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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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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정세초점_정영섭.hwp

불붙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국회비준 저지투쟁

정영섭 | 노동차장
딸기와 수박 농사로 성공해 대통령상과 새농민상, 농림부장관상 등을 받아온 농민이 농가부채로 고민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14일 저녁 8시께 경북 봉화군 춘양면 소로리 박연거(51)씨 집에서 박씨가 농약을 마시고 신음중인 것을 가족들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8시간 만에 숨졌다. 1986년부터 농사를 시작한 박씨는 고향에서 고랭지 딸기와 복수박 농사로 성공한 뒤 94년 신한국인으로 지정돼 대통령상을 탔으며, 97년에는 새농민상과 과학영농부문 농림부장관상을 잇따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2억8천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 3월 17일자 한겨레 기사

칠레를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산자부(윤진식 장관)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칠레 및 남미지역에 대한 수출시장 저변확대를 위해 3.24(월)부터 칠레 산티아고에서 한국상품특별전시회를 개최함. 이번 전시회는 LG전자, 현대자동차, 재형솔루텍 등 총 81개 업체가 참가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한칠레 경제교류 행사로서, 휴대폰, 승용차 등을 포함, 디지털TV, DVD플레이어, 무선진공청소기, 초음파의료기기 등 신기술제품 총 100여품목을 전시함으로써 한국상품 붐을 조성하게 됨.
- 3월 25일 산자부 보도자료



목숨끊는 농민들, 목숨줄 조이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농민들은 농업개방의 칼날앞에 맨몸으로 내던져졌다. 농산물 수입은 전면 개방되었으며 쌀만이 최소시장 접근물량 방식으로 수입되었다. WTO 출범 이후 수입액은 51.2% 증가하였고 식량자급도는 급격히 하락하였다. 2001년 식량자급률은 31%에 지나지 않으며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이다. 또한 국내 농업보조금도 매년 감축되어 농가소득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고 농산물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이는 곧 농가소득 감소와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10년동안 정부 통계로도 농가부채는 약 259% 증가했으나 소득은 약 65%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모든 상황은 농민들을 살 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없게 만드는 나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농민들은 하나 둘씩 농촌을 떠나거나 삶을 떠나갔다.
여기에 또 하나의 칼날이 끼어든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하 한·칠레 FTA)이 그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이란 것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국가간 무역을 자유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장벽을 제거하자는 내용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국내외 거대자본에게는 혜택을 가져오지만 민중에게는 혜택은커녕 파괴적인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칠레 FTA는 한국이 처음으로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98년도부터 추진하여 2002년 10월에 협상을 타결하였으며 2003년 2월에 칠레 대통령이 방문하여 서명한 지금 국회비준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그러나, 그 추진 과정에서 한번도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내용 역시 하나에서 열까지 농업을 붕괴시키고 농민을 압살하는 것으로 가득차 있다. 한·칠레 FTA가 실행된다면 이것이 기준이 되어 이후 모든 협상에서도 다른 나라에 똑같은 수준의 개방을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한·칠레 FTA는 국가기간산업이자 식량안보 주권산업이 농업, 농촌을 붕괴시킨다. 16년 내에 관세가 철폐되는 것이 15개 품목, 10년 내에는 210여개 품목, 7년 내에는 50여개 품목, 5년 내에는 560여개 품목, 즉시 철폐는 250여개 품목 등 총 1080 품목이 관세가 철폐되면 더 이상 지어먹을 농사가 없게 된다. 포도만 해도 연간 300억원 피해, 기타과실은 5,355억원 피해, 축산물은 1조 3,500억 피해를 볼 것이다.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피해는 더 막대할 것이다. 둘째, 공산품 수출은 미미하고 농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어 국가경제에도 마이너스 결과이다. 이미 칠레에서 한국 상품은 점유율 수위권이다. 자동차 2위, 냉장고 2위, 전자렌지 1위, 세탁기 1위, 자동차 타이어와 배터리, 섬유, 엘리베이터, PVC 등이 1위이므로 공산품 관세가 철폐된다고 해서 추가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적을 것이다. 오히려 농업의 붕괴는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낳을 것이다. 셋째, 농산물 완전 관세철폐에 대한 기준이 되어 이후 WTO 개방압력에 대응할수 없게 된다. 농업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보통 국가간 협정에서 농업개방은 최소화되거나 제외된다. 그러나 한국은 쌀, 사과, 배를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의 관세철폐를 약속함으로써 이후 다른 국가들에도 똑같은 개방을 약속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2004년까지 진행되는 WTO 협상에서도 농산물 수출국(케언즈그룹)의 요구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4월에 한·칠레 FTA가 비준되면 한국은 WTO 협상에서 개도국지위 유지, 보조금감축 최소화 등을 주장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넷째, WTO의 위생 검역조치를 따르도록 함으로써 국민건강권을 포기하고 있다. 이는 "검역과 검사를 과학적으로 하되 과학적 근거가 있는 위험요소가 발견될 경우에만 수출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수입국의 독자적인 1차 검역권을 없앤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조작이나 호르몬 농산물 등의 수출입에 대해 검역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국민건강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다섯째, 한·칠레 FTA는 이후 쌀 재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1080여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게 되는 한·칠레 FTA가 비준되면 결국 이는 WTO 농업협상 대응을 불리하게 하며 쌀 재협상에 있어서도 쌀을 전면 개방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미 지난 2월에 정부는 WTO에 제출한 개방계획서에서 전략품목(쌀, 마늘 등)의 관세를 6.7% 부과하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이는 쌀 관세화 개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의 FTA특별법이 해결책이 되나?
노무현 정부는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여 '선대책마련 후 국회비준'의 원칙 하에 '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른 농업인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FTA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경영이양 등 지원, 폐업지원, 피해산업 긴급구제, 농업경쟁력 강화, '자유무역협정 이행지원기금' 설치 및 운용, '자유무역협정이행지원 농업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이다. 그러나, 반민중적 내용으로 가득한 FTA를 체결하면서 특별법으로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성난 농심 달래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지난 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와 WTO 출범과 함께 'WTO이행특별법'이 제정되었으나 시행령조차 만들지 않고 사문화시켰으며 그 이후 정부의 정책은 농가부채 키우기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말하는 FTA특별법의 내용도 피해농가에 대한 소득보전이 아니라 소수를 제외하고 폐업을 유도하는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농업축소, 탈농을 위한 농업구조조정법이라고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4월로 다가온 '한·칠레 FTA' 국회비준 저지 투쟁
1호선 신길역 앞에 자리잡은 전농 사무실 한쪽 벽은 현재 국회의원들의 이름으로 빼곡히 차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예상되는 한·칠레 FTA 국회비준을 막아내기 위해서 국회의원 전원을 상대로 비준 거부 서약을 받으면서 그 상황을 매일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29일 현재 국회의원 114명의 비준 거부 서약을 받은 상태이다. 과반수 이상의 서약을 받아내면 국회 비준을 저지시킬 수 있는 압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농은 예상하고 있다. 농업회생연대와 같은 농민관련 연대단체 뿐 아니라 전국민중연대도 함께 단체, 지역을 추동하여 국회의원 서약을 받아내고 있다. 물론 서명만 받는 것으로 국회비준을 저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전농은 대대적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간부수련회를 통해 전농은 농민운동의 모든 역사를 걸고 한·칠레 FTA을 저지할 것을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전 간부가 구속도 불사하는 투쟁을 결의하였다. 한·칠레 FTA를 저지하지 못하면 WTO 농업협상이나 쌀 재협상도 대응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때문이다. 그리고 3월 전국적으로 시군구 단위로 영농발대식을 한·칠레 FTA 저지 투쟁의 결의를 담아내는 투쟁선포식으로 개최하였고 각 지역별로 국회의원 지구당사 점거농성 등 투쟁의 수위를 점차로 높이고 있다. 또한 3월 29일 전국 동시다발 민중대회를 통해 투쟁역량을 모아냈고 4월에는 7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하며 17일에는 전국 도로 차량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그리고 국회 본회의에 한·칠레 FTA 비준안이 상정되면 즉시 상경 총력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3월 25일부터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DDA농업협상에 농민대표단을 파견하여 미국, 호주, 일본 대표부 대사 등을 면담하여 한국 농업의 실상을 호소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고 현지에서 단식농성까지 진행하고 있다.


