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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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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현장통신_송명관.hwp

전북지역일반노조를 찾아서

송명관 | 노동차장
참가 : 전북일반노조 집행위원 황희숙, 공영옥, 이태석, 유기만, 사회진보연대 2인
질문 및 진행 : 사회진보연대 노동국장 이상민
정리 : 사회진보연대 노동차장 송명관

날짜 : 3월 22일 (토)
장소 : 민주노총 전북본부 사무실 내 전북일반노조 회의실


2003년 '현장통신'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획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운동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기존의 노동운동으로 포괄되지 못했던 비정규, 여성, 일반노조, 지역운동, 이주노동운동 등이 노동운동의 주체로 서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세 번째로, 전북지역일반노조를 찾았습니다.



Q : 전북 일반노조의 설립시기와 배경에 대하여 설명해 주십시오?

A : 전북일반노조는 2001년 12월 20일에 결성식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 문제의식은 기존 노동단체 기능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인데, 예전과 달리 조직된 노조들은 조직형태의 면에서 어느 정도 안착화 되어 기존 노동단체의 기능이 상당히 축소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증가하는 불안정 노동자층을 조직하는 데에 지금의 노동단체 형태로는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역의 활동가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부산일반노조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성과를 이어 받아 전북일반노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부산일반노조를 보고 많이 배웠죠.


Q : 요즈음 일반노조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과연 일반노조가 무엇입니까?

A : 저희도 일반노조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양한데요, 전북일반노조 설립취지 이상으로 명확히 공유된 바는 없습니다. 일부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기능적으로 사고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산별로 가기 위한 과도기,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방안 등등, 하지만 저희는 지금의 산별노조 운동이 진정한 의미에서 계급운동인가라는 비판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반노조의 의의를 찾습니다. 현재 산별노조라 하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우리가 경험하였던 전노협 시절의 노동자운동이라는 것은 노동조합운동을 넘어서 지역노동운동의 결집체로서 지노협과 그리고 이것의 합으로서의 전노협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운동이라는 것은 합법정당운동과 산별노조운동으로 역할 분담된 노동운동이고, 기업을 넘는 산별노조도 아니고 지역운동에서도 역시 매우 부족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노협 정신의 새로운 복원을 통해 이것들을 극복하려는 운동정신의 관점에서 일반노조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직 그러한 운동정신을 차츰 차츰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기에 지금의 전북일반노조가 어떻다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Q : 일반노조가 기업별 노조, 산별노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A : 조직체계나 조직형식으로 구분될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의 과정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현재 일반노조운동이 기업별운동의 한계를 넘었다 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조직형태의 구분보다도, 앞서 말한 바대로 올바른 운동정신이 더욱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현재 전북일반노조가 추구하는 바는 전국적인 조직망은 아니지만, 지역에서라도 '기업별 노조를 넘는 산별정신'의 본래의 의미를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Q : 최근 불안정노동자의 조직화가 노동운동의 중심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초기업적 조직형태의 일반노조도 노동조합운동의 대안적 조직전망으로 제기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연맹의 산별노조로 전환이 가시화 되면서 산별노조에서 불안정노동자 조직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조운동이 조직발전전망으로서 '산별노조 VS 일반노조'의 논쟁구도가 만들어지고 있고, 실제 지역 일반노조와 산별연맹이 노조 조직화 대상이 중복되어 조직화 과정에서 서로 관할권 다툼이 벌어지곤 하는데, 그에 대한 극복방안은 무엇이라 생각됩니까? 그리고 전북지역 상황은 어떠합니까?

A : 일반노조를 크게 보면 산별노조입니다. 말 그대로 대산별노조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산별노조와 일반노조의 관할권 다툼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이러한 표현보다 현실 조직체계에서 부딪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론'적으로도 전혀 부딪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에서도 신규 조직대상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저는 사례별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일반노조 형태와 산별연맹체계를 선험적으로 부당대립 시킬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조직대상들에게 현실적으로 적합한 형태가 무언가를 구체적 상황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가령 연맹체계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연맹조직으로 가입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반대로 산별 체계에서의 자생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노조에서 조직화의 욕심을 내는 것도 맞지 않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전북 금속사업장 많은 상태에서 화학사업장이 소수 일 때 화학사업장을 무리하게 별도의 형태의 조직으로 만들기 보다 지역이라는 틀에서 묶일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더 사리에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존의 연맹체계들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참 힘든데, 이런 것들을 좀 자유롭게 넘다들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금속연맹에 금속이 아닌 사업장이 다수 들어가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지역에서 묶일 수 있는 사업장들이 금속사업장은 아니지만 금속연맹조직에 가입되어 있는 것이죠.


