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 특집
  • 2018/09 제44호

경기침체 논란!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나

  • 한지원

느닷없는 통계 전쟁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두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통계청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이 통계에서 2018년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저소득 가계의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보수언론과 야당이 이 통계를 근거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비판하자, 청와대와 국책연구기관 일부는 통계 조사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논란 속에서 청와대가 통계청장을 해임하자 야당은 정부가 대놓고 통계 조작을 하려한다고 비난했다.

경제 통계 해석을 둘러싼 갑론을박의 시작은 5월 ‘고용 쇼크’ 논쟁이었다.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취업자 수 증가가 2018년 1월부터 크게 둔화한 탓이었다. 원인을 두고 보수언론과 야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쇼크가 발생했다며 정부를 비판했고, 여당은 구조적 효과일 뿐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야말로 통계 전쟁이라 할만하다. 올해 내내 경제 통계의 해석과 인과관계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경제학계가 논쟁 중이다. 이 논쟁은 상당히 정치적이다. 적폐청산과 남북관계 개선으로 80퍼센트에 육박했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 속에 50퍼센트대로 주저앉은 탓이다. 집권 세력은 여기서 밀리면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야당 세력은 경제 이슈로 정권과 여당을 흔들 수 있다고 여긴다.
 

≪가계동향조사≫ 논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발표에 따르면 하위 20퍼센트 가계의 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8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8퍼센트, 7.6퍼센트 감소했고, 반대로 상위 20퍼센트 가계의 소득은 1분기에 9.3퍼센트, 2분기에 10퍼센트 증가했다. 상위 소득 가구의 소득이 증가했지만 하위 소득 가구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은 빈부격차가 커졌다는 말이다.
 
(서울경제)

그런데 일부 연구자들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와 한국보건연구원 강신욱은 통계청 조사가 2017년 약 5500가구와 비교하면 2018년 표본이 약 8000가구로 크게 늘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전보다 1인 가구 및 고령층 가구 비중이 이전보다 급격하게 증가해, 통계가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1인 가구와 고령층 가구는 소득 수준이 다른 가구에 비해 현격히 낮다. 이들은 작년과 올해 공통으로 포함된 표본(패널표본)만 가지고 소득 변화를 계산하면, 올해 1분기 하위 20퍼센트 가계소득은 약 1.5퍼센트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이우진 교수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이들과 같은 패널표본을 가지고 가구원 수를 반영한 가처분소득을 계산하면 하위 20퍼센트 가계소득이 17퍼센트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은 이런 비판에 대해 부정적이다. 2년간 유지되는 표본(패널표본)만 분석대상으로 삼으면, 표본의 약 35퍼센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면 모집단의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아 통계 신뢰도가 현격히 낮아진다. 더불어 통계청은 표본구성이 인구변화를 고려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심지어 올해 표본의 1인 가구와 고령층 가구를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재조정해 계산해도 결과에 큰 차이는 없다고 반박한다. 가구 구성을 재조정할 경우 약간의 수준 차이가 발생하긴 하지만, 하위 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와 상위 소득 가구와의 소득 격차 확대라는 추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통계청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든 소득 격차 확대 추이는 통계청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인정한다.

자, 과연 어떤 주장이 옳은 것일까?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분기별 ≪가계동향조사≫ 자체가 상당히 불안정한 통계란 점이다. 특히 하위 소득 가구의 통계는 너무 변동이 심해서 시계열 비교가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예를 들면 하위 10퍼센트 가계소득은 2015년 2분기에 19.1퍼센트 증가, 2016년 2분기에는 10.7퍼센트 감소, 2017년 4분기에 19.3퍼센트 증가, 2018년 1분기에는 12.2퍼센트 감소했다. 물가폭등 시기도 아니고, 혁명적 정책이 시행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소득 변동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사실 이 통계조사의 목적은 가계소득보다도 소비지출 파악에 있다. 통계가 그렇게 설계된 측면이 강하다. 더군다나 면접, 설문으로 조사가 이뤄져 실제 소득 파악에도 한계가 많다. 

