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2024 봄. 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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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또 다른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중국』

박진우 | 서울지부 회원

《계간 사회진보연대》 2023년 겨울호에 실린 김진영의 「탈냉전 시대의 종말 이후, 세계와 한국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한청훤의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사이드웨이, 2022)과 마이클 베클리, 할 브랜즈의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부키, 2023)를 인용하면서, 이 책들이 분석한 중국의 심각한 도농격차, 중국 경제의 뇌관이라고 할 부동산 위기,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고려했을 때 중국은 국력의 정점을 이미 지나고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위험한 정치적 선택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030 국제정치 독서모임 <책으로 여는 세계>(이하 책여세)는 지난 해 가을에 위 두 책을 읽은 뒤, 겨울에는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보이지 않는 중국 – 무엇이 중국의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는가』(롤러코스터, 2022)를 함께 읽고 토론하였다. 이 책 또한 중국 농촌의 구체적인 현실을 토대로,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수많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중국 농촌 빈곤문제의 원인과 농촌 아이들이 가난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 위해 20년 가까이 헌신해온 농촌교육행동프로그램(REAP) 팀의 공동작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데, 공동저자인 스콧 로젤, 내털리 헬(책의 문장들은 편의상 한 명이 쓴 것처럼 편집되어 있다)은 중국 전문가로 40년 간 활동했다. 그러한 내공과 중국 농민, 아동에 대한 깊은 애정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래에서는 이 책의 각 장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1장. 중진국 함정 

 
중국은 대단히 성공적으로 성장해 중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전과 다른 성장 방법과 침체되거나 하락하는 방법이 있는 구역에 들어섰다.

21세기는 과연 ‘중국의 세기’인가? 의견이 분분하다. 가상의 경제발전 보드게임판을 상상해보자. 이 게임에는 운 좋게 밟으면 상승할 수 있는 ‘사다리’와 운이 나쁘게 밟으면 추락하는 ‘미끄럼틀’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은 이 게임판 위에서 ‘저임금 제조업을 통한 기록적인 성장’이라는 사다리를 탔다. 하지만 그 사다리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 중국은 사다리 대신 미끄럼틀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미끄럼틀을 이른바 ‘중진국 함정’이라 부른다. 

언젠가부터 중국은 ‘G2’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과 나란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나라로 여겨지지만, 세계은행 추산 2016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75위에 불과하다. 중국이 1980년 1천 달러 미만이던 1인당 국민소득을 2016년 1만5천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은 엄청난 업적이지만, 중국이 여전히 중진국 그룹에 머물러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학자 제프리 개릿은 부유한 나라는 계속 잘 나가고, 가난한 나라들 역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데 반해, 세계적으로 중진국들은 더 느리고 덜 성공적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 중진국이던 101개국 중 2008년까지 고소득 국가가 된 곳은 13개국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중진국 함정’이고,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은 이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함정을 벗어난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과 대만이고,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국가는 멕시코와 브라질이다.

책은 ‘중진국 함정’을 빠져나온 소수의 국가를 ‘졸업자’라 부르면서 사례별로 설명한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막대한 비용을 지원받아 함정을 빠져나왔지만, 중국은 유럽이 아니니 이 길로 갈 수 없다. 중국이 참고할 만한 모델은 ‘아시아의 네 호랑이’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이나, 이들과 중국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인적자원이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적자원은 매우 중요한데, 고등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노동인구의 비율은 개발도상국은 15% 미만, 중진국은 50% 미만이지만 선진국은 90%가 넘는다. 책은 인적자본에 대한 선제적 투자만이 유일하게 중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다리라고 강조한다. 

책은 고임금 일자리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교육(그리고 건강과 영양)을 갖춘 노동력 없이는 어떤 국가도 고소득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본다. 대부분 최빈국에서 국민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 농부가 건설현장 노동자 또는 조립설비 노동자로 바뀐다. 그다음으로 첨단기술직 노동자, 고임금 서비스업 매니저, 고소득 사무직 등의 직업이 생겨나려면 단언컨대 양질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전체 노동력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최소 45년이 걸린다고 보았을 때, 현재 중국의 고등학교 취학률 30%는 상당히 심각한 수치다. 최근 중국공산당은 모든 언론과 학술지에서 ‘중진국 함정’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고,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현대적 경제발전의 신시대’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책은 이를 소개하며, 시 주석의 선언은 안타깝게도 그저 희망적 사고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장. 중국의 임박한 전환

 
중국 전역에서 많은 공장이 문을 닫고 있다. 노동자들은 해고되고,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말을 듣는다. 아주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된 현상이 지속적인 흐름으로 변했다.

