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3.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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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기획_류미경.hwp

"당-좌파"와 "사회적 좌파"의 연합을 위하여

마르타 아르네케르 | 번역 :: 류미경 | 정책부장
[역주] 세계사회포럼이 3회에 이르면서, 그것을 둘러싼 많은 논의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논의들은 단지 세계사회포럼 자체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사회포럼을 전후로 제출되고 있는 입장들은 그 이전부터 활성화되고 있는 세계적인 사회운동들(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 반전투쟁 등)의 전망을 둘러싼 논쟁들이다.
세계사회포럼은 아직 세계사회운동에 대해 뚜렷한 전망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적 금융-군사 세계화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와 자발적인 연대에 근거해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 다만 우리는 세계사회운동이 현 시기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좀더 과학적인 분석과 비판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전망과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사회진보연대는 세계사회포럼을 둘러싸고 몇몇 논자들에 의해 제출된 특징적인 입장들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그 첫 번째로 소개할 이들은 마르타 아르네케르와 제임스 페트라스·헨리 벨트마이어다. 이들은 각각 라틴 아메리카의 현재 상황과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중투쟁들, 라틴 아메리카 사회운동의 조건을 다각도로 점검하며 향후 사회운동의 나아갈 바를 모색하고 있다.
이 기획 이후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체계에 저항하는 새로운 반역], 피터 워터만의 [3회세계사회포럼에 대한 회고]라는 글을 실을 것이다. 이 글들이 현 단계 사회운동에 대해 명석한 전망을 곧바로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사회운동을 모색하는 데 하나의 시사점과 교훈들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처한 역사적-정세적 조건과 차별점이 있기 때문에, 즉자적인 도입보다는 재차 음미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논쟁들을 살펴본 후에, 마지막 순서에서는 세계사회운동의 전망에 관한 사회진보연대의 입장을 정리해 볼 생각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군사 세계화가 세계 인민의 삶을 옥죄어오고 있는 지금, '또 다른 세계'를 향한 유일한 대안은 세계사회운동의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즉 저항의 세계화임은 두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세 번에 걸친 기획연재를 통해 세계사회포럼과 세계사회운동의 전망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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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대안 포럼을 준비하며 작성된 글이며, 이 글에 제시된 견해는 더욱 발전되어
La izquerda despu s de Seattle, Siglo Ⅹ?, Espa a, 2002.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들어가며

라틴아메리카에 강요되는 세계화 모델로는 각 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부하는 다양한 투쟁이 촉발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몇몇 나라에서는 좌익 전선 혹은 좌파정치가 강화되고 있고, 어떤 나라에서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로 자리잡은 강력한 사회운동들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의 중요한 사례들로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1), 엘살바도르의 파라분도마르티민족해방전선(FMLN)2),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혁명3), 콜롬비아의 게릴라4), 에쿠아도르의 원주민운동과 그것의 정치적 표현5). 브라질 노동자당과 무토지 농민운동6), 우루과이 거대전선7)을 들 수 있다. 이상의 사례를 검토해 보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전략적으로 주축이 되는 세력은 다양한 좌익 분파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구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좌파라는 용어는 '이윤 논리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거부하고, 휴머니즘과 연대의 정신에 기반하여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안사회를 건설하는 것과 노동자계급이 자본주의가 낳은 물질적 빈곤과 정신적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하는' 모든 세력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좌파라는 개념에는 좌파정당 혹은 정치조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 뿐 아니라, 사회적 행위자와 운동들 역시 포함된다. 이들은 매우 역동적이고 투쟁적이며, 노동자계급의 해방과 대안사회 건설을 자신의 목표로 삼는다. '좌파' 중에는 변혁 기관으로서 역량을 축적하거나 혁명적 게릴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체계로 정당 혹은 정치조직을 선호하는 세력도 있고, 자율적인 사회운동과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크들을 형성하는 것을 시도하려는 세력도 있다. 편의상 전자를 "당-좌파", 후자를 "사회적-좌파"로 칭하고자 한다. 이렇듯 다양한 좌파 세력들은 자신들의 전투적인 활동을 한데 모아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야만적인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결과들을 몸소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의 단결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사회적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 "당-좌파"와 "사회적-좌파"가 어떤 형태로 연합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거대한 단일 세력으로 뭉쳐 사회적 억압을 타파하는 것을 전략적 임무로 삼아야 한다.8) 신자유주의 프로젝트9)는 노동자계급을 분할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의 단결을 부추기는 객관적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객관적 호조건

