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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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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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hwp

특허로 인한 살인

김소영 | 민중의료인연합
• 개발도상국의 평균수명은 선진국보다 13년이나 짧으며, 어린이 사망률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10배나 높습니다. 조산아 사망 및 신체 장애의 원인 중 감염질환이 선진국의 경우는 10%에 지나지 않지만, 가난한 국가들의 경우 2/3에 달하고 있습니다.
• AIDS와 관련된 약가는 92-98년도 사이에 평균 434%나 상승했고 미국이나 유럽의 에이즈환자 85%가 AZT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HIV 감염자가 230만 명에 달하고 HIV 감염으로 하루에 700명이 사망하고 있는 케냐의 경우 현재 AIDS 치료제와 다른 필수 의약품을 투여 받고 있는 환자는 단지 1000-2000명(0.043-0.086%)에 불과합니다. 공공의약팀, 「의약품과 지적재산권」, 『2001년 민중의료연합 보건의료아카데미 자료집』

• 글리벡이 6월말쯤 시판됩니다. 그런데 약값이 너무 비쌉니다. 한달 약값 300만원!! 기타 부대비용까지 합하면 약 400만원!! 저희 남편은 대기업 대리라서 월급이 약 170만원!! 돈 한푼 쓰지 말고 먹지도 말고 고스란히 월급을 약값에 지불해도 치료비의 반도 안 되는 현실!! 300만원이라는 가격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는 약값입니다.
-새빛 누리회(백혈병 환자모임)게시판에서-

지난 11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참가국들은 TRIPS 협정(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과 공중 보건에 관한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의약품 접근성 확보를 비롯한 공공의 건강 보호가 제약회사의 특허권 보호보다 중요하다’는 이 선언은 미국, 스위스,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압력에 맞서 아프리카 회원국을 포함하여 WTO 회원국 대다수인 80개국이 넘는 나라들이 강력하게 연대하여 이루어졌다. 80개국이 넘는 나라들이 연대전선을 구축하여 초국적 제약자본의 특허권을 제한하는 선언을 이끌려 한 싸움의 이면에 무엇이 존재하고 있을까?
새로운 진단 및 수술 기술, 생명공학의 발전, 기적의 신약 개발 등 질병의 발견과 치료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숨막힐 정도로 빠른 의약과 치료의 진보로 여겨진다. 최근 발표된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질병의 원인 규명 및 치료까지 밝혀 줄 것으로 기대되어 이제 인간이 고칠 수 없는 질병은 없을 듯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 민중의 건강 수준은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아니, 선진국의 일부 소수의 사람들은 혁신적인 의료 진보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민중은 아직까지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 속에서 자신의 삶을 유린당하고 있다. 부국과 빈국의 건강상태의 양극화, 그것은 세계화에 따른 불평등의 뚜렷한 지표이다.

초국적 자본에게는 꿈의 실현을, 민중에게는 악몽을- TRIPs 협정

TRIPs 협정은 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즉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을 의미하며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가 종결되면서 채택되었다. TRIPs 협정 이전에도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약은 있었다. 그러나 TRIPs와 기존 지적재산권 관련 협약과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다른 공산품과 같은 수준으로 인정한 것이다. TRIPs협정 이전에 50여 개국의 개발도상국 및 일부 선진국은 의약품을 특허에서 제외하거나 물질특허 없이 제조공정에 대한 특허만 인정했다 제조공정에 대한 특허만 인정할 경우 같은 물질을 다른 방법으로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 의약품과 같은 공공영역에서 이러한 제한을 둔 것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에 때문이었다. 그러나 TRIPs는 신규성, 진보성, 산업이용성이 있는 물질 및 제법에 대한 특허를 인정함으로써 의약품 특허를 인정하였으며, 특허보호기간도 최소 20년 동안 개발자에게 배타적인 독점권을 부여하고 있다. TRIPs 협정의 또 다른 차이점은 TRIPs 협정 위반 시 무역제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제한하면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거쳐 무역보복까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선진국이건 개발도상국이건 관계없이 WTO 회원국이라면 동일한 지적재산권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TRIPs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체계이다.
따라서, TRIPs는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지적재산권 협정을 포함하여 지적재산권 체제를 국제화하려는 초국적 자본과 강대국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는 지적재산권 자체가 영토에 속박되기 때문에 지적재산권 제도가 없는 다른 나라에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호받을 수 없고 따라서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는 자본의 견해에 따른 것이다. 타국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않는 것을 이들은 ‘해적질(piracy)'라고 부르는데,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1991년 한해동안 이러한 해적질에 의한 제약업계의 손실을 50억 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에서 특허보호의 불충분으로 손실액이 미화 15억 달러 이상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제약산업의 특허보호 강화로 미화 30억 달러를 제약산업이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의약품 생산을 상품화하고 상업적 거래를 확대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데 있다. 결국 자본의 독점적 이윤추구는 점점 더 강화되고 의약품 접근과 이용을 둘러 싼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적재산권과 TRIPs 협정이 있다.

