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국제동향 | 2026.07.02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 체결의 쟁점과 과제

평화정착을 위해 국제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회진보연대

6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서명 직후 MOU 전문을 공개했다. MOU의 주요 내용은 ▲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 종료 ▲ 6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면제 ▲ 상호합의에 따라 농축 우라늄 처리 합의 ▲ 60일간 최종 합의를 위한 협상 등이다. 이번 MOU는 약 1.5페이지 분량의 매우 개괄적인 문서로, 전쟁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한 '임시 가이드라인'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변경되거나 추가될 수 있으며, 언제든 파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러 복잡한 쟁점을 60일이라는 기한을 두고 다루는 만큼,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사회진보연대는 「미국-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에서 이번 이란 전쟁의 핵심 쟁점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 핵물질 문제,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대리세력) 문제를 짚은 바 있다. 해당 글에서는 위 3가지 주요 쟁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분쟁과 갈등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종전 양해각서의 핵심 쟁점을 들여다보고, 중동 지역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 위해서 중장기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대리세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MOU 제1조는 모든 전선에서의 군사작전 종료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합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이스라엘 국방군과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현재까지도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이란을 다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란의 대리세력과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이 지속되는 이유는, 이러한 분쟁이 국제법상 명확한 규율이 확립되지 않은 회색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UN 헌장 제51조는 국가가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중대한 형태의 무력사용(grave forms of the use of force)'에 해당하는 '무장공격(armed attack)'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어떠한 행위가 무력사용을 넘어서는 무장공격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무력사용의 주체가 비국가 무장조직인 경우에는 국가귀속 여부를 둘러싼 문제가 추가로 제기된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판례를 통해 자위권은 원칙적으로 국가 간 관계에서 행사되는 권리라고 보아 왔다. 또한 ICJ는 1986년 니카라과 판결에서 후원 국가가 비국가 무장조직을 '실효적으로 통제(effective control)'한 경우에만 해당 무장조직의 행위를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단순한 자금·무기 지원이나 훈련 제공만으로는 충족되지 않으며, 후원 국가가 개별 군사작전을 실질적으로 지휘·통제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해 실제로 요건을 충족시키기 매우 어렵다. 그 결과, 비국가 무장조직의 공격을 후원 국가의 무장공격으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이를 근거로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국제법상 회색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란은 이러한 국제법의 회색지대를 활용해 대리세력을 지원해 왔다.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란의 대리세력 역시 이러한 법적 공백을 이용해 이스라엘과 주변국을 대상으로 군사공격과 테러를 감행해 왔다. 반면 이스라엘은 대리세력의 행위가 이란에 귀속되지 않더라도, 무장조직이 있는 영토국이 해당 무장조직을 억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근거로 레바논과 시리아 등에 대한 반복적인 군사작전을 정당화했다. 이 과정에서 이러한 군사작전이 UN 헌장상 자위권 행사 요건과 국제인도법상 비례성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둘러싸고 국제법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대리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멈추는 것 외에도 무력충돌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자위권과 관련한 국제법의 공백을 메워 회색지대를 이용하는 행위에 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자위권 발동 요건인 무력사용과 무장공격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구별하고, 비국가 무장조직의 활동을 방지·예방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이는 미국과 이란 양자 간 협상이 아닌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아닌 '수수료'는 부과될 수 있는 것인가?

 

