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토론문]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여러 측면에서의 비판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왜 갑자기 뜨거운 이슈가 되었나. 윤석열 당선인은 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하나. 민주당과 여성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이를 비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은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길까.
1. 경과
-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하나는 ‘여성가족부 폐지’다.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부터 2021년 말까지만 해도 윤석열 후보의 주장은 ‘여성가족부 폐지는 반대’ 그리고 ‘양성평등부가족부로 개편’이었다. 그러나 연말연초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을 수용하면서, 공약이 변화했다.
- 대선 시기 유력한 상대 후보이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2021년 말까지만 해도 여성가족부 폐지나 존치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식화했을 때에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여성가족부 확대‧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윤석열 후보를 ‘혐오의 정치’라고 규정하면서 20대 여성 표심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 당선 직후,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현재 인수위는 여가부 개편을 포함한 정부조직안을 논의하고 있다.
-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혐오의 정치를 강화한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을 비롯한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사회운동 일각에서도 민주당과 함께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을 ‘반여성’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 여성가족부의 소관업무
1) 역사 참고 : '폐지 논란' 여성가족부... 무슨 일을 할까? [BBC코리아, 21-07-01]
- 한국의 여성정책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사회부에 부녀국을 뒀는데, 이후 사회부가 보건사회부로 바뀌면서 부녀국은 부녀아동국으로, 다시 가정복지국으로 바뀌었다. 이들 정부 기관의 당시 여성 관련 업무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행정이 대부분이었다.
- 1980년대 초에는 국가 차원의 첫 여성문제전담기구인 한국여성개발원이 설립됐고, 여성정책 심의·조정을 위하여 국무총리 정책자문기구로 여성정책심의위원회도 설치됐다.
- 1987년 개헌으로 헌법 34조 3항에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이에 따라 1988년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행정기구인 정무장관 제2실이 신설됐다. 여성분야에 중점을 두며 사회 문화적 문제들을 다뤘던 정무장관 제2실은 1998년까지 이어졌고, 여성장관 8명이 이 자리를 거쳐 갔다.
- 이후 한국 정부는 여성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에 의해 1998년 첫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며 2001년 여성부 신설을 확정 지었다.
- 오늘날의 여성가족부가 탄생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기였던 2005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보건복지부로부터 영유아 보육에 관한 사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며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했다.
-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은 2008년 여성가족부를 여성부로 다시 환원하면서 가족·보육 업무를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했다. 하지만 2010년 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면서 명칭을 다시 여성가족부로 환원했다.
2) 설립목적과 주요 업무
-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소개된 여성가족부의 설립목적과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다.
설립목적 | 주요업무 |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 |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정책의 성별영향 분석·평가 여성인력의 개발·활용 |
청소년의 육성·복지 및 보호 | 청소년정책의 협의·조정 청소년 활동진흥 및 역량개발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위기청소년 등의 보호·지원 |
가족과 다문화 가족정책의 수립·조정·지원 | 가족 및 다문화가족 정책의 기획·종합 양육·부양 등 가족기능의 지원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 |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아동·청소년 등의 성보호 이주여성·여성장애인 등의 권익보호 |
2) 예산 사업 참고 : [사실은] 여성가족부는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나요? [SBS, 21-11-18]
- 여가부 예산은 일반적인 조세 수입 외에, 양성평등기금, 청소년육성기금을 운용하여 지출한다. 여가부의 2022년도 총 예산은 1조 4115억 원으로 2021년 예산(추경 포함)보다 13.9% 증가했다(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기준). 2022년 국가 예산은 604조 4천억 원인데, 여가부 예산은 전체의 0.23%인 셈이다.
