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0월 1일 광주 출입국관리소의 이주노동자 단속 과정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홍호안(Hoang Hoia An, 남)씨가 3.5m 가량의 옥상에서 떨어져 양 발목의 뼈가 으스러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광주 출입국관리소는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므로 도의적인 책임은 느끼지만 단속과정에서 어떠한 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속과정에서 각종 안전대책을 마련해도 무조건 달아나는 불법 체류자들을 말릴 방법이 없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10월 2일자 뉴시스 기사)며 마치 단속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2. 하지만 자체 조사 결과 광주 출입국관리소가 안전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단속 과정에서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출입국관리직원들과 사업장의 다른 노동자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단속 과정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오후 4시 30분 경 차량 1대에 탑승한 출입국관리직원들이 광주 하남공단 9번 도로에 위치한 한 사업장에 무단으로 침입하였다. 당시 사업장의 사무실은 비어 있는 상태였다. 출입국직원들은 야간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며 공장 마당에 있던 이주노동자 한 명을 발견하자 즉시 수갑을 채우고 인신을 구속하였다. 이 노동자는 합법적 체류자격을 가진 노동자였고 이 사실이 확인되고 나서야 풀려 날 수 있었다. 이후 출입국 직원 2명은 사무실 2층 기숙사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있던 홍호안 씨를 발견하고 다가가 팔을 잡아채려고 하였다. 홍호안 씨는 이들이 출입국 직원이라고 직감하고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고 출입국 직원이 쫓아오자 3.5m 가량 되는 높이의 옥상에서 뛰어 내리게 된 것이다.
이번 단속에서 광주 출입국관리소는 두 가지 점에서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하였다. 먼저 사업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업장에 무단으로 침입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11월 28일 “출입국관리공무원이 불법체류외국인의 단속을 위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점유하는 방실에 관리자 또는 주거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진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근거규정은 출입국관리법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출입국관리공무원의 행정작용에 합목적성이라는 이유로 출입국관리법을 확대해석하여 그 무단진입을 정당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하여 무단침입이 인권침해이며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임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출입국직원들은 단지 외국인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한 노동자의 인신을 구속하였습니다. 이는 어떠한 법적 근거 없이 신체의 자유를 구속한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이다.

3. 출입국관리소의 반인권적이고 위법한 단속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다. 홍호안씨는 출입국직원들의 행동에서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되었고 결국 옥상에서 뛰어 내리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홍호안 씨가 뛰어 내린 곳에는 출입국 직원이 대기하며 공장의 정문 방향의 길목을 막고 있었다. 얼마나 공포에 휩싸였으면 도주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곳으로 뛰어 내렸겠는가. 홍호안씨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어떠한 근거 제시나 사실 확인 없이 무조건 인신을 구속하는 출입국직원의 단속 행태에서 엄청난 공포를 느끼게 되었고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4. 이번 사고는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각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할당된 단속 숫자를 채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단속을 하고 있다. 우리는 10월 20일 광주 출입국관리소와의 면담에서 이번 단속 과정에서의 위법한 행위를 지적하였지만 오히려 출입국관리소장은 무단침입과 무차별 인신구속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하며 단속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잉단속으로 인하여 단속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인권침해를 비롯하여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8월 울산에서는 야간에 공장 기숙사로 가스총기를 들고 침입한 단속반원을 피해 작홍근 씨가 4층 높이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고, 광주에서도 6월 9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 3층 건물에서 단속 중 중국인 진모씨(36)가 뛰어내려 부상을 입은 사건도 있었다. 심지어 지난 9월 26일에는 미얀마 출신 따쏘에(Thar Sow Aye)씨는 단속되는 과정에서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음에도 출입국관리소가 이를 묵살하고 8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바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5. 지난 몇 년 동안 정부는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계속 강화해 왔지만 미등록 체류자의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노동자 관련 정책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심각히 침해하고 있어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 조건, 저임금 또는 임금 체불, 그리고 비인간적 대우에도 불구하고 노동을 강제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제도 밖으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잘못된 정부 정책이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의 신분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처럼 미등록 체류자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하지 않고 오로지 단속과 구금, 추방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며 사용하다 버리면 되는 산업폐기물도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자이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온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리적이고 인권이 보장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6. 홍호안 씨는 한국병원으로 이송되어 전치 9주의 진단을 받고 수술 후 같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담당 의사에 따르면 경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휴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 출입국관리소는 10월 2일 부터 5개월 동안 홍호안 씨의 보호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였다. 따라서 홍호안 씨는 당분간 한국에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취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병원비는 물론 생활비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소는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병원비의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을 뿐이다. 출입국관리소의 위법한 행동이 이번 사건을 불러 온 것이 분명함에도 책임을 회피하며, 보호를 해제하였으니 알아서 먹고 살며 치료를 하라는 식이다.
국가의 공무 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고 또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는 정부와 법무부, 광주 출입국관리소가 이번 사건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 더 이상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정부에게 이주노동자들을 인간 사냥하듯 단속하며 인권을 탄압할 어떠한 권력도 위임한 바 없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은 곧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다. 우리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주노동자들과 우리의 인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우리의 요구>
하나. 광주 출입국관리소는 홍호안 씨 추락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하나. 출입국관리 당국은 사고로 인해 발생한 모든 피해를 보상하라!
하나. 출입국관리 당국은 치료가 끝날 때까지 안정적인 체류와 생활을 보장하라!
하나. 정부는 반인권적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2008년 10월 23일(목)
공공노조 광주전남본부, 광주노동보건연대, 광주인권운동센터, 광주전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광주전남현장연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미디어행동연대, 민주노총 광주본부, 전국노동자회 광주전남위원회, 전남대 학생행진, 진보신당 광주시당,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평등과 연대를 위한 민중행동, 사회당 광주시당

※ 성명서 발표 직후 23일 목요일 오후4시경 광주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리고 이후 치료비에 있어 본인 부담이 없도록 출입국관리소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홍호안씨 본인에게 입장을 전달하였으며, 홍호안씨는 평동산단 효사랑병원으로 옮겨져 이후 치료 및 재활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