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583호 | 2012.09.27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된 쌍용차 정리해고, 국정조사와 원상회복이 필요하다

쌍용차 청문회의 쟁점과 의미

정책위원회
여야 모두 인정한 잘못된 정리해고

9월 20일 쌍용차 청문회가 끝났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쌍용차지부와 범대위가 제기한 의혹들 대부분이 진실이었음이 드러났다. 정리해고의 이유였던 유동성위기, 재무구조 악화, 생산성 문제 등이 모두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쌍용차 정리해고의 문제점은 야당 의원들만 제기한 것이 아니었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 의원들마저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을 인정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쌍용차 정리해고가 그 시작부터 8.6 합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물론 모든 의혹이 해명된 것은 아니다. 쌍용차가 회생관리에 들어가기까지 핵심 역할을 한 박영태 전 법정관리인, 최형탁 전 사장은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회계부정을 주도한 안진회계법인은 모든 책임을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은 당시 회사 책임자에 떠넘겼으며, 구조조정안을 작성한 삼정KPMG는 중요한 자료들을 회사 측에서 받은 자료로 썼다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한 마디로 당시 사기극은 모두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은 두 사람이 모두 했다는 것이다. 정말 치졸한 행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현재 공장 밖으로 내밀린 정리해고자, 무급휴직자 만의 일이 아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는 한국의 정리해고 제도가 얼마나 사용자에 의해 막무가내로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이자,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로 인한 피해를 정부와 자본이 어떻게 노동자에게 떠넘기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해결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일일 수밖에 없다.

기획 부도: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상하이차의 기술유출 후 의도적 철수

이번 청문회를 통해 쌍용차지부와 범대위가 수년째 제기해왔던 의혹이 진실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 대외비 문서는 쌍용차 부도의 원인이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기술 유출 이후 대주주 상하이차의 철수라는 것을 정부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는 이미 당시 정황만 봐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쌍용차는 상하이차에 800억 원 넘는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중국은행과 중국공상은행에 2천4백억 원 상당의 신용도 가지고 있었다. 이 모든 신용에도 불구하고 1월말 만기 어음 920억 원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법원은 정리해고에 대해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회사의 도산이라는 위기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경영상의 선택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정리해고가 적법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제 그 기본 전제가 무너진 셈이다.
2008년 말 쌍용차는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경영위기가 아니었고, 기술 유출 목적을 달성한 대주주의 철수로 인한 경영위기 상태였다. 즉 위기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정리해고가 아니라, 기술 유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었다.