저자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 동료가 미국에 올 때마다 함께 가까운 월마트에 가서 아무 상품이나 골라보면 높은 확률로 ‘중국산’이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이제 월마트 상품의 생산지는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이다. 중국은 이러한 변화를 이른바 ‘일대일로’ 정책으로 돌파하려 한다. 중국은 무려 125개국에 9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일대일로 명목으로 투자하였다. 하지만 책은 일대일로 정책이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지 몰라도 중국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여전히 경제성장이 부족하며, 비숙련 잉여인력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국경을 넘나들며 어디든 가장 임금이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바로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게 한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임금률이 상승하면서 미국 월마트에서 중국산 상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책은 그 까닭을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로, 농촌의 잉여노동력 공급이 바닥나 ‘농민공’이라 불리는 농촌 인구가 끊임없이 공장으로 유입되면서 가능했던 저임금화가 불가능해졌다. 둘째로, 중국의 노동인구 규모는 2010년대에 정점을 찍은 뒤 출산율 감소와 함께 하락세에 들어섰다. 새로운 노동자 진입으로 가능한 임금 감소도 불가능해졌다. 1970년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30년 넘게 중국에 열렸던 기회의 창이 거의 닫힌 것이다. 

책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매우 가난했던 대만의 사례를 통해 중국과는 다른 길을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대만은 2010년대 중국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그러나 당시 대만은 저임금 제조업에 의존하는 대신 고품질 상품, 참신한 발명품, 명망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방향을 시도했고, 이러한 전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책은 중진국 함정을 졸업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첫째, 숙련된 엘리트 경영 지도자와 사업가의 경제적 전환, 둘째, 핵심 기술자와 관리자의 상호보완적인 노동력 기술의 결합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첫째 요소는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같은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충분히 알 기업들로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소수 재계 엘리트, 프로그래밍 천재, 스타 엔지니어만으로 중국 경제 전체를 성장시킬 수 없다. 책은 중국의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노동력이 훨씬 새롭고 창의적이며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고숙련 노동력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양질의 교육 없이는 결코 중국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3장. 최악의 시나리오

 
지난 몇 십 년 동안 중국은 세계 다른 국가들의 성장 엔진 역할을 했다. 중국 노동자들은 산업 전반을 움직이게 했고, 중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 사업을 지탱했다. 만약 중국 경제가 침체한다면, 중국은 더 이상 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책이 제시하는, 중국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체 노동자 중 약 70% 정도의, 중학교 이하의 교육을 받은 비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최소 2억에서 3억 명 가까이 구조적 실업자 상태로 남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소수인 동부 해안 지역 고소득 노동자와 다수인 농촌 출신 비숙련 노동자로 양극화된 중국경제는 두 가지 위험요소를 가진다. 첫째, 양극화가 중국의 성장을 저해한다. 둘째,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노동력 자체가 중국의 투자유인을 감소시킬 것이다. 중국 내에서 임금이 계속 상승하니, 해외로 떠나간 공장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중국 내 기업들마저 더는 비숙련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해고된 노동자들은 농촌으로 돌아가는 대신 이른바 ‘비공식 경제’로 내몰릴 것이다.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비공식 경제는 사회 생산성을 떨어트린다. 심지어 여기에조차 포함되지 못하고 범죄나 폭력조직 가담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중국 사회가 혼돈에 빠져드는 것이 저자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책은 1990년대 ‘마킬라도라’로 대표되는 멕시코 저임금 노동집약 수출산업단지의 예를 들며, 중국이 멕시코의 길을 따라갈까 우려한다. 멕시코는 1994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한때 대미수출 1위 국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중국으로 공장들이 옮겨가면서 멕시코의 압도적인 섬유산업은 무너졌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옮겨가기에 인적자원이 부족했던 멕시코는 실업이 증가하며 범죄도 덩달아 증가하여 사회 안전이 무너졌다.
 
중국에는 멕시코보다 더욱 위험한 요소가 있다. 바로 극적인 성비 불균형이다. 2000년에는 중국에서 여아 100명당 120명의 남아가 태어난 셈이다. 이로 인해 약 4000만 명의 중국 청년 남성이 결국 결혼을 하지 못할 것이며, 이들은 다른 인구집단보다 잠재적으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목은 한국 역시 1980년대부터 2010년까지 연간 남아가 여아보다 70~80만 명 더 많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저출산 고령화와 저성장국면에 들어선 한국경제도 중국과 비슷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보인다.)