Q : 전북지역 노동운동과 전체노동운동을 간단하게 진단해주십시오? 그런 면에서 (전북)일반노조의 의의를 말씀해 주신다면?

A : 진단을 하기에는 좀..., 그냥 전북지역의 상황을 좀 말씀드리지요. 87년 투쟁을 겪으면서 중소영세 사업장들이 투쟁의 중심을 이루었으나 쇠락의 길을 걷었고, 그 뒤로 현대, 대우, 사회보험 등의 대규모 사업장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직된 기본노동자 2만 5천 이고, 전북지역의 50만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중소영세 사업장 미조직된 노동자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일반노조의 의의라 한다면 조직 노동자들에게 보다 넓은 계급적 단결을 요구하고 연대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전체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각성을 일구어 내고 지역의 주체들이 스스로 다른 운동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자임할 수 있도록 하게끔 각성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 일반노조는 현재 노동운동이 자본의 불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불안정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화하지 못하면서 출발한 기존 노동운동의 반성과 새로운 계획에서 출발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노동조합의 활력을 일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내부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일반노조 형태의 노조형태가 오래 가지 못했던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 보아서 현재 일반노조운동의 전망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A : 전북의 일반노조 상황을 놓고 보면, 조합원 연령이 대부분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활력이 낮고 활동가 의존도가 높습니다. 재정 면에서도 상당히 취약하죠. 교육, 재정 등등의 기존의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도움 많이 필요합니다. 현장 간부 발굴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일반노조가 단사 이해에 매몰되지 않도록 사회적 의제를 찾아 자꾸 사업장 벽을 넘어서 나와야 합니다. 최저임금투쟁, 비정규직 철폐투쟁 등등, 단사의 임단협을 넘어서는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의 전망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현장 자활력이라는 것이 단사의 임단협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아니지 않습니까? 만약 활동가들이 단사 임단협에 매몰되게 되면 단사의 현안에 계속 목을 매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한 사업장에서 활동가가 지쳐 떨어져 틈이 생기면 도미노처럼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되죠.
전북지역일반노조도 2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와 내년을 지나면서 전망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 같습니다. 지금이 부산지역일반노조에서 고민하고 있는 바들을 아마 겪게 되리라 봅니다. 전북지역의 90% 이상이 간접고용된 비정규직인데, 어떤 지역일반노조는 중소 사업장 정도의 정규직 일반노조더라구요. 이 경우는 각기 다른 발전전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전북지역 일반노조의 전망은 비정규직 철폐, 간접고용의 문제, 빈곤의 문제 등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쟁점 선도와 투쟁과제들과 결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Q : 지역 일반노조는 사업장이 분산되어 있고, 조합원이 내부적으로 이질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전북지역 일반노조에서는 노조의 일상활동(예를 들어 교육) 교섭형태, 연대활동(민주노총, 사회단체와의 관계)을 어떻게 가져나가고 있습니까?

A : 먼저 전북지역 일반노조의 체계를 좀 말씀드리자면, 5-7명 조합원들이 모여 하나의 현장위원회를 만듭니다. 현장위원들이 모여서 각 사업장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일상회의를 하죠. 여기서 수석현장위원을 선출하는데요, 이 수석현장위원들과 선출직 집행위원들이 모여 집행과 의결을 하는 운영위원회를 합니다. 이러한 현장위원회가 사업장 별로 모여, 예를 들어 전북대 병원 미화현장위원회,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처음에 명칭을 용역회사에 맞춰 유일산업 현장위원회 이렇게 했는데, 그게 안 맞더라구요, 그래서 업무환경에 맞게 변경하였습니다. 전북대 병원에는 3개의 사업장이 있는데 청소, 세탁, 미화 3개의 용역회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위원회를 3개로 나누어 있었는데 올해는 이들을 통합해서 전북대 병원 현장위원회로 만들었습니다.
일반노조에서 사업장 현장위원회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예를 들어 원광대 병원 치과 건물에 미화, 청소 현장위원회가 있는데 작업공간의 특징상 임단협 문제 말고도 다른 여러 가지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봐서는 현장위원회가 자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사업장별로 찢어져 있지 말고 지역(공간)별로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그 지역(공간의) 현장위원회가 해결하는 자활력이 생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상활동을 보자면, 신규노조이고 고령의 조합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체계적인 교육 사업은 아직 없습니다. 그 대신 총회 형식의 전체모임이 있습니다. 각 사업장 현장위원회가 있는데, 일주일에 한번에서 두 번 정도 집행간부들과 주요사안을 공유하고 결정합니다. 뭐든지 전체모임을 통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안착화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커다란 운동자원이라고 봅니다.
그 동안 사업장 별 교섭이었는데, 올해는 전북대에서 청소, 시설, 미화 세 사업장이 공동교섭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전북지역 일반노조는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직가입된 형태인데요, 조합원들이 나이가 고령임에도 지역본부 집회동력의 주요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3·8여성 노동자대회'에서도 전북지역일반노조 여성노동자들이 주축이었습니다. 지역본부 직가입 형태다 보니 이와 별도로 사회단체와 독립적인 연대기구를 구성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면에서 활발한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역에서 평가받고 있습니다.