위기가 심화되고, 위기의 악영향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많은 사회적 요구들이 방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광범위한 대안적 사회블록을 형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호의적인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10)
전통적인 도시와 농촌의 노동자계급은 특별히 언급하지 않더라도, 빈민과 배제된 자, 빈곤해진 중간계급, 중소 사업가, 비공식부문 노동자, 농촌의 중소규모 생산자, 실업자, 협동조합 노동자, 연금수령자, 경찰과 군대의 하급자11) 등 수 많은 인민들이 신자유주의의 경제적 결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이들 뿐 아니라 여성, 청소년, 어린이, 노인, 원주민, 흑인, 특정한 종교의 신봉자, 동성애자 등 체계에 의해 차별 당하고 억압받는 이들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Helio Gakkardo가 이야기한 대로, 사회-경제적인 의미에서 빈곤해진 사람들뿐 아니라, 각 국 인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경우처럼, 그들의 주체성으로 인해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부문들 중 일부는 여성운동, 원주민운동, 환경운동, 소비자운동, 인권운동 등 강력한 운동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운동들은 다양한 계급과 다양한 세대에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데, 행동의 명확한 형태, 위계보다는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조직화양식 등 고전적인 노동자운동과는 그 특징에 많은 차이가 있다.12)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중요한 실천은 새로운 사회적 행위자들에 의해 촉발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세계화를 거부하거나, 신자유주의 조치들을 도입하는 것에 저항하는 데 있어서 주로 전자 네트워킹을 활용하는 젊은 세대들의 동원 능력과 같은 놀라운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쟁은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서로를 연계시켜줄 수 있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일회적으로 모였다가 사라지곤 한다.13) 이러한 투쟁은 아직 초보적이고 투쟁의 의지도 서로 다르며, 물리적인 회합장소 혹은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지되지는 못한다. 아직 새로운 운동이라서 이렇듯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들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14)

주체적 난점들

광범위한 대안적 사회 블록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위에 제시한 호조건이 있는가 하면, 좌파의 분열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하여 주체적인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이를 설명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1) 정치, 그리고 정치인들의 위기

전 세계적으로 정치 참여가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다. 동시에, 일반적으로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대중적인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현존하는 민주주의 체제 내에 억압적인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Franz Hinkelammert는 이러한 현상을 '합의가 부족한 공격적인 민주주의'라고 묘사했다. 경제적 이해에 집중하여 미디어가 전적으로 통제력을 가지며, 민간정부가 아닌 국방 기관 혹은 선진국 정부들을 대표하는 국제금융기구가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치자들이 민주주의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제한된다. 제한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기관들보다는 영속적인 기관, 예를 들면 국가안보이사회, 중앙은행, 경제자문기구, 대법원, 혹은 이와 유사한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이런 기관들은 선출된 민주적인 권력들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철저히 제한한다.
한 편, 정책결정이 정치인들이 아닌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 이러한 기구들은 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듯이 보임으로서, 지배계급이 정치적 실천을 위해 도입한 새로운 방법들을 숨긴다. 그들의 결정은 정당의 한계 내에서 받아들여진다. […] 지배계급에 의해 독점되고 시민들의 의지를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합의 메커니즘이 크게 발달했다.15)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대중적 불신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로, '개혁', '구조적 변화', '빈곤에 대한 관심', '이행'과 같은 좌파의 언어, 혹은 담화를 우파가 부당 전유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용어들은 우파의 일상적인 담화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한 편, 일부 좌파 정당의 정치적 실천이 전통적인 정당의 관습적인 실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정치에 대한 불신을 설명하는 한 요인이다.
점차 인민들은 편파적이라는 증거를 드러내는 정당의 실천을 거부한다. 그들은 투명하기 보다는 부패했고, 선거기간에만 인민들을 찾으며, 종파투쟁과 사소한 야망을 만족시키는 데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한사람의 지도력이 집단적인 지도력을 압도하며, 공약을 한번도 실행하지 않는 정당들을 거부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전통적인 정치 체계에 신물나하고 혁신을 바란다. 그들은 건강한 정치, 투명성과 참여를 원한다. 그들은 신뢰가 회복되기를 바란다.16) 한 예로, 칠레의 80만명의 젊은이들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기를 거부했던 의미심장한 사건이 있다.17)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날마다 늘어가고 있고, "사회적-좌파" 역시 이런 경향을 흡수하고 있다. 정당이 활동하는 정치의 장에서, 우파에게는 아무런 위험이 없지만, 좌파에게는 많은 위험이 존재한다. 우파는 독재시절동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정당이 없이도 완벽하게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좌파는 […] 정당, 정치 전선 등의 정치 기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18)
그 이유는 첫째로, 변혁이 자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는 매스미디어가 기존의 질서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이상과 가치들을 사회 전역으로 확산시킨다. 이러한 이상과 가치는 비판적 이론의 토대가 없는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로,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인 사회적 프로젝트, 새로운 전국적 프로젝트를 수립하는 데는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우리가 이러한 변혁을 방해하는 강력한 힘에 맞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변혁의 장구한 역사를 볼 때, 우리가 대면해야 할 강력한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기 위한 행동을 통일시키고, 전국적인 대안 프로그램을 기초하여 광범위한 대중부문의 단결을 실현하는 역할을 하는 정치기구가 존재한다면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대중운동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생적인 운동들을 안내하고 통일시키는 역할을 하고, 나아가 더 많은 투쟁을 촉발시킬 실체가 있어야 한다. 조직적 결속력이 견고하면 행동을 조직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인 능력을 높이는 것이 용이할 뿐 아니라, 활발한 참여를 촉진시키는 내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정치에 있어서는 올바른 입장을 갖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입장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힘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투쟁하는 이유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견고한 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19)