초국적 제약자본의 이윤 추구의 무기 - 특허

최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7개국 중 46개국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제(에이즈 약물) 특허상황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조사결과 29개국에서 142개의 약물 특허가 있었다. 이 조사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제 특허를 4가지 기준-인구, HIV 감염자수, GDP, 환자 1인당 소득-을 가지고 살펴보았는데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조사 한 46개국 중 특허가 있는 29개국은 조사국 전체 인구의 71%, HIV 감염자의 72%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6개 이상의 항레트로바이러스제 특허가 있는 11개국은 HIV 감염자의 46%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GDP의 41%를 점유하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 15개의 항레트로바이러스제 특허가 있었다. HIV 감염자수와 1인당 소득을 곱해서 계산한 환자 소득을 살펴보면 상황이 더 분명하게 보인다. 15개의 특허가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전체 환자소득의 64%, 6개 이상의 특허가 있는 나라는 82%, 1개 이상의 특허가 있는 나라는 93%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특허가 없는 16개국은 전체 환자 소득의 7%정도에 불과하였다. 즉, 시장이 크면 클수록 특허도 집중된다. 이는 초국적 제약자본의 이윤 창출 기제로 특허를 중요하게 사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 . 사하라 이남의 45개 국가들의 항레트로 바이러스제에 대한 특허
*환자소득은 HIV 감염자수와 1인당 소득을 곱해서 계산하였으며 특허수별 국가들의 환자소득을 45개국의 환자소득으로 나눈 백분율로 환자소득의 비중을 조사하였다.
*소말리아의 자료는 얻지 못함


그림 . 특허수별 국가들의 환자소득 비중(%)


특허로 보장되는 배타적 독점권

특허는 특허권자에게 최소 20년 동안 배타적 권리를 부여한다. 즉, 20년 동안 특허 상품을 다른 사람이 생산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판매할 수도 없으며 수출, 수입할 수도 없다. 이러한 독점적 권리로 인해 의약품 가격은 수요․공급의 단순하고 순진한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최고의 가격으로 결정되며, 가격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의약품 시장에서 과감히 배제된다.

민중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특허

시장에 따라 다른 기업의 가격 정책, 국가 정책 등의 차이 때문에 특허에 의해서 제약자본이 보장받는 독점가격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한 연구에 따르면 인도 제약 시장에 특허를 도입할 경우 의약품 가격이 평균 250% 상승할 것이라고 하며, 다른 연구 결과는 이보다 높은 상승률을 제시하고 있다.
특허로 인한 독점 가격이 얼마나 큰지는 제네릭 약물(복제 의약품)의 등장이후 브랜드 약물(상표등록에 의해 보호되는 의약품) 가격의 드라마틱한 감소를 본다면 어느 정도 측정 가능하다. 지난 1996년에서 2000년 사이, 브라질에서 AIDS치료제 가격 변동 추이를 경쟁약물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경쟁약물이 있는 경우 5년에 걸친 약가 하락율은 평균 79%인 반면, 경쟁약물이 없는 경우 약가 하락율은 9%에 머물렀다. Carmen Perez-Casas et.al., 「HIV/AIDS medicines pricing report. Setting objectives: is there a political will?」, Access to Essential Medicines Campaign, 2000.7.6.
또한, 자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AIDS 약물을 자국 내에서 생산한 결과 브라질에서 3가지 약물 병용 요법 비용은 1년 당 미화 4,000달러인 반면, 미국에서의 비용은 무려 15,000달러에 달한다. 즉, 미국에서 1명을 치료할 수 있는 비용으로 브라질에서는 4명을 치료할 수 있다.

