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한국정치 | 2024.01.25

민주당 위성 정당의 멍석을 깔아주는 진보당과 개혁연합신당

정의당은 위성 정당 참여 거부를 결단해야 한다

사회진보연대
 
지난 1월 15일,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준)이 모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의 공동대표 용혜인 의원은 “양당이 똑같이 잘못했기에 윤석열 정권 심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반윤민심이 단호히 모일 필요는 없다는 기회주의적 선동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면서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진영의 책임 있는 모든 정치세력에게 제22대 국회를 개혁 정치로 이끌 수평적인 비례연합정당 결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기자회견 후 진행된 기자와의 백브리핑에서는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해 정의당, 진보당과 같은 진보정당에도 같은 제안이라고 밝혔다. 각종 위성 정당이 난립하며 괴이한 장면이 연출됐던 21대 총선을 반복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출처: 연합뉴스]
 
 
어떤 변명을 붙여도 민주당의 위성 정당일 뿐이다
 
용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위성 정당 논란을 피하지 못했는데, 그때와 어떻게 다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당들이 수평적으로 손잡고 22대 국회에 진출해 개혁 과제들을 완수해 내고 특히 정치개혁에 대한 약속을 구체적으로 하자는 것”이라 답했다.
 
그런데 용 의원이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이 용 의원의 말처럼 2020년에 등장한 위성 정당과는 다른 것일까? 2020년 21대 총선에서 등장한 민주당 위성 정당과 비교해 보자. 2020년 당시 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는 “의병들이 나서서 만드는 것을 말릴 수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플랫폼 정당을 표방하며 출발했고,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과 같은 정당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번에도 용 의원의 기자회견 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위성정당 제도를 방지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한 선택지 중 하나”라며 “논의를 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인터뷰했다. 역시 개혁연합신당에도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준)이 참여하고 있다. 일단 겉모습은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그 속은 어떤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21대 국회 내내 민주당에 발맞춰 활동했다. 판사탄핵안을 민주당 의원과 공동발의 하거나 민주당이 제기했다가 포퓰리즘으로 비판받기도 했던 횡재세를 발의하기도 했다. 게다가 용 의원은 민주당의 기본사회위원회 자문단장에 위촉되기도 했는데, 기본소득을 매개로 특히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양새다.
 
개혁연합신당에 함께 하는 열린민주당은 2022년 1월 민주당과 합당한 후 본인들이 약속한 개혁 의제가 민주당에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시 창당한 당으로, 2020년 총선 당시 열린민주당과 강령에서 큰 차이가 없는 당이다. 사회민주당(준)은 정의당에서 활동하던 친노계인 국민참여당 계열이 지난해 7월에 집단으로 정의당을 탈당한 뒤 만든 당으로, 2월에 정식 창당 예정이다. 결국 모여있는 이들은 민주당에 매우 친화적이며, 민주당에 밀착하며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누리려 한다는 점에서 가자평화인권당이나 가자환경당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2020년 위성 정당과의 또 다른 차이점으로 용 의원은 ‘수평적’ 논의를 강조한다. 2020년에는 민주당이 의석을 앞 순번에서 다 가져갔으나 이번에는 논의를 통해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 개혁연합신당에 함께하는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준)은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도 다르다고 말한다.
 
그런데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듯 가자평화인권당, 가자환경당도 당시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 뒤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런데도 더불어시민당은 위성 정당이라 불렸다. 즉 합당 여부가 위성 정당이 아니라는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되기는 부족하다. 게다가 용 의원이 말하는 수평적 논의는 어떤 걸 의미하는지 구체적인 상을 알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민주당이 많은 의석을 가져가더라도 ‘수평적’ 논의의 결과 그렇게 합의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2020년 당시에도 비례대표 목록 작성은 시민사회 추천으로 결정됐다. 용 의원은 결과적으로 민주당 판이었다고 비판하지만, 위성 정당(더불어시민당) 측은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플랫폼 정당이라는 곳에서 가능한 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자 노력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 와중에 기본소득당은 원내 진출에 성공했으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와 비슷한 방식의 합의가 반복되지 않으리라 확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연합신당의 명분도 2020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시민당 창당의 한 명분은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발의를 할 수 있기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명분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촛불이 요구한 정치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 의원이 참여를 열어둔 조국 전 장관은 범민주진영이 200석을 얻은 뒤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해 탄핵하는 효과를 내자고 주장한 바 있다.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탄핵을 위해서로 반전됐을 뿐이다.
 
용 의원, 나아가 개혁연합신당에 참여할 모든 이가 갖가지 근거를 대며 개혁연합신당이 위성 정당이 아니라고 항변하겠지만, 결국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이 가진 정치적 자산이라는 빛을 받아 자신도 빛을 내보겠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점차 야권연대 주장의 수위를 올리는 진보당
 
이렇듯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처럼 보이자 진보 진영의 소수정당이 민주당에 호응하며 민주당의 행동반경을 넓혀주는 모양새다. 위성 정당을 금지하는 연동형 비례제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는데, 진보진영이 위성 정당이 아니라는 식으로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가치로 내거는 윤석열 정권 심판(나아가 탄핵)이라는 내용에서도 이재명 대표와 완전히 밀착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가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토론회에 제출한 발제문의 내용과도 연결된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지역구 연합후보를 선정하고 가설 비례연합정당을 건설하여 총선에서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멋지게 승리하는” 결과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는데, 현 상황은 이에 부합하게 흘러가고 있다.
 
