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성] 북한 미사일과 미국의 TMD와 NMD * 다음의 글은 <평화네트워크> 뉴스레터에서 퍼온 글입니다. * 평화네트워크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peacekorea.org * 미국의 TMD 및 NMD 구상과 관련하여서는, 아래 13번 [미사일방어망 구축과 한반도](2회 비판사회학대회 발표문)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북한 미사일과 미국의 TMD와 NMD # 아래의 글은 통일시론 99년 가을호에 실린 이삼성(카톨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북한 미사일과 미국"에서 저자의 동의하에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북한 미사일 위협을 활용하여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미국 미사일방어체제 구상의 본질을 알 수 있는 좋은 글입니다.(편집자) 미국의 대북한 미사일 정책은 한편으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하고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로 인한 현실적 또는 가상적인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대응군사무기체계 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다. 전역미사일방어체제(Theater Missile Defense : TMD)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ational Missile Defense:NMD)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후자에 속한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 들어 북한을 대표적이고공식적인 가상적으로 삼아 TMD건설을 주도해 왔다. 그리고 나중에는 역시 북한의 미사일능력의 장거리화를 구체적인 구실로 내세워 또 다른 형태의 스타워즈체제인 NMD개발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이러한 미사일방어망 건설 구상은 크게 보아 두 가지 단계를 통해 진행되어 왔다. 첫째, 1980년대에 레이건 공화당 전권은 미국의 영공을 모든 종류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해 내기 위해 우주에 요격체계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계획인 전략방위계획(SDI)을 추진했다. 그러나 엄청난 개발비가 소요되는 이 계획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미소관계가 다시 데탕트에 들어서고 마침내 탈냉전이 오면서 그리고 미국의 경제상태가 악화되면서 미국내에서도 정치적 설득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다음 세기 새로운 첨단무기체계분야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스타워즈의 꿈 그 자체를 버리는 것 역시 정치적 합리성이 부족했다. 그래서 클린턴 행정부는 처음엔 공화당의 스타워즈개념을 비판하면서 등장했으나 현실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전략방위계획을 계승하는 쪽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클린턴행정부가 처음에 이 분야 중점사업으로 내건 구상은 미국에 대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위협이 탈냉전으로 해소된 만큼 그대신 동북아와 같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과 기지 그리고 동맹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한 TMD건설이었다. TMD는 '스타워즈'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의 군사적 패권유지가 필요한 지역에 미국 주도의 새로운 방위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한 스타워즈는 동맹국들의 재정적 참여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으나 미국의 동맹지역에 전역미사일방어체제를 설치할 때는 그 관련동맹국들의 비용분담을 이끌어 내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아울러 일본의 군사기술을 미국 자신의 새로운 방위전력체제건설에 더 광범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고려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동북아 전역미사일방어체제는 그 가상적으로 북한, 그리고 나아가서는 중국을 설정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은 미일 전역미사일방어망의 노골적인 가상적으로 명시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공화당정권의 주요사업이었던 '스타워즈'가 러시아나 중국이 갖추고 있는 대륙간 탄도탄과 같은 장거리 핵무기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한다는 개념에 기초를 둔 것에 비해서 클린턴 민주당 정부의 전역미사일방어망 개념은 북한과 같은 중소국가나 중국 또는 러시아의 중단거리 핵미사일들로부터 동북아와 같은 특정지역의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방어한다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다. 탈냉전시대 미국이 방어할 대상을 '지역적 일탈국가들(regional rogue states)'이나 테러집단들로 새롭게 정의하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의 스타워즈체제를 비판하고 북한 등으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전역 수준의 군사위협을 강조하면서 전역미사일방어 개념을 공화당에 비해 더 중점적으로 부각시켜온 것이다. 1996년 5월 당시 미 백악관 인보보좌관 앤소니 레이크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의 방향에 관한 미국 정부의 시각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오늘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위협은 우리의 군대나 우리의 동맹국들에 대한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공격이다. 그리고 이런 위험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곳이 중동과 아시아다. 그것이 우리가 전역미사일방어체제를 우리의 최고 우선 순위로 삼은 이유다. 우리는 남한에 개량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했다. 