2)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인 사회적 프로젝트의 부재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유럽 사민주의에 의해 촉진된 복지국가와 라틴아메리카의 '"민중주의-발전주의"의 위기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안이 부재하다는 현실은 좌파의 단결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애물이다. 사회주의, 혹은 다른 어떤 이름이건 간에 새로운 세계의 현실에 맞설 수 있도록 엄밀하고 신뢰할만한 제안이 필요하다.20) 자본주의는 기술 혁명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사용하고, 노동자계급을 파편화시키고, 이들의 협상력을 제한하며, 실업에 대한 공포를 만들어 내는 등 자기 개조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왔다. 반면, 대다수의 좌파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진단은 무수하게 있었으나, 처방은 없다. 우리는 정치적 나침반 없이 항해하고 있는 것이다.21)

3) 정당내에 조직된 좌파들이 직면한 난점
많은 "당-좌파"는 최근 몇 십 년 간 사회운동과 함께 활동하고, 사회적 행위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에 기인한다.

a) 정치적인 활동은 감소하고 제도에만 의존하는 경향

그동안 우파는 국가기구를 활용하고 신자유주의 모델을 강제하는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정치를 주도해왔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특정한 사회운동을 불균형하게 촉진시키는 사회적 분할전략을 실행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당 감정을 일으켰다. 반면에, "당-좌파"는 항상 방어적이었다. 그들은 정치활동을 위해 오로지 현존하는 기구만을 사용해왔다. 그들은 적들이 설정한 게임 규칙에 자신을 적응시킬 뿐, 적들의 허를 찌르지는 못한다. 좌파의 의제가 우파에 의해 설정될 정도로 무능함을 보여왔다.
좌파는 선거가 끝난 후, 그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을 확인하고서는 선거기간동안 싸워야 했던 불리한 조건에 대해 불평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좌파가 선거기간 동안 선거개혁에 대한 제안을 하거나 부과된 게임의 규칙을 비판하는 일은 드물다. 보통, 이와는 반대로 표를 얻는 데 급급한 나머지, 교육적 캠페인을 수행하여 인민들을 조직하고 의식을 고양하기보다는, 후보자를 알리기 위해 지배계급과 똑같은 기술을 사용한다. 그러나, 지배계급에 의해 부과된 계임 규칙은 좌파의 단결을 저해하고 개인숭배를 자극한다.22)
선거에 패배할 경우, 좌절감에 빠져 선거운동기간의 역량을 소진하고 빚을 지기도 했지만, 조직자들은 유권자들을 정치적으로 성장하도록 하지도 못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교육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선거를 대중적 교육과 인식의 심화의 계기로 활용한다면, 선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선거운동에 투여된 시간과 노력의 손실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23)
혹자는 좌파의 변혁의 요새로서 제도를 선호하는 것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좌파를 내부에서 공격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24) 투사들의 활동은 고작 인민들을 진보적으로 대표하여 공적인 영역을 장악하거나 행정직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노력하여, 집단적 행동을 멈추고 의원으로 활동하거나25) 중재자의 역할을 하는데 머무르곤 했다. 선거기간에는 선전 포스터를 붙이고 다른 사소한 활동들을 해야하므로 투쟁의 영역은 축소된다.26) 설상가상으로 점차 당 자금이 의존성과 부당한 개입을 동반하여 국가기관, 의회, 지방정부, 선관위 등에서 활동하는 당 간부들의 기여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렇지 않고, "사회적-좌파"의 정치제도를 통제하는 싸움의 역할을 과소 평가하고 국가기구의 역할을 과대 평가하는 정치에 대한 협소한 전통적 개념을 폐기한다면, "당-좌파"와 "사회적-좌파"의 협력은 가능할 것이다.27) 가장 급진적인 영역과 가장 개량적인 영역 모두 정치에 대해 이렇듯 협소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전자는 자신의 정치활동을 정치권력을 잡아 국가기구를 파괴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후자는 정치권력을 잡고 통치하는 것에 한정한다. 대중부문과 그들의 투쟁은 완전히 무시된다.28) 좌파에게 정치는 국가기구들을 통치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제도를 변화시키고 변혁을 실현할 가능성을 의미해야 한다. 이는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권력 관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의미해야 한다. 사회적 권력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정치적 권력을 형성할 수 없다고 이해되어야 한다. 당-좌파는 자신들의 실천을 하나의 정치적 프로젝트로 모아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모든 해방을 위한 모든 제안과 운동을 당으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29)

현실을 외면하도록 하는 개념적 틀
좌파는 새로운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여겨왔다. 새로운 사회적 주체들과 함께 하는 것을 반기기 보다는, 회피하도록 하는 융통성 없는 개념적 틀을 확고히 한다.

