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신화가 만들어낸 죽음의 사슬을 끊어내자!
- 삼성 반도체 노동자 고 박지연씨를 애도하며 -

4월 2일 오늘 오후 1시경, 강남의 삼성 본관 앞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하던 7명 전원이 서초 경찰서에 강제 연행되었다. 같은 시각 강남 성모병원에서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로 백혈병을 앓다 돌아가신 고 박지연씨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었고, 이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고인의 장례가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삼성자본과 결탁한 경찰력이 합법적인 일인시위를 짓밟아 버린 것이다.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출신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은 박지연씨를 포함해 김명미, 황유미, 이숙영, 이민호, 이상해,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 노동자 2명까지 모두 아홉 분이나 된다. 이들 모두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에 걸려 돌아가셨고, 2009년 12월까지 확인된 조혈계 암 발병자가 22명이나 된다. 정부와 삼성의 외면 속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생명이 꺼지게 될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삼성 반도체의 작년 매출이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는 영업이익 4조원 돌파가 확실시 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세계 일류 기업이 노동자의 피와 목숨을 대가로 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알려진 바 없다. 삼성이 2004년에 암 직업병 유발 물질을 작업장에서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려진 바 없다.

‘윤리경영’을 외치면서 정작 윤리가 뭔지도 모르는 기업. ‘또 하나의 가족’이라며 가족으로서의 희생만 강요하는 기업. 강요된 희생을 거부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할까봐 노동조합조차 인정하지 않는 기업. 그 기업 삼성 반도체에서 지금도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 그리고 뻔뻔한 범죄자 이건희를 사면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있다.

고 박지연씨의 죽음을 슬퍼만 하고 있기에는 정권과 자본의 결탁이 너무나 공고하고, 그로 인한 희생이 너무나 억울하다. 인구 10만명 당 1~2명이 걸린다는 희귀병이 왜 유독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에게 집단적으로 발병하는지, 삼성이 왜 그토록 무노조 경영을 강조하는지. 삼성 반도체가 왜 죽음의 공장인지 온 국민에게 알려내야 한다. 그리고 그 힘을 모아 반드시죽음의 사슬을 끊어내고,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쟁취될 수 있도록 하자.


삼성 반도체는 박지연씨 죽음 앞에 사죄하라!
정부와 삼성은 백혈병 집단발병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동조합 인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