우리는 일본과 협력해서 그들의 방위체제를 개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타이완에 미사일 방어 능력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도 전역방어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패트리어트 Pac-3,해군의 .Lower Tier,육군의 Thaad와 같은 신예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방어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미사일 방어체제는 1998년까지는 실전에 배치돨 수 있으며, 이보다 더 개선된 해군의Upper Tier는 몇 년 후에 전역에 배치될 수 있게 된다. 둘째, 클린턴 행정부는 1999년부터는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NMD개발도 적극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미 공화당은 레이건의 스타워즈의 꿈이 좌절된 후에도 사실상의 NMD개발을 당정책으로 유지해 왔다. 1998년 9월 초에도 미 상원에서 공화당의 주도하에 NMD개발추진을 위한 법안에 대한 투표가 있었다. 이 법안은 59표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 법안의 경우 민주당의 반대를 넘어 입법토론으로 나가는 조건이었던 60표에 단 한 표가 모자라 좌절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미 의회가 이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할 가능성이 언제나 남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당시 공화당은 러시아의 정치적 불안정과 함께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을 미국이 NMD를 추진해야할 이유로 들었다. NMD는 TMD와 미국의 영토 자체를 가상적국의 대륙간 탄도탄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표를 갖는 것이다. 이것을 1999년에 들어서는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가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레이건 정권 때의 전략방위계획과 차이점은 스타워즈는 미사일방어체제를 우주에 건설하여 공중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이었던 데 비하여 클린턴정부의 NMD는 미사일 방어기지를 지상에 건설한다는 점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그 명분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수준이 단순히 동북아의 주변인접지역들만을 위협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을 크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탄도미사일방어기구(The Ballistic Missile Defense Organization)」의 국장인 레스터 라일은 미 국방부가 개발중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의 "첫째 목적은 일탈국가(rogue nation)가 발사하는 소수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50개 주를 모두 방어해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러한 위협이 현재화되어 있는 것은 대표적으로 북한이며, 그 외에 그러한 가능성을 가진 잠재적 국가로 이라크와 이란을 지목했다. 1998년 7월, 9명으로 구성된 「미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을 평가하기 위한 럼스펠드 위원회」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만장일치로 합의된 이 보고서는 북한이 신뢰성과 정확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진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몇 년 안에-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철저하게 그것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둔다고 전제할 때) 북한이 그 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후 5년 안에-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앞서 커크패트릭이 지적한 것처럼 그 보고서가 발표된 후 한 달 후에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발사함에 따라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능력평가는 크게 상향조정되었던 셈이다. 진 커크패트릭의 미 상원 증언에서도 NMD를 건설해야 할 당장의 시급한 위협 목록에서 북한은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커크패트릭은 이에 대응하는 국가방어망체제 건설에 1972년의 ABM협정이 방해가 되므로 이를 폐기할 것을 주창하고 있다. 커크패트릭은 1972년에 미국이 그협정을 맺을 때의 상대편이었던 소연방은 해체되었으므로 그 협정은 이미 국제법상의 효력을 상실했다는 논리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행동은 당연히 러시아등 다른 강대국들의 미사일 증강배치를 포함한 새로운 군비경쟁의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러시아가 최근 신형 핵미사일인 Topol-M 미사일을 1999년 12월 초반에 2차로 배치하기로 계획하고 있고 아울러 두 개의 미사일조기경보체제를 벨라루스와 극동지역에건설하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제일의 명분으로 내세운 미국의 NMD건설은 클린턴의 민주당 행정부까지 본격가담하면서 미국내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루고 있는 형세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국가미사일방어체제라는 발상은 많은 문제점을 가진 것으로 비판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미국이 방대한 예산을 들여 방어체제를 건설한다 해도 저급수준의 기술을 가진 나라도 정말 미국을 공격할 의사를 갖고 있다면 사전에 미국의 방어체제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1980년대 레이건 정권이 추진했던 전략방위계획이 처음부터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던 모순과 같은 내용의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