균질화 경향
"당-좌파"는 타 세력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계급정당은 그들의 사회적 기반을 균질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주된 세력 기반으로 삼으려는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균질화하려는 시도는, 한때는 정당화될 수 있었을지 모르나, 현재와 같은 광범위한 사회적 행위자들이 분출하는 오늘날에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대신에 인종, 문화, 성적 차이, 그리고 특정한 집단에 소속함에 따라 갖게되는 감정을 존중하는 다양성을 통한 단결이 강조되어야 한다. 각각의 부문 혹은 개인의 잠재적인 특성을 출발점으로 투쟁에 참여하고, 행위자들을 통일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 것이 점점 타당성을 얻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차이를 존중하는 가운데 공동 투쟁의 원칙을 수립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접촉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이에 대한 존중은 언어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똑같이 선전하기를 원하는 낡은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 대중을 무정형의 무엇으로 사고해서는 안 된다. 대중은 각기 다른 장소에 살고 다른 일을 하며 다른 이데올로기적 영향에 지배받는 남성과 여성의 개인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므로 선전은 각각의 특정한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축적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선전은 개인이 특성을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공동의 목표를 향한 관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위주의적 스타일
"당-좌파"와 사회운동,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회적 행위자들간의 관계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 중, 대부분의 간부들에게서 드러나는 권위주의적인 스타일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당 간부들은 명령으로 대중을 지도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사회운동들, 특히 새로운 행위자들은 자신들이 지도를 받는 것을 어색하게 여긴다. 그들은 자신의 운동 외부에서 제기된 제안은 충분히 납득한 후에 자유롭게, 그리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오늘날의 정치적인 간부들은 근본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문화적 전통과 저항 속에서 발견되는 인민들의 잠재적인 지혜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생존을 향한 일상적인 투쟁에 공감하는 교육자들은 이러한 인민들의 지혜와 정치조직을 통해 형성되었을 지구적 지식이 융합되는 곳에 자신을 위치 지운다.30) 투쟁의 경험은 그 자체로 훌륭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행위자들은 특히 민주주의라는 화제에 민감하다. 그들의 투쟁은 일반적으로 억압과 차별에 맞선 투쟁을 시작점으로 한다. 그러므로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의 민주적 참여에 대한 그들의 요구가 조절되고 거부될 것이라는 걱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직 내에서 합의를 이루어 내려고 노력하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대다수의 대중들에 의해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한정된 다수가 소수에게 그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긴다. 또한 대다수가 납득하지 못한다면 한정된 다수에 의해 채택된 방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인민들이 점진적으로 성숙하기를 기다리고, 주어진 수단의 장점을 뒤늦게라도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31) 이러한 접근은 보통 좌파 운동조직과 당들을 괴롭히는 비참한 내부적 분열을 막아주고, 중대한 오류를 범하는 것을 피하도록 한다.
그러나, 많은 편향과 오류들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흔히, 특히 젊은이들은 해 아래 모든 것을 파괴적으로 비판하고, 0에서 출발하여 무엇인가 완벽한 것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종종 조직, 당 혹은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만드려 할 때, 이전 세대들의 노력을 승인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를 원했고, 먼저 시작했으며, 많은 오류를 겪고, 이를 극복했다. 그들은 이러한 이상을 위해 살았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이런 노력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우리의 투쟁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며, 우리의 투쟁 뒤에 숨겨진 전통을 떠난다면, 우리는 힘을 축적하지 못하고 이전의 실수로 돌아가도록 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우파들의 관심은 인민들로부터 역사적인 기억을 박탈하는 데에 있다.32)
"당-좌파"가 "사회적-좌파"에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 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당-좌파"는 사상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정치 문화와 활동방식을 바꿔야 한다. "당-좌파"는 "사회적-좌파"에 의해 형성되고 발달된 저항-투쟁 형태와 자신의 무기고를 통합시켜야 한다.33)

4) "사회적-좌파"의 한계

지금까지는 "당-좌파"가 "사회적-좌파"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좌파"의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위기가 대두되고, 새로운 사회적 행위자들의 독창적이고 전투적인 행동들이 출현하면서, 일반적으로 사회운동과 저항 그룹들은 과대 평가되는 반면 정당은 잊혀지곤 한다. 이러한 경향을 조장하는 것은 우파, 특히 미디어들이다. 동시에 "사화적-좌파"들 역시 이러한 경향을 드러내는데, 이들은 현 시기 투쟁의 국면에서 우리의 목표를 당 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제안하기도 한다. 그들은 종종 자신의 특성에 기인하여, 좌파의 수많은 개인과 집단의 구성원들이 수많은 요구를 연계하고 조직된 열망을 표현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잊는다. 동시에 체계 재생산을 위협하는 사회적 저항을 촉발시키지 못한다. 나는 에릭 홉스봄과 같이 소수의 합이 다수로 통합되지 못하는 현재의 경향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한다.34) 사회운동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부문적이고 조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국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더구나 초민족적으로 사고 하는 데에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사회적-좌파"는 종종 지도자 중심주의("caudillo-ism"), 수직주의(vertical-ism), 토대 조작(manipulation of the base), 출세주의 등 정당들이 가지고 있는 나쁜 관습에 굴복하고 만다.

