시간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의 '긴 병'이 되지 않도록 분발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에게 특히,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주체를 자임하고자 하는 각급 단위 조직과 활동가들과 함께 한미FTA의 부당성을 알려내자. 이것이 단지 국익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 우리 민중생존의 구체적인 문제들과 직결된 ‘노동자계급 자신의 문제’라는 동의와 참여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차라리 빨리 처리되기'를 바라는 '긴 병에 지친 효자'들이 늘어날 것이고, 지친 투쟁대오는 점점 더 민주당과 야권연대에 의지하는 나태함에 빠지게 될 것이고, 이명박은 그 기회를 독사처럼 물것이다. 노동자 대중투쟁을 중심으로 더 강하고, 끈질기게 싸워내는 것만이 한미FTA를 막아내고 이후 계급투쟁의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다.

주제어
정치 경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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