최근인 1월 23일에는 박석운 대표를 비롯한 시민사회 원로가 모여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약칭, 연합정치시민회의) 발족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 개최를 제안하며 정책연합, 지역구 연합, 비례 후보 추천에서의 연합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 제안과 관련해 민주당을 포함해 진보, 개혁정당 대표에 면담을 요청했다.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세력의 원내 진출이라는 박석운 대표의 이른바 ‘교두보 전략’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진보당도 행로를 맞추고 있다. 새해로 접어들며 진보당은 좀 더 적극적으로 야권연대를 주장한다.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은 야권연대를 제안하면서 그 이유로 “지금의 민심이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을 심판하는 민심이라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47석을 갖고 있는 비례 선거뿐만 아니라 253석의 지역구까지 다 단결해서 윤석열에게 맞서 싸워야 한다”고 언론에 인터뷰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는 “칼 맞은 사람 등에 다시 칼을 꽂는 행위”라고 언급했는데,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의 사당화, 강성지지층에 의한 당내 민주주의 파괴를 비판하며 민주당과 갈라섰다. 이런 비판을 등에 칼 꽂는 행위라 칭한 셈인데, 야권연대가 성사된다면 진보 진영이 이재명 대표 방어라는 실리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정의당은 위성 정당에 함께 해서는 안 된다
 
진보 진영이 민주당 위성 정당으로 빨려 들어가는 흐름에 놓인 가운데, 정의당의 동참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다.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은 1월 15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면서 “조만간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류 의원의 탈당 다음 날 진행된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장의 언론 인터뷰에서는 만약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정한다면 정책연대, 일부 지역구 후보단일화 논의를 하는 선거연대는 가능하겠지만,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함께 논의하는 선거연합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조국 전 장관이 참여하는 개혁연합신당에 정의당이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월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 중인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출처: KBS]
 
또 김 비대위원장은 연동형과 병립형을 절반씩 혼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거대양당이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무너뜨리는 위성 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걸 전제로 연동형-병립형 혼합안을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창당하고, 정의당이 이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거리를 두겠다는 취지의 제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가 될 것이라는 류 의원의 주장이 정해진 결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혼합안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정의당이 정치적 실익을 얻기 위해 민주당과의 비례 위성 정당 협상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여전히 존재하며, 당내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당장은 김준우 비대위원장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에 거리를 두고 있으나, 정의당이 이런 입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현재 민주노총이 공조를 논의하는 네 개의 진보정당 중 객관적으로 주요 정당은 정의당과 진보당이다. 진보당은 최대 진보를 제안하며 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의 연합 가능성을 열어 뒀는데, 서두에 언급했듯 이들은 민주당과의 연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개혁연합신당을 추진 중이다. 또 윤희숙 대표는 민주당과 비례명부를 공유하는 비례연합정당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즉 진보당은 적극적으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이 거대양당과의 연대를 금지하는 총선방침을 결정한바,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당과 연대하는 모양새가 깔끔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주요 진보정당 중 하나인 정의당도 위성 정당에 함께 간다면 진보당도 강하게 주장하는 범진보진영이라는 명분에 힘이 실리게 되어 사회운동 내에서 야권연대 흐름이 훨씬 가속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정의당이 위성 정당 참여를 거부한다면 사회운동의 독자적 길을 주장하는 것이기에, 민주당에 의존하자는 진보당류의 주장이 사회운동 내에서 정당성을 획득하기 곤란해질 것이다.
 
민주당은 4.10 총선을 80여 일 앞둔 현재까지 총선이 어떤 규칙으로 치러질지 결정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도 고려할 수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는데,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룰을 정하는 데도 이재명 대표를 방어하기 위한 의석 확보에 무엇이 더 유리한가를 따지는 것 이상의 사고를 하지 않고 있다.
 
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은 이런 민주당의 당리당략에 맞춰서 행동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처럼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이익에 복무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흐름을 막아내는 데 정의당의 결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22년 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제 때문에 조국 사태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걸 “20년 정치하면서 가장 뼈아픈 오판”이라 반성했었다. 또 정의당 차원에서도 2022년 대선과 지선에서 연달아 참패한 후 정의당 10년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 최종 평가서에서는 “오직 비례의석 확대를 통해 성장하려는 정치연합에 몰두했고,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파국으로 당의 정치연합전략은 실패했다. 그 결과의 정점은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정의당의 오판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만약 정의당이 정치적 실익을 위해 다시금 민주당의 위성 정당 논의에 참여한다면 정의당 10년 역사를 돌아보며 했던 반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조국 사태는 반성했으나, 이재명 대표 지키기는 상관없다는 매우 이상한 결론을 도출하는 셈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의당은 정당으로서 존재가치 자체를 상실할 큰 위험에 빠질 것이다. 정의당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어떤 형태의 위성 정당 참여도 명확히 거부해야 하며, 진보정당의 독자적 행로를 모색해야만 한다. 정의당의 역사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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