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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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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주식시장, 그 오만과 편견

권득우 | KAIST대학원 금융전공
사회는 항상 변한다.
97년 말의 IMF 구제금융 이후에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고등학교 정치경제 교과서 한 귀퉁이에 잠깐 나오는 'IMF'라는 말을 초등학생도 다 알 정도이니 말이다. 또 IMF 구제금융이 웬만한 사람들을 거시 변수들-금리, 통화량, 환율-에 대한 전문가로 만들더니, 작년 말 이후 주식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사람들을 기업분석가, 증권분석가로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주식얘기 뿐이다. 주식투자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도나도 증권사 객장에 몰려들었고 지금도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옛날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전에는 돈 많은 몇몇 아줌마들이었지만 지금은 은행적금을 깨서 증권사로 가지고 오는 아주머니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가지고 오는 대학생들, 은행대출 받아서 오는 직장인들이 많아진 것이다. 증권거래소 통계자료에 의하면 개인투자자의 비율이 95년의 65.95%에서 98년에는 77.4%로 증가했으며, 아마 금년 상반기에는 이보다 더 증가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좋게 얘기하면 주식투자자의 저변이 크게 확대라고 할 수 있지만 과연 이런 긍정적인 면만 있을까?
지금까지 주식시장이 활황현상을 보인 것은 정부에 의해서 주도된 저금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가뜩이나 적은 예금이자가 한 자리 금리에 더 적어졌기 때문에 모두들 은행보다 위험하긴 하지만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식시장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하루에 기백만원, 기천만원을 벌었다는 사람들에 대한 상대적인 박탈감에 나도 한번 해보자는 심리도 있으리라.
하지만 주가지수가 97년 12월 중순 330포인트대에서 최근 1,000포인트를 오르락내리락할정도로 크게 상승하였지만, 이러한 상승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실제로 큰 수익을 얻지는 못하였다.


더 많이 가진자와 대주주만이 유리한,
불공정게임인 지금의 주식시장에 멋모르고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입을 금전적 손실이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우려할 만한 것은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들면서 이들한테 생겨나는 근시안이다.
앞에서 IMF가 우리의 경제상식을 몇 단계 높여주었고 주식투자가 더 한층 세련된 투자자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높아진 경제 상식들이,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한 우리들의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아주 많은 중요한 일들-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령 지하철 노조나 방송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왜 이들이 하는지에 대한 것보다는 오히려 저런 일들이 주식시장에 good news인지 bad news인지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종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더 관심을 갖을 뿐이다. 이들에게 새로 생겨나는 판단의 잣대는 단순하다.
good news는 좋은 것, bad news는 나쁜 것. 주식시장에 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금융소득종합과세 즉각 실시도 반대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식시장의 활황이 우리를 점점 더 정치적 근시안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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