- 여가부 예산 중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 10순위는 아래와 같다. 상당한 부분이 가족, 청소년 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순위 | 지출 내역 | 예산안 |
1 | 한부모 가족 지원 (한부모가정, 미혼모, 미혼부, 조손가정을 모두 지원) | 4331억 |
2 | 아이 돌봄 지원 (맞벌이 때문에 양육 공백이 발생할 경우 지원해주는 돌보미 서비스 등) | 2564억 |
3 | 청소년 사회 안전망 구축 (청소년 쉼터 운영, 재활 치료 예산 등) | 1018억 |
4 | 가족 서비스 지원 | 992억 |
5 | 여성 경제활동 촉진 지원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경제 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 지원기관인 ‘새일센터’ 운영에 쓰임.) | 737억 |
6 | 가족친화 환경조성 | 482억 |
7 |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 회복 재발 방지사업 | 456억 |
8 | 청소년 관련 산하기관 등 지원 | 388억 |
9 | 청소년 참여 및 활동지원 | 314억 |
10 |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지원 | 279억 |
합계 | | 1조 1561억(82%) |
3.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
1) 여성가족부가 권력에 종속되어, 권력형 성비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주장
- 문재인 정부 시기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특히 서울시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 민주당 젠더특위장이 서울시장의 피소사실을 알리는 일이 있었고, 민주당 의원들과 강성지지자들에 의해 피해자에 대한 조직적인 2차가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가부는 이런 권력형 성비위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여가부가 권력과 특정 진영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의 여가부를 폐지하고 재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 관련 기사
"피해호소인" 야만적 2차가해…이런 민주당 찍을 수 없었다 [중앙일보, 22-03-1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5344#home
오늘은 그와 비슷한 또래이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인 김잔디(가명)씨가 1번을 찍을 수 없었던 이유를 썼습니다.(생략)
모두가 기억하듯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않았다. 민주당의 성범죄로 빈자리가 된 주요 지역 지자체장들을 다시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위해 들어간 비용은 1000억원에 육박할 만큼 컸다.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도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지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 이런 사실을 애써 축소하려는 의도인지 문 정부의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 이 정도 인식이니 민주당 남녀 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이 피해자를 향해 야만적인 2차 가해를 하는 걸 뻔히 보고도 단 한마디의 일침도 놓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한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고, 야당은 이를 반영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 5년 동안 너무도 명백한 잘못을 하고도 제대로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니 폐지 공약이 나오고 나서야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혐오적인 선동’이라고 여가부 안팎, 여성계가 흥분한다. 그리고 적잖은 2030 여성들이 여기에 동조한다. 하지만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대선 한 표도 그런 기준으로 던졌다. 절박한 심정이었다.
2) 여성가족부의 정책이 불공정을 양산한다는 주장
- 일부는 여성가족부가 남성을 차별하거나 여성우대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가부의 성교육 교안과 여성가산점제(또는 여성할당제)다.
- 2019년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학습 지도안은 ‘남성과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소수자들처럼 차별 받아온 과거와 차별받고 있는 현재와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이런 입장이 개인 인터넷 방송의 여성혐오적 표현을 검열하는 등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뿐만 아니라, 남성혐오는 괜찮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여성은 구조적 피해자이며,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한편 여성가산점제는 여가부의 고유한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구조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이 오히려 역차별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고 :“여성 가산점, 도대체 왜?”…‘역차별’의 속사정 [국민일보, 21-05-21]
- 이런 입장에서는, 여성가족부가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급진주의 페미니즘을 수용했고,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시각에 기초하여 남성을 차별하는 정책을 펴면서 그런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참고 : [김순덕 칼럼]性권력에 복무한 여가부 페미장관들 [동아일보, 22-03-17]
※ 관련 기사
김치남·백형 혐오표현 아니다? 학교서 가르치라는 여가부 [중앙일보, 19-03-1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11572#home
여가부는 지난 4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209쪽 분량의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배포했다.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배포하진 않았지만 내용이 공개되자 여론이 시끌벅적하다. 양성평등이 중요한 가치인 것은 맞지만 정부기관에서 비(非)전문적인 표현들과 주관적 해석으로 오히려 성편견과 성갈등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취지는 좋았지만 일부 내용은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혐오표현’ 부분이다. 사례집은 ‘여성운전자’ ‘김치녀’ 등을 대표적 혐오표현으로 언급했지만, ‘남성운전자’ ‘김치남’은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남성과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남성들은 소수자들처럼 차별받아온 ‘과거’와 차별받고 있는 ‘현재’와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저서(『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저)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현재 혐오표현을 ○, X로 분류한 이 표는 책자에서 삭제된 상태다.