질병의 발생마저도 불공평할 수밖에 없는 현실

• 당신이 오늘 돈이 없다면 당신의 질병으로 인해 무덤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가나의 여성-
• 가난한 민중은 그 아이들에게 먹일 식량도 없는데,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을까요? 부유한 사람은 건강하기 위해 치료를 받고 의약품을 살 수 있습니다. 가난한 이에게 의약품은 가질 수가 없는 사치품입니다. -짐바브웨의 노동자-
• 가난한 사람에게 질병은 지속적인 공포입니다. 이것은 당신이 빚더미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베트남의 농부-

결핵의 경우 가장 부유한 나라 5개국 발병율보다 가장 가난한 나라 5개국 발병율이 4배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급성 호흡기 감염 발생율은 가난한 나라가 2배 가량 높으며, 20% 정도의 사람은 의료 관리조차 못 받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안타깝게도 가난한 사람이 치료비용을 감당할 돈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약물 가격이 높아서 치료받는 것 자체를 포기하거나 치료를 받더라도 스스로 치료를 단축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감염질환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가난한 민중에게 더 치명적인 의약품 가격 상승

가난한 국가에서 지구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 국가들이 보건관련 부문에 지출하는 비용은 세계 전체의 단지 10%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에서 지구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적으나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보건부문에 지출한다. 그리고 선진국일수록 보건관리시스템을 대부분 공공적으로 운영하지만(단, 미국은 대부분 사적건강보험임) 가난한 국가의 민중은 질병에 걸렸을 때 약물구입과 치료비용을 자기 주머니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선진국에서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율은 10-20%정도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본인 부담율은 50-80%이다. 이러한 경향은 의약품 구입 시에도 마찬가지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의 경우 약제비의 2/3를 가계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남아시아의 경우 80%이상 부담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 가격이 상승하면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 민중에게 치명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가난한 민중은 음식과 교육 등 다른 필수적인 부문에 쓸 돈을 줄여 의약품 구입에 써야 한다. 짐바브웨에서 폐렴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미화 8-10달러이다. 그러나 이 나라 국민의 60%정도는 1달 수입이 미화 18달러도 되지 않는다. 즉, 폐렴치료비용은 가족의 식량 구입비와 맞먹는 비용이며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식료비를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 다섯 살 배기 딸, 그레이스가 심각한 말라리아 발작을 하고 난 후 3월부터 고생이 시작되었습니다.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들은 제일 먼저 고장의 약초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어린 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돈을 빌렸고 상점에서 Chloroquine(말라리아 치료제)과 aspirin(해열진통제) 몇 알을 샀습니다. 딸의 상태는 잠시 나아지는 듯 했으나 2주 후 다시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 그녀의 부모는 닭을 팔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딸을 Ngoro병원으로 데리고 갔으며 곧바로 그레이스는 입원하였습니다. 하지만 병원측은 그레이스의 치료비로 가족들이 지불할 수 없는 돈을 요구했습니다. 그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그레이스는 5월 8일에 사망하였고 다음날 묻혔습니다.” -세계은행보고서-

위에서 서술된 세계은행 보고서에도 나타나듯이 가난한 민중은 질병에 걸려도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공포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계속 미루게 된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말라리아에 보다 효과적인 quinine대신 효과가 떨어지는 chloroquine과 진통제인 aspirin만을 구입한 것처럼 가난한 민중은 병원에 가더라도 효과적이지만 값비싼 약물 대신에 효과가 떨어지는 값이 싼 약물을 구입하게 된다. 또한 약물을 구입하더라도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치료기간을 지키지 못하고 스스로 치료기간을 단축하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의약품과 치료비 상승 때문에 하위 20%에 속하는 계층이 상위 20%에 속하는 계층보다 4배나 많이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비용이 올라갈 때, 가난한 민중은 소비 감소, 물건 판매, 차용, 소비 구조 변화, 건강관리 연기 혹은 축소로 대처한다. 치료비용 상승으로 소비를 줄여야 할 때, 대부분 자녀 교육을 중단하며 이 때에도 여자어린이의 교육을 남자어린이보다 먼저 중단한다. 가계의 건강관리비용이 할당될 때에도 여성들에게 보다 불리하게 이루어진다. 이처럼 TRIPs협정에 의한 지적재산권 보호는 의약품의 가격과 접근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의료의 공공적 보장이 낮은 개발도상국 민중에게는 보다 치명적이다. 물론, TRIPs 협정의 개혁 혹은 변화를 통해 각 국의 공중 보건 정책을 보다 평등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이미 현실화된 특허로 인한 민중 건강 파괴

