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3.12.21

뒤틀린 반제국주의와 평화주의를 넘어➃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전 세계 좌파의 목소리–아시아(동아시아, 인도를 중심으로)

사회진보연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을 매개로 아시아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러시아는 21세기에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 강대국이 약소국을 국제규범과 주권을 무시하고 침공하여 영토 현상변경을 시도한 선례를 남겼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이 대만침공으로 이를 재현할 수 있다는 세계의 우려가 크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이 가능성은 현실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IISS 2023).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북한 핵위기와 그에 따른 한반도 전쟁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동시다발적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대만을 축으로 인도양, 남중국해, 태평양 전반에 걸쳐 있는 중국 인근 해역 분쟁까지 위기의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인도 태평양 전략하에 이 지역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세계적인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 즉, 러시아가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으로 전후 규칙기반 질서를 전면 위반하며 열어 놓은 ‘세계전쟁’의 문이 중국의 대만침공으로 재현되며 더 크게 열릴 수 있다. 백승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근저에서 이를 ‘연결된 위기’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아시아의 반응은 엇갈렸다. 침공 규탄 유엔 결의안에 북한이 반대하고 중국, 인도, 몽골 등 8개국이 기권했다.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은 침공 이후 세 차례 성명을 발표하여 평화를 촉구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피했다(SPF 2022). 대만, 일본, 한국, 싱가포르는 러시아를 단호히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미얀마 군부와 북한은 러시아를 공개지지했다. 북한은 2023년 9월 13일 4년 5개월 만에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했다(이태림 2023).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2023년 7월 4일 SCO(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 2023년 10월 17일 일대일로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의 공식교류를 이어갔다. 인도 역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러시아와의 공식교류를 이어갔지만 다양한 수준의 국제회의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온건한 입장을 표명하여 러시아를 압박하기도 했다.
 
2023년 10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 로이터]
 
아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증대하는 중국의 위협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국가와 중국에 올라타려는 국가로 지역을 블록화하는 경향이 있다(ISPI 2023). 달리 말해 전후 규칙기반 질서를 유지하려는 국가와, '반서방연대' 기조 아래 중국의 예외주의, 수정주의를 옹호하려는 국가로 블록화한다. 전자는 일본, 대만, 한국이 대표하고 아세안의 다수 국가가 전략적 모호성 하에 동조하고 있다. 후자는 미얀마 등 아세안의 일부 국가와 러시아, 북한이 동조하고 있다.
 
중국에 인접한 동아시아 3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단호히 대응했다. 일본은 2023년 5월 19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규칙기반 국제질서에 중국과 러시아가 위협을 제기함을 명시했다(강선주 2023). 대만은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대표적인 슬로건 아래 일관적으로 대응했다. 한국은 러시아 침공 규탄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강력히 표방하고, 폴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무기를 지원 하기도 했다(김한권 2023).
 
인도는 두 블록 사이에 발을 걸친 중재자 국가로서 이중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인도는 세계적으로 점증하는 중국 리스크 속에서 지정학적 위상이 부상했다(IFANS 2023). 인도가 2023년 SCO 의장국, G20 의장국을 동시에 맡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인도는 2023년 3월 3일 쿼드 외교장관 회담, 5월 27일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장관회의, 9월 9일 G20 정상회의, 11월 15일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의장국으로 참여한 G20 정상회의에서 온건하게나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무력행위 비판을 암시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동시에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러시아 원유수입을 지속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아시아의 목소리
 
아시아 좌파의 입장도 세계적 흐름과 비슷하게 분화했다. 이 글에서는 ≪커먼스≫(우크라이나), ≪포슬레≫(러시아), ≪뉴블룸≫(대만) 등 각국의 좌파 매체를 통해 동아시아 3국(대만, 일본, 한국)과 인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좌파의 입장을 소개한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에 주목하면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하는 것이 러시아와 유사한 야욕을 천명하는 예컨대 중국과 같은 국가를 저지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시효를 만료한 반미진영주의를 혁신하고 진정한 국제연대운동을 건설하자고 촉구한다. 미국을 유일한 능동적 행위자로 간주하는 기존의 반미진영주의로는 중국, 러시아와 같은 신흥 패권국가가 위협으로 부상하는 현 정세를 제대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도 “우리는 국제주의와 여러 나라의 노동계급이 억압적인 통치자에 대항해 단결해야 한다는 좌파운동의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인도의 페미니스트이자 마르크스주의자인 카비타 크리슈난은 포슬레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중국 비판을 두고 인도공산당해방파(CPIML)에서 벌인 논쟁과 좌절을 소개한다. 크리슈난은 모디 총리의 중개외교에 감춰져 있는 러시아/중국과 유사한 인도의 권위주의적, 유사 파시즘적 요소를 지적한다. CPIML에 속해있던 그녀는 CPIML가 시대착오적인 반미진영주의 하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소극적으로 비판하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폄하하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막연한 낙관 하에 낭만화된 ‘다극화 세계'를 추종한다고 지적하며 조직에서 물러났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인도 학생의 가족과 친구들이 2022년 2월 25일 금요일 인도 뉴델리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근처에서 시위를 벌이며 현수막을 들고 있다. [출처: AP]
 