Q : 전북지역 일반노조의 주요사업과 조직대상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A :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주요한 대상입니다. 현재 청소, 시설관리, 미화 사업장들이 많습니다. 전북지역의 주요한 커다란 건물들 예를 들어 전북대, 원광대, 원광대 병원, 코아 백화점, 코아 호텔, 전북대 병원, 전북대 기숙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나머지로는 사회복지 시설 개별조합원들도 있고, 2-3명 개별 가입된 영세사업장도 있습니다. 하청노동자들 상담은 많이 들어오는데, 조직화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안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 3월 19일로 원광대 병원 세탁 미화노동자들의 23일간 투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투쟁에 대한 성과에 평가를 말씀해 주신다면?

A : 대부분 세탁업무를 외주하지만 원광대 병원은 그 동안 자체적으로 그걸 해왔습니다. 그래서 처음 투쟁할 때 외주화 시키겠다는 루머가 파다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죠, 투쟁주체들이 그것을 끝까지 막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이 들었는데 다행히도 병원 내부적으로 지금의 외주화 방침은 철회했더군요.
세탁, 미화 투쟁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지노위의 조정안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지노위의 조정안이라는 것이 용역단가 속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니 애초 용역단가가 낮기 때문에 그걸 기준으로 삼는 지노위의 조정안은 우리의 요구 보다 터무니없이 낮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용역단가 재조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노위 안을 노조에서 거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결국 원청을 상대로 투쟁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세탁의 경우 원청과 용역회사의 계약이 만료된 상태였는데, 세탁업무의 용역단가를 인상시키는 것이 쟁점이었습니다. 그 동안 유일산업이라는 용역회사가 맡았는데, 용역단가 5.7% 인상 된 상황에서 중간 마진 없애고 임금인상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유일산업 이에 대해 사업 포기를 했고, 새로운 업체가 용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금액보다는 좀 작지만 임단협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예전에 기본급 53만 5천원, 식대 남5만원 여2만원씩 받던 것을 기본급 62만으로 인상하고 식대는 남녀 공히 평등하게 5만원으로 하였습니다. 또한 단협사항에 노조활동 및 작업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미화의 경우 원청에서 작년 9월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시에 용역업체를 교체해 계약관계를 기습적으로 1년 6개월 연장한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 최저낙찰제로 두승산업에게 병원 청소를 도급하였는데, 워낙 낮은 단가에 들어오다 보니 용역회사와의 임금 교섭은 진전이 없었죠. 그러다가 용역회사가 전 조합원에게 계약해지 통보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2월28일자로 계약 만료시킨 용역회사는 근로계약해지 상태에서 3월1일 대체인력을 투입하였습니다. 그래서 고용문제가 상당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최저낙찰제로 들어온 용역회사를 몰아내는 투쟁을 하려 했으나, 저임금을 지급하는 용역회사가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투쟁방향을 원청에 압박하는 투쟁으로 해야 했습니다. 중간마진을 최소화하고 최저임금제마저 지킬 수 없도록 하는 최저낙찰제를 폐지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결국 지노위의 안이 기본급 2만원 인상이 전부였지만, 최종적으로 4만7천 원으로 인상했으며, 그 동안 중식도 제공받지 못하면서 밥을 해먹어야 했는데, 중식비 항목을 만들어 낮은 금액이지만 월 1인당 2만원으로 타결을 보았습니다. 임금협상에서는 다소 기대에 못 미쳤지만 고용승계를 보장받았고, 단협사항에서 반장선출권을 따내 현장에서 반장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노조활동과 작업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요구사항이었습니다. 또한 55세 정년도 철회시켰습니다.


