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에 있었던 3주기 추모행사의 마지막에는 각자 받은 종이에 ‘나에게 송민영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에 관해 적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적어주셨는데요. 적어주신 내용 중 일부를 이 게시판에 옮겨봅니다.
종이는 소중히 모아서 납골당 안에 넣을 예정입니다.


<나에게 송민영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
: 어떤 단어, 장소, 음식, 노래, 순간 등 故송민영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에 대해 적어주세요.

*
‘영수증’
언니의 가방 속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마셨던 진토닉 2잔의 영수증을 찾았어요. 언니의 짐을 정리하다가 정말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 언니와의 마지막 기억이 즐거운 것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과메기’
어제 TV를 보다가 첫 과메기 이야기가 나와서 언니 생각이 났어요. 첫 과메기 해야 하는데.

*
‘과메기’
너를 떠올리면 세상 모든 게 떠오르는 걸. 그래도 맨날, 시간만 되면 궁리해서 맛있는 거, 제철 별미에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게 너무 너무 생각 나. 찬바람이 불고 과메기 철이 오면 늘 생각난단다.

*
‘공공모임’
내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시절에 담당했잖아. 별 도움이 되지 못해서 늘 미안하다.

*
‘토가시’
녹두 만화카페에서 토가시가 일 안해서 헌터헌터가 연재 중단됐다고 일해라 토가시, 토해라 일가시, 하면서 쓸데 없는 노가리 까던 시간이 그립네. 결국 결론은 “일 안 해도 된다”였지. 일 고만하고 생각, 충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아직도, 나한테도 또 그 말이 맞는 듯.

*
‘인천송도국제마라톤’
누구보다 활기차게 긴 코스를 거침없이 달려 나갔던 동지를 기억합니다. 송림동에서 이어진 뒷풀이. 닭알탕과 병어회. 가리는 것 없이 다양한 것들을 즐기고 추천하던 동지를 기억합니다.

*
‘밤과 음악 사이’
멕시코에서 돌아오고 가장 먼저 누나를 찾아갔었지요. 뻘쭘해하고 민망해하던 저에게 한국 사람이 되어야겠다며 홍대로 사람들을 이끌고 가서 춤을 췄던 기억은 여전히 강렬하네요. 이제는 누나가 멋지게 추던, 모든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던 시간을 다시 보낼 수 없지만. 하늘에서는 그때의 환한 미소로 흥 넘치게 잘 지내고 있길 바랄게요.

*
‘숙성회’
마포농수산물시장에 같이 가서 숙성회를 먹었어야 했는데 아직도 그 시간을 못 낸 것이 마음에 남네요. 그 이야기로만 회를 한 접시 다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죠.

*
‘선글라스’
송민영 선배가 이끌던 교육을 받고 사회진보연대 활동을 시작했어요. 선배가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그게 항상 고맙고 미안했지요. 그런 마음을 담아 저희 진출팀이 선물했던 선글라스가 떠오릅니다. 그걸 끼고 좋아하던 선배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
‘유성기업’
요즘 유성기업 동지들이 너무 힘들어요. 8년 동안 두드려 맞다가 정말이지 너무 맞다가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아서 죽지 않으려고 한번 때렸다가, 난생 처음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덤벼들어 물어 뜯고 있어요. ‘희망커피’ 기발한 아이디어로 유성 동지들 힘 줬던 것처럼 유성 동지들의 힘이 되어 줘요. 보고싶어요.

*
‘불곱창’
무슨 일이든 쓱쓱 쉽게 해내던 너의 능력이 많이 부러웠는데.. 그런 너도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매운 음식이 생각난다면서 우리 같이 불곱창을 먹으러 갔던 것이 기억이 나.

*
‘집’
제가 처음 청주에 와서 전날 술을 잔뜩 마시고 가로수 길을 함께 걷고 다음 날. 집을 구할 때 막막해하는 저와 함께 언니가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집을 구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공간이 달라 함께한 기억이 많지 않았지만 언니는 언제나 든든하고 의지되는 사람이었어요.

*
사무실에 자주 오라고 했던 말씀, 군 생활도 잘 해낼 거라고 했던 말씀, 자신감을 주셨던 말씀들이 생각납니다.

*
누님의 후배인 지금의 여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럽게 술집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후배 남자친구로 적당한 녀석인지 ‘면접’을 보겠다는 것이었죠. 몇 시간 되지 않은 짧은 술자리 면접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누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과 제 여자친구를 얼마나 아끼고 신경 쓰는지도 알았습니다. 그 면접에 가는 동안 갑자기 사람을 이렇게 부르는 법이 어딨냐며 투덜거렸지만 그 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영원히 누님이 어떤 분인지 상상도 하기 어려웠겠죠.

*
내가 너무 기쁠 때, 힘들 때, 내 자신이 실망스러울 때, 자랑스러울 때, 외로울 때, 그리울 때, 행복할 때, 동지와 동기들을 만날 때, 어머니 아버지를 뵐 때, 좋은 풍경을 볼 때, 일상이 새삼 새로울 때, 운전하다 아찔할 때, 혼자 있을 때, 담배를 피울 때, 하늘을 볼 때, 밤길을 걸을 때, 웃을 때, 벚꽃을 보고 수평선을 보고...

*
봄, 여름, 가을, 겨울, 양꼬치, 과메기, 전어회, 라면, 해방터, 녹두, 홍대, 이태원, 바다, 들판, 아스팔트, 골목길 모두 언니가 있어요. 사랑해요. 많이. 아주 많이. 보고싶어요. 아주 많이.

*
그밖에도...
만화, 미소, 그림자, 여주 금모래 은모래, 별밤의 채석강, 홈커밍데이, 칵테일, 꽃놀이, 앰프, 카탈레나, 노래방, 지금 요즈음, 스지탕, 담양 소쇄원, 스타렉스, 분홍색 헤드폰, 견과류, 담양 소쇄원, 대추차, 가습기, 아기 강아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귀여운 것들, 연남동, 술, 활동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