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노동제한 유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규탄한다.
- 청와대와 정치권, 노동자의 삶을 후퇴시키는데 일치단결하는가 -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국회 정례 회동에서 각종 노동법 개악을 3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에 합의했다. 회동 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쟁점 민생법안들은 31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가급적 최대한 처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탄력근로제를 비롯한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노동법안들도 다 포함해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법안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저임금 차등적용, ILO핵심협약 비준과 연계된 노동개악을 포함한다.
 
이 같은 노동법 개악 흐름은 단순히 국회 내에서의 합의라기보다 청와대의 드라이브에 국회가 응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반복적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을 촉구해왔으며, 10월 20일에는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에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 행정부 차원에서 보완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계도기간을 설정하는 등으로 주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을 유예하는 것을 제시했다. 기자간담회 바로 다음날인 21일 여야 3당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에 합의했으며, 22일에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합의 소식을 환영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처리가 시급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전에 약속이나 한 것 같은 청와대·국회·행정부의 행동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노동권을 축소하는 것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뜻을 함께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집권당인 민주당과 청와대의 기만이 특히 돋보인다. “소득주도성장”, “노동존중사회”,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면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한 당사자이면서도 불과 2년 만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및 결정구조 개편, 노동시간단축 유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통해 모두 무력화시킨 후안무치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ILO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결단할 것처럼 하다 거듭 입장을 바꾸어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더니, 한 발 더 나아가 협약 비준을 노동법 개악과 연계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행정부 차원에서 우회하겠다는 주장은 더욱 위선적인데, 박근혜 정권 시기 의료민영화 등의 쟁점에서 행정부가 입법을 우회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중심으로 한 검찰개혁 쟁점 등을 둘러싼 국회 내의 극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각종 노동관련 법 개악에 대해서는 쟁점이 없을 뿐 아니라 민생과 관련된 법안이라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연말까지 정치권은 한 편으로 검찰개혁 등을 둘러싼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다른 한 편으로 각종 노동법 개악을 청와대·국회가 합심하여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할 것인가 1년으로 할 것인가를 둘러싼 소소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심각한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52시간제 유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노동3권 축소는 민중의 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정책이다. 대안 없는 극한 대립으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면서도 노동자의 삶을 후퇴시키는 데에는 일치단결한 정치권, 특히 무책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 난관에 부딪치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민주당을 규탄한다.
 
 
 
2019년 10월 24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