Q : 보통 대체인력 투입되면 장기화되기 일쑤고 그러다가 교섭이 지지부진해지면 투쟁이 무력화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러한 탄압을 뚫고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 원광대 병원 측에서 계약 해지된 44여명을 동시에 채우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청소업무가 힘들고 저임금이다 보니 일할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10여 년 일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만한 인력을 끌어당기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우리도 투쟁을 장기적으로 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예상외로 조합원들이 한 명도 흐트러짐 없이 완고하게 버티니까, 병원 측에서 사태의 장기화가 악수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또한 장기파업으로 인해 지역에서 사회적 위상에서 실추되는 것에 대해 무리수를 두기 싫었던 것 역시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만약에 중간에 조합원이 흔들렸다면 투쟁이 실패했을 것입니다. 끝까지 투쟁대오를 지킨 조합원들의 힘이 승리가 가장 큰 밑거름이었습니다. 또한 원청노조도 일정정도 방어를 해주었습니다. 병원장 면담, 관계자 면담 등등 여론을 유리하게 만드는 데에 원청노조의 역할도 켰다고 여겨집니다. 아직도 대체인력에 대해서는 쟁점이 남아있습니다. 사측의 논리대로라면 2월 28일 계약해지 당한 상태인데, 계약해지를 당하고서도 임금 단체협상을 3월 내내 했거든요. 사측논리대로 보면 계약이 종료된 상황인데, 웃기게도 그러면서 임단협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건 임금을 전제로 고용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노동 행위라 주장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은 단체협상 기간이기에, 현재 대체 인력투입은 파업기간에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라고 밝히고 있는 근기법을 어기고 있는 불법이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래서 노동부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라는 주장까지 하였죠. 아무튼 법률적으로도 검토가 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Q : 노조가 그렇게 흔들리지 않고 투쟁하였던 것은 그만큼 현장에서의 자기통제력 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데요, 조합원들의 어떤 의식들이 그러한 투쟁을 만들어 냈다고 보십니까?

A : 먼저 이분들이 일반노조를 가입하게 된 배경을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전에 노조가 없었던 시절에는 48만원의 최저 임금을 받았습니다. 시간외 수당, 연월차 수당 전혀 받지 못하고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너무나 부당해서 자발적으로 40명이 모여 청소를 안하고 3일 동안 한방에 모여서 지냈습니다. 누군가 와서 처벌받는다고 위협까지 해서 노동부를 찾아갔는데, 노동부에서는 경찰서에서 연행해 간다는 말까지 했더군요. 다들 위축도 되고 그랬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너무 부당해서 경찰서까지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는데, 경찰서에서는 시설물 점거하는 거 아니면 상관없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 노동자의 집을 문의하다가 전북일반노조와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현장에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었는데, 젊은 반장의 횡포가 어마어마했더군요. 머리채 잡고 흔들고, 비인간적인 언사에다 심지어 개인 통장과 도장까지 관리하고 있었어요. 결근비 라고 해서 1명이 결근하여 43명이 일을 하더라도 1명분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데 그걸 반장이 가로채던 거여요. 그리고 반장에게 술대접 안 하면 밉보이고... 통장에서 돈 빼가 빌려 써도 아무런 소리 못하고... 그러던 중 공금 횡령 사실 밝혀져 형사처벌을 받게될 상황이 됐는데 반장이 그만 두었다고 합니다. 그 사건 이후로 반장선출권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면서 정말 치욕적이고 비인간적인 업무환경이 확연히 달라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거치면서 부당한 근로여건에 대해 집단행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분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믿음은 폭발적입니다. 노조가 없는 과거로 돌아갈 바에는 아예 그만둔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노조에 대한 신뢰는 매우 큽니다. 또한 한곳에 모여서 같이 쉬기 때문에 사측으로부터 회유와 협박을 받을 확률이 적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촌에서 살았던 정서들이 강하게 남아있는 지라 공동체 의식이 상당히 강합니다. 그런 공동체 의식과 앞서 말한 노조가 없을 때의 그 고통과 설움의 기억들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현장에서의 자기통제력을 강화시켜주는데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Q : 이외에 조직화된 사업장이나 투쟁 사업장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습니까?

