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7일 레디앙 칼럼 ‘전쟁과 평화’]
우크라이나 사회의 해체를 유도하는 유럽, 러시아, 미국
-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야기할 심원한 위험
 
임필수 |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3월 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서부에서 훈련 중인 군 병력의 원대복귀를 명령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다소 안정되느냐는 기대가 무색하게, 3월 6일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러시아 합병을 결의하면서 다시금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크림 의회는 3월 16일 주민투표를 실시해 크림이 러시아 연방에 들어가는 데 찬성하는가, 아니면 자치권을 강화한 채 우크라이나에 존속할 것이냐 묻기로 했다.
크림 지역의 주민투표가 당장 어떻게 결론이 나던 간에 더 심원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회의 해체를 가속화하는 근본 요인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억압적이고 범죄적인 정권이 제거되었지만 반동적 민족주의 이념이 헤게모니를 대체하고 있다. 또한 유럽이나 러시아가 제시한 경제협력은 양자 모두 우크라이나 과두지배 세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인민에 대한 사회적 공격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방식이로든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모순이 지속적으로 동서갈등, 민족갈등 형태로 분출되고 사회적, 민족적 해체를 이끌도록 촉진할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면한 국제 좌파운동이 모두 공통적으로 우려하는 바다. 예를 들어 제4인터내셔널 국제위원회 성명(2014년 2월 25일)을 인용해보자.
“2013년 11월에 시작되어 야누코비치의 퇴진을 이끌어낸 운동은 시작부터 혁명적 세력(민주적, 반엘리트적, 자기 조직화된 운동)과 반혁명적 세력의 조합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 사회의 성격에 뿌리를 둔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회는 원자화되어 계급적 정체성이 부재하며, 교육이 퇴화되고 반동적 민족주의 이념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이른바 유로 마이단 운동이라고 표현된 운동, 즉 과두지배적이며 범죄적인 정권을 제거하겠다는 대중적 열망을 지지한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이러한 열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인민이, (러시아와 체결했든 아니면 유럽연합과 체결했든 간에) 이미 체결되었거나 파기된 국제협정을 어찌할지 결정하고 통제할 완전한 권리를 지녔다고 본다. 그러한 권리는 협정이 끼칠 사회경제적 영향을 투명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행사될 수 있다.
야누코비치 정권이 막을 내렸지만 대중운동은 민족적, 사회적 쟁점에 관한 진보적인 강령을 지니고 있지 못하며 노동자운동이 부재하다. 다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새로운 여당은 우크라이나의 내적인 갈등과 대치를 촉진하며 우크라이나의 통합을 해체할 사회적 공격을 지속할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인민은 자신의 구체적 요구를 담은 자기 조직화 형태를 창출해야만 한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을 지지하거나 용인하는 미국의 정책은 우크라이나의 사회적 해체 경향을 부추긴다. 이번에 소개하는 글은 미국과학자협회 전략안보문제 블로그에 발표된 글로 미국 ‘진보파’의 입장에서 미국 정부의 정책적 오류에 초점을 맞춘다.
(http://blogs.fas.org/security/2014/03/ukraine-value-risk-analysis-foreseeing-crises/)
소개하는 글은 보기에 따라서 지나치게 ‘친러시아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는데, 우크라이나에 관한 러시아의 전략적 관심사나 우려를 미국이 의도적,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러시아계 주민의 적법한 권리를 간과하는 정책은 모든 우크라이나 주민의 고통을 연장시키며 거대한 지역적, 세계적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과 나토가 취하고 있는 공공연한 반(反)러시아 정책이 전략핵무기 감축이라는 겉모습과 달리 실질적으로 세계적 핵경쟁을 촉진하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이 공공연한 반러시아 정책을 수정하여 러시아의 전략적 우려를 해소하며 양자간 핵감축을 이뤄야 한다는 분석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의 기사, <미국 MD계획, 과연 신의 방패인가>를 참조할 수 있다. http://www.redian.org/archive/6799) 나아가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유례가 없는 일로 예측할 수 없는 심원한 위기를 동반할 수 있다는 거대한 우려를 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푸틴 정권의 국내적 억압 정책과 대외적 국수주의적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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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위험 분석
 
마틴 헬먼 | 미국과학자협회 핵위험분석 협력 선임 연구원
 
지난 해 가을, 나는 스탠포드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를 방문한 다니엘 앨트먼을 만났다. 내가 핵억지 위험분석에 관한 나의 관심사를 말하자 그는 2017년 우크라이나 남부의 군항도시 세바스토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나의 레이더 화면에서 전혀 잡히지 않던 문제였다.
 
2017년로 예정된 세바스토폴발 위기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 함대의 모항이며, 크림 반도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1954년까지 러시아의 일부였다. 1954년 흐루시초프는 크림 반도를 자의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귀속시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연합의 일부였기 때문에 영토 이전은 현실적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91년 소비에트 연합이 해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러시아인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크림 반도가 러시아에 반환되어야 할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그러나 영토 반환은 이뤄지지 않았고, 세바스토폴은 독립 우크라이나의 일부가 되었다. 러시아는 수세기 동안 자신의 해군 기지였던 곳을 임대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야 했다. 임대는 2017년에 종료될 예정이었다. 2008년으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 반(反)러시아적 우크라이나 정부의 총리였던 율리아 티모센코는 세바스토폴 임대의 연장을 배제했다. 만약 임대 연장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크림 반도의 러시아계 주민들, 특히 다수가 흑해 함대에 고용을 의존하는 세바스토폴 주민은 러시아로의 재통합을 청원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극도로 위험한 위기를 창출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크림 반도의 재통합이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보는 반면,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훔치는 것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위기의 잠재적 가능성은 2010년에 감소되었는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친화적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임대 협정을 25년 연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위기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새롭게 등장한 반러시아적 우크라이나 정부가 권력을 장악하여 임대 연장을 취소할 가능성이 부상했다. 현재 야누코비치가 물러나고 반(反) 러시아 세력들이 과도 정부를 구성하면서 그러한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경제적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 누가 승자가 될 수 있나?
 
