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장례식장에 갔다가 어떤 친구를 만나 니가 내 걱정하는 메세지를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거 좀 보여달라고 부탁을 했고 날짜를 보고 이날이구나 생각했어. 크게 사고쳐서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상처를 줬던 다음날. 그주 주말에 우리 동기들이 마련해준 술자리에서 많은 얘기를 했고, 우리 동기들이 이렇게 걱정해주고 챙겨주는데 당분간 사고좀 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은 매년 5월이면 외쏘데이 하자고 얘기했고, 뭔가 든든한걸 얻은 것 같아 상태가 나아졌었어. 며칠 후 일기장에 동기들이 잘 챙겨줘서 2009년 이후 남아있던 앙금도 말끔히 해소되었고, 내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게 너무 많아 반성된다고 썼다.

너를 안지도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너랑은 사실 많은 말을 하진 못했어. 같이 있는 2년 동안 따로 술 한번, 차 한잔 한적도 없고, 학생식당에서조차 둘이 앉아 밥먹었던 적도 없다. 어떤 글을 써와서 회의를 할때면 평상시와는 다른 심각한 말투로 조목조목 비판하는게 너무 싫었고, 다른 사람들이랑은 친한 것 같은데 나한텐 따로 말 한마디 안 해줄까 생각한적도 많다. 글을 써야 할때면 난 밤이 되어야 머리가 돌아가 결국 밤을 새곤했는데, 일정한 시간이 되면 깔끔하게 마치고 돌아갔고, 나는 손으로 하는건 키보드 두드리는 것 밖에 못하는데 너는 재능이 너무 많아 부럽고 얄밉기도 했다. 각자의 단점을 얘기해보라고 했을때 니가 모 아이돌을 좋아해 그 영상을 많이 보는게 단점이랄 때, 그게 단점이면 나는 존재자체가 단점이라고 짜증도 났었다.

학생운동 끝날 때쯤 어느 술자리에서 우리가 친구는 아니지 했다가, '넌 어디가서 우리 가장 친하다고 해라. **가 가장 친하다고 하면 누가 알아주겠냐' 이런 핀잔을 하기도 했어. 얘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니가 했던 몇 가지 결정적인 말들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후에 군대가고 사회진출 한 다음에는 내 동기들 생각이 많이 났어. 같이 있을 때는 너희들이 다들 누나들 같아서 너무 어렵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지나고 난 다음에야 이 친구들이 있어서 학생운동이 돌아갔다고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사회운동을 하고 있다고 남들에게 자랑도 많이 했다. 꼭 많이 놀고 어울려야만 친한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자부심을 주는게 친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 잘 기억은 안나지만 군대 있을 때 민영이 니 생일날 전화도 한번 했던 것 같다. 나도 친밀감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용기내서 1분 정도 어색하게 통화했었지. 그게 사적인 연락으로 딱 한번 직접 통화한거네..

니가 떠나가기 전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송민영이었다. 송민영이 좀 더 빛나는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남들이 알아주는 자리에서 성과 많이 내면서 잘난척도 좀 더 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들... 물론 너는 내가 아는 것 이상으로 성과를 내고 있었고, 빛나고 있다는 것을 니가 떠난 다음에야 알았다. 상태가 좋아지면서 송민영 어떻게 챙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마음 속 빚을 갚고 싶었는데, 또 웬지 쑥스러워서 그렇게 챙기지도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지금은 사이가 좋지만 언젠가는 다시 까칠해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사람눈을 잘 못쳐다봐서 니가 나랑 눈 마주치는 연습하자고 한적 있었잖아. 니가 떠난 다음에 별로 예쁘지도 않은 니 얼굴만 하염없이 쳐다본다. 우리가 따로 나눴던 대화보다 더 많이 혼자말로 너랑 얘기한다. 언젠가는 우리 가족들에게도 내게 이렇게 멋진 친구들이 있다고 당당하게 소개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친구는 너무 안타깝게 갔다고 밖에 얘기할 수 없어서 아쉽다. 평소에 한 얘기가 많이 없어 너를 떠나보내면서도 잘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상은이가 읽는 조사를 들으며 부끄러워서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조직에 불평불만 많이 하는 사람도 나고, 송민영에게 걱정 끼쳐준 사람도 나라고 생각했다. 가장 어리광부리고 징징대는 사람이 나였다는 건 확실히 알게됐다. 나한테 소개팅 시켜주면 친구하나 잃어버린다는 말도 전해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웠다고 했던 말도 잘 전해들었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고 누구를 잘 챙기게 되지는 않겠지만, 니가 나를 위해서 먼 곳까지 내려왔듯이 나도 너 있는 곳에는 가끔씩 가려고 한다. 꿈에라도 나오면 어색해하지 말고 좀 더 많은 얘기하자.

쓸말은 더 많지만 니가 싫어할 것 같아서 이만 줄인다. 마지막으로 이 말은 하고 싶다. 사랑한다 민영아. 니가 내 걱정 내 생각 많이 했던 거 잘 알고, 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너를 생각하고 좋아하고 있었더라. 좋은 곳으로 잘 가고 푹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