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607호 | 2013.04.03

국민연금, 폐지가 아니라 강화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연금개악에 맞선 투쟁을 준비하자!

정책위원회
“2060년에 기금바닥, 앞길 캄캄한 국민연금”, “국민연금 2060년 고갈, 소진되면 바로 걷어서 바로 지급” 지난 3월 28일 주요 언론들은 국민연금 3차 재정추계 결과를 이렇게 보도했다. 기금고갈 문제는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2003년부터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하고 있는데, 이번 추계결과는 지난 2008년 2차 재정추계와 유사하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를 단편적으로 접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보건복지부는 기금이 고갈된다고 연금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부과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므로 연금은 계속 국가가 보장한다고 밝혔다. 부과방식이란 그 해 연금 지출에 필요한 만큼 그 해에 가입자로부터 보험료를 걷는 방식이다. 실제 독일 등 다수의 선진국들은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고갈시기를 연장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연금 수급 연령을 늦추자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주장 역시 국민연금 가입자로 하여금 자신이 낸 만큼 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게 만든다. 급기야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를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는 장기 재정 추계를 토대로 올해 하반기 국민연금 장기운영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약화하는 방향의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서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그렇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은 몇몇 한계에도 불구하고 보장성과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그 어떤 사적연금보다 좋은 제도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으로 폐지 운운할 때가 아니라, 개악을 막고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을 준비할 때다.

2010년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

은폐된 사각지대

정부의 3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는 보험료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서 재정은 흑자다. 기금의 투자 수익까지 합치면 2044년까지 매년 흑자다. 그 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서 기금이 소진되기 시작한다. 재정추계는 고령화를 가정하고 있는데,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가입자는 줄고 연금 수급자는 늘어난다. 기금고갈론은 고령화를 주요 문제로 제시하면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을 장기적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국민연금의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저출산‧고령화 문제만을 주로 고려한 것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안정적인 고용조건 속에서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 더 많은 연금 수입이 가능하다. 2011년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중 65.1%만이, 비정규직의 경우 38.2%만이 국민연금에 직장가입자로 가입되어 있다. 또한 자본은 현재 직장가입자 보험료의 절반을 분담하는데 이 비율 역시 각 국가마다 계급역관계에 따라 다르다. 인구비율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다양한 조건이 연금의 재정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기금고갈론자들은 국민연금의 개혁을 논의할 때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사각지대 문제를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1%로 OECD 국가 중 1위이고 OECD평균의 3배가 넘는다. 노후소득보장체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기금 고갈만을 전제로 한 연금 개혁의 결론은 국민연금의 개악이다.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방향으로 제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국민연금 고유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본말전도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사각지대 완화를 위한 과제

그렇다면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기초연금은 사각지대의 문제를 보완해준다. 조세를 재원으로 해서 기여와 상관없이 일정 자격의 대상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연금을 제공한다면 소득재분배의 기능과 최소한의 노후 안전망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용돈도 안 되는 수준의 기초노령연금은 실질적으로 그러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적정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기초연금이 필요하다.
또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다양한 장치들 역시 주목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소득재분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자신의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중이 높아진다(표1 참고). 규모가 작고 한계도 있지만 보험료 지원 사업도 하고 있고, 자녀 출산 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연금에 일정기간 가입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크레디트 제도도 존재한다. 이는 사적연금제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사각지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동시 강화를 당면 요구로 제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일-가사 이중부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안전하고 건강한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 등이 사각지대의 해결책이자 국민연금 수입 향상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에 더 부합한다. 이렇게 건강한 노동시장의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와 재원부담의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국민연금을 위협하는 국민행복연금의 모순

올 하반기 박근혜 정부는 연금제도 개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기초연금(국민행복연금) 계획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재 수급자인 소득 하위 70% 노인들의 경우 국민연금 미가입자는 약속대로 약 10만원의 연금을 추가로 받는다. 그러나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4-10만원으로 차등지급한다. 또한 소득 상위 30% 노인의 경우 국민연금 미가입자에게 4만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는 4-10만원을 차등지급한다.
핵심적 문제점은 소득 하위 70% 노인일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기초연금액을 상대적으로 더 적게 받도록 설계된 점이다. 여기에는 전반적으로 기초연금의 급여를 인상하되 국민연금 급여를 축소하려는 논리가 숨어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가난한 노인과 국민연금에 가입한 가난한 노인의 이해관계가 나눠진다.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겐 국민연금을 탈퇴할 동기가 더 커진다.
또한 개편안은 소득 상위 30%의 부자 노인에게는 오히려 국민연금에 가입할수록 더 많은 기초 연금을 지급하려고 한다. 이것은 소득 상위 30% 노인들은 오히려 더 가입시키게 만드는 역차별적인 제도다. 또한 이 설계가 국민연금의 소득비례기능을 더 강화하려는 방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안은 국민연금과 사적연금의 차별성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사적 연금 가입 유인을 높인다.
노무현 정부 시기 국민연금 개악은 노후소득보장체계를 다층화해서 고령화로 인한 재정적 위험을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향후 노동자들의 노후 연금 소득은 기초연금, 국민연금, 회사가 가입한 퇴직연금, 개인이 가입한 연금보험에서 나오는 급여들의 총합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노동자들을 소득 수준에 따라 분할시킨다. 고소득층은 사적연금의 급여가 주요 소득이 되고, 중간층은 국민연금이, 저소득층은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현금 급여가 주요 소득이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보다 많은 개인적 대비를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각종 금융투자상품의 소비자가 된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금융자본만 배불려주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노후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연금 개악에 맞선 투쟁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3차 재정추계를 바탕으로 올 한해 국민연금의 개혁방향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연금 방안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방향은 소득재분배를 약화시키고, 사적연금을 확대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국민연금 축소시도나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맞서 적절한 노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를 요구해야 한다. 2028년까지 기초연금을 인상하기로 한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국민연금의 급여 삭감을 멈추라는 요구를 선제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또한 보험료 지원, 가입기간인정제도 등 사각지대 완화방안의 실질적 확대도 요구해야 한다.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수익률만을 목표로 하는 연기금 운용 방안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기금을 적립하고 있고 앞으로 더 증가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금이 수익률만을 목표로 노동탄압 기업인 이랜드에 투자되고, 용산 개발과 같이 위험성이 큰 사업에도 투자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개편방향으로 제시되는 연기금 운용의 투명성, 독립성에 대한 강조는 금융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포섭될 위험이 있다. 공공인프라 투자의 확대와 같은 연기금 운용의 민중적 대안을 주장해야 한다.

주제어
경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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