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69호 | 2012.06.07

진짜 사용자, 16개 시도 교육감은 즉각 교섭에 나서라!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단협 쟁취 투쟁 승리하자

정책위원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육감 직고용, 호봉제 도입, 정규직과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적용, 전 직종 고용안정”이라는 요구를 걸고, 16개 시도 교육감을 상대로 첫 임단협 쟁취 투쟁에 나섰다. 학교 단위에서 학교장과의 개별교섭이 이루어진 몇몇 사례가 있었지만,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집단적이고 전국적인 교섭요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뭉쳤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섭요구 투쟁에 나선 것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을 바꿔내기 위해서다. 학생 수 감소와 예산부족을 이유로 매년 해고의 위험에 부딪히고, 각종 접대와 관리자의 사적인 업무지시에 시달리며, 임금은 공무원이나 교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한 호봉과 상여금이 지급되는 공무원, 교사와 달리 단일 연봉체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오래 일할수록 공무원, 교사와의 임금 격차에 따른 박탈감만 더욱 커진다. 게다가 ‘학교장의 말이 곧 법’인 학교에서는 근로기준법 위반과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판을 치기도 한다.
이번 교섭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종 및 업무의 다양성과 개별화되어 있는 현장의 조건을 넘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일한 요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복수로 존재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들도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전체의 단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나가는 중이다. 교섭투쟁을 앞두고 공공운수노조(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지역지부 학비지회)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그리고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구성하여 공동투쟁 결의를 모았다. 공동협약서를 만들어 투쟁의 기본원칙에 대해 합의하고, 세 조직 교섭위원들의 전국 공동연수를 추진하는 등 합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교육감이 진짜 사용자다! 즉각 교섭에 응하라!

그동안 교육청에서는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가 개별 학교장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학교장은 독자적인 예산 확보와 고용유지 능력이 없어 사용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조건이다. 교과부는 교육청에게, 교육청은 다시 학교장에게 책임을 전가해왔을 뿐이다.
이번 교섭투쟁은 지난 2월 7일 고용노동부가 전남교육청에 ‘각 시도 교육감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와 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다. 고용노동부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를 시도 교육감으로 규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대회의는 4월 4일 16개 시도 교육청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내고 본격적인 임단협 투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청은 교육감 사용자성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인 교섭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무시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서울, 강원, 경기에서는 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대한 행정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기만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교섭은 정부와 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을 양산하여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을 강요한 책임을 인정하게 만드는 투쟁이다.

교육기관에서부터 불안정노동 철폐하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역별 교섭요구 투쟁을 전개하는 동시에, 교육감 직고용 조례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미 진보 교육감이 있는 강원, 경기, 전남, 광주에서부터 교육감 직접고용을 쟁취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에 힘입어 전 지역에서 교육감 직고용 조례제정 운동이 다시 불붙고 있다. 교육청의 처분을 가만히 앉아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또한 시․도교육청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원에 대한 정원책정 권한을 교육감에게 부여하는 교과부의 입법예고, 교원행정업무경감을 위한 학교비정규직 직종 통폐합 등에 대한 대응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교과부의 이번 계획은 현행 표준정원제를 총액인건비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전 직종, 비무기계약자들까지 정원규정 내에 포괄해내는 투쟁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올 해 제대로 싸우지 못하면 일부 직종에 대한 대규모의 구조조정이나 외주화까지도 마주해야 할지 모른다.
이 외에도 서울 야간감시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위반 문제 해결 싸움, 대구 사서 400명의 집단해고 싸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는 영양사들의 싸움 등 현안에 대한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원칙 있는 단결투쟁, 지역 연대투쟁으로 승리하자!

연대회의 공동운영위원회는 6월 중순경 조정신청을 제출하고, 6월 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하반기에는 전국적인 단체행동에 돌입할 수도 있다. 6월 23일 교과부 앞에서 진행될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결의대회는 이 같은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다.
만약 실제로 파업이 조직될 경우, 그 파장이 얼마나 클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학교급식에 차질이 올 것이고, 교무와 행정업무가 마비될 것이며, 교사들도 수업진행의 어려움을 호소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보수단체 그리고 언론에서는 즉각적인 여론 공세에 들어갈 것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체 역량만으로 버티기에는 쉽지 않은 싸움이다. 각 학교별로 산개되어 있고, 직종별로 다양한 조건에 놓인 학교비정규직의 특성상 대규모 파업 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압력이나 회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급격하게 조직률이 증가한 데 비해 실제 학교 현장에서의 대응력이나 조직력이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현장에서의 싸움은 일정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때문에 교섭투쟁의 중심이 될 연대회의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모아내고 대정부 투쟁전선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조직편제를 둘러싼 그 동안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공동교섭단을 구성한 것은 매우 소중한 성과다. 그러나 이제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 연대회의 내외에서 자조직의 이해만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여전히 크고 작은 갈등을 만들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서울 일반노조가 연대회의 참여를 거부하고 단독 교섭을 추진하면서 민주노조 공동투쟁의 의미를 훼손하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근거 없는 타 노조 비방, 조합원 빼가기 등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과도한 조직화 경쟁과 무원칙한 관행으로 인해 공동투쟁이 와해되지 않도록 단결과 연대라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 속에 연대회의를 현명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총연맹과 지역본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끌어내고, 폭넓은 연대투쟁을 조직하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싸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자.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첫 단체행동에 나설 신규 노조의 투쟁을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점차 확대 강화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전선에 새로운 힘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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