크리슈난은 당의 입장과 공개적으로 충돌하며 당을 설득하기 위해 분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전쟁은 미국의 선동일 뿐이라는 당내입장에 2014년 크림반도 침공을 언급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존재를 계속 부정해 왔기에 당장이라도 침공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당시 CPIML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수사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했지만, 결국 침공은 현실로 일어났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를 제안했고 CPIML은 인도 각지에서 시위를 조직했다. 그녀의 설득으로 CPIML의 공식 입장은 “침공에 대해 나토를 비난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주권 수호를 옹호한다”고 정리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CPIML은 힘의 균형을 이유로 우크라이나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베트남과는 다르고 그렇기에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할양하는 한이 있더라도 즉각적인 협상과 휴전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크리슈난은 이러한 접근으로는 러시아의 파시즘적, 제국주의적 야망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CPIML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했지만, 푸틴의 선전에 사용된 논리를 채택함으로써 자신들의 입장을 약화했습니다. 그들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계속 요구합니다. 그들에 따르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지역에 더 많은 자치권을 주면 푸틴은 물러날 것입니다. 하지만 푸틴은 이미 이 지역들이 러시아의 일부라고 선언했습니다. 어떻게 그걸 그냥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파시스트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모두가 괜찮다는 건가요? 이게 무슨 협상입니까? 조지 부시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협상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혐오를 드러내는 선전의 모든 요소를 파헤칩니다. 2003년에 저는 ≪라베라시옹≫지의 편집장이었는데, 당시에는 이런 우선순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금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핵 공격으로 위협하고 민간인을 죽이고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는 모두 이 문제와 그의 이데올로기의 위험에 대해 침묵합니다. 푸틴은 이반 일리인과 같은 실제 파시스트 작가를 인용합니다. 이것은 저를 많이 괴롭혔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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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이는 전 세계 파시스트들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누가 미국과 함께하고 누가 미국에 반대하는지를 구분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미국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 내 친구이거나 덜 악하다고 가정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나라의 파시스트 세력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한 사람의 승리는 곧 모든 세력의 승리입니다.” - <안녕, ‘러시안 로맨스’! 카비타 크리슈난과의 인터뷰>, ≪포슬레≫, 2022.11.12.

 

크리슈난은 모디 총리와 미국과의 밀착을 견제하며 상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옹호하는 당내입장을 비판한다. 그녀는 무슬림 소수 민족에 대한 디지털 감시 기술처럼 모디 정권이 모방하려는 중국의 유사 파시즘적 행태, 푸틴의 범슬라브주의에 입각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권 무시와 영토합병 시도, 중국과 러시아가 행하는 보편주의에 대한 공격을 지적한다.
 

“푸틴은 대부분 국가가 서구의 인권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침략하거나 민간인을 학살하거나 소수민족을 강제 수용소에 가둘 수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푸틴에 주장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 서구의 패권주의적 세계관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월 4일 공동 성명에서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있어 ‘모든 것에 맞는’ 모범은 없으며 각 국가는 민주주의를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보편적인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자국의 역사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를 해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한, 자신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 민주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하며 국제 표준을 준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디의 오른팔이자 감금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밋샤의 발언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서구의 기준이 인도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인권은 인도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도의 인권 침해 양육권자의 폭력, 카슈미르나 북동부의 소수 민족 학대에 대해 이야기하면 곧바로 그 사람은 서구의 대리인이라고 말합니다. 인도에서 인권 옹호자들이 테러 방지법에 따라 체포되어 무기한 수감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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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편주의에 대해 지속해 의문을 제기해야 하지만 이는 보편주의를 폐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식민지적이고 억압적인 기원을 가진 것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것을 그냥 창밖으로 던져버릴 수는 없습니다. 대량 학살로부터 여러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여러분은 그것을 환영할 것입니다. 어떻게 좌파가 국가 주권에 대해 말하면서 국제사회의 간섭 없이 국경 내에서 사람들을 억압할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과 유엔과 같은 모든 기구가 불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 <안녕, ‘러시안 로맨스’! 카비타 크리슈난과의 인터뷰>, ≪포슬레≫, 2022.11.12.