정치적 의사표출의 새로운 방식의 창조를 통한 전진

사회운동과 당의 구조적인 긴장관계 하에서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 사회운동은 그들의 자율성을 잃어버리거나 그들의 근원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당들은 새로운 형태의 좌익 정당이건, 다른 형태의 조직적 실체이건 간에 사회운동을 대리하려 하거나 몰아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회적-좌파"와 함께 전국적인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것을 근본적인 임무로 삼아야 한다.35)
나는 이러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가능하면 언제든 존재하는 당을 혁신하는 것을 통해서,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적 기구를 만들어내는 것을 통해서, 정치적 의사표출의 새로운 방식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36)
'정치화'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기 보다는, 부당함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 참여하는 주체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기구 혹은 정치 조직을 세우는 것은 좌파 정당의 전통적인 공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세우려는 정치적 기구와 반민주, 권위주의, 관료주의적 단일 정당을 마음속으로 동일시하며 이것의 필요성을 부정한다. 이러한 주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행위자들을 한데 모으고, 그들의 행동을 자신의 목표로 향하도록 하는 조직이 없으면, 현재의 지배 시스템에 맞서 효과적으로 투쟁할 수도 없고, 대안적인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집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다양한 좌파 부문들이 결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참가 단체들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이는 것에 그치는 상층 연합을 형성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낼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전위와 대중의 수직적인 관계를 타파하는 것 역시 긴요한 문제이다.
동시에, 반자본주의 투쟁의 새로운 전략을 끌어내고 실천에 옮긴다면, 이러한 연합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우리에게는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 이행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자본주의 체계 내에서 발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 체계가 경제와 국가의 차원을 넘어 모든 사회적 틈으로 스며들어 투쟁의 조건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37)
과거와는 달리 우리는 지배계급의 억압적인 기구 뿐 아니라 중요한 영역에 대한 지배계급의 주도권에 맞서야 한다. 전 사회에 걸친 문화적 지배, 피지배계급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예속 등. 국가가 행사하는 눈에 띄는 강압적인 권력, 입법적이고 억압적인 행위들 뿐 아니라 시민사회 내에 존재하면서 인민들에게 자본주의적 사회질서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지배계급의 메커니즘과 제도 역시 대면해야 한다.38) 까를로스 루이스39)가 말한 것처럼 우리의 출발점은, 우리의 도전이 부르주아적 민주주의 내에서 혁명적인 전략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부르주아적 민주주의는 대중들을 억압하지 않고, 대중들의 충성심과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광범위한 부문을 바탕으로 자신을 유지한다. 대안적인 사회를 선전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현재의 상황은 매우 복잡하므로 좌파는 자신이 선전하는 것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에 맞서 이윤의 논리와 이러한 이윤시스템이 부과하는 질서를 분쇄하기 위한 대한 대안을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영토 혹은 공간 내에서 휴머니즘과 연대의 논리를 세우고, 가능한 모든 곳에서 시장의 요구에 의해 쇠퇴하지 않는 투쟁을 진척시켜야 한다. 항상 대안을 수립하고 상당한 정도의 힘을 키우는 것, 그리고 부르주아 민주주의 보다 명백히 월등한 대중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비자본주의적 사회프로젝트를 발달시킬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아래로부터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형태의 전략만이 "부차적인" 승리의 기만적인 동학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는 투쟁을 촉발할 것이다.40) 실천을 동반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계몽적으로 유토피아를 선동하여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지방정부41), 농촌 공동체, 노동자와 지역주민들로 이루어진 전선 등에서 정치적 실천의 다양한 형태를 반영하고 새로운 부문들에게도 호소력이 있는 민주주의적 기준들을 형성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실천은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들로 하여금, 모든 종류의 대안을 건설하는 것을 이윤의 논리로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만이 휴머니즘과 연대의 정신에 기반한 자신의 프로젝트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루 빨리 전략적 빈곤함에서 벗어나야 하고, 추측에 의존하여 단기적으로 들썩하는 경향들을 타파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풀뿌리 민주주의 투쟁의 추진력에, 혹은 지역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권력을 세우거나 대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집중하여 함께 실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선거를 통한 것이거나, 격렬한 투쟁, 그밖에 다양한 형태의 투쟁이 촉발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이러한 실천들은 지난 몇 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긴급한 무엇인가에 밀려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역적이고 정치에 무관심한 감수성을 극복하는 것 역시 긴급한 과제이다. 이러한 감수성은 대중들의 투쟁을 조합적인 목표 혹은 경제투쟁을 향하도록 한계 지운다.42)
새로운 저항을 촉발하는 데 초점을 두는 새로운 전략은 당과 사회운동의 투쟁하는 이들, 다시 말해 좌파의 모든 분파간의 결합을 촉진시킬 것이다. 어떤 대안을 건설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예를 들어 지방 정부에 들어가 휴머니즘과 연대의 정신에 기반한 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한다거나, 학생들이 학생회의 민주화를 위해 참여한다거나, 새로운 사회를 농촌 공동체 내에서 미리 건설하는 데 참여할 때 당, 전선 혹은 운동 어느 것 하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투쟁의 목표
초반에 지적했듯이 초국적 금융자본이 거대한 군사·언론의 힘을 등에 업고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거대한 사회적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블록에는 현존하는 체계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 체계를 중단시키고 전복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을 우선적으로 사고하여, 제한된 임무를 제안할 수 있다면 다양한 행위자들을 결합시키는 것은 훨씬 쉬울 것이다.