MOU 제5조는 60일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60일 이후 어떠한 형태의 비용 부과가 허용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제5조에는 "이란은 오만과 대화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행정 및 해상 서비스 체계를 정의할 것"이라는 대목도 있다. 따라서 제5조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어떠한 통행료도 받지 않고 있다고 통보했으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협상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월 26일 종전 협상단 대표인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전쟁 전 상태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권은 자신들의 조치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즉 해협 통과 자체에 대한 통행료가 아니라 선박에 제공하는 보안·항행안전·환경관리 서비스의 대가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이란은 튀르키예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수수료를 징수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튀르키예는 1936년 몽트뢰 협약에 따라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상대로 등대·구난구조·의료검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톤당 4.42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즉, 이란은 해협 통과에 대한 통행료와 항행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수료는 국제법적으로 구별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 우선 1936년 몽트뢰 협약은 국제법상 일반조약이 아닌 특별조약으로, 보편적 기준이 아닌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이고 예외적인 조약이다. 당시 영국, 프랑스, 소련 등은 이탈리아의 팽창주의를 견제하고자 튀르키예와 다자주의 조약인 몽트뢰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평시에 해협을 지나가는 모든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되, 등대, 구난구조, 의료검역 등 항해 안전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제한적으로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튀르키예는 해협 통과 자체를 제한하거나 특정 국가 선박을 차별할 수 없으며, 현재까지도 이러한 원칙 아래 해협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영해로만 구성된 다르다넬스와 보스포루스 해협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가 맞닿은 국제해협으로, 일반국제법인 유엔해양법협약의 적용을 받는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국제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통과통항권을 보장한다. 연안국은 통과통항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조건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권한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란은 MOU 제5조를 근거로 오만과의 별도 협의를 통해 새로운 해협 관리 및 해상 서비스 체계를 마련해 서비스 수수료라는 형식으로 비용 부과를 정당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와 협의 없이 특정 서비스 이용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이를 근거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통과통항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이처럼 이란이 수수료 부과를 명목으로 사실상 통행료를 고집하는 배경에는 현행 유엔해양법협약에서 양자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이 자리하고 있다. 현행 유엔해양법협약은 국제해협에서 통행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분명히 하지만, 연안국이 항행안전을 명목으로 우회적인 비용을 어디까지 정당한 대가로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연안국이 서비스 수수료를 명목으로 사실상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명확한 해석기준과 규범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국제해협에서도 이란과 같이 사실상의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며, 이는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따라서 이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으로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국제사회 차원에서 이란의 시도에 단호히 반대하고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란 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MOU 제8조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거나 개발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한다고 되어 있다. 제8조에 따르면 양국은 농축 물질 비축량의 처분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으며 최소한의 방법론으로 이란 영토 내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하에 희석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IAEA 핵 사찰을 수용했다고 주장하며 사찰단이 적당한 시기에 이란 핵 시설 관련 현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정권은 핵 사찰 재개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국제질서에 미칠 파장」에서 주장했듯이, 그간 이란은 여러 차례 IAEA의 사찰과 감독을 회피했다.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을 축적해 왔으며, 여러 미신고 시설에서 핵 활동을 벌여 왔다. 핵물질과 유관 시설만 늘린 것이 아니라 원심분리기 기술과 같은 기술 역량도 크게 향상시켰다. 2025년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관련 시설 상당수가 파괴되었지만, 관련 지적·인적 기반은 남아 있다. 따라서 종전 합의의 핵심 과제는 이란이 향후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높은 수준의 사찰과 감독이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핵 사찰과 감독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우선 이란이 IAEA 추가의정서를 정식으로 비준해야 한다. 이란은 과거 추가의정서에 서명(조인)했으나, 의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아 국제법적 구속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검증이 제한적이었다. 이란 핵 합의(JCPOA)는 이란이 2023년까지 비준 절차를 마치고 그 이전까지는 의정서에 준하는 사찰을 수용하도록 규정했으나, 2018년 미국의 일방적 탈퇴와 2021년 이란의 합의 위반으로 이행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고 검증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했던 JCPOA를 넘어 국제법상 구속력이 확실한 IAEA 추가의정서를 비준해 핵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란은 이번 종전 협정에서 정말로 핵개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며, 미국은 반드시 이를 확약받아야 한다. 이란의 IAEA 추가의정서 비준을 통해 국제적으로 이란 핵 활동을 자세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NPT 체제하에 IAEA 검증체계에 협조하지 않거나 핵무기 개발을 시도할 경우, 국제사회가 일관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처럼 NPT 회원국인 이란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국제사회가 함께 숙고해야 할 문제다

 

이처럼 종전 협상의 핵심 쟁점인 대리세력 문제, 호르무즈 해협의 통과통항권, 이란 핵 검증 체계는 모두 미국과 이란이 60일의 양자 협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종전 협상이 어떤 결론에 이를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최종 합의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만을 반영한 채 임시방편에 그친다면, 이미 취약해진 국제질서는 더욱 흔들릴 것이며 그 부담은 국제사회 전체가 떠안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종전 협상 결과 자체뿐 아니라, 이번 전쟁이 드러낸 구조적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주요 당사국들이 국제법과 국제규범의 공백 및 해석의 여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만큼, 국제사회는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고 국제규범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적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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