 
 
2018년 8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5명의 인권 운동가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 [출처: 로이터]
 
크리슈난은 점령에 맞서 싸우는 모든 국가를 지지해야 한다는 마르크스주의의 원칙을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 연대를 촉구한다. CPIML 사무총장은 크리슈난에 반대하며 다극화 세계가 전 세계 진보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미국에 도전하여 다극화 세계를 촉진하는 도전 국가들을 그 내부성격과 무관하게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를 파시즘적 태도라고 지적한다.
 

“마르크스주의는 국제주의와 여러 나라의 노동계급이 억압적인 통치자에 대항해 단결해야 한다는 믿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좌파 운동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점령에 맞서 싸우는 모든 국가는 어떤 종류의 정부가 있든, 어떤 이유로 비판받을 수 있든 상관없이 지지해야 합니다. 좌파들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노동권을 해체하는 신자유주의적 대통령이라고 말하기 좋아합니다. 사실이지만 그것은 우크라이나 좌파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그들이 살아남은 후에, 그리고 살아남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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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당의 사무총장은 제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답을 기사에 썼습니다. 그러나 이는 푸틴이나 시진핑 같은 권위주의 지도자들의 반민주적 다극화에 기반한 세계 질서에 대한 호소와 겹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주장입니다. 좌파는 다극성의 언어를 더는 진보의 이름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 레닌은 어떤 제국주의도 다른 제국주의보다 선호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다극주의에 대한 지배적인 정의는 마르크스주의와 레닌주의가 아닐 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파시즘적입니다.” - <안녕, ‘러시안 로맨스’! 카비타 크리슈난과의 인터뷰>, ≪포슬레≫, 2022.11.12.

 

대만 “고립된 반미진영주의에서 벗어나 약소국의 저항운동에 주목해야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여론이 컸다. 이는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슬로건으로 집약된다. 2023년 2월 24일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집회가 200여 명 규모로 열렸다. 이 집회의 주요 주최자인 ‘우크라이나의 편에 선 대만’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결성됐다. 이들은 다양한 기금마련 행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모금을 조직하고 우크라이나 및 대만 내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도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드는 모임을 침공 직후부터 매일 개최해왔다(New Bloom 2023).
 
2023년 2월 25일 대만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집회. [출처: NEW BLOOM]
 
대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사회운동의 반응은 1주년을 기념하여 발표된 대만 좌파 중진 학자들의 기자회견과 이에 대한 대만 좌파매체 ≪뉴블룸≫의 반박에서 엿볼 수 있다.
 
2023년 3월 20일 국립 중정양명대학교 푸다이위 교수, 국립 청치대학교 궈리신, 펑젠산 교수, 중국학술원 루치엔 연구원 등 대만 좌파 중진 학자가 모인 ‘반전워킹그룹’이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미국의 군사주의와 경제 제재의 중단, 미중 전쟁의 방지, 군비 증강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수초우 대학교 천팡위 교수는 이들을 ‘순진한 좌파’라고 지적하며 이들의 반미진영주의가 중국-대만 통일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견해와 동일하다고 비판했다(Taiwan news 2023). 일부 평론가는 이 성명이 지나치게 중국에 관용적이라고 비판했다. 셰지웨이 주독일 대만대사는 침략과 침략의 진정한 위협은 러시아와 중국에서 오는데, 좌파 학자들이 반전 메시지를 ‘거꾸로’냈다고 비판했다(Taipei Times 2023).
 
