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인천 지부 활동


인천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의 활동으로 휴업수당을 받아내다!

인천지부
2013년 12월, 부평공단의 한 업체 노동자로부터 회사가 또다시 휴업에 들어간다는 제보가 인천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이하 사업단)에 들어왔다. 짧게는 1주에서 길게는 2주까지 비정규직은 무급으로, 정규직은 강제로 연차가 소진되는 휴업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부평공단은 입주업체의 47.5%가 전기전자 업종으로 약 1만 3천여명의 노동자 중 5천 7백여명이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의 잦은 휴업과 장시간 노동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새로운 모델 생산이 시작될 때 죽어라 일하다가 해당 부품 생산이 끝나가면 무급으로 혹은 강제로 연차를 까며 휴업을 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악질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 11월, 사업단은 부평공단 휴업수당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로 1억 2천 7백여만원 상당의 체불임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다시 시작된 ‘휴업수당’ 선전전

그러나 실태조사와 근로감독관 시정조치 한 번으로 고질적인 관행이 바뀔 리는 없었다. 그래서 사업단은 이번 제보를 계기로 불만이 쌓여있을 노동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회사 사정으로 회사를 못 나가면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12월 엄동설한에 시작한 선전전. 일단 다시 한 번 휴업수당에 대해서 알리는 유인물을 나눠드렸다. 이번에는 갈산역이나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해당 사업장이 위치한 공단 내 사거리에서 노동자들을 만났다. 추운 겨울 출근길 노동자들의 표정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꽁꽁 언 손을 주머니 속에 푹 찔러놓고 가다가도 꼭꼭 유인물은 잘 받았다. 바로 ‘내 얘기’라는 증거였다!

물티슈에 지압기에 스프, 헛개차까지

유인물을 받는 노동자들로부터 느껴지는 반응은 분명 이 전에 실태조사를 할 때와는 달랐다. 잘 받고, 꼼꼼이 읽어보고, 질문도 하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쑥덕거리고… 하지만 거기에서 나아가는 것은 힘들었다. 주구장창 휴업수당 받아내자는 선전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분명 아침 먹기는 힘들었을 출근길, 따뜻하게 속 데우시라고 ‘스프’도 직접 만들어 나눠드리고 헛개차도 끓였다. 유인물은 하루만 뿌려도 다음날 ‘이거 받았어요~’ 하시는데 민주노총 인천본부 노동법률 상담소 전화번호가 찍힌 물티슈는 뿌려도 뿌려도 잘만 받아가신다. 노동자권리찾기 안내수첩, 산재정보가 담겨있는 건강권 수첩, 지압기도 나눠드렸다. 하루는 유인물을 예쁜 편지봉투에 담아서 드리니 ‘이게 뭐야?’ ‘편지예요~^^’ 하며 훈훈하게 유인물을 드리기도 했다.
▲ 편지봉투에 담아 나눠드린 유인물
선전전 시작한지 4주째가 되자 ‘추운데 수고한다’는 말을 미소와 함께 듣게 되었다. 형광색 조끼를 입지 않아도 ‘오늘은 먹을 거 안줘요?’하며 우리를 알아보신다. 그리고 조금은 진지하게 ‘다들 생각은 있는데 나서지를 않는다. 유인물 받는 거 말고 서명같은.. 행동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고 가신 분도 생겼다.
주변 회사들은 정문에서 유인물을 걷기도 하고, 금속노조 새끼들 설문조사 하지마라는 협박을 했다고 한다. 신고하면 휴업수당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성과금이 안 나갈거라는 소문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1월 사업단 상담문의는 약 4배 증가해서 44건을 기록했다.

휴업도 모자라 대량해고

그런데 선전전을 하는 중에 한 회사에서 휴업도 모자라 파견직을 중심으로 300명 400명씩 해고를 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실업급여 문의가 늘어났다. 해고된 줄도 모르고 일을 하다가 울면서 뛰쳐나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사업단이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해고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 순식간에 해고할 수 있는 것이 공단의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파견직 이기에 모든 것이 너무 쉽다. 그러기 위해 파견노동자를 고용한다.
그런데 한편, 처음 휴업으로 제보가 들어왔던 회사는 이제 물량이 늘어나 매일 매일 새로운 사람을 뽑고 있었다. 굳이 해고를 단행하지 않아도 휴업 시기 스스로 그만둔 인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출근하고 퇴근했다. 공단에서 늘상 반복되는 일이다.

만나서 얘기해요 :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설명회

선전전 시작한 지 8주 째, 파견업체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는 금속노조 명의의 공문을 발송했다. 그랬더니 몇몇 업체에서 확인 후 휴업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답을 주었다. 우리는 이 과정도 고스란히 선전전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몇 주간의 휴업수당 선전전을 마무리하며 ‘못 받은 휴업수당 받기/강제 연차 회복하기/실업급여 신청하기/해고되지 않고 정규직 되기’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그 동안 유인물을 주고 받는 것으로만 만났던 사람들을 직접 얼굴 보고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였다.
설명회는 일요일, 금요일 두 차례 진행했다. 결과는 총 13명 참가! 그 중 11명이 뒤풀이까지 함께했다. ‘과연 찾아오는 노동자들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준비했던 설명회였는데 예상 외로 많은 노동자들이 참석해주었다.

휴업수당을 지급하다!

그리고 3월 중순의 월급 날,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일부 업체에서 휴업수당을 지급한 것이다. 본래 지급해야 하는 휴업수당의 전액은 아니지만 선전전만으로 회사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기뻐할 만한 일이다. 이제 남은 일은 성과를 성과답게 제대로 알려내는 것이다. 휴업수당을 그저 ‘와, 꽁돈 생겼다!’가 아니라 그 돈이 원래 나의 권리였고, 권리임을 외쳤던 사업단의 활동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제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알려야 한다.

이번 선전전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휴업수당’이라는 권리에 대해서, 그리고 노동자의 편에서 활동하는 사업단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신고해주면 좋겠다’, ‘회사 그만둘 때 신고해야지’를 넘어 함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 가능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래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공단 노동자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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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노동자 권리찾기 휴업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