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브리핑으로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은 문재인정부의 전반적인 주거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담은 것으로, 당초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9월 중 공개 예정이었으나 약 3개월가량 미뤄진 오늘에서야 발표되었다. 긴 시간 기다린 끝에 확인한 주거복지 로드맵의 내용은 다소 실망스럽다.
 
주거복지 로드맵은 서두에서 그간의 주거복지정책에 대한 평가에서 민간임대차 시장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공적 규율 대상보다는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보고, 임차인 보호에 있어서도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이 부진하고, 임대차 정책 수립을 지원할 수 있는 통계 인프라와 임차인의 권리보호 장치가 미흡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렇듯 민간임대차시장의 취약성을 심각하게 진단하면서도 이번 로드맵에 민간임대차시장에 대한 통제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출된 주거복지 로드맵은 세부 내용에서도 몇 가지 문제점들이 보인다.
 
우선 전월세상한제 등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규제책이 부재하여 주택정책으로서 공공성이 미약하다. 주거복지 로드맵 서두에서는 30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주택보다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에 치중한 것에 대해 기존 주거정책의 공공성이 약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거복지 로드맵의 주요 과제에서는 분양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어 모순적인 형국이다. 주택 소유에 대한 선호가 높은 주요 이유는 민간임대시장이 전혀 통제되지 않아 안정된 주거를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빚을 내서라도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해 저리대출, 10년 후 분양 전환 임대 주택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주거복지 로드맵 또한 주택정책으로서 공공성이 취약하다는 반증이다.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등 민간임대차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이야말로 주거복지 로드맵의 제1목표가 되었어야 한다. 이대로는, 특히 빈곤층은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라 주거급여가 상향되어도, 전세임대상한액이 상향되어도 여전히 열악한 주거 현실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정책 대상의 칸막이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주거복지 로드맵 주요 과제 중 ‘1.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은 주거지원의 대상을 청년층, 신혼부부, 고령층, 저소득·취약가구로 분류하여 각각 상황에 따른 주거복지 서비스를 전달하겠다고 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中-
□ (입주자격․임대료)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주거비 감당이 어려운 청년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
ㅇ (행복주택) 현재는 입주자격을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로 구분하고, 청약가능 지역도 제한하여 입주 사각지대*가 발생
* 대학원생, 장기취업준비생, 소득활동 증명이 어려운 알바생․비정규직 근로자
- 입주자격을 완화하여 소득활동 여부에 관계없이 만 19~39세 이하 청년* 모두에게 입주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제한**도 완화(’18년)
* 대학생, 사회초년생은 연령과 관계없이 모두 포함
** (현행) 학교․직장소재지 및 연접지역 → 학교․직장․거주지 소재 광역권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中-
□ (지원대상 확대) 모든 임대주택의 우선공급 대상을 혼인기간 7년 이내와 예비 신혼부부로 확대하고, 무자녀 가구도 지원(’18년)
* 현재는 대부분 혼인 5년 이내 유자녀(임신 포함) 신혼부부를 지원
행복주택 및 전세임대는 예비 신혼부부 및 무자녀 신혼부부 포함
물론 기존 주거복지 사각지대의 존재를 감지하여 대안을 내놓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 대안이 정책의 칸막이를 일부 조정하는 방식인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대부분의 복지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공공임대주택 정책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대적으로 그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절대적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량의 칸막이를 정교화하며 대상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향후에도 존재할 수많은 사각지대를 세부화하여 점점 보이지 않게 만들 뿐이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방식에서 연령이 낮고, 가구원수가 적을수록 불리한 것은 분명 문제이며 사각지대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이는 기존에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여겨지는 특정 대상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것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의 절대적인 물량 확대와 1인가구가 증가하는 현실 등을 반영한 선정기준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세 번째로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활성화 방안이 취약계층 당사자가 아닌 운영기관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거복지 로드맵의 서두에서 지적한 그간 주거복지정책의 문제점 중 하나는 공급자위주의 정책으로 수요자 맞춤형 지원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사업은 당사자인 비주택거주자에 대한 지원은 전세임대의 지원단가를 상향한다는 내용뿐이다. 이 외에 제시된 것은 비주택거주자에게 주거지원 사업을 시행중인 운영기관에게 운영비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과 주거복지재단에 대한 지원 및 역할 강화이다. 현재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에 대해 당사자들이 절실히 외쳐온 지원 대상의 확대, 임대주택 물량 확보, 선정방식의 개선 등에 대한 계획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전 정권의 부동산 적폐의 상징인 뉴스테이(기업형 민간임대)가 잔존해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뉴스테이를 폐지할 의향이 없다고 밝혀왔다. 대신,특례 폐지 등을 통해 뉴스테이를 규제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을 확인했을 때 뉴스테이는 여전히 건재하다. 특별공급물량을 제외하면 초기 임대료 수준이 주변 시세의 90~95%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다 다름없는 상황이다. 입주 자격의 강화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 수준에 그치며, 장기 임대도 8년 이상 계약을 ‘유도’할 뿐이라 실질적으로 큰 규제책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도 수준을 두고 뉴스테이를 공공성을 강화한 공공지원주택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은 매우 넌센스이며, 뉴스테이 정책의 폐지만이 그 답이다.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 포함된 주거급여의 대상 확대, 보장수준 상향,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등은 매우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주거복지의 최우선 과제는 민간 시장에 대한 통제이기 때문에 반쪽짜리 주거복지 로드맵에 대한 아쉬움이 훨씬 크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지금도 거리에서, 열악한 주거에서 고통받는 빈곤층이 많다. 12월 발표 예정인 민간시장에 대한 개입 계획에는 민간시장에 대한 강력한 통제 계획을 포함하길 바란다.
 
 
 
2017년 11월 29일
빈곤사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