현 시기에 적합한 강령의 수립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나라들에서는, 단결을 위해 위기의 시기에 적합한 잠정적인 강령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43) 이것의 역할은 신자유주의 모델에 의해 타격을 입은 모든 이들의 단결을 꾀하는 것이어야 한다.44) 이러한 광범위한 강령은 새로운 동맹을 형성하고, 현재에 대한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적 저항세력의 단결과 이들의 정치적 공간을 엶으로서,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폭넓은 반대 블록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45)

구체적인 결집 공간의 창조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들이 만날 수 있고 각각의 사회적, 정치적 행위자들이 고유한 특징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 그들은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고, 가능한 만큼 전복을 꾀함으로써 현 체계의 논리와 단절하거나 극복하기 위한 투쟁을 배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민투표와 같은 과정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공간이 창조될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하면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행하는 것을 중단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별도로 하더라도, 이데올로기적인 선전, 구체적으로는 많은 사람들과 젊은이들을 조직할 수 있다. 이 기간동안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람들을 설득하고 교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 막 정치를 알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하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는 모르는 이들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것들을 이루어내기는 원치 않는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의 크루사-R은 우고 차베스 중령이 이끌었던 군사 쿠데타와 그의 볼리바르 운동(1992년 2월)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난 후 대중적인 투표를 조직했다. 이 기간동안 도시의 주요 도로 한 가운데 투표함이 설치되었고, 유권자들은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을 인정하는지, 그가 이 나라를 계속 통치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투표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5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90%가 카를로스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 투표는 정치적인 호조건을 형성하고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데 기여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정치적 사건이었다. 의원들의 청원으로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형태의 투표는 법적 근거가 없었지만, 금지할 근거도 없었다. 시민들의 대중적 참여로 정치적 선언이 이루어졌다.46)
또 다른 예를 우루과이의 거대 전선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독재정권 하에서 선거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는 "무효표 찍기"가 법외 정당들로부터 조직되었고 (1982), 그 중 거대 전선은 독재가 이루어지던 시기 인권을 침해하고 학살을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무효화하는 "사면법(Law of Impunity)"에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조직했다(1989).47) 또한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국민투표를 조직했다(1992).
멕시코에서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이 1995년에는 자신들이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운동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정당으로 전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1999년에는 원주민들의 주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48) 대중적인 의견수렴을 조직했다. 브라질에서는 외채에 관한 국민투표를 조직했다(2000).
적절한 시기에 내용을 정확하게 제기하여 대중적인 의견수렴을 잘 조직해낸다면 투쟁들이 약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의견수렴 과정의 대부분은 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인 결과를 획득할 수는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것을 이분하여 활동의 폭을 좁히지 않도록 가능한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좌파는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의식을 창조하고, 대중을 결집시키며, 대안적인 사회 블록을 건설하는 일에 참가를 독려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공간들을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 미주지역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전미자유무역지대에 대한 대중적 의견수렴의 과정이 미주지역 전역에서 조직되었다. 이는 전 대륙에 걸친 새로운 협약에 반대하는 대규모 동원과 거대한 이데올로기 투쟁을 발생시킬 수 있다.

구조와 논리를 비판함으로써 체계에 대한 합법성을 탈각시키자!
우리는 현 체계의 폐해를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의 불합리한 본질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몇 가지 윤리를 기반으로 한 단체들(종교, 환경단체)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계의 기초가 되는 구조와 논리를 비판하는 것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49) 이에 대한 연구는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 지식인들이 개입해야 하는 긴요한 임무이다.

