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뇽 안녕하세요.

지형이보다는 익숙하실 옛 별명으로 마지막 편지를 써봅니다. 첫만난 곳은 인문대 학생회실이었던가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언젠가부터 곁이 있어 주셨어요. 우리말이죠, 다른 후배들처럼 개인적인 친분은 그리 깊지 않았죠. 늦게 만났고, 단과대도 달랐고, 맨날 툴툴대던 건방진 후배여서 그랬을까요. 하지만 말이죠, 누구보다 많이 기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가 가는 길 앞에 계셨으니까요.

어디든 문을 열면 그 때처럼 선배가 등을 돌리고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나는 마뇽 선배 일 좀 그만하고 쉬어요 말하겠고, 선배는 어 총학아 왔어 오늘은 일 별로 없는 편이야 쉬면서 하고 있어 근데 너 이것 좀 해줘야 겠다, 이렇게 말하며 맞아줄 것 같아요.

사실 선배와의 마지막 만남은 기억이 나질 않아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니 오늘도 내일도 항상 있었을 것만 같거든요. 한결같다는 소식도 계속 전해 들었어요. 당연히 제가 찾아뵈었어야 할 것을, 다만 언젠가 제 사정이 풀리면 찾아뵈야지, 이렇게 막연히 미루고 있었을 뿐입니다.

저는요, 선배의 마지막 소식을 듣고도 제대로 울지도 못했어요. 저말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울어주는데 제가 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힘들 땐 실컷 기대놓고, 제가 마뇽이 힘들 때 따듯한 말 한 마디라도 했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지금 제 모습을 보면 뭐라하실까요. 예전처럼 네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라고 하시겠죠?

마지막 사진은 어찌 그리 멋지고 이쁜 미소를 짓고 계신지. 믿기지가 않아요. 사진첩을 보니 저와 함께 찍힌 사진이 단 2장이더라구요. 그 때도 변함없이 활짝 웃고 있더랍니다. 저도 그 사진에서는 활짝 웃고 있더라구요.

그 미소, 제가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던가요? 처음 봤을 때부터 그리고 마지막 보내드리는 절을 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말했다면 좋을텐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제가 전하지 못했어도 선배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틀림없이 알려줬을 거라 생각해요. 다시 한 번만 그 미소를 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 미소를 곁에서 맘껏 볼 수 있던 행운아에 어울리게 살 겁니다.

마뇽 선배, 너무 늦었지만 하고 싶은 말 다 할게요. 제가 항상 일부러 선배라고 불렀죠. 하지만 누나라고 편하게 부르고 싶었어요. 있잖아요 누나는 웃을 때 정말 아름다워요. 그 미소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환하게 되요. 그렇게 항상 제게 힘이 되어 주셨는데 마뇽에게 힘내라는 말도 못한 것 같아요. 같이 놀고 막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는데 항상 바빠 보여서 그러지도 못했네요. 그래도 좋았어요. 항상 그 자리에 계셨으니까요. 마뇽, 이제는 편히 쉬세요.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