중국은 위와 같은 위험요소들로 인해, 머지않아 심각한 사회경제적인 혼란을 겪을 수도 있으며, 그 파급 효과가 결코 중국 안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지탱하는 두 가지 요소를 급격한 경제성장과 민족주의라고 파악한다. 그런데 경제성장이 더는 불가능하게 되면 결국 중국공산당에 남은 쉬운 선택지는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 시도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를 매우 우려한다. 중국이 최악의 시나리오와 전쟁이라는 선택지를 택하지 않도록 다른 길을 제안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4장. 중국은 어떻게 여기에 이르게 되었나

 
세계는 점점 더 두 개의 범주로 나뉘고 있다. 잘 교육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중국은 분명 후자에 속한다.
 
2015년 기준 중국의 노동가능 인구 중 70%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반면 2012년과 2018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중국 청소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다. 왜 이런 상반되는 통계가 존재하는가? 이에 관한 답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책에 실린, 저자가 만난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1980년대 후반 쓰촨성의 산악지대에서 태어난 라지에의 이야기:
라지에는 벼농사를 짓는 농부의 아들이었다. 그는 공립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특히 수학을 잘했다. 그는 4학년 때 중국 최초의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중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미 돈을 빌려 초등학교 학비를 낸 라지에의 부모님은 도저히 멀리 떨어진 중학교의 학비와 식비, 기숙사비, 교재비 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라지에는 건설현장,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2000년대에 창을 낳았다. 다행히 창이 학교를 다닐 때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이 무상이었지만, 라지에는 창을 나이든 부모님께 맡기고 상하이에 나와서 일을 해야 했다. 1년에 한 번 춘절 기간에만 고향에서 창을 만날 수 있었다. 중국의 교육시스템은 라지에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 꼬마 창의 꿈도 뒤처지고 말 것이다. 

위에 언급한 라지에와 같은 이야기는 1980년대 중국에서 너무나도 흔했다. 시간을 더욱 거슬러 올라가보면, 마오쩌둥 시기에 일어난 문화대혁명(1966~1976년) 기간 모든 대학과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문화대혁명의 혼란 속에서 대중은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고학력자를 조직적으로 모욕했고, 그나마 문을 연 학교에서는 수학, 중국어, 영어가 아닌 마오쩌둥 어록을 가르쳤다. 이후 덩샤오핑 집권 하에서도 중등교육은 여전히 후순위에 있었다. 1990년까지 중국 어린이의 60%만 중학교에 진학할 정도였다. 이 역사적인 실수로 인해 중국은 오늘날 인적자원 위기를 마주했다.

2000년대에 들어 뒤늦게 중국 정부는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대학교육 투자도 급격히 늘려 매년 700만 명이 대학을 졸업했다. 고등교육 투자도 늘어서 2015년 고등학교 진학률이 80%를 넘겼으나 이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25세에서 64세까지, 일하는 모든 사람의 교육 수준이다. 전례 없이 급격하게 교육 부문에 투자해도, 여전히 전체 노동력의 65%가 마오쩌둥, 덩샤오핑 시대에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된 이들이란 사실을 바꿀 수 없다.

가장 간과되는 부분은 바로 광활한 내륙의 농촌이다. 세계적으로도 농촌과 도시의 불평등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도시와 농촌 구분이 ‘후커우(호구) 제도’라는 공식 정책으로 이뤄지고 법에 명시되어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중국인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모든 공공서비스가 후커우 제도에 따라 다르다. 실제로 <책여세> 모임에 참여한 중국 지린성 출신 유학생의 말에 따르면, 농촌 후커우냐 도시 후커우냐에 따라 대학입학시험 문제 유형, 명문대 입학 쿼터도 다를 정도라고 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64%, 6~7억 명이 농촌 후커우로 추정된다. 저자가 참여한 2015년 소규모 조사에서 3세 미만 어린이의 75%가 농촌 후커우였다. 대규모의 가난한 농촌인구에게 어떻게 교육자원을 확대할 것인지는 중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후커우 제도를 통한 도시와 농촌 인구 분리를 전면적으로 철폐하지 않았다.

책은 중국에서 전반적인 교육 기회가 확대되었음에도, 농촌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한다. 농촌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시에서 저숙련 노동자로 일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여러 나라가 중진국 함정에 빠져든 경로 중 하나다. 책은 크게 두 가지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첫째, 고등학교 교육의 무상화, 의무화. 둘째, 다른 많은 중진국 나라의 선례처럼, 학생들의 중퇴를 막기 위해 자식을 학교에 보내는 가족에게 돈을 주는 조건부 현금 지급(CCTs)제도 도입. 하지만 책은 지금 당장 중국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많다는 점을 파고든다.
 
 

5장. 불안한 토대

 
중국의 직업고등학교 시스템은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교육 담당 관리들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개혁이 진행될 거라고 믿는다.
 
