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1 입장문] <20대 대선, 좌파의 선택>과 비판에 대한 우리의 입장

관리자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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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좌파의 선택>과 비판에 대한 우리의 입장


지난 우리의 입장 <20대 대선, 좌파의 선택은 정권교체여야 한다>에 대한 여러 단체와 개인의 의견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우선,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 감수할 수 있다’는 잘못된 표현으로 숱한 걱정과 우려를 끼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 우리가 지난 입장에서 하고자 했던 주장이 무엇인지를 이번 입장을 통해 보완하고자 한다.

 

지난 입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5년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우리의 평가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20대 대선은 무엇보다 민주당 심판이 최우선의 목표여야 한다. 이재명과 민주당이라는 최악을 저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되더라도 민주당에 표를 줄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이는 윤석열이라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는 다르다. 우리는 앞으로 신중하게 정치방침을 논의해나갈 것이다.

 

한편 대선을 4개월 앞둔 현재,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대중의 여론은 57%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5년을 경험한 노동자, 시민의 대다수가 정권 교체를 간절하게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심판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진보정당이나 사회운동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기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이 현실은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만든다.

 

문재인 정권 5년, 비판적 사회운동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대안 세계를 꿈꾸는 우리는 자유주의 정부가 노동자의 뜻을 온전히 대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유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자의 기여를 착취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며, 나아가 그 기초인 자본주의적 경제구조는 궁극적으로 작동 중지에 이르기 때문이다. 대안 세계를 꿈꾸는 사회운동은 자본주의적 경제구조와 노동자 시민의 대의를 반영할 수 없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하며, 이를 넘어서려는 사회운동을 통해 노동자 시민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5년간 우리는 사회운동이 비판기능을 상실하는 현실을 목도했다.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전 장관의 위법 행위를 감싸고 돌 때 사회운동은 조국 전 장관의 불법행위를 어느 정부에나 있는 사소한 비리 취급하며, 사실상 침묵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추문 사실이 밝혀지고, 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피해자의 제보 사실을 누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사회운동은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정권 말기가 되자 민주노총의 전 위원장들이 공개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위한 ‘노동광장’에 참여했다.

 

행진을 포함한, 비판적 사회운동을 자임하는 세력에게도 부족함이 있었다. 소득주도성장이 문제가 있고, 최저임금 1만 원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회운동 내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토론하기를 주저했다. 수많은 대학생이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문제에 분노할 때도, 이 사안이 노동자의 생활 조건의 개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관심을 소홀히 했다. 조국 전 장관의 각종 위법행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옹호하여,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 법 위에 있음이 드러났을 때도 이를 비판하는 운동을 조직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며, 동시에 문재인 정부 하에서 공수처가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비판했지만, 이러한 내용을 운동 사회 내에서 공개적으로 토론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법치 파괴 행위에 대한 사회운동의 비판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정부의 대항마로서 대중적 표상을 얻었다. 그가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게 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우리는 비판적 사회운동의 부재가 바로 이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지난 문재인 정부 5년을 가슴 아프게 반성한다. 또한 사회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비판 세력이 아닌 지지 세력으로 인식되는 지금의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다. 지금이라도 사회운동이 쇄신하여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분명한 비판 입장을 세우지 않는다면, 시간이 더 흐른 후에는 더 이상 비판적 사회운동이 설 자리가 없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부를 정확하게 비판할 좌파가 필요하다

 

2022년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는 좌파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우리의 답은 이미 밝혔다. 지난 5년간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더니 경제를 파탄 내고, 한반도의 핵 위기를 고조시키고,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의 위법과 불법을 비호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에는 벌금을 물리려 하는 민주당을 분명하게 심판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열과 성을 다하여 민주당 정부의 실정과 이재명 후보의 문제를 비판할 것이다.

 

나아가, 진보정당은 민주당과의 연대연합에 단호하게 선을 긋고, 노동자 민중의 대의에 따라 민주당의 실정을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을 돌아봤을 때,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정의당과 진보당을 비롯한 정당들은 명백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패가 초래한 경제·고용 위기, 군사위기, 방역의 정치화로 인한 의료노동자의 소진, 행정부의 노골적인 사법부 흔들기로 인한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하는 대안세력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2022년 대선에서는 진보정당이 ‘진보’라는 이름을 걸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분명하게 비판하여 정권 심판을 염원하는 민중의 열망에 화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공유하며, 우리는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독립적으로 대선 경주를 완주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진보정당을 포함한 사회운동이 민주당에 맞서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

 

우리는 2022년 대선에 임하여 신중하게 정치방침을 논의해나갈 것이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유주의 정치의 한계를 극복한다거나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저들보다는 우리가 그래도 낫지 않느냐”며 사회운동에 선택을 줄곧 강요해온 민주당 세력의 진영논리에 갇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운동은 민주당 정권 심판 여론이 높은 이유가 민주당이 ‘약속을 더 잘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잘못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외면한 채, 언제까지고 “그래도 민주당이 더 나으니까”라는 불문율에 갇혀야 한다면, 비판적 사회운동으로서 우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어떤 정부가 되든, 우리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운동을 해나가야겠지만, 지금 노동자 시민의 뜻에 따라 민주당을 분명하게 심판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좌파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 앞서 사회운동의 활로를 개척해 여러 단체, 정당, 개인과 민주당 심판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20대 대선 투쟁의 전선에 함께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에 책임을 느끼며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좌파로서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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