로날드 레이건 정부의 모스크바 대사였던 잭 맷럭은 2월 8일 기사에서 현 상황에 대해 확실한 뉘앙스를 지닌 입장을 취했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경제적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에서 승리한 쪽이, 그것이 러시아가 되든 유럽연합이 되든 간에 결국 패배한다는 것이다.
 
만약 야뉴코비치가 유럽연합 제휴협정(association agreement)에 서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용할 수 있는 돈으로는 은행 파산을 오랫동안 막기 어려웠을 것이며,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는 긴축 조치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말은 1년에서 18개월 내에, 어쩌면 더 빠른 시간 내에 우크라이나인 대부분이 자신이 경험한 비참한 현실을 두고 유럽연합과 서방을 비난하는 것이었다.
만약 대부금과 저렴한 가스에 관한 러시아의 약속이 갱신되어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공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역시도 우크리아나 정부와 경제가 필사적으로 요구하는 경제개혁과 현대화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심지어 러시아계가 많은 동부의 주민들도 자신이 겪는 비참함을 두고 러시아를 비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가 유럽연합 제휴협정에 서명하기만 했더라도…!”
요약하자면, 러시아나 유럽연합이나, 무엇보다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정치 경제적 개혁이라는 문제를 동서 투쟁으로 전환한 것은 엄청나게 거대한 전략적 오류라는 점이다.
 
미국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가?
 
맷럭 전(前) 대사는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접근법만이 실제로 작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논지를 정교하게 발전시킨 글을 3월 1일에 발표했다.
 
내가 만약 우크라이나인이라면 만화가 월트 켈리의 <포고>에 나온 불멸의 명언을 외칠 것이다. “우리는 적을 만났다. 그 적은 우리다.” 진실은 우크라이나가 한 국가이지만 아직 한 민족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는 우크라이나인 자신이 아니라 외부인에 의해 조립되었다. 우크라이나 영토가 전통적이라거나 원생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우호적 (최소한 비적대적)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한 번영하고 건전하며 통일된 국가가 될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서부 지역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은 이러한 조건을 인정할 의지가 전혀 없다. 그리고 미국은 모스크바를 저주하게 하는 그들의 태도와 정책을 장려하거나 용인했다.
오바마가 푸틴에게 보낸 ‘경고’는 경솔했다.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공연한 군사 개입을 피할지도 모른다는 빈약한 희망은 오바마가 모스크바에 결투를 신청하면서 사라졌다. 그것은 단지 정치적 판단의 오류가 아니라 인간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바마가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실제로 원했던 것이다. 이는 나로써 믿기 어렵지만.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이미 다양한 지역을 장악한 여러 집단들로 조각나 있다. 그 조각들을 다시 합치겠다는 희망을 품으려면, 모든 당사자의 협력이 필요하며, 최소한 러시아와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동부와 남부의 우크라이나 시민이 수용할 수 있는 동맹을 형성해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이 야기할 심원한 위험
 
마지막으로 나의 의견을 덧붙이겠다. 지난 10월과 11월, 나는 러시아의 국제관계 전문가 표도르 루키아노프의 경고를 인용했다. 정권교체를 선호하는 미국의 경향은 “모든 것을 압도할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며, 여기에는 러시아의 불안정도 포함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와 여타 아랍 세계 정권의 전복을 지원한 사례는 미국이 러시아처럼 강력한 국가에서도 정권 교체를 단호히 추진하고 있다는 두려움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 대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사태는 그러한 두려움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만약 경제적 위기와 여타 위기가 푸틴에 반대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를 촉발시키면 미국이 다시금 정권 교체를 지원할 것이라는 푸틴의 두려움은 내가 보기에 비합리적이다. 만약 소련이 1965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와츠 폭동을 지지했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와츠는 로스엘젤리스 남부의 흑인 밀집지역으로 6일간 지속된 폭동으로, 주방위군이 투입되어 진압과정에서 34명이 사망하고 4천명이 체포되었다.)
우크라이나에 관한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일차적으로 지정학적인 것이지만, 인권에 대한 우려도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우크라이나에 수입된 러시아어 영화는 우크라이나어로 더빙되었고 러시아어 자막이 깔렸다. 러시아어 영화 상영이 법적으로 금지될 때, 러시아계 주민이 느낀 감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려는 위험이 존재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러시아 소수자를 복속시키려 했던 역사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주민의 적법한 권리를 인정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며, 미국은 바로 지금 그러한 접근법을 지지해야 한다. 나는 미국이 오류를 인정하고 정정하기를 희망한다. 그러한 접근법만이 여러 민족 집단에 속한 모든 주민의 고통을 단축시킬 것이며, 러시아와 미국의 충돌 위기를 감축할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충돌 위기는 항상 핵 위기를 동반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