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노동보다 | 2024.02.22

민주노총은 진보당 지지 철회를 단호히 결정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총선방침마저 부정할 것인가

사회진보연대
지난 15일 민주노총 중집에서 진보당 지지 철회 여부를 두고 일대 논쟁이 불거졌다. 진보당의 통합비례정당 참여가 민주노총 총선방침과 충돌하는가를 두고 해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당일 중집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했고, 3월 4일 속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총선방침으로 진보정치세력과의 연대연합을 결정했다. 그런데 진보당은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지지 철회는 당연한데 왜 결정을 못 내렸는가?
 
 
1. 위성정당이 위성정당 아니라는 궤변
 
<경향>, <매일노동뉴스>, <참여와 혁신>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결정을 하지 못한 이유는 몇몇 중집 성원들이 ‘통합비례정당은 위성정당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며, 민주노총의 총선방침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어서라고 한다.
 
이상한 궤변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부터가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겠다는 기자회견자리에서 위성정당 관련해 4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①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 ②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③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 ④죄송합니다” 통합비례정당을 제안한 당대표는 사과를 하는데, 여기에 참여한 진보당과 새진보연합(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만 위성정당이 아니라고 한다.
 
준연동형제는 가능한 정당 지지율에 맞게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통합비례정당을 만들면,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당지지율 이상의 국회의원을 얻게 된다. 이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투표용지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의원 꿔주기를 할 것이고, 당선된 비례의원을 되돌려 받기 위해 출당을 요구할 것이다. 당대당 통합을 해서 되돌려 받든, 출당으로 되돌려 받던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거대정당이 정당지지율 이상의 의원을 확보하려고 정당을 만들면, 그걸 위성정당이라고 규정하고 비난한다. ‘일시적 선거연합’ 여부, ‘선거이후 당의 존속’ 여부,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 여부는 위성정당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데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처럼 독식하면 그냥 위성정당이고, 정책공조, 나눠먹기 외양을 띄면 준(準)위성정당, ‘꼼수’위성정당이라 부를 뿐이다. 2020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내세워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추가로 얻어갔고, 2024년에도 통합비례정당을 내세워 소수정당의 몫을 가로채 가게 된다.
 
이재명 당 대표도 준(準)위성정당이라고 인정했는데, 왜 민주노총이 ‘꼼수’위성정당으로 규정하는 것에 주저한단 말인가.
 
 
2. 민주노총 총선방침 위반이 아니라는 궤변
 
2023년 9월 77차 임대에서 민주노총은 총선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을 실현해야 하고, 대안정치세력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이들과 총선공동대응을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금지했다.
 
보수양당 지지 금지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민주노총은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되어 있으며, 추가로 “친자본 보수양당이란 4개 진보정당 이외의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친자본 보수정당과 위성정당”이라면서 대상까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 빗대면 민주당의 위성정당, 즉 더불어민주당의 통합비례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방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에 대해 이론의 여지 없이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논란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단 말인가?
 
금지의 대상과 내용을 자세히 규정했는데도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면, 다른 대대 결정 사항은 언제든 무효화 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제도와 규칙을 어떻게 마련하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제도와 규칙을 무시하고, 집행부 입맛대로 해석하고 다수의 논리로 집행하려 들면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 대의원대회는 민주노총 최고 의결기구이다. 대대 결정을, 그것도 총선방침을 임의로 해석하는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정파 이해를 앞세워 대중조직의 논의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의 대중적 토대를 잠식하는 행위다.
 
 
3. 문제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형식적으로는 위성정당 참여가 논란이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진보당이 진보정당, 진보정치세력과의 연대연합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선거연합을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2023년 내내 진보당은 노동자 플랫폼을 주장하며 민주노총과 진보4당이 우선 단결을 주장했다. 12월에는 최대진보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보정치세력과 선거연합을 모색하는 듯 하더니, 더불어민주당이 통합비례정당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우자(2.5) 야권연대와 연합정치를 주장하며 통합비례정당에 참여하겠다(2.13)고 선언했다. 노동자 플랫폼이니 최대진보니 다 허언이었던 셈이다. 진보정치세력과의 연대연합보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우선시한 것이다.
 
그런데 진보당의 선택이 더 기가막힌 것은 그렇게 선택한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 민주당’이라는 점이다. 공당의 이해보다 파당적 이해가 우선인 이재명을, 본인과 측근 비리를 감추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방탄 도구로 전락시킨 이재명을 선택한 것이다.
 
진보당의 선택은 선거전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의 지지율이 올라야 통합비례정당의 지지율도 오르고 그래야 진보당도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데, 이재명 민주당의 지지율이 정체되면 교두보 전략도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이재명 민주당의 지지율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못지않게 추락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비례정당에 올라탄 정치세력들은 이재명을 옹위해야 본인도 살아남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지금 지지율 반등경쟁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당과 기본소득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방어해야 하고, 이재명 민주당이 비민주적이라며 떠나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비난하며, 친명보다 더 친명처럼 굴어야 한다. 사실 진보당과 진보당의 강성희 국회의원은 2023년부터 그래오기도 했다.
 
 
4. 민주노총은 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단호히 결정해야 한다
 
진보당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도 이재명 민주당과 운명을 함께하게 될 것이다. 진보당은 이재명 민주당과 당대당 선거연합을 선택했다. 거부권 무력화 연대, 개혁 입법 연대, 대통령 탄핵 연대,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은 이재명 민주당의 소수정당 비례의원 몫 가로채기에 편승해 ‘의원 나눠먹기’를 하려는 것뿐이다. 누군가 이것을 진보정치의 성장 경로라고 주장한다면 민주노총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진보당’만 그렇게 하라고 해야 한다.
 
이제 민주노총의 선택만 남았다. 진보당과 똑같은 전략을 취해 이재명 민주당과 같이 흥하거나 망하는 도박을 할 것인가?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노동운동의 혁신과 진보정치 재건을 꿈꾸는 활동가라면 대대 총선방침에 근거해 상식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2020년 녹색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려 하자(3.16) 중집에서 나흘 만에 녹색당 지지 철회를 결정(3.19)했듯 말이다.
 
민주노총은 진보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단호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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