WTO 개방,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거스르지 않고서 민중의 미래는 없다
농민들은 작년 10만 투쟁을 일구어냈다. 전국 각지 읍, 면, 마을에서 올라온 농민들의 입에서 "WTO반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반대", "신자유주의 철폐"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제 민중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직접 대면하게 된 것이다. 한발짝만 더 내딛으려 해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그 날선 칼날은 몸을 베어온다. 그렇지만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서는 더 이상 어떻게 살아볼 도리가 없다. 아무리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운동진영 출신 인사가 정부에 들어간다 한들 WTO, 투자협정, 자유화의 흐름을 막아내지 못한다. 이제 세계는 '다른 세계'를 적극적으로 지향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것은 전세계 투쟁하는 민중들의 몫이다.
4월, 농민들은 WTO 개방, 한칠레 FTA 비준에 저항하여 또 일어선다. 국회 앞으로 간다. 3월을 달군 교육개방 저지투쟁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의료시장 개방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자본특구를 만들려는 경제자유구역 폐지투쟁도 준비되고 있다.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본에 대한 규제 철폐, 민중의 삶과 권리 침해라는 동일한 맥락이지만 투쟁은 시차가 있고 단일하지 않다. 그러나 공동의 투쟁을 조직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각각이 하나의 사안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WTO 개방의 문제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 PSSP


거대 다국적 곡물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칠레농업
우리나라에도 바나나 등 외국농산물을 수입판매하고 있고 세계적인 유통망을 지닌 돌(Dole), 유니프루티(Unifrutti) 등의 다국적기업이 대거 진출하여 대규모 직영농장을 보유하고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다국적기업을 주축으로 한 6대 메이저가 전체 수출물량의 70%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델꾸도社 예(칠레 과수업계 3위 업체)>
900개 회원농장, 2300ha의 직영농장(총 15000ha, 450명의 정규직원과 3000명의 농업노동자 고용) → 전국 9개소의 대형 최신식 포장센터(수집, 선별, 포장) → 예냉(precooling) → 신선도 유지(콜드체인) → 수출(신선 및 건조과실 120종을 세계 각지에 수출)
- 전농,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저지 자료집」中
주제어
경제 국제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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