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75주년, 이제는 핵무기금지조약을 비준하자!
더 이상 핵무기로 고통 받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75년 전 오늘,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인류 최초의 핵무기는 70만 명의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24만 명 사망)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피폭자 중 한국인이 10만 명(4만 명 사망)이나 되었다. 이제 평균 연령 80세를 넘긴, 살아남은 이들도 가난과 냉대, 국가적 방치 속에서 원폭 후유증에 시달려 왔다. 이 고통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한반도 해방과 분단으로부터 7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핵무기의 등장 이후, 인류와 지구의 절멸을 가져올 수 있는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인류 공통의 염원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미국, 러시아 등 핵무기 강대국들은 인류를 수십 번도 더 절멸시킬 수 있는, 만 삼 천 여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속에서 ‘탈냉전’의 상징이었던 군축조약들이 무너지면서, 각국의 군비 경쟁을 제어할 수 있는 수단들이 오히려 해체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폐기하고, 중국과의 중거리 미사일 협약 논의가 잘 되지 않으면 한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항공 자유화 조약 역시 탈퇴했으며, 강대국들의 핵무기 경쟁을 막았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역시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새로운 핵군축 논의, 나아가 모든 핵무기의 철폐를 위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는 올해로 발효 50주년을 맞았지만, 핵무기의 실험과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이, 미국·러시아·영국, 프랑스, 중국 5개국을 제외한 새로운 핵무기 보유국의 출현만을 막는 ‘확산 금지’ 조약이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들로의 수평적 핵확산을 막았을 뿐, 핵보유국의 수직적 핵확산, 즉 핵무기 수 증가를 막거나 핵군축을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다. 핵보유국의 핵공격이나 핵무기 사용 위협을 제한하지도 못했다.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은 역사적으로도 NPT에 규정된 핵군축 노력을 방기하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국가의 핵무장을 묵인하거나 암암리에 지원했다.
NPT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 국제 반핵평화운동의 노력은 2017년 7월 UN총회에서 통과된 핵무기금지조약(TPNW)으로 이어졌다.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로 나아간다는 목표로 핵무기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첫 번째 국제적 합의다. 가입국의 핵무기 개발, 시험, 생산, 비축, 배치 전달, 사용, 사용 위협을 금지한다.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에는 50개국의 서명과 비준이 필요하다. UN총회에서는 122개국이 핵무기금지조약에 찬성했으며 지금까지 82개국이 서명하고 40개국이 비준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핵무기금지조약이 NPT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적 합의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들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해 온 한국 정부도 핵무기금지조약 표결 참여와 가입을 거부했다. 한반도 핵 위기의 당사자, 세계에서 핵전쟁 위험성이 가장 높은 한반도에서 한국이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언제 핵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한반도
지금 전 세계에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한반도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만 삼천여 기의 핵무기 중 상당수가 동아시아 내에 있거나, 동아시아를 겨누고 있다. 2020년, 남북미 대화가 교착되었고 한반도의 운명은 언제든 ‘화염과 분노’ 전쟁위기로 돌아갈 수 있는 기로에 서 있다.
8월 중으로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는 계획이 발표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국방비는 올해 사상 최대인 50조원을 돌파했다.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체계의 업그레이드와 한국 MD의 미국 MD 편입도 추진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금강산·개성공단 재군사화, 비무장지대 GP 재진출 등 추가적인 군사행위 가능성을 내비쳤다. 판문점 선언의 상호간 적대적 군사행위 중단 합의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로켓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언론들은 한국도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미대화가 교착되고, 미중갈등이 격화되는 속에서 다시 북미가 극단적인 핵 대결 국면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제는 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으로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막자!
이러한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우리는 한국 및 세계 모든 국가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는 남북미 대화 재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추진, 사드 업그레이드 계획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저지, 한미연합연습 재개 시도 저지 등과 함께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 민중의 요구다. 한국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은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 위협·사용을 견제하며 핵우산 제거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뿌리내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일본과 북한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견인하여,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건설에 기여할 것이다. 한반도 핵 위기의 당사자이자 미국의 핵우산 국가인 한국의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은 세계적으로도 핵보유국들에 핵군축을 압박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전 세계의 반핵평화 애호 시민과 ‘평화의 물결’로 함께 하자!
1955년 이래로 매년 8월 6일을 기하여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수폭금지세계대회가 열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염원하는 세계 반핵평화운동의 토론의 장이 되어 왔다. 올해 2020 원수폭금지세계대회는 1991년 냉전 종식 때까지 진행되던 국제 공동 풀뿌리 행동 ‘평화의 물결’(Peace Wave)을 되살릴 것을 제안했다. ‘평화의 물결’은 8월 6일을 시작으로, 원자폭탄이 나가사키에 투하된 8월 9일 오전 11시 2분까지 각국에서 핵무기금지조약 비준 등을 요구하는, 다양한 창의적인 형태의 평화행동들로 지구를 서쪽으로 포위해나갈 계획이다. 오늘 우리의 목소리 또한 히로시마 원폭 투하 75주년의 날을 맞아, 한국의 평화운동이 ‘평화의 물결’ 국제행동에 동참하는 의미다. 전 세계의 반핵평화 애호 시민과 함께 한반도 비핵평화,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핵무기 없는 세계로 나아가자.
2020. 8. 6.
고려대학교 사회과학학회 작은자유, 구로노동자조사그룹, 구속노동자후원회, 경희대학교 자치교지 고황편집위원회, 경희대학교 페미니즘학회 여행, 노동당 생태평화위원회, 노동자가 여는 평등의 길,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학생행진,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주권자전국회의,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학회학술네트워크 프로젝트그룹 alda,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국제행동 쿨-PEACE,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