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복지예산 늘리고 제도 접근성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최근 생활고와 신병 비관에 따른 자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빈곤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복지 예산을 늘려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서민들이 쉽게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간소화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활고·신병 비관 자살 잇따라 =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7시 45분께 동두천시 상패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윤모(37·여)씨와 아들(4)이 숨진 채 발견됐다.

윤씨의 옷에서는 '미안하다'는 등의 글이 적힌 세금 고지서가 발견됐다.

윤씨는 재혼해 아들을 낳았고 남편이 데려온 딸(15)과 함께 살았지만 변변한 벌이가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고 우울증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음 날 오전 8시 38분께 경기도 광주 초월읍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이모(44)씨가 딸(13·지체장애 2급), 아들(4)과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부인 A(37)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작은 방 안쪽에는 유리테이프로 문틈을 막은 흔적이 있었으며 옆에는 불에 탄 번개탄 5개와 소주병 2개가 놓여 있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에서는 박모(60·여)씨와 그의 두 딸 A(35)씨, B(3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현금 70만원과 함께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돼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자살률 1위…GDP 대비 사회복지비용 '바닥' = 지난해 통계청이 발간한

'2012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 인구로 계산한 자살률은 29.1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OECD 회원국 중 GDP 대비 사회복지비용이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는 부족한 사회복지 예산 탓에 도움을 받지 못한 서민들이 빈곤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인립 연세대 원주캠퍼스 사회과학부 교수는 "GDP 2만3천 달러 수준의 OECD 국가들은 GDP 대비 15∼20% 수준의 사회복지비용를 쓰고 있지만 한국은 11%로 사실상 최저 수준"이라며 "이는 빈곤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활고 자살이 이어진다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 중 제도가 정해놓은 자격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지원이 시급한 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도 나온다.

최창우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에 그치고 있다"며 "복지만을 위한 복지 증세를 통해 재정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제도가 복잡하면 결국 혜택을 받지 말라는 뜻과 같은 것"이라며 "사각지대에 있는 410만여명의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단순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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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4 11: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