쌍용차 자본 철수와 구조조정 명분을 만들기 위한 회계 부정

쌍용차 정리해고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재무구조 악화였다. 재무구조 악화는 크게 두 가지를 지칭하는데 하나는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고, 다른 하나는 유동비율(1년 내 갚아야 할 부채 대비 1년 내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이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밝혀진 바는 부채비율, 유동비율 모두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부채비율이 2007년 말 150%에서 2008년 말 561%로 급증한 것은 5천2백억 원의 손상차손(유형자산 감액)으로 인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회계기준을 위반해 고의적으로 부풀려졌다는 점이 드러났다.
회계조작은 크게 두 가지 단계를 통해 이뤄졌다.
첫 번째 단계는 순매각가를 무시한 것이다. 기업회계 기준에는 건물, 구축물, 기계, 공구 등의 유형자산을 평가할 때 그 자산을 이용해 벌어들일 수 있는 미래의 현금(사용가치)과 그 자산을 매각해 벌 수 있는 현금(순매각가) 중 큰 액수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 순매각가는 한국감정원의 감정가액을, 사용가치는 회사가 예상하는 미래 매출액과 비용을 사용한다. 그런데 쌍용차는 2008년 말에 순매각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용가치만으로 손상차손을 계산했다. 쌍용차의 설비는 매각 시 고철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계산할 필요도 없이 0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3월 10일 제출된 한국감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와 안진회계가 고철덩어리라고 가정한 건물, 구축물, 기계는 6천7백억 원에 이른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최종석 회계사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의 감정가액은 당시 순매각가 산정에 있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자료였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순매각가를 0원으로 가정한 이후, 회계조작의 두 번째 단계가 이루어졌다. 경영진 재량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리고 줄일 수 있는 사용가치를 이용해 자산을 마구잡이로 감액하는 것이다.
우선 비상식적인 차종 단종 계획을 수립해, 미래에 자산을 이용해 벌 수 있는 돈(사용가치)을 대폭 줄였다. 사측은 당시 지금도 생산 중인 액티언, 카이런, 렉스턴을 2010년 12월(액티언은 2009년 8월)까지 단종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사용가치를 낮췄다. 신차 투입 계획이 불명확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차종들을 단종시킨다는 계획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세 차종은 단종 시점 이후에도 2008년 한 해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생산되고 있다. 만약 쌍용차가 가진 당시 설비를 이용해 현재까지 생산 중인 차들을 감안했다면 사용가치 액수가 크게 높아졌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회계부정이 없었다면 쌍용차의 구조조정 전 재무구조는 우리가 아는 그것과는 상당히 달라진다. 재무구조 평가의 가장 대표적 지표인 부채비율은 150% 내외가 되었을 것이며, 유동비율 악화도 다른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유동비율이 100% 미만으로 유동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부채비율이 이렇게 낮다면 신규 차입 등에 대한 대안이 검토되었을 것이다. 부채비율이 500% 이상으로 치솟은 상태였기 때문에 유동비율 역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정KPMG는 바로 이 재무구조를 구조조정의 근거로 삼았다. 2009년 초 언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채비율이 부도 기업 수준이고, 유동비율도 문제니 당연히 구조조정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회계조작이 필요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막무가내 법정관리와 인력 조정안

