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구조조정/민영화 저지 투쟁의 최전선에 서있는 발전노조 파업투쟁을 지지하며


25일을 기해 돌입했던 발전노조의 파업투쟁이 4일차를 경과하고 있다. 애초 가스, 철도, 발전 공공3사의 연대파업으로 시작되었던 이번 파업투쟁은 가스와 철도의 협상타결 이후 어두운 전망을 낳기도 했으나, 산개투쟁이라는 새로운 투쟁전술을 구사하면서 굳건하게 진행되고 있다. 5000여명에 이르는 발전노조 조합원들은 500여개의 분임조로 나뉘어 서울시내 곳곳에 산개해 있으면서 파업지도부의 투쟁지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자칫 파업대오가 와해 될 수도 있는 이러한 투쟁 속에서도 파업첫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직율을 유지하며 흔들림 없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현장복귀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며 4∼5%의 수치를 들이밀고 있지만, 이는 처음부터 파업투쟁에 결합하지 않은 조합원들의 숫자일 뿐이며, 현재 말 그대로의 '현장복귀'를 하고 있는 조합원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으로부터 분사한지가 일년 여에 불과한 노조가 이토록 막강한 조직력과 굳은 결의 위에서 파업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발전노조는 이번 파업투쟁의 요구안으로 민영화 방침 철회, 단체협약 체결, 해고자 원직복직, 노동강도 강화 즉각 중지, 발전회사 경영자율권 보장 등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연대총파업을 벌였던 공공 3사의 공동 요구안이기도 하다. 필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진다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명분좋은 온갖 책임은 강요하면서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되지 않아 왔던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른다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 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있다. 몇몇 단협조항에 대한 일정한 의견접근에도 불구하고 발전노조가 민영화 방침철회에 배수진을 치고 파업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으며, 민영화 저지 투쟁에 있어 '패배는 있을지언정 양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의 추진이 노동시장을 어떻게 교란하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얼마나 폭력적으로 파괴하는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자본시장의 전면적인 개방, 해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련의 신자유주의 정책 속에서 노동의 유연화, 노동강도, 노동통제의 강화는 거침없이 강화되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지는, 매각의 수순처럼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들에 대한 인원감축, 노동강도 강화 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위험과 비용 또한 엄청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영국의 철도 민영화 사례나 미국 켈리포니아 전력사태 등을 통해 이미 전국민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공성과 국가산업 측면에서 파괴적인 결과만을 야기할 뿐인 공공부문 민영화를, 그것도 공공노동자, 국민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정책을 유독 정부만이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파업을 두고 언론이나 보수세력들은 입장없이 안일하게 대처한 정부(부처)를 질책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정부의 근거없는 민영화 입장의 완강함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민영화 방침 철회에 대해 기업경영진들은 국가 정책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명분으로, 정부측 대표로 중재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노동부장관 역시 자기 권한이 아니라며 사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에 대한 정부정책은 결국 해외 투기자본의 이해와 그를 위한 구조조정 정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 발전노조의 파업투쟁은 책임은 있으되 권리란 존재하지 않는 '공공'의 족쇄에 묶여 있으면서 94, 99년 등의 굵직굵직한 투쟁의 족적을 만들어온 공공노동자들의 투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협상이 타결되어 파업을 철회한 가스와 철도노조의 경우도 기층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 조합원 총회에서의 최종 승인 문제를 염두해 둔다면 투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민영화문제가 협상과 쟁의의 대상일 수 없다는 정부측의 기만적인 입장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발전노조의 투쟁은 스스로의 생존권을 방어하고 쟁취하기 위한 투쟁일 뿐 아니라, 외자유치, 효율성 재고를 명분으로 헐값에 공기업을 팔아치우고 결국 그 출혈을 전적으로 노동자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근본적인 제동을 걸기 위한 정세적 투쟁이다. 따라서 파업대오를 고립·와해시키기 위한 정부의 '전력공급 차질, 국민불편 초래' 운운하는 이데올로기 공세가 만일 현실로 나타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측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민영화 저지, 구조조정 저지 투쟁의 최전선에 위치하고 있는 공공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공공노동자들의 투쟁일 수만은 없는 것이며, 이에 대한 중단없는 투쟁의 결의를 밝히는 바이다.

2002년 2월 28일
사회진보를 위한 민주연대 인천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