그래서 통계청은 이 통계를 2016년부터 없애려고 했는데, 연구자들 요구로 2017년에도 실시했다. 연구로만 사용하려던 2018년 자료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김동연 부총리가 하위 소득 가구의 소득이 급증한 2017년 4분기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면서였다. 소득 통계로서 한계가 있는 ≪가계동향조사≫를 ‘정치화’시킨 것은 정부의 경제 당국이었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것은 (명목)국민총소득 증가율이 2018년 1분기와 2분기 모두 3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런 저성장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계동향조사≫를 해석하든 상위 소득 가계의 소득증가율이 높았고, 소득 격차도 커졌다. 소득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 한 저소득 가구의 소득은 감소했거나 정체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경제성장이 내수침체 속에서 그나마 수출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과 가계 중 기업(특히 수출기업)에 유리하게 분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수서비스업 기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저소득 가구에 유리할 리 없다. 정부 재분배 정책에 혁명적 변화가 있지 않았고, 최저임금도 수출기업에 영향력이 크지 않다. 이런 거시 경제의 제약을 생각해보면, 통계청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요컨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소득 조사로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 해도 통계청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더군다나 ≪가계동향조사≫의 표본을 신뢰성 없는 패널표본으로 재구성해 하위가계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다. 
 

고용지표 관련 논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8년 들어 취업자 수가 현격히 감소했다. 2017년 매월 20만 명 이상 증가하던 취업자 수가 1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7월에는 아예 5천 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자리를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내세운 정부라 그 충격이 더 컸다. 당연하게도 야당은 정부의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이 고용 쇼크를 불러왔다며 정부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비판에 대해 생산가능인구 감소, 제조업구조조정, 내수서비스업 업황 부진 등을 원인으로 내세우며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여당의 이런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생산인구감소보다 고용 감소가 더 컸다. 고용률 자체가 2018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하락했다. 다음으로 제조업 구조조정의 경우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일로, 정부가 정책을 세우지 못한 것일 뿐이다. 내수서비스업 부진은 정부가 이것을 해결하자고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하나 마나 한 이야기일 뿐이다. 
 
(프레시안)

개혁진영 인사들은 야당의 최저임금 책임론을 주로 반박한다. 고용이 많이 감소한 지위가 일자리 없는 자영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최저임금과 무관하다. 또 이들은 고용량은 다소 줄었지만, 고용의 질이 향상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임금노동자 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은 것은 임시직과 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했기 때문인데, 이는 상용직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 역시 설득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목적 중 하나가 내수경제 활성화인데, 자영업 감소는 내수경제 침체가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 비율을 고려할 때 감소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면 다른 곳에서 그만큼 일자리가 만들어지느냐다. 최저임금인상 영향으로 임시 일용직이 감소했고, 여기에 경기 영향으로 자영업까지 감소했지만, 그만큼 상용직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상용직 일자리 숫자 증가도 2017년 2~7월보다 오히려 둔화했다. 알다시피 노동자에게 최악은 임금 저하가 아니라 임금이 아예 사라지는 일자리 상실이다. 그래서 고용의 질을 평가하려면 고용의 양이 전제되어야 한다.

요컨대, 현재의 고용 감소는 노동자의 고통 증가이며, 이는 정부 정책의 일정한 실패 결과란 점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정부 정책은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문제점들에 대해 전혀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 바로 고용 쇼크인 것이다.
 

장기적, 구조적 관점이 필요한 시점

최근의 가계소득이나 고용과 관련한 통계지표 악화는 통계적 착시효과가 아니다. 물론 약간 과대, 과소 계측되는 통계적 오류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대세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정부, 여당, 그리고 그 지지자들은 통계의 한계를 빌미로 한국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고, 소득주도성장론 식 정책으로는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무시하려 한다. 하지만 누차 말했듯 오늘날의 경기침체는 단기 경기순환이 아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바로 그 구조적 위기다. 장기적, 구조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비판하는 측이나, 방어하는 측이나, 통계 전쟁은 역설적으로 이런 위기를 오히려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노동자운동은 계급적 관점에서 현재 통계 전쟁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노동자 주도의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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