3) 여성가족부가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
- 여성가족부가 여성 시민단체에 무분별하게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국고지원이다. 여성가족부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정의연과 정대협에 18억 9천 1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예산으로 편성했는데, 이중 일부가 위법하게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샀다. 참고 : 정의연 보조금 논란 넉 달째…여가부, 이젠 결론 내려나 [연합뉴스, 20-09-16]
- 이 외에도 여성가족부는 여러 여성단체에 국고지원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관리하는 것이 어렵고 따라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4. 여성가족부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
1) 성차별 해소, 성평등 실현이 여전히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는 주장
-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한국의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는 2020년 기준 189개국 중 11위다. 성불평등지수는 생식 건강과 여성권한, 노동참여 영역에서의 여성의 수준과 성별 간 격차를 고려해 산정하는데, 우리나라는 청소년 출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 여성의 절대적인 수준을 반영하는 성불평등지수와 달리, 여성과 남성의 상대적인 차이만을 측정하는 하는 성격차지수(GGI)는 매우 낮다. 각국의 경제·정치·교육·건강 분야 성별 격차를 측정하는 세계경제포럼(GGI)의 세계성별격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다. 영역별로 살펴본다면, 여성의 정치권한 수준이 가장 낮고, 경제참여와 기회 수준은 그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참고 : [팩트체크] 우리나라 성평등은 뒤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22-03-08]
- 이처럼 성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며, 국가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성평등을 실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국가의 성평등 정책을 전담할 독립된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관련 기사
643개 여성·시민단체 “여가부 폐지 반대…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하라” [한겨레, 22-03-25]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36297.html
한국여성단체연합·참여연대 등 643개 여성·시민단체는 25일 “여성가족부 폐지 안 된다. 윤석열 당선자는 성평등정책 전담 독립부처를 중심으로 총괄·조정 기능 강화한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하라”는 제목의 공동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성평등 실현은 대통령의 책무라고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보며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공동입장문에서 “(여가부의) 역사적 소명을 다 하지 않았느냐”며 여가부 폐지 의지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 “한국사회 성차별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임금 격차(2020년 기준 31.5%)와 상장기업 여성임원 비율(2021년 1분기 기준 5.2%) 등의 통계를 제시하며 “이러한 성차별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적 해결에 힘쓰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여가부와 같은 성평등 주무부처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전담기구가 독립부처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입법권과 집행권이 있고, 국무회의에서 의결권이 주어지고, 부처별로 추진하는 성평등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총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역할을 하는 여가부는 ‘독립부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부처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이 한계를 어떻게 보강할지, 성평등 정책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고민과 비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 여성 외에도 가족, 청소년 관련 업무를 전담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
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만 혜택을 주는 기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관련 업무 외에도 가족, 청소년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고, 이러한 역할이 부족하다면 더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제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관련 기사
[사설] ‘여가부 폐지’보다 ‘보완’이 바람직하다 [매일신문, 22-03-26]
http://news.imaeil.com/page/view/2022032517320093306
문 정부 여가부의 잘못이 크고, 그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 대선 후보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여가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폐지할 일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적절하다.