≪뉴블룸≫의 브라이언 히우는 기사 “반전워킹그룹은 서구 좌파의 미국 중심주의를 재현하고 다극 세계를 고려하지 못한다”에서 반전워킹그룹의 성명을 비판한다. 브라이언 히우에 따르면 반전워킹그룹의 시각은 반미진영주의에 갇혀있다. 그들은 미국이 아닌 다른 패권국가의 침략행위를 경시하고 러시아의 전쟁 결정과 계속 전쟁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종식을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이러한 시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는 푸틴의 연설이 대만은 항상 중국의 일부였다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을 연상케 하는데도 반전워킹그룹은 이를 무시한다. 중국이 대만과 미국에 대한 반응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내부 논리 하에서 능동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브라이언 히우는 반전워킹그룹에 대한 비판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반식민지 좌파와 직접 교류할 것과 시대에 맞게 국제연대운동을 혁신할 것을 촉구한다.
 

“반전워킹그룹의 성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이 현재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방 전쟁광들의 결과라는 프레임을 씌웠습니다. 전쟁의 조기 해결을 협상하라는 요구는 향후 러시아의 침략을 부추길 뿐입니다.

자칭 대만의 반식민지 좌파가 대만처럼 우크라이나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자결권을 위해 투쟁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 제국의 단독 잘못으로만 언급되고 있습니다. 워킹그룹에 참여한 학자들의 관점은 지극히 서구 중심적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러난 것이 있다면, 미국을 세계 유일의 ‘빅 배드(Big bad)’로만 보는 서방 좌파들의 시각이 다른 나라들도 제국주의 침략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고립된 시각이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거대한 권력 투쟁 사이에 끼어 있는 소수의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서방의 행동에 대해 자기 과시만을 추구하는 서구 좌파의 고립성은 반전워킹그룹의 구성원들이 중국을 서구 침략의 피해자로 인식하는 방식과 잘 맞아 떨어집니다. 서구중심 시각의 고립성과 대만, 중국과 같은 비서구 지역에 대한 완전한 지식 부재는 이웃 국가에 대한 침략에 관해서 중국을 면책하려는 대만 좌파의 욕망과 깔끔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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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반전워킹그룹 멤버 등 한때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지금은 시들해진 한 세대의 운동가들이 얼마나 무의미한 존재인지 보여줍니다. 그들과 그들의 사상은 가능한 한 빨리 세계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역사의 뒷길로 사라지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브뤼메르 18일』에서 ‘모든 죽은 세대의 전통은 산 자의 뇌를 악몽처럼 짓누른다’고 했습니다. 어떤 세대는 조기에 수명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 <반전워킹그룹은 서구좌파의 미국 중심주의를 재현하고 다극 세계를 고려하지 못합니다>, ≪뉴블룸≫, 2023.3.24.

 
 
일본 “모든 국가는 단결하여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고 유엔 헌장을 준수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커먼스는 2023년 1월 10일 기사 “‘양비론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본 좌파의 대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일본 좌파의 상이한 반응을, ‘우려하는 일본 역사학자’ 그룹, 일본 공산당, 트로츠키주의자들의 ‘제60차 반전 회의’ 세 갈래로 나누어 소개한다.
 
일부 일본 학자는 ‘우려하는 일본 역사학자 그룹’으로 모여 2022년 3월 즉각 휴전과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의 대변인은 와다 하루키, 하바 쿠미코, 이세자키 겐지 등 저명한 학자다. 와다 하루키는 2022년 4월 기자회견에서 자신들과 동료들이 일본 외무성과 도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여 휴전 제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에는 방문하지 않았다. 2022년 5월 이 그룹은 3월 선언의 후속 조치로 일본과 한국의 학자와 지식인 69명이 서명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를 위한 일본의 이니셔티브”라는 제목의 공개성명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2022년 3월 부차학살로 인해 휴전협상이 중단되었음을 지적했는데 이로 인해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부인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젊은 일본 학자들은 이들의 성명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양비론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2022년 2월 1일 일본 도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일본공산당(JCP)는 4월 2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일본 공산당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공산당은 이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침략 행위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한 푸틴 행정부를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공산당은 이 성명에서 나토의 동진을 비판했지만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 침략의 정당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거부했다. 또한 침략자와 피해자의 차이를 무시하는 전쟁에 대한 양비론적 관점을 거부했다. 일본공산당은 일본이 처한 조건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은 불가하다고 지적하며 비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유엔을 개혁하고 유엔총회의 권한을 강화할 것, 모든 전쟁과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군사동맹 및 국가 군사화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일본공산당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군사지원은 불가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첫 번째 관점은 전쟁의 원인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침략자와 피해자의 차이를 무시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주장을 거부합니다. 이는 불합리하며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공산당은 군사 동맹이 군사적 대결을 조장하고 군비 경쟁을 가속하며 평화를 훼손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일본공산당 강령은 ‘군사동맹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공산당은 나토의 동쪽 확장과 나토 군대의 영토 밖 배치에 반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군사 동맹의 문제는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없습니다. 모스크바가 위협을 인식한다고 해서 러시아가 이웃을 공격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군사 동맹을 어떻게 생각하든 모든 국가는 단결하여 러시아가 전쟁을 중단하고 유엔 헌장을 준수하도록 공동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일본 공산당의 입장>, 일본공산당, 22.4.29.

