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0 여름.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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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86세대’의 포퓰리즘」 필자에게

이조운 | 건설노조 경인본부 조직부장, 사회진보연대 회원
무엇이 그 세대가 민주당을 지지하게 할까요. 21대 총선 결과를 보며 5년 전쯤 대학 정치학 수업에서 했던 토론이 생각났습니다. ‘젊으면 더 도전적이라서 진보적’이라는 ‘연령’ 이야기로 이어졌었습니다. (무엇이 진보이고 보수냐는 논의는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세대의 세부적인 내용을 구성하는 것은 ‘경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86세대 비판은 86을 분석/비판할 뿐 아니라 세대를 분석하는 틀을 보여줌으로써 이런 질문에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어떤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게 되는 맥락을 80년대의 정치적 경험과 그 이후의 경제적 수혜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선거 결과를 바라보면서는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생깁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30~40대가 50대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습니다. 통상 같은 세대인 50대가 더 민주당을 지지하리라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것은 86세대 전반의 경제적 배경과 86세대 정치인들의 이해가 특별히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86세대가 공유하는 정치적 성향은 말 그대로 경제적 이해와 관계없이 ‘성향’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일까요? 3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그 경험이 주는 동질적인 정치 성향이 의미를 잃은 것인지, 아니면 후세대가 86세대 정치인들을 더 선호하게 만든 원인이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젊으면 더 진보적’이라는 통념과 달랐던 이번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궁금합니다. 가능하다면 이후에는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벌어졌던 주요 정치 사건과 경제적 굴곡이 각 세대의 정치 성향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에 대한 분석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독자에게


김태훈(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장)

네. 질문하신 86세대 일반의 선거투표 성향에 대해서 저는 이번 글에서 특별한 분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세대 간의 경제적 불평등을 한국 자본주의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집권 86세대의 특징을 비판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죠. 86세대 전반의 정치 성향을 분석하지 못한 것은 참고할만한 연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세대별 정당 지지나 투표 성향에 대한 통계연구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정치 성향에 있어서 86세대의 코호트 효과는 매우 논쟁적인 주제입니다. (관련한 최근의 연구로 한상익, 김정훈, 최종호, 「86세대, 균열인가? 허상인가?: 86세대의 정치적 태도 변화에 대한 경험적 분석」, 평화연구 27(1), 2019.4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번 2020년 총선 이전에도 이미 86세대의 투표 성향은 일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정치지형을 ‘지역균열’에서 ‘세대의 이념적 균열’로 대체한 주역이라 평가받기도 했지만, 2007년 대선에서는 ‘86세대의 실종과 소멸’이라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86세대 내에서도 다시 전반부와 후반부 학번을 분리해 비교해보거나, 전대협 간부와 간부가 아니나 그 운동에 참여한 사람을 비교하는 등 여러 연구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런 연구만으로 86세대 일반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투표나 정당 지지, 이념 성향에 대한 설문조사들을 정치 성향과 동일시하는 것도 사실 동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 결론에 ‘성장기 끝물에 재벌, 공공부문에 입사한 중산층 60년대생의 경제적 사익추구와 민주당 집권 86세대의 정치적 사익추구가 때로는 서로 견제하지만, 때로는 영합하는 방식으로 기묘하게 결합하는 것 아니냐’는 가설을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70년대생(40대), 80년대생(30대)은 이러한 공모에 일정하게 참여하면서 60년대생을 추종하는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에도 세대를 30년 단위로 나누는 분석이 있습니다.) 90년대생(현재 20대) 다수는 이러한 공모에 배제되어있기 때문에 또 다른 성향을 띄는 것 같고요. 또한 20대도 다른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균일하지 않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에서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세습 중산층 사회』는 90년대생 내에도 ‘N포세대’와 조국 전 장관의 자녀로 상징되는 ‘G세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세습’이라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향후 더 상세한 역사적 분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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