윤 당선인의 공약을 어기라는 말이 아니다. 그 공약이 나오게 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공약을 지키는 일이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여성, 가족, 아동, 청소년, 양성평등,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문제를 비롯해 여성 폭력 피해, 성폭력 피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사회를 위협한다. 전담 부를 폐지하고 이 업무들을 쪼개 관련 부서로 이전한다면 사회안전망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명칭을 '양성 평등 가족부' 등으로 변경하더라도 전담 부처가 존재해야 한다. 일부 여가부 구성원, 여성 사회단체 인사들의 잘못을 문제 삼아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5. ‘존치 vs 폐지’ 구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
- 현재 여성가족부의 소관업무를 어떤 조직형태로 재편해야 하는가는 본질적인 쟁점이 아닐 수 있다는 입장이다. 3에서 제시한 여성가족부에 대한 지적이 타당하더라고, 그러한 비판은 여성가족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더 잘하도록 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4에서 제시한 여성가족부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가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여성가족부라는 형태로 유지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 세계 여러 나라를 비교해보자면, 여성정책 추진기구의 조직형태는 다양하다. 2015년 기준으로 여성정책 추진기구가 설립되어 있는 국가는 191개국인데, 독립부처(부, 청)의 형태로 있는 국가가 137개국, 하부조직(국, 과)의 형태로 있는 국가가 23개국, 위원회 형이 20개국, 기타 비정부 기구 형이 11개국이다. 하나만 있는 국가도 있지만, 두 개 이상의 여성정책 추진기구가 있는 국가도 있다. 조직형태가 같다고 하더라도 명칭과 관할 업무는 다양하다. 명칭에 ‘여성’을 포함하는 경우가 다수지만, ‘젠더’나 ‘양성평등’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김복태‧조경호, 「각국 여성정책추진체계 특성과 양성평등 수준 분석」, 2020.) 구체적으로 보자면, 영국·캐나다·스웨덴은 성평등부, 프랑스는 성평등·다양성·기회균등부, 독일·일본·네덜란드는 가족·여성·아동부 산하 실·국에서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참고 : [성평등 정책, 해외는] 영국·프랑스 부처 운영…독일·미국 기능 중심 [아주경제, 22-01-09]
- 비슷한 맥락에서 윤석열 인수위가 제시한 방향을 두고, 여성가족부의 소관업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은 남겨두되 전면개편하는 계획이라고 보는 입장이 있다. 참고 : 김재련 "여가부 해체? 초가삼간 태워도 콘크리트집 지어라" [노컷뉴스, 22-03-26]
- ‘존치와 폐지’ 구도를 벗어나 발전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여성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여성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6. 논의 요청
7. 우리 사회에 남길 것: 혐오의 정치 vs 불필요한 갈등
여성가족부 폐지가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지 논의해보자.
1) 혐오의 정치라는 비판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대남의 표를 얻기 위한 부적절한 선거전략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30 여성들은 여성 유권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인식이 여성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제약을 간과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여전히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고,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 보호도 어려운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가 성폭력 피해자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 관련 기사
여가부 폐지? 여성 이해하는 척도 안하는 尹, 어떻게 뽑습니까 [중앙일보, 22-03-1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5093#home
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 오로지 대선 기간 동안 그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생략)
윤 후보는 대선 기간 중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SNS에 올리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으며,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여성인권 향상이라는 담론 자체의 소멸을 바라는 소위 이대남의 열렬한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목도하며 사는 나는 이런 시각을 납득할 수 없었다. 여가부의 존재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약자라는 걸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노인부, 아동부가 필요하다면 그걸 새로 설치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여가부 폐지를 중심 공약으로 내세운 걸까? 여성 의제를 다루는 걸 피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56개국 가운데 102위로 꼴찌 수준이다. 이 같은 현실은 부정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여성이 투표하고 직장만 가지면 성차별이 없는 것인가? 동료 남성 시민과의 차이가 존재하는 게 문제다. 이러한 차이와 해결 방안은 개인적 범위를 넘어선다. 내가 으슥한 길거리에서 느끼는 공포는 나 혼자 씩씩해지려고 노력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골목길에서 오로지 내 성별만 보고 다가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자랑스럽게 보여준 남성의 당당함은 내가 노력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정치권이 빚은 이대남들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내가 힘들다는데,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과는 친구 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윤 후보는 반(反)여성주의 전략으로 이대남과 동화되었고, 그들의 우상이 되었다. 결국 나는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그의 왜곡된 인식과, 여성인권 신장 운동인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과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윤 후보의 캠페인에 분노해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변화는 고사하고 나의 현실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대표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또 “취준생 짐을 덜어주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이 구직앱”이라고 말할 정도로 청년 취업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에도 소외감을 느껴 뽑을 수 없었다.