법정관리 기간에도 갖가지 부정이 발생했다. 상하이차 철수 이후 법정관리 기간 중 법정관리인, 회계법인, 정부가 오직 정리해고라는 목표만을 위해 갖가지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 청문회에서 밝혀졌다.
법정관리 기간 중 발생한 부정은 크게 보면 법정관리인이 자산 실사가를 숨긴 채 회사 부실을 부풀린 것과 삼정KPMG가 부정회계 자료와 왜곡된 생산성 지표를 가지고 2,646명의 인력 구조조정안을 작성한 것이다.
우선 당시 법정관리인 이유일과 박영태는 2월 6일 법정관리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재무 현황 평가를 법원으로부터 명령받았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한국감정원에 감정평가서를 의뢰, 3월 10일 보고서를 받았다. 하지만 법정관리인은 8개 유형자산 항목 중 4개 항목에 관해서만 감정을 의뢰했다. 이른바 범용자산이라 불리는 차량운반구, 공구와 기구, 비품 등에 대해서 감정을 의뢰하지 않은 것인데, 이 항목들은 쌍용차가 법정관리 이전에 안진회계와 함께 0원으로 가정했지만 2012년 9월 금감원이 회계법 위반으로 판정한 것들이다. 범용자산들에 대해 임의로 가격을 매기기 위한 편법일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이는 일반 회계 기준에 맞추어 재산을 평가하도록 한 회생법 위반이다.
더욱 큰 부정은 그 다음이다. 법정관리인은 조사위원(삼일회계)이 선임되었다는 이유로 한국감정원 감정가액을 사실상 5월 중순까지 묻어두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2009년 1월부터 5월까지 이로 인해 쌍용자동차의 공식 자산은 안진회계가 감사한 회계자료밖에 없게 되었다. 손상차손으로 인한 부채비율 561%와 당기순손실 7,096억 원이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한 이 기간의 유일한 회계자료로 쓰인 것이다. 삼정KPMG는 보고서 곳곳에서 쌍용차 구조조정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쌍용차와 안진회계가 만들어 놓은 부채비율과 당기순손실을 근거로 삼았다.
삼정KPMG는 부정회계 자료를 근거로 인력 구조조정 중심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유일 법정관리인의 청문회 증언에 따르면 이 자료 역시 별도로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일회계법인(법원 조사위원)이 계속기업가치 산정의 유일한 준거로 삼은 삼정KPMG의 2,464명 구조조정안은 사실상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만 오고간 것이다. 이는 회생법의 법적 허점이기도 한데, 결국 상하이차 먹튀 및 매각 관련 업무를 이해당사자들끼리 처리한 꼴이다. 상하이에서 매우 크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 딜로이트(안진회계), 마힌드라 매각 당시 쌍용차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삼정KPMG, 2004년 쌍용차의 상하이차 매각 당시 매각주관사였던 삼일회계법인 사이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삼정KPMG의 구조조정 인력 산정안 역시 사실상 막무가내였다. 2,646명 인력 구조조정 중 2,185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 생산 부분 구조조정은 쌍용차의 차당 생산시간(HPV, Hours Per Vehicle)과 동종 업체 차당 생산시간 간 비교에 근거해 이뤄졌다. 청문회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삼정KPMG가 생산부분 구조조정안의 첫 페이지에 서술한 동종업체 HPV 비교는 마치 하버리포트(세계적 자동차 생산성 비교 리포트)에서 작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쌍용차 사측이 제공한 자료였다. 쌍용차 HPV가 81로 높으니 동종업체 수준인 30까지 낮추어야 한다며 2,185명을 해고했는데, 이 수치 자체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다.(참고로 인용한 수치 또한 보고서 원본과 다르다.)
또한 자동차산업 전문가 자격의 참고인으로 참석한 정병기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비교 자체도 무의미한 것이었다. 대형 SUV를 만드는 쌍용차와 소형차부터 중형차까지 생산하는 타업체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모듈화 비율, 자동화 비율 등의 생산공정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정KPMG는 구조조정 인원 산정과 HPV는 직접적 상관이 없다며 무리한 인력 산정 기준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려 했으나, 삼정KPMG의 보고서를 보면 이 또한 거짓말임이 바로 드러난다. 삼정KPMG는 잉여인력 산정의 기준을 모답스로 계산했다고 하는데, 모답스는 하나 하나의 작업을 동작 별 시간으로 계산해 공정 당 소요 시간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결국 모답스로 측정한 공정당 작업 시간의 총합이 총노동시간이다. HPV계산에서 사용하는 총노동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정KPMG가 계산한 적정인원 계산식은 결국 삼정KPMG가 모답스 등을 이용해 설정한 필요 총노동시간을 삼정KPMG가 예상한 판매대수로 나누어 계산한 HPV가 30 정도가 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적정인원을 계산했다. 그리고 현인원에서 적정인원을 뺀 것이 잉여인력, 즉 구조조정 인원이다. 삼정KPMG는 HPV가 직접 사용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법정관리 기간에 법정관리인과 조사인의 모호한 권한을 이용해 법정관리인은 실제 자산가를 숨기고 안진회계의 부정 회계 자료를 가지고 구조조정의 근거를 만들었다. 그리고 삼정KPMG는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구조조정 근거로 삼고, 수치의 신뢰성도, 방법의 적절성도 없는 HPV를 가지고 생산부분 인력 조정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조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이에 대한 적정한 평가 없이 삼정KPMG의 구조조정안을 유일무이한 회생안으로 전제하여 회생계획안을 평가했다.

마힌드라의 협박, 결국 국정조사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청문회가 끝난 후 마힌드라는 자신들이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해고자를 재고용해야 하는 조건은 없었다며, 국정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경영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이러한 협박은 왜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더 말해준다. 상하이차가 먹튀를 종결하기 전 한국정부에 대해 협박했던 내용을 떠올려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현재 마힌드라는 인수대금 이외에는 한국에 단 1원도 투자하지 않은 채 쌍용차 자체 자금으로 투자한 기술은 철저히 공유하는 경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차와 단 한치도 다르지 않다. 국정조사를 통해 쌍용차가 어떻게 상하이차로부터 기술만 빼앗긴 채 구조조정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상하이차 먹튀 사태는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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