 
일본혁명공산주의연맹(혁명적 마르크스주의파/카쿠마루하)과 학생자치연합(젠카쿠렌)이 주최한 제60차 국제 반전회의에서는 더욱 급진적인 우크라이나지지 입장이 발표되었다. 이 행사에서 채택한 “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여 푸틴의 전쟁을 분쇄하자!”는 제목의 성명은 러시아의 침략전쟁을 강하게 비난하는 한편 소련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우크라이나 대량 학살 범죄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이 성명은 전 세계 노동자에게 “반전 투쟁의 폭풍을 일으킬 것”을 촉구한다. 두 주최단체가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중적 신뢰와 영향력을 잃었음에도, 러시아의 침략을 단호히 비판하고 세계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우크라이나를 지지할 것을 촉구한 이 성명은 커먼스 편집위원회를 비롯한 해외 좌파 단체들의 연대 성명을 끌어냈다.
 

“동지 여러분! 푸틴의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의 단결된 투쟁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피의 바다에 가라앉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 소위 세계의 좌파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젤렌스키가 나토를 끌어들였기 때문에 푸틴과 젤렌스키 모두 책임이 있다고 고의로 말합니다. 그들은 지금 생사를 건 전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항복’을 강요하고 있으며,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설교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뻔뻔스럽게도 ‘러시아는 자위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푸틴의 대리인으로 격하시킵니다. 그들은 황제를 자임하는 푸틴이 이웃 국가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학살할 때 단 한 마디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이를 비난하지 않는 ‘좌파’는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 그들은 항상 ‘우리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고 있는 푸틴에 대해 조금도 분노하지 않습니다. 지금 터무니없는 총격에 노출된 우크라이나 주민들과 ‘함께 살고 함께 고통받는다’는 관점도 없습니다. 오히려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에게 저항을 포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제국주의 국가에서 평화롭게 사는 자칭 좌파들의 오만과 타락을 여기에서 드러냈습니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여 푸틴의 전쟁을 분쇄하자!>, 제 60차 국제 반전 회의, 2022.8.7.

 
커먼스가 2023년 초에 소개한 세 경향 외에도 최근 일본 사회운동 활동가들의 ‘우크라이나 민중연대기금’에 주목할 수 있다. 이 시도는 한국에서 2022년 12월 사회진보연대가 진행한 우크라이나 좌파 단체 ‘사회운동’(Sotsyalnyi Rukh) 모금에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사회운동'(Sotsyalnyi Rukh) 후원 기금 마련을 위해 2023년 5월 24일까지 한시적으로 모였다. 녹색당 평화 운동가, 논픽션 작가, 독립 노동조합 조직가, 진보적 신문 기자,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트로츠키주의 운동가, 아나키스트 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민중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 저항운동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 이들은 ‘우려하는 일본 역사학자 그룹’의 양비론적 접근을 비판하고 진영주의에 근거해 러시아의 선전에 동조하는 일부 활동가들을 비판한다. 이들은 반미진영주의가 중국이나 홍콩의 억압받는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 대만의 자결권 부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기금은 2023년 2월 우크라이나 좌파의 논문을 모은 책을 출간하여 우크라이나 현장과 우크라이나 좌파의 현황에 대해 일본 사회운동이 더욱 잘 알 수 있도록 쓰였다.
 
2023년 3월 21일 일본 수도 도쿄 거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출처: 도쿄 AP]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운동과 연대하여 다양한 반전 집회와 시위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침략에 맞서 싸우는 좌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우리가 기부를 요청하는 이유는 저항운동에 나선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행동하는 모든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우크라이나 민중연대기금은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사회운동에 연대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일본 좌파-진보진영의 임무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일본 <우크라이나 민중연대기금 보도자료>, 2023.5.24.