TRIPs 협정에 의한 새로운 체제의 영향력이 당장 실감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의약품에 대한 특허 보호는 이미 98년 국제사회에 그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성인의 16%, 임산부의 24.5%, 심지어는 군인의 45% 이상이 HIV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97년 11월 HIV/에이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강세실시와 병행수입을 보다 쉽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39개의 초국적 제약회사가 ‘범죄’행위라고 하면서 98년 2월 공동 소송을 제기하였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미국의 무역 보복 압력에 시달려야만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1월 20일, 한국노바티스는 19일 복지부가 고시한 글리벡에 대한 보험약가(17,862원)에 불응하고 당초 제안한 25,005원의 가격상한선을 보험약가산정 관련 법령에 따라 재신청하려 하고 있다. 글리벡의 약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에델만코리아 측은 "이번 약가결정으로 인해 미국 대외통상교섭창구(USTR)로부터 강도 높은 통상문제가 제기될 것임"을 경고했다. 노바티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1월 27일 글리벡 공급을 중단하여 만성 백혈병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흥정하고 있다. 이처럼 초국적 제약자본은 개발도상국에서 특허권을 무기로 민중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국가의 존재의의를 흔들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제약산업의 높은 이윤율

“제약회사들은 지속적인 이윤이 보장되고 높은 마진 때문에 오랫동안 월스트리트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5년 동안, 주요 제약회사들은 Standard & Poor's Index를 넘어서 성장해왔다. 이 산업의 순 이윤 마진은 18퍼센트이다. 높은 수입은 높은 의약품 가격과 결합되어 제약산업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악마처럼 여겼다.”(2001.4.21. Associated Press)
제약자본이 고이윤을 창출하는 기전은 상위 10개의 회사가 세계 시장의 40퍼센트 가까이 독점하고 있는 것에서 드러난다. 소수에 의한 독점, 높은 내부 거래율, 금융산업과의 연동을 통한 금융회사의 사금고화 등도 있지만 가장 큰 결정인자는 세금에 의해 개발된 약물을 특허라는 이름으로 독점하여 이윤을 독식하는 것이다.

결코 인권에 우선할 수 없는 지적재산권

11월 14일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TRIPs 협정(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과 공중 보건에 대한 선언문은 ‘의약품 접근성 확보를 비롯한 공공의 건강 보호가 제약회사의 특허권 보호보다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비록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들의 반대에 부딪혀 애초 개발도상국이 요구한 것 보다 약한 ’TRIPs 협정은 각 국이 공중 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 할 수 없다.(does not and should not)‘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렇지만 이 선언은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연대를 통해 얻어낸 승리였다. 선언문에서는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특허권자의 승인 없이 특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강제실시권은 국가의 주권의 문제라는 것을 밝히고 있으나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현재 TRIPs 협정에서 ‘강제실시권은 국내수요를 주목적으로 발동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의약품 생산 능력이 없는 나라의 경우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개발도상국은 수출․수입을 위한 강제실시권 발동이 가능하도록 선언문에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각료 선언문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2002년 말까지 TRIPs 이사회에서 해결책을 찾아 일반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미루었다. 따라서 가난한 국가의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권 보장이라는 핵심적인 문제는 내년까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물론, 도하 각료선언문은 법적인 강제구속력을 지닌 선언이 아니라 ‘지적재산권이 기본적 인권에 우선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정치적 선언이다. 개발도상국간 연대를 통해 확인한 이 원칙을 현실 속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와 그를 대변하는 소수 선진국에 맞선 민중의 싸움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난한 국가가 강제실시권 하에서 생산한 다른 나라의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강제실시권을 발동하여 생산한 의약품을 다른 가난한 국가에 수출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강제실시권은 주권 국가의 당연한 권리이며 전세계 다수 민중의 삶과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TRIPs 협정이 어떤 이유로든 강제실시권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허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민중의 살인은 이런 노력을 통해 극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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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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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한미동맹 키리졸브 독수리 쌍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