A : 2월 20일 전북일반노조 공동임단협 출정식을 했는데요, 지금 전북대 병원의 3개의 현장위원회(시설, 미화, 주차·경비)가 공동 임단협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북대 미화 현장위원회가 임단협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최저낙찰제 대신 용역업체 선정 시 근로조건과 임금 가이드라인 설정하도록 하게끔 하였죠. 신흥기계 사업장 30명 중 3명이 조합원인데 단협 마무리가 되었고, 임금협상만 남았습니다. 그밖에 삼성문화회관, 동원송광 녹지원에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요구하고 현장에서 준비만 되면 적은 수의 인원이라도 임단협을 진행할 수 있어요 . 삼양화섬에 상용일용직 2명이 조합원인데요, 기본협약 정도라도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측과 교섭을 합니다. 크게 문제가 되어 해고시키고 그런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 예전에 전북대에서 주차관리 경비 1명이 해고한 된 적이 있었는데, 전북대 일반노조원 전체 100여명 나와서 그 1명을 위해 복직투쟁을 했었습니다. 대학본부 앞에서 규탄 집회 매일하고 압박을 가했는데, 이것이 용역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하여 복직시킨 적도 있지요. 또 인사발령을 자행했는데 공동지원투쟁으로 막아낸 경우도 있고요. 한사람의 문제라도 전체 현장이 공동으로 책임진다라는 의식이 전북지역일반노조를 지탱해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작년 주요 투쟁 중 하나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상경투쟁을 전개하였는데, 그와 관련된 올해 투쟁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A : 구체적으로 결의된 것은 임단협을 상반기 마무리하고, 노동절 경유하면서 최저임금제도의 문제점을 사회화시키고 이를 비정규직 투쟁과제로 의제화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꼭 대정부 투쟁을 할 것입니다. 작년에는 경총과 최저임금위원회를 상대로 했는데, 이는 소극적인 투쟁이라고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의 목적이라는 것이 최소한의 생계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기에, 정권에게 민중생존권의 문제로서 이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최저임금제 시행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민중의 최저생계보장을 노사정위와 비슷한 방식의 타협체계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합니다.
원칙적으로 보면 민중의 빈곤문제와 생존권문제를 걸고 대정부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실제 몇 % 올리는 문제는 부차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벌이던 투쟁은 소극적인 투쟁인 것이지요. 반성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요즈음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파병문제를 둘러싸고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데, 최저임금제 역시 다른 투쟁사안과 연계하여, 정권의 사회보장 정책 및 노동정책을 심판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Q : 전북지역일반노조 작년 올해를 거치며 많은 모범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새롭게 건설되는 다른 지역의 일반노조의 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 모범이라고 말하니 부끄럽네요. 저희 집행간부들이 젊고, 아직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지라, 더 두고 봐야 하는데... 사실 저희는 부산지역일반노조를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아무튼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마 저희도 부산지역 일반노조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을 내년쯤 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전국적으로 일반노조가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다만 깃발 꽂기 식의 조직화 경쟁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정신으로 조직경쟁 하지 않는 자세로 노동운동의 정신을 만들어 나가는 자세를 당부합니다.


Q :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집행위원들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세요?

A : 사무실은 민주노총 지역본부를 통해 지원 받고요, 위원장님과 사무국장은 노조비를 통해 지원을 받습니다. 집행 위원들은 소속단체로부터 보조를 받습니다. 올해는 자립의 해로 상정하여 노조발전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단협안에 노조발전기금을 마련하여 적은 돈이라도 공동으로 재정을 책임지려고 노력합니다. 세탁과 미화에서 월 20만원 씩 발전기금 마련을 위한 단협안을 따냈습니다. 조합원들이 워낙 임금이 낮기 때문에 조합비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어요. 작년에는 전북대 병원의 현장위원회가 기존 미지급분 1000만원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하여 이를 통해 충당하였죠.


Q : 이렇게 힘들게 활동하시는 동지들이 보니 가슴이 찡하군요. 다음에 또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 : 수고하셨습니다.




이날은 전주 시내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규탄하고 노무현 정권의 파병을 반대하는 집회가 있었습니다. 이 집회에서 전북지역 일반노조 집행위원인 유기만 동지가 특이한 소품을 들고 노래를 불러 세인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어려운 지역운동의 환경에서도 지역일반노조운동의 새로운 기풍을 만들어가며, 꿋꿋이 싸워나가는 전북의 여러 동지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투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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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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