2) 과도한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
- 2030세대의 여성과 남성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을 ‘역차별’ 내지 ‘혐오’로 규정함으로써 젠더 갈등이 과도하게 쟁점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입장에서는 젠더 갈등이 실제보다 과장되었고, 그것이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지면서 갈등할 이유가 없는 쌍방이 싸우도록 부추겨졌다고 주장한다. 참고 : “젠더 갈등은 ‘가짜 적대’”…실속 없는 이대남 정치 [국민일보, 21-05-18]
- 실제로 20대 여성과 남성은 모두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여성은 젠더 갈등의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은 젠더갈등의 피해자가 남성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도 하다. (‘남성 혐오 현상’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남성은 85.7%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64.6%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여성 혐오 현상’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여성은 85.5%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64.5%가 같은 대답을 했다. 결국 남녀 모두 성별 혐오 현상이 심각하게 존재함을 인정하고, 남녀가 각각 스스로를 혐오의 피해자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 : MZ세대 90%, ‘젠더 갈등 심각하다’ [미래한국, 21-07-14]
- 여성가족부를 유지하느냐 해체하느냐, 나아가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가 아닌가만이 2022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안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젠더 갈등이 과도하게 정치쟁점화되면서, 이대남‧이대녀의 갈등 이상으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쟁점들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 : "여가부 폐지가 아닌 강화·개선 방향으로 나아가야" [뉴스핌, 22-03-28]
8. 논의 요청
- 우리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보는지, 또 그 이슈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토론해주십시오.
[추후 계획]
- 이슈 토론문으로 토론한 후, 평가를 정리해서 stulink2017@gmail.com로 보내주십시오. 이후 이슈 토론문 발간계획에 반영하겠습니다. (추가로 토론해보고 싶은 내용 예시)
-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문제가 무엇인가. 어떻게 해결이 되어야 하나.
- 대선 과정에서 이슈가 되었던 ‘성인지 예산 제도’가 무엇인가.
- 한국에서 젠더갈등이 어떻게 심화되었다.
[이슈토론문]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여러 측면에서의 비판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왜 갑자기 뜨거운 이슈가 되었나. 윤석열 당선인은 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하나. 민주당과 여성단체를 비롯한 ‘진보’진영이 이를 비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은 우리 사회에 무엇을 남길까.
1. 경과
2. 여성가족부의 소관업무
1) 역사 참고 : '폐지 논란' 여성가족부... 무슨 일을 할까? [BBC코리아, 21-07-01]
2) 설립목적과 주요 업무
설립목적
주요업무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정책의 성별영향 분석·평가
여성인력의 개발·활용
청소년의 육성·복지 및 보호
청소년정책의 협의·조정
청소년 활동진흥 및 역량개발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위기청소년 등의 보호·지원
가족과 다문화 가족정책의 수립·조정·지원
가족 및 다문화가족 정책의 기획·종합
양육·부양 등 가족기능의 지원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여성·아동·청소년에 대한 폭력피해 예방 및 보호
성폭력·가정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
아동·청소년 등의 성보호
이주여성·여성장애인 등의 권익보호
2) 예산 사업 참고 : [사실은] 여성가족부는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쓰나요? [SBS, 21-11-18]
순위
지출 내역
예산안
1
한부모 가족 지원
(한부모가정, 미혼모, 미혼부, 조손가정을 모두 지원)
4331억
2
아이 돌봄 지원
(맞벌이 때문에 양육 공백이 발생할 경우 지원해주는 돌보미 서비스 등)
2564억
3
청소년 사회 안전망 구축
(청소년 쉼터 운영, 재활 치료 예산 등)
1018억
4
가족 서비스 지원
992억
5
여성 경제활동 촉진 지원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경제 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대부분 경력단절 여성 지원기관인 ‘새일센터’ 운영에 쓰임.)