 
 
한국 “우리는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민중에게 최대한의 연대를 보냅니다.”
 
2023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 열린 두 행사는 한국 사회운동에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양비론과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2023년 2월 23일 서울 광화문 소라광장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한국 시민사회공동 기자회견>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의 원인을 서방의 무기와 군사원조로 지적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난민 보호에 주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폴란드로의 무기 수출을 통한 간접적인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날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맞이 침공 중단 평화 촉구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러시아는 즉각 군사행위를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즉각 군사행동을 멈추고 철군할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떠나면 전쟁은 끝난다는 것, 러시아가 세계를 기만하는 거짓 주장과 위협을 멈출 것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에 연대한다고 밝혔다. 이 기자회견에는 한국 시민사회 단체뿐만 아니라 재한 우크라이나인, 재한 이란인, 재한 중국인 그룹 백지운동한국 대표(서한 참여)가 참여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24일 러시아 대사관 앞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재한 우크라이나인 안드레이 리트비노프 씨.
 
같은 날 저녁 개최한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규탄 세계시민 평화촛불집회>에서는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의 현장발언과 일본 우크라이나 연대 네트워크가 평화촛불집회에 보내온 연대 메시지, 100명 이상의 중국 시민이 서명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 시민의 공동 성명’을 요약한 백지운동한국 활동가의 메시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규탄 세계시민 평화촛불집회에서 발언하는 재한 우크라이나 시민 볼로디미르씨.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민중은 침략의 단순한 희생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힘껏 저항해왔다. 이 저항이야말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을 막고, 전 세계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를 모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었다. 다른 주권국가를 침공하여 영토를 병합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세계 각지에서 비슷한 군사적 모험이 늘어나고, 현존 국제질서의 붕괴와 군비증강, 폭력의 발호가 가속할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자결권과 존엄성을 지키려는 우크라이나 민중의 저항은 세계 전체에 중요하다. 이번주, 세계 각국의 시민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항하고 우크라이나 민중에 연대하는 행동을 진행한다. 우리는 이에 함께하며, 침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 민중에게 최대한의 연대를 보낸다.” - <러시아는 즉각 군사행위를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2023.2.24.

 

"백지혁명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 시민의 3개 항목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세 가지 요점을 읽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악하고 부끄러운 전쟁 범죄이며, 전 세계 중국 공민은 부당한 전쟁 행위에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겪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전 세계 중국 공민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계속해서 관심과 지지를 보낼 의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중국 공민과 중국 공산당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중국 공민은 정의와 인간성에 대한 인식에서 세계 다른 나라 시민들과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독재적이고 위헌적인 중국 공산당의 내정 외교는 모두 중국 공민의 의사에 반합니다. 전 세계 중국 공민은 비민주적이고 자유롭지 못한 중국 공산정부에 반대합니다. 백지혁명은 이 공동성명에 참여한 전 세계의 모든 중국 공민들과 함께 이 성명을 실천할 것입니다." -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규탄 세계시민 평화촛불집회>중국 시민 연대메시지(중국 ‘백지운동한국’ 고진래), 2022.2.24.

 

2023년 2월 24일 기자회견과 촛불집회를 공동주최한 사회진보연대는 2022년 침공 직후부터 한국 사회운동의 진영주의적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각을 비판하고 정세적인 분석을 시도하며 우크라이나 사회운동(Sotsyalnyi Rukh) 연사초청 강연연대기금 조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저항운동과 연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좌파 매체 커먼스의 글을 번역하여 소개했으며 우크라이나 연대 글로벌 네트워크 토론에 대만 좌파 매체 ≪뉴블룸≫과 함께 동아시아 패널로 참여하기도 했다.
 
2022년 노동운동포럼 두번째 세션 사회운동(Sotsialnyi Rukh, SR) 활동가 블라디슬라프 스타로두브체프 씨의 강연 모습.
2022년 사회진보연대가 조직한 우크라이나 사회운동 연대기금
 
 
결론
 
이 글은 우크라이나의 좌파 매체 ≪커먼스≫와 러시아의 좌파 플랫폼 ≪포슬레≫의 기사를 주로 참고하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전 세계 좌파의 입장을 검토하고 현시점에서 좌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쓰였다.
 
