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초유의 ‘재판 지우기’, 공소 취소 특검법에 반대한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찰의 조작 기소를 통한 사법살인” 등을 언급하며 “살해 위협으로부터 국민 곧 하늘이 저를 살려 주셨다”고 하였다. 자신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조작 기소’를 했을 것이라고 강조하려는 의도일 터이다. 최근 국정조사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부 조작 수사·기소 의혹 특별검사법안’(조작 기소 특검법)을 두고 위헌·위법 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특검에게 그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현재 이 대통령과 여당은 여론의 역풍을 의식하여 6·3 지방선거 이후로 논의를 연기하였으나, 민주당이 밀어붙인다면 언제든 특검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태다.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고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와 특검법이 헌법상 평등과 삼권분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30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조특위 위원들이 국회 의안과에 '조작기소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흔들리는 민주주의의 대원칙
현대 민주주의에는 ‘법 앞의 평등’과 ‘권력분립’이라는 대원칙이 있다.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 법을 위반했다면 수사와 재판을 통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특정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상호 견제하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허물고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입법부의 권한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동원하고 있다. 이미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사건을 또다시 국정조사로 끌어올리고, 나아가 특검을 통해 공소 취소를 강행하려는 시도는 한국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공방을 넘어, 사법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하고 법의 지배를 다수의 폭정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조작 기소 특검법의 전초전, 국정조사
지난 3월부터 민주당이 주도했던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가 일단락되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쌍방울 대북 송금,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들을 조사 대상에 올렸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대거 소환했고, 수사 과정에서의 이른바 ‘연어 술 파티’ 의혹이나 ‘진술 회유’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관련한 사건에서 조작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핵심 증인들도 기존의 진술을 반복했다.
한편, 국정조사는 시작부터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었다. 먼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법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이전부터 많았으나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 제8조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가 행해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국정조사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국정조사의 행사 범위와 한계를 법으로 엄격히 규정하는 것이다.
이번 국조가 확정판결의 효력을 부정하는 행태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특히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경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이미 최종 확정판결까지 내린 사안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을 다시 뒤집겠다고 나서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자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부정하는 처사다. 애초에 민주당은 국정조사 위원 구성에서도 최소한의 염치조차 저버렸다.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의원들이 국조 위원으로 참여해 자신들이 맡았던 사건의 수사 검사를 신문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충돌이다.
‘셀프 사면’을 위한 공소 취소 특검법
국정조사에 이어 지난 4월 30일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 법안은 특검의 수사 범위를 이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사건으로 넓혔을 뿐만 아니라,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로써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은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성남FC 사건 등에 대해 특검이 공소를 강제로 종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검찰의 소추권과 사법부의 재판권을 동시에 침해하며 권력분립을 파괴하는 행위다. 또한 현행법에도 어긋나는데,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자기 이익과 관련하여 공정한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할 수 있는 특검을 대통령 스스로가 임명하게 되어 있다.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셈이다.
본 특검법에는 특검보나 공소 유지 변호사에게도 공소 취소를 위임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포함되었다. 특검보로도 모자라 특검이 뽑은 변호사도 공소 취소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심지어는 특검이 수사한 사건을 맡을 영장전담판사를 법원이 별도 지정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영장전담판사란 구속영장 발부에 앞서 구속 사유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는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하는 판사다. 따라서 해당 내용은 법원을 압박하여 입맛에 맞는 판사를 통해 원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이처럼 민주당의 특검법은 사법 정의를 권력자 개인의 이익에 종속시킨다.
여태 수사 기관의 사건 조작이 문제가 된 사건과 관련한 특검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대부분은 기존의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 특검법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번 조작 기소 특검법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닌 듯하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 그리고 국정조사를 비롯한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이 대통령의 ‘셀프 사면’을 위한 과정이 아니었는지 강한 의혹이 제기된다. 한편, 이 대통령과 한병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계산한 정략적 술수다. 그러나 지방선거 뒤로 일정을 연기한다고 한들 위헌성을 피할 수는 없다. 현재 특검법의 위헌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진영을 막론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정 개인을 위해 재판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단 한 사람을 위한 공소 취소 특검법에 반대한다
민주당이 벌인 공소 취소 특검 추진은 헌법 정신을 위배하고 법치를 말살하려는 위험천만한 행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민주당 국조특위 간사인 박성준 의원은 “시민 대다수는 공소 취소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식으로 공개 발언했으나, 시민은 ‘단 한 사람을 위한 입법’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상식을 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진정으로 억울하다면 특검법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공소 취소를 노릴 게 아니라 법정에서 증거와 법리로 따져야 할 것이다. 특검을 공소 취소와 결부하는 것은 오히려 특검이 공소 취소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다. 국회 역시 특정 개인의 재판을 지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며, 사법권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자기 재판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 권력의 오만한 착각이 계속되는 한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