737억
6
가족친화 환경조성
482억
7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 회복 재발 방지사업
456억
8
청소년 관련 산하기관 등 지원
388억
9
청소년 참여 및 활동지원
314억
10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지원
279억
합계
1조 1561억(82%)
3.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
1) 여성가족부가 권력에 종속되어, 권력형 성비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주장
※ 관련 기사
"피해호소인" 야만적 2차가해…이런 민주당 찍을 수 없었다 [중앙일보, 22-03-1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5344#home
오늘은 그와 비슷한 또래이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인 김잔디(가명)씨가 1번을 찍을 수 없었던 이유를 썼습니다.(생략)
모두가 기억하듯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않았다. 민주당의 성범죄로 빈자리가 된 주요 지역 지자체장들을 다시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위해 들어간 비용은 1000억원에 육박할 만큼 컸다.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고도 일말의 양심조차 없는지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 이런 사실을 애써 축소하려는 의도인지 문 정부의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 이 정도 인식이니 민주당 남녀 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이 피해자를 향해 야만적인 2차 가해를 하는 걸 뻔히 보고도 단 한마디의 일침도 놓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한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고, 야당은 이를 반영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 5년 동안 너무도 명백한 잘못을 하고도 제대로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니 폐지 공약이 나오고 나서야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혐오적인 선동’이라고 여가부 안팎, 여성계가 흥분한다. 그리고 적잖은 2030 여성들이 여기에 동조한다. 하지만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대선 한 표도 그런 기준으로 던졌다. 절박한 심정이었다.
2) 여성가족부의 정책이 불공정을 양산한다는 주장
※ 관련 기사
김치남·백형 혐오표현 아니다? 학교서 가르치라는 여가부 [중앙일보, 19-03-1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11572#home
여가부는 지난 4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209쪽 분량의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배포했다.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배포하진 않았지만 내용이 공개되자 여론이 시끌벅적하다. 양성평등이 중요한 가치인 것은 맞지만 정부기관에서 비(非)전문적인 표현들과 주관적 해석으로 오히려 성편견과 성갈등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취지는 좋았지만 일부 내용은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혐오표현’ 부분이다. 사례집은 ‘여성운전자’ ‘김치녀’ 등을 대표적 혐오표현으로 언급했지만, ‘남성운전자’ ‘김치남’은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남성과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남성들은 소수자들처럼 차별받아온 ‘과거’와 차별받고 있는 ‘현재’와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저서(『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저)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현재 혐오표현을 ○, X로 분류한 이 표는 책자에서 삭제된 상태다.
3) 여성가족부가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
4. 여성가족부를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
1) 성차별 해소, 성평등 실현이 여전히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는 주장
※ 관련 기사
643개 여성·시민단체 “여가부 폐지 반대…성평등 추진체계 강화하라” [한겨레, 22-03-25]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36297.html
한국여성단체연합·참여연대 등 643개 여성·시민단체는 25일 “여성가족부 폐지 안 된다. 윤석열 당선자는 성평등정책 전담 독립부처를 중심으로 총괄·조정 기능 강화한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하라”는 제목의 공동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성평등 실현은 대통령의 책무라고 강조하며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끝까지 지켜보며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공동입장문에서 “(여가부의) 역사적 소명을 다 하지 않았느냐”며 여가부 폐지 의지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향해 “한국사회 성차별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큰 성별 임금 격차(2020년 기준 31.5%)와 상장기업 여성임원 비율(2021년 1분기 기준 5.2%) 등의 통계를 제시하며 “이러한 성차별 현실을 직시하고 구조적 해결에 힘쓰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여가부와 같은 성평등 주무부처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전담기구가 독립부처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입법권과 집행권이 있고, 국무회의에서 의결권이 주어지고, 부처별로 추진하는 성평등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총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역할을 하는 여가부는 ‘독립부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부처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이 한계를 어떻게 보강할지, 성평등 정책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고민과 비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 여성 외에도 가족, 청소년 관련 업무를 전담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
여성가족부가 여성에게만 혜택을 주는 기관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 관련 업무 외에도 가족, 청소년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고, 이러한 역할이 부족하다면 더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논의가 제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관련 기사
[사설] ‘여가부 폐지’보다 ‘보완’이 바람직하다 [매일신문, 22-03-26]
http://news.imaeil.com/page/view/2022032517320093306
문 정부 여가부의 잘못이 크고, 그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 대선 후보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 여가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폐지할 일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적절하다.
