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21.06.07

이재명이라는 오답

노동계 인사들의 이재명 캠프 합류를 경계한다.

사회진보연대
대선 때마다 철새 정치인 이상으로 철새 노동계 인사가 많다. 보수, 개혁을 가리지 않았던 한국노총 간부들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노총의 정치 지망생들도 민주노동당 붕괴 이후 봇물 터지듯 이 당 저 당을 기웃거렸다. 내년 3월 대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노동계의 철새 이동도 또 시작됐다. 4~5년 전 ‘노동존중’을 따라 문재인 캠프로 갔던 인사들이 이번에는 ‘기본소득’을 따라 이재명 캠프 주위로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노동자의 대안은커녕 재앙이 되기에 십상인 사람이다. 두 가지 근거로 왜 그런지 이야기해보겠다.
 

제왕적 권력을 선호하는 정치인

 
첫째, 그의 위험한 민주주의관 탓이다. 그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마음껏 이용할 전형적 정치인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국대전 고치는 일보다 국민 구휼이 더 중요하다”라며 개헌론을 비판했다. 과도한 대통령 권력을 제한하는 정치개혁보다 그 권력을 민생이란 명분을 걸고 잘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그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에 보여준 모습도 이런 생각과 일치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에 필요한 대통령이 과연 제왕적 권력을 잘 사용하는 대통령일까?
 
한국 정치제도는 대통령에게 지나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다. 그래서 대통령과 측근의 권력 오남용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역대 대통령 중 본인과 가족이 온전한 사람이 없다. 당장 전임 두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게 한국형 대통령제의 현실이다. 문재인의 청와대도 펀드 사기, 부동산 투기, 선거 개입 등으로 4년 내내 시끄러웠다. 한국은 공공부문 부패인식지수가 선진국 중 꼴찌 그룹에 속해 있고, 대통령부터 공공기관의 고위 관료까지 허구한 날 감옥을 드나든다. 족벌 가문이 경영권을 세습하며 대기업집단과 시장을 지배한다. 그리고 정치와 경제의 무소불위 두 권력은 금권정치, 정경유착으로 한국 사회의 선진화를 가로막았다. 민생을 위한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대통령제 개혁이란 것이다.
 
고도로 복잡한 경제를 가진 한국 정도의 나라에서 민생을 위해 필요한 건 영웅 행세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권력의 오남용, 독점과 부를 이용한 지대 추구, 차별과 배제 등을 규제하는 공정한 제도이다. 대통령의 역할은 청와대 권력의 오남용을 막을 제도를 만들고, 의회 민주주의를 활성화하며, 노동조합 같은 대중조직들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더 많은 권한, 더 많은 행동을 약속하는 이재명 지사는 미리 실패한 문재인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탄핵당한 박근혜의 뒤를 이은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여당 관계부터 공수처 설치, 경찰 강화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권한 확대에 거침이 없었다. ‘적폐청산’의 기치로 적폐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이 지사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는 ‘문민 독재’로까지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 행보에 대해 일언반구도 비판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가 제시하는 공약을 보면 문재인 이상의 막강한 청와대를 필요로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 분배적 불의와 경제적 재앙

 
둘째, 그를 상징하는 정책인 보편적 기본소득 탓이다.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성도 없지만 추진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크다.
 
기본소득의 문제점은 코로나19 대책으로 시행된 전국민재난지원금만 봐도 알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매표 정책으로 추진된 전국민재난지원금은 고소득자에겐 저축 자금, 저소득자에겐 충분치 않은 지원일 뿐이었다. 여당이 취약 계층 지원금을 빼서 상위층 가계의 표를 구매한 것과 다르지 않다. 재난의 피해가 선택적인데, 정부 지원은 보편적으로 한 것이다. ‘보편’이 ‘선택’보다 낫다는 허울은 선택적 피해가 판치는 현실에서 정의롭지 못한 분배가 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이런 전국민재난지원금을 1년 내내 영구적으로 하자는 이야기다.
 
기본소득은 재정적으로도 지속 불가능한 정책이다. 이 지사는 장기적으로 1인당 월 50만 원, 연 600만 원, 연 300조 원 규모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 예산의 거의 절반이자, 정부 사회복지지출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세입 규모를 50% 이상 증가시켜야 하는데, 소비세 같은 역진적 조세를 높일 게 아니라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현재보다 두 배 걷어야 한다.
 
그는 탄소세, 데이터세, 인공지능로봇세, 국토보유세 등의 기본소득목적세를 늘려서 재원을 마련하겠다지만, 이는 공상적 이야기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 하나 걷는데도 온 나라가 난리가 난다. 더욱이 이런 세금의 최종 귀착지가 서민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서민에서 세금 더 걷어서 부자들 기본소득 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가운데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해도 당연히 문제가 된다. 처음부터 안 받았으면 모를까, 받던 기본소득을 못 받으면 국민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정치인들이 나라야 망하든 말든 기본소득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운동은 이재명을 경계해야 한다.

 
이재명의 약속들은 달콤하다. 제왕적 권력으로 대통령이 직접 민생을 챙기고, 현금을 모두에게 나눠주겠다는 약속 말이다. 하루하루가 어려운 노동자들의 귀에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노동계 인사들도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이재명 캠프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의 행동과 공약은 독이 든 사과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경제를 망친다.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볼 수도 없다. 지금까지 역사에서 독재와 경제위기에 피해를 본 것은 항상 노동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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