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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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1999.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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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읽는다는 것의 실천적 의미

박주영 | 출판편집팀
우리가 1968년이라는 시기를 되돌아보려는 이유는 그 시기가 단지 중요하다거나, 그 시기를 기념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시기를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와 관련을 맺으며 무한히 뻗어나가는 '지나간 현재'로서의 과거인 동시에 새로운 사건들을 조성해줄 '다가올 현재'로서의 미래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1968년이라는 시기, 혹은 그 당시의 여러 사건들은 우리의 해석을 필요로 한다기보다는 그에 대한 우리의 '상상적 전유(Imaginative appropriation)'를 필요로 한다 -옮긴이의 말 中


<b>1999년 당신은 '청년'입니까?</b>

90년대 학생운동에의 비판과 자기반성, 그리하여 이른바 전망이라는 것까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이라는 책을, 우리는 기억한다.
"당신은 청년입니까?/ 들어본지 오래된 말이라구요/ 저도 불러본 지 오랜만입니다/저희는 당신을 앞으로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쑥스럽다구요?/ 아닙니다..." 또한 우리는 그 책 첫장에 나왔던, 사회과학서적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경험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 <신좌파의 상상력> 등을 출간한 도서출판 '이후'의 이일규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 '청년'이라는 말이요?…되게 촌스럽고 오래된 말이지만, 의식적인 호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대학생들에 대한 생각들이 맞물리기도 했고요. 요즘 학생들에게서는 부지런함이나 치열함 등을 찾기가 힘듭니다. 이 글에도 인용되어 나오는 기형도 시인의 글에도 치열함, 부끄러움....그 당시 대학생으로서 갖고 있던 윤리의식 등이 담겨있쟎습니까. 그런 의식들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촌스럽긴 해도 청년이라는 호명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신좌파의 상상력>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읽어볼 수 있다.


<b>우리내부에서 共鳴시키기</b>

사실 프랑스의 68혁명과 미국의 반전운동을 위시한 전세계적 사회운동은 특히나 90년대초를 대학생으로 살았던 세대에게는 하나의 좌표와 모델로서 여겨지기도 했고, 80년대 운동의 세례를 받았던 사람들에게는 진일보된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재원씨(<신좌파의상상력>옮긴이)가 이 책의 원본을 들고와서는 '이거 꼭 책으로 내야 한다'고 제안했지요. 사실상 우리나라에는 68혁명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신좌파의 상상력>은 하나의 교과서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68혁명에 대한 이해와 그 효과, 영향들에 대해서 잘 서술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번역작업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해석의 문제가 잘 진행되기는 했지만, 풍부함을 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해서요."
지금까지 '이후'가 출간한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구소련붕괴 이후 경직된 구좌파운동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 결국 과거 사회운동에 대한 문제점과 변화의 가능성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표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동안 채워지지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출판사라는 곳에서도 결국 현실적인 결정력을 갖고 있는 집단의 성향에 따라서 책의 내용도 결정되고 맙니다. 아무리 진보적인 내용이라도 번역하고 출간하는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보수화될 수 있는 겁니다. 사실 <신좌파의 상상력>이나 <정치의 전복>을 가지고 대학교수나 유명인사한테 가서 번역해달라고 하면 지금의 내용으로 나오겠습니까? 못 나오죠. 결국 우리 삶과 운동에 근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혹자는 이야기합니다. 이런 책 출간하고도 장사하는 거 보면 신기하다고요. 80년대 우리가 류시민씨의 글을 경력 때문에 읽었던 건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가 고민하는 자기 이야기를 했던 거죠.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번역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서의 문제의식을 역자와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다.
"보통은 패밀리(?)를 중심으로 작업을 하게 되죠. 하지만, 전 패밀리가 없을 뿐더러(웃음) 되도록 그 형태는 지양하고요. 일단은 최대한 발을 넓히고, 알던 모르던 연락을 취합니다. 그리고 역자물망에 오른 분을 직접 찾아가서 제안을 드리는 방식이지요. 역시나 가장 운이 좋은 것은 출간하려는 책, 즉 원서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는 역자를 만나는 일입니다."


<b>당신의 에로스를 분출하라</b>

저자인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1968년과 1970년 당시 전세계적으로 일어났던 여러 사건과 운동의 흐름을 절대다수인 민중들이 자신들의 내면에서 이끌어냈던 에로스, 즉 해방을 향한 본능적 욕구가 발현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또한 저자는 강조한다. '자신들의 명칭, 의상, 구호 등을 과거로부터 빌려온 나머지, 자신들만의 것을 만들지 못했던 운동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살펴봐라!…이론은…비판적 거리를 두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수입되어 적용될 경우에는, 운동자체에 지도력을 부여해주는 대중적 운동의 능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신좌파의 상상력>에서는 1968년과 1970년 전세계적으로 분출되었던 대중들의 에로스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고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예전의 세대가 기존의 권력을 진정한 에로스를 획득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면, 신좌파는 이를 위해서는 기존 권력의 전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가정했고, 또 그렇게 행동했다'고 주장한다.

"화보는 어때요? 사람들이 좀 봤으면 해서 일부러 넣었는데…" 이 대표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책 앞머리에 게재된 화보는, 원서에는 없는 사진들로 68혁명 당시, 그리고 미국의 70년 운동의 문제의식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학생들이나 활동가들보다도 20, 30대의 직장인들이 책을 더 많이 사가는 게 반갑다는 그는 단절된 운동세대들간의 이해 또한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대표가 직접 구하고 선별한 이 사진들을 단순히 감상적으로 '향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머뭇거려진다. 이 책이 단순히 68혁명을 향수하는 책으로 남게 되는지 아니면 '우리 내부의 공명'을 통해 새로운 역사로 다시 쓰일 수 있게 될지는 결국 당신과 우리의 손에 달려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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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론/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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