윤 당선인의 공약을 어기라는 말이 아니다. 그 공약이 나오게 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공약을 지키는 일이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여성, 가족, 아동, 청소년, 양성평등,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문제를 비롯해 여성 폭력 피해, 성폭력 피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사회를 위협한다. 전담 부를 폐지하고 이 업무들을 쪼개 관련 부서로 이전한다면 사회안전망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명칭을 '양성 평등 가족부' 등으로 변경하더라도 전담 부처가 존재해야 한다. 일부 여가부 구성원, 여성 사회단체 인사들의 잘못을 문제 삼아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은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5. ‘존치 vs 폐지’ 구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
6. 논의 요청
7. 우리 사회에 남길 것: 혐오의 정치 vs 불필요한 갈등
여성가족부 폐지가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지 논의해보자.
1) 혐오의 정치라는 비판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대남의 표를 얻기 위한 부적절한 선거전략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30 여성들은 여성 유권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인식이 여성들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제약을 간과하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여전히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고,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 동시에 성폭력 피해자 보호도 어려운 상황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가 성폭력 피해자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 관련 기사
여가부 폐지? 여성 이해하는 척도 안하는 尹, 어떻게 뽑습니까 [중앙일보, 22-03-1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5093#home
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 오로지 대선 기간 동안 그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생략)
윤 후보는 대선 기간 중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SNS에 올리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으며,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여성인권 향상이라는 담론 자체의 소멸을 바라는 소위 이대남의 열렬한 지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과 처벌을 목도하며 사는 나는 이런 시각을 납득할 수 없었다. 여가부의 존재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약자라는 걸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노인부, 아동부가 필요하다면 그걸 새로 설치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여가부 폐지를 중심 공약으로 내세운 걸까? 여성 의제를 다루는 걸 피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GGI)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56개국 가운데 102위로 꼴찌 수준이다. 이 같은 현실은 부정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여성이 투표하고 직장만 가지면 성차별이 없는 것인가? 동료 남성 시민과의 차이가 존재하는 게 문제다. 이러한 차이와 해결 방안은 개인적 범위를 넘어선다. 내가 으슥한 길거리에서 느끼는 공포는 나 혼자 씩씩해지려고 노력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골목길에서 오로지 내 성별만 보고 다가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자랑스럽게 보여준 남성의 당당함은 내가 노력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정치권이 빚은 이대남들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내가 힘들다는데, 이렇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과는 친구 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윤 후보는 반(反)여성주의 전략으로 이대남과 동화되었고, 그들의 우상이 되었다. 결국 나는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그의 왜곡된 인식과, 여성인권 신장 운동인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과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윤 후보의 캠페인에 분노해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변화는 고사하고 나의 현실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나를 대표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또 “취준생 짐을 덜어주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이 구직앱”이라고 말할 정도로 청년 취업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에도 소외감을 느껴 뽑을 수 없었다.
2) 과도한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
8. 논의 요청
[추후 계획]
00_220406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 이슈토론문.hwp
109.50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