양비론이나 러시아 지지로 기울어진 전 세계 좌파의 지형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용기 있는 실천을 이어가는 사회운동, 좌파 활동가들의 입장과 실천은 울림을 준다. 이들은 변화한 정세에서 진정한 국제민중연대를 만들어 가기 위해 반미진영주의로 뒤틀린 반제국주의,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이 미국이 아닌 신흥패권주의 국가의 폭력에 눈감는 뒤틀린 평화주의를 혁신해야 한다고 외친다.
 
서두에 지적했듯 아시아는 중국을 매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핵무기 보유 국가 북한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연결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편주의적 접근뿐 아니라 구체적인 동아시아 정세를 고려하더라도 한국 사회운동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세계 좌파 활동가들의 외침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러시아와 중국이 자의적으로 규칙을 흔들며 주장하듯이 기존 국제질서는 그 자체로 최선은 아니다. 그러나 인류가 가야 할 방향은 지금보다 나은 대안의 건설이지 야만으로의 붕괴는 아니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러시아와 중국이 상징하는 흐름이 대안과 야만 중 어디를 향해 있는지 숙고해야 한다.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국제민중연대운동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움직여야 한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면, 돌파구는 없는 것 같고 마주 달리는 두 열차의 충돌을 기다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 국제정치에 대해 논의하는 많은 학자와 정치가들은 세계가 각자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국가들의 게임으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그렇게 작동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동아시아의 이 위기 지형에서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세력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극단적 폭력이 예견되는 전쟁의 길로 달려가는 것을 막고자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회 세력이 아직은 건재하며 중요한 발언을 할 수 있고, 안팎의 지지를 받으면 각국의 정치와 동아시아 지정학에 예견되는 불길한 조짐을 상쇄하는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 <연결된 위기>, 백승욱, 2023.

 

※ 참고문헌

- WAR IN UKRAINE AND THE ASIA-PACIFIC BALANCE OF POWER(우크라이나 전쟁과 아시아-태평양 세력균형), IISS, 2023.
- Southeast Asia and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 Diverse Relations, Mixed Reactions(동남아시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 다양한 관계, 엇갈린 반응), SPF, Nov 1, 2022.
- War in Ukraine: Asia Takes Sides(우크라이나의 전쟁: 아시아가 편을 가르다), ISPI, Mar 24, 2022.
- Прощай, «русская романтика»: беседа с Кавитой Кришнан.(안녕, ‘러시안 로맨스’! 카비타 크리슈난과의 인터뷰), POSLE, Nov 12, 2022.
- 이태림, “2023년 러북 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지역 정세 전망” IFANS FOCUS 2023 no.26.
- 강선주, “2023년 일본 G7 정상회의와 G7의 블록화” IFANS FOCUS, 2023 no.21.
- 김한권, “2023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및 전망” 주요국제분석 2023 no.29.
- Brian Hioe, “ANTI-WAR WORKING GROUP” REPRODUCES US-CENTRISM OF WESTERN LEFT, FAILS TO CONSIDER MULTIPOLAR WORLD(반전워킹그룹은 서구좌파의 미국 중심주의를 재현하고 다극 세계를 고려하지 못합니다), NEW BLOOM, Mar 24, 2023.
- Keep US and Chiana at equal distance: anti-war group, Taipei Times, Mar 25, 2023.
- 'Naive leftists' or rational peace seekers? Taiwan scholars release anti-war statement, Taiwan News, Mar 21, 2023.
- RALLY HELD TO COMMEMORATE ONE-YEAR ANNIVERSARY OF RUSSIAN INVASION OF UKRAINE, NEW BLOOM, Feb 25, 2023.
- Russia's aggression against Ukraine and the Japanese Communist Party's position(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일본 공산당의 입장), JCP, Apr 29, 2022.
- Working people all over the world, unite to crush Putin's war!(전 세계 노동자들이여, 단결하여 푸틴의 전쟁을 분쇄하자!), The 60th International Antiwar Assembly, Aug 7, 2022.
- Шон О’Двайер, Від «обидвісторони» до солідарності з Україною: Реакція японських лівих на російсько-українську війну(‘양비론’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로: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본 좌파의 대응), COMMONS, Jan 10, 2023.
-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침공 중단 평화 촉구 기자회견,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2023.2.24.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맞이 침공 중단, 평화 촉구 기자회견, 사회진보연대, 2023.2.24.
-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규탄 세계시민 평화촛불집회, 사회진보연대, 2023.2.27.
- 백승욱. 2023. 연결된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핵위기까지, 얄타체제의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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