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연이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부른 노무현 정권의 반노동자성을 규탄한다.


10월 17일 목을 매 자결한 한진중공업 故김주익 열사에 이어, 26일 분신한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이용석동지가 31일 낮 기어이 운명을 달리하셨다. 10월 23일 노조탄압에 항거해 분신을 기도한 세원테크노조의 이해남 동지는 90%가 넘는 화상을 입고 현재까지 사선을 넘나들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30일에는 故김주익 열사의 동료인 한진 중공업의 곽재규 동지가 공장 내 크레인 옆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 주변의 증언을 포함한 여러 정황을 보았을 때 최근의 사태를 비관한 투신자살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2002년 대량 정리해고 이후 2년 동안 임금을 동결하였고, 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을 갖은 수단을 동원해 탄압해 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조간부들이 징계해고와 손배가압류를 받아왔고,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주익열사는 죽기 전 129일 동안 35m 높이의 크레인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노조의 7만 5천원 임금인상 요구를 노조탄압으로 응답한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그 사이 무려 100억 원이 넘는 주식 배당금을 챙겨왔다.


세원테크는 대구에 소재한 작은 사내하청 노동조합으로, 2001년 어렵게 노동조합을 건설하여 임단협까지 체결함으로써,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조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2003년 8월경 故이현중동지가 구사대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이후, 책임규명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를 사측은 용역깡패와 경찰력을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탄압하였고, 이에 노조 지부장인 이해남동지가 분신으로 항거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직원의 30% 이상인 천 여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며, 이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극심한 노동착취,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맞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4월 노조를 설립하고, 이후 총 11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공단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교섭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이에 노조는 28일 총파업돌입을 결의하고 있었고, 그 이틀 전 광주전남본부장인 이용석동지가 "비정규직을 철폐하라!"고 외치며 분신하였다.


이와 같이 세 노동자의 죽음과 분신 기도는 한진중공업, 세원테크, 근로복지공단 사측의 노조탄압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노무현정권의 노동탄압과 반노동자적 정책이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한다.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9일 발표된 대국민담화문은 노무현정권의 최근 사태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담화문에서 노무현정부는 ‘사태해결과 대화를 위한 성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파업 등의 집단행동을 감행한다면 엄정 대처한다’고 못박음으로써, 이제껏 진행해온 반노동자적 정책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무현정부는 출범 이후 ‘노사관계선진화’ 운운하며, ‘노동귀족’, ‘대기업 노조가 나라를 망친다’는 둥의 망발을 동원하여 노동자들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을 진행해왔다. 전교조, 화물연대, 철도노조 등 각종 노동자투쟁에 대한 탄압은 물론, 주5일제를 빌미로 한 근로기준법 개악, 노사관개개혁방안 등 법․제도적 차원에서의 공격도 쉼없이 진행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의 인식에 따르자면 ‘노동귀족’인 소위 대공장의 노동자가 20여년을 꼬박 일하고도 고작 150여 만원, 각종 세금을 제하고 나면, 불과 90여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의 죽음을 통해 확인되었다. 60%를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과 온갖 차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가운데, 이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노동부가 오히려 비정규직 확대에 앞장서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용석동지의 죽음이 말해 주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수단도 갈수록 악랄해져서, 김주익 열사의 죽음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손해배상가압류 규모는 10월 20일 현재 45개 사업장 1천 336억 원이다.


세 분의 노동자가 하나뿐인 목숨을 내걸고 항거했던 이러한 현실을 노무현정권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60%가 넘는 노동자를 노예와 다를 바 없는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노동탄압, 반노동자적 정책 도입에 앞장서는 노무현정권은 재신임 따위를 물을 자격조차 없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인천민중연대(준)은 故김주익열사, 故이용석열사, 故곽재규동지의 죽음과 이해남동지의 분신의 책임이 노무현정권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 또한 이들 노동자의 목숨을 건 투쟁을 이어받아, 비정규직철폐, 노동탄압 분쇄, 손배가압류 철폐를 위한 전국의 노동자민중들의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을 결의하는 바이다.


2003년 11월 3일
인천민중연대 준비위원회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민주노동당인천시지부/ 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노동이아름다운세상/ 다함께인천지부/ 사회진보연대인천지부/ 인천교육문화센타희망터/ 인천노동자의힘/ 인천부천지구대학총학생회연합/ 천주교인천교구부평노동사목/ 천주교인천교구노동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