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제언 | 2016.11.11

박근혜 퇴진을 넘어 박근혜 체제의 해체로 나아가야 한다

권력을 사유한 자들을 법정에 세우자

민중은 분노하고 있다. 능력 없는 숨은 실세가 국정을 농단해서만도 아니고, 청와대와 정부가 사사로운 이익에 휘둘려서만도 아니다. 재벌들을 겁박해 돈을 뜯어 퇴임 후를 대비한 재단을 세웠다는 이유만도 아니다. 국민을 ‘개돼지’라 부르며 호가호위하던 권력의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우리 스스로 절망의 심연을 후벼파야 하는 고통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서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 옆에서 권력을 사유화한 자들은 모두 퇴진시켜야 한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달 수 없다. “국정수행 중단은 안 된다”며 현 정권의 생명을 연명하려는 박근혜와 주변 아첨꾼들의 시도는 퇴진을 외치는 민중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는 ‘박근혜 체제’다

그러나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 해방의 광장에 모인 우리는 잠시 생각해 봐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지탄받은 이들만 물러나면 끝인가? 우리는 이제 존중받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우리의 참담함은 최순실 개인 비리 때문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박근혜를 손가락질 하는 이들 중 대다수는 사실 시종일관 박근혜와 한 몸 아니었던가? 이들은 권력을 나누기로 의기투합하였고, 박근혜가 무시무시한 공권력으로 우리를 겁박해 굴복시키고 나면, 최순실 따위가 몰려들어 수금에 나섰을 뿐이다.

문제는 박근혜 한 사람이 아니라 박근혜를 세워 권력을 함께 누린 자들의 체제, ‘박근혜 체제’다. 우리는 도처에서 이 체제를 뼈저리게 겪은 바 있다. 입 닫고 귀 닫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거기 있으라.” 세월호 비극에서 흘러나온 이 무시무시한 말은 이미 우리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우리를 갉아먹으며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의기투합한 자들 사이에서 사이좋게 권력 나누기가 계속되었더라면 지금 같은 일이 벌어졌겠는가?



박근혜만 손가락질하는 자들의 정체

참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4년전 박근혜만이 우리 미래이며 박근혜를 뽑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몰아대던 자들이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1년 전 민중총궐기 이 자리에서 박근혜의 지금 모습을 폭로하고 퇴진시켰다면 우리는 백남기 농민을 우리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목매달고 죽어간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고통을 온 몸에 떠안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차가운 감방 속에 놔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권력에 대한 도전”, “빨간 우비” 운운하며, 한 서린 채 차가운 안치실에 누워있는 백남기 농민 시신을 탈취해야 한다던 자들이 갑자기 “박근혜-최순실이 민주주의를 농락하고 있다”고 외친다. 아직도 가슴이 시려 남겨진 사진들에 눈을 주지 못하는 세월호의 부모와 친구들에게 “교통사고에 불과한 일로 국정을 가로막는다.”고 손가락질 해대던 자들이 지금 “불통 박근혜는 국정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혈병으로 고통 받던 황유미에 눈 감고,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생을 마감한 열아홉 김 군에 귀 닫으며, 최저임금마저도 아깝다며 청년들의 미래를 차압하던 재벌들이, 자신도 최순실에게 갈취당한 피해자라며 지금 우리 앞에 서있다. 손배가압류로 최소 권리를 외치던 노동자들을 죽음에 내몰고, 삼성․현대 재벌의 3대 세습은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이들이 갑자기 변신해 박근혜 퇴진 마당 맨 앞 줄을 차지하는 바람에, 정작 피눈물 흘려 왔던 민중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체제’를 유지하려는 자들

4년 전 그랬듯 그들은 새로운 지도자를 준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설 것이다. 그러면 지금 광화문 광장에 선 우리들은 사냥개로 쓰이고 버려질 지도 모른다. 박근혜는 없지만 그들이 만든 ‘박근혜 체제’는 계속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청산하지 못하면 역사는 되풀이된다. 지금 우리는 ‘박근혜 체제’ 부역자 해결 문제가 남겨져 있다. 한데 몰려와 우리를 겁박하고 고혈을 빨던 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를 권력 장악의 도구로만 여기는 그들은 청산의 대상이지 함께 갈 벗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 부역자들을 청산해야 한다

우리 곁에, 어디에나 널려 있는 ‘박근혜 체제’의 그늘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 나를 굴종시키고 부정과 불의에 눈 감게 만들고, 입 닫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 지배자들을 넘어서야만 한다.

박근혜 퇴진 이후의 길은 더 힘들고 어렵지만, 그 길에서 우리는 우리를 쓰다가 버리는 개로 여기는 자들에게 진정한 주권자가 누구인지 보여주어야 한다. 그 길을 손과 발을 빌어 대신 갈 수는 없다.

우리는 더 이상 4년에 한 번 5년에 한번 주인들을 뽑는 절차에 동원되는 도구가 되지는 말자. 민주주의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직장에도, 학교에도, 군대에도, 가족에도 없는 그 민주를 이제 우리 손으로 찾아 세우고 지켜야 한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박근혜 체제의 부역자들을 감옥으로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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