지방정부를 변모시키고 그 밖에 특정한 영토 내에서 모범을 창출하자!
의심할 여지없이 현존하는 국가들이 금융 위기, 정치 위기를 겪고, 자본주의 국가와 관료적인 사회주의 국가 양자 모두 정당성에 대한 위기를 겪을 때, 좌파가 자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임무 중 하나는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프로젝트의 실천 가능성에 대한 모범 사례로 삼을 수 있도록 지방정부를 변모시키는 것이다. 부패와 횡령이 판을 칠 때 좌파가 공적인 행정을 넘는 효과적인 사회적 통제를 실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지방정부들은 사회의 자율적인 조직을 촉진하는 문화적, 정치적 조건을 창출하고, 주체들의 자기-구성을 배가할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우리가 쟁취하고자 하는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의 유일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전지구적인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바탕이 될 것이다.
우리는 좌파가 통치하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좌파가 장악한 모든 영토들- 농촌공동체, 빈민가, 대학, 학생회, 노동조합, 협동조합, 대안적인 라디오 방송국 등을을 이러한 모범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오늘날 우리의 힘을 키우기 위한 유일한 열쇠는, 좌파들의 실천이 전혀 공통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PSSP

) 멕시코 남동부의 치아파스주에서 1994년 1월에 무장봉기가 일어났고, 이후 그 주의 여러 자치구로 확산되었다. 유명한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이끄는 원주민 게릴라인 사파티스타 민족해방전선은 치아파스의 원주민 그룹에 대한 착취와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마르코스는 체계에 대항하는 모든 정치·사회의 부문들의 노력이 기대만큼의 결과를 낳지는 못했지만, 멕시코 시민사회에 거대한 동의지반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주목하며 정치에 깊이 관여하고자 했다.
2) FMLN은 1992년 엘살바도르 정부와 FMLN을 구성했던 5개의 원주민 운동조직간의 평화협정을 통해 출현한 정치정당이다. 오늘날, FMLN은 엘살바도르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정당이며 수도에서 집권하고 있다. 산살바도르와 79개의 다른 도시에는 인구의 60%가 거주하고, 이 도시들이 경제활동의 70%를 포괄하고 있다.
3) 육군 중령이였던 우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혁명을 이끌었다. 그는 1992년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첫 번째 시도가 실패로 끝난 뒤 몇 달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 후에는 주로 제도적 틀을 활용하여 사회적 변화를 달성하는 데에 집중했다. 1998년 대선에서 많은 표를 얻어 당선했고, 정치제도적 게임규칙에 따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다. 2001년 말 새 헌법을 입법했고, 일련의 사회법을 도입했다. 이러한 조처는 전통적인 당을 비롯한 강력한 경제적 이해와 정치적 영향력을 쥐고 있던 세력의 분노를 조롱하기에 충분했다.
4) 콜롬비아에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게릴라들이, 상당한 규모의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FARC(콜롬비아 무장혁명군)이 가장 강력하고, ELN(민족해방군), EPL(인민해방군)이 그 뒤를 잇는다. 콜롬비아 정부는 길고 순조롭지 않은 협상을 마치고 나서,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FARC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플랜 콜롬비아는 명백하게 마약 문제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 이라기 보다는 게릴라 소탕계획이다.
5) 에쿠아도르는 남미에서 달러화의 시험무대였다. 이곳에서는 원주민들의 반란이 10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데, 이로써 원주민들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이끄는 주요 세력이 되었다. 원주민, 도시사회운동, 그 밖에 독립적인 개인들이 1996년 선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정당(Pachakutic)을 만들었다. 이들은 2등에 근접한 표를 얻어 3등을 차지했고, 2002년 1월 봉기를 통해 의회를 접수하고 군대 내의 한 그룹의 지지를 얻었다.
6) 70년대 군부독재 시절의 노동자 운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노동자당(PT)의 지도자 룰라는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 이들은 인구 1300만의 상파울로를 비롯, 6개 주의 수도를 장악했고, 대중조직의 지지를 받고 있다. 남미에서 가장 강력한 운동인 무토지 농민운동은 농민운동이지만, 브라질 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서 전위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7) 1971년에 만들어져 남미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좌익적 전선이고, 우루과이의 으뜸가는 정치세력이다. 지도자중 한 명인 수도 몬테비데오의 전 시장 따바레 바스케스는 '거대전선'이라 알려진 연합 내 중도좌파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이들은 1999년 대선에서 지배계급이 좌파출신 후보가 이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법을 바꾸는 바람에 패배했다.
8) Vertiente Artiguista, 「De premera fuerza a gobierno nacional. Perspectivas estrat gicas y propuestas para el per odo」. op.cit. p.1
9) 마르타 아르네케르의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 Editores Esp a, Madrid, third edition 2000, pp 174-176, paragraphs 612-619를 보라.
10) Vertiente Artiguista, 「De primera fuerza a gobierno ancional....」op.cit..p.8
11) 중간급 간부와 그의 하급자들
12) Vertiente Artiguista, 「De primera fuerza a gobierno...」, op.cit. p.12.
13) Vertiente Artiguista, 「De preimera fuerza a gobierno nacional...」, op.cit.,pp.9.
14) Hugo Cores, 「Notes to this work」, August 9, 2001.
15) 아르네케르,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op.cit., pp.184-186, paragraphs 646-651.
16) Mario Unda, 「El arco iris nuestra el pais que los poderosos no quieren ver」. in Por el camino del arco iris....,
17) M. Harnecher, 「Introduccion a un debate: Los desafios de la izquierdo」, op.cit.,p.5
18) Marta Harnecher, 「La izquerda en el umbral del SigloⅩ?..」.Op.ct.pp.304, 305. Paragraph 1072
19) op.cit.pp.308-309, p rrafos 1087-1089
20) Clodomiro Almeyda, 「Sobre la dimensi n org nica de la crisis de los partido de izquierda tradicionales」, in Cuadernos de El Avi n Rojo No. 5, Santiago de Chile, invierno 1997, p.14
21) Fran ois Chesnais, 「Propuestas para un trabajo colectivo de renovaci n program tica」, Carr Rouge, Not 15-16, nov,2000. 저자는 좌파의 작업을 특징짓는 절대적인 경험주의를 탈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전반적으로 개조되어야 하는 전략적인 기준을 가지고 작업해야 하며, 이럴 때 고전에 대한 물신화를 끝장낼 수 있다.
22) M. Harnecher,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op, cit., pp..308-309, paragraphs 1087-1089
23) M. Harnecher,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op, cit., pp..379-380, paragraphs 1367-1370
24) DAvid Hern ndez Castro, 「La revoluci n democr tica (Otro mundo es posible), Preparatory Document for the Ⅵ Asamblea Federal de Izquierda Unida」, Molina de Segura (Murcia) 6 sep.2000.
25) Ibidem.
26) David Hern ndes는 위에 언급한 문헌에서 스페인 좌파 연합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묘사했는데, 우리는 라틴아메리카의 제도적 좌파를 설명하는 데에도 이러한 상황을 일반화할 수 있다.
27) Carloz Ruiz, 「La centralidad de la pol tica en la acci n revolicionaria」, Santiago, Chile. 1998, p.13
28) M. Harnecher,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op, cit., paragraphs 1059.
29) Enrkque Rubio and Marcelo Pereira, 「Utop a y estrategia, democracia y socialismo」, Ed. Trilce, Montevideo, Urguay, 1994, p.151.
30) M. Harnecher,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op, cit., p..333, paragraphs 1206.
31) Marta Harnecker, 「Movimento de los Trabajadores Purales Sin Tierra: Construyendo fuerza social antineoliberal」, Pevista Surda No.23. Santiago Chile, nov-dic 1999
32) M. Harnecher,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op, cit., p.321, paragraphs 1139-1141
33) Vertiente Artiguista, 「De primera fuerza a gobierno nacional....」, op.cit., p.12.
34) Eric hobsbawm, 「La Politica de la identidad y la Lzquierda」, op.cit, p.89
35) Enrique Rubio and Marcelo Pereira, 「Utopia y estrategia ...」, op.cit. p. 151
36)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정치적 기구의 특성에 관해서는 Marta Harnecker, 「La izquierda en el umbral...」, pp.321-355: paragraphs 1132-1292를 참조하시오.
37) 이 주제에 관해서는 이러한 변화를 종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M. Harnecker,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의 두 번째 파트 El mundo de hoy op.cit, pp.77-273을 참조하시오.
38) op.cit.
39) Noam Chomsky, 「El control de los medios de comunication in Como se vende la moto」, Editorial Icaria, Barcelona 1996, p.16
40) op.cit
41) Op. cit. 카를로스 루이스는 이 목록에서 좌파가 집권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42) op.cit
43) Vertiente Artiguista, 「De primera Fuerza a gobierno nacional」, op.cit..., p.l.
44) op.cit.28
45) Ibidem.
46) M. Harnecher, La izquierda en el umbral del Siglo Ⅹ?..., op, cit., pp..349, paragraphs 1271
47) 국민투표에서 전국적으로 (질문에 대한) 찬성표가 46%, 반대표가 54%였지만, 운동에서는 승리했고 좌파의 투쟁력을 심리학적으로 강화시켜냈다. 이는 녹색투표라고 알려졌는데, 법을 거부하는 선투표함이 녹색이었기 때문이다.
48) 이전의 분석을 참조하시오.
49) Francois Houtart, El estado actual de la globalizacion. 이에 대한 분석은 2001년 6월 상파울로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 국제위원회 회의 기간동안 진행되었다. 이 자료에는 "자본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투쟁의 전략"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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