중국 정부는 엘리트 대학교육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2002년부터 직업고등학교 시스템도 크게 확대했다. EU의 경제강국 독일처럼, 중국에도 인문계 고등학교와 직업고등학교라는 ‘투 트랙’이 있다. 최근 10년간 중국 3년제 직업고등학교에서 인기 많은 전공은 자동차 수리, 용접, 컴퓨터기술, 유아교육, 간호학 등이었다. 중국 관료들도 직업교육을 중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기 위해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학비를 저렴하게 하고 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한 것처럼 보이는 중국의 새로운 직업고등학교 시스템은 과연 희망차게 운영되고 있을까? 
 
가난한 허난성 성도인 정저우의 먼지 나는 외곽에서 태어난 왕타오의 이야기: 
가난한 농사꾼 부모의 자식 왕타오는 중학교까지 반장을 할 정도로 참 우수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탈락하였고 새로 문을 연 직업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학교를 무척 좋아하던 왕타오였지만 직업고등학교에서 아무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심지어 수학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담배를 파는 모습까지 보게 되면서 결국 1학년 중반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가 학교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얻는 일자리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자리를 찾은 아이들의 일자리와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지방정부에 직업고등학교 학생보조금이 지급되고, 2011년 중반 중국은 매년 200억 달러를 직업고등학교에 투자하게 된다. 그 결과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직업고등학교 학생이 매년 100만 명이 늘 정도로 확대속도와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책은 “단 10년 만에 3000만 명의 학생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는 학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묻고, 스스로 답을 내린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구체적인 답을 찾기 위해 REAP팀과 함께 지역에 공식등록된 직업고등학교 약 200여 개를 직접 찾아 현장조사를 시행한다. 괜찮은 학교도 분명 몇 군데 존재했지만, 명단에 있는 주소를 찾아가니 학교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미리 연락해서 방문하겠다고 알렸음에도, 학생들이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아무것도 배우고 있지 않는 일들도 있었다. 심지어 학생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중년 농부들을 학생으로 등록해놓았을 뿐, 아무런 교육시설이 없는 곳도 있었다. 

현장조사를 통해 조사한 그룹 중 68%의 학생은 전공과 아무 관련도 없는 실습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 공장조립설비에서 스마트폰을 조립하거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설계 전공 학생이 가스통을 배달하거나 길가 주유소의 계산대에서 일하는 식이다. 직업고등학교 중퇴율은 평균 33%였고, 어떤 학교에서는 중퇴율이 60%를 넘기도 하였다. 중국의 직업고등학교는 독일, 한국의 직업고등학교와 달리 학생들의 실질적 성과에 대한 관리, 감독 및 평가시스템이 사실상 없는 것에 가까웠다.

저자는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에게 쓸모 있는 기술을 두 종류로 분류한다. 간단하게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직업고등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철저히 전문적 기술에만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모든 학생이 보편적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당장 일자리를 찾는 데에는 첫 번째 기술만으로 충분하지만, 21세기처럼 기술변화가 끊임없는 사회에서는 직업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학업기술이 노동자에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REAP팀의 조사에 참여한 학생 중 91%가 1년간 직업전문학교를 다녔는데도 수학에서 아무런 발전이 없거나 심지어 퇴보하였다. 어떤 학생들은 주판 사용 방법, 공중전화 수리, 비디오 플레이어 수리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반면 독일의 직업고등학교는 수업 시간의 70~80%를 보편적 학업 교육에 사용하며, 직업훈련소 기능은 두 번째 순위임을 강조한다. 
 
 

6장. 보이지 않는 장벽

 
수백만 명의 아이가 그들의 잠재력보다 훨씬 못한 미래에 굴복하고 있다. 중국 미래 노동력의 3분의 2가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가적 우려사항이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 처음 중국 농촌 학교에 관련된 일을 시작했을 때 저자의 눈에 띈 가장 큰 문제는 ‘가난’이었다. 학교 건물도 낙후하고 교과서도 변변찮던 그때에 비하면 오늘날 중국의 농촌 지역 학교들의 사정은 매우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교육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데도 도시와 농촌의 교육 격차는 여전히 심각하다. 그 원인은 바로 학생들의 건강 상태에 있다. 

REAP팀이 내륙의 농촌, 즉 ‘보이지 않는 중국’ 전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빈곤한 농촌 지역 학생들이 겪는 건강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수백만 명의 아이가 철분 부족으로 빈혈을 겪고 있다. 비타민 보충제로 이들의 빈혈 발생률을 낮추면 시험 성적이 즉각적으로 향상되었다. 둘째, 시력이 나빠도 안경을 쓰지 않는다. 중국 농촌 전역에서 약 2000만 명의 학생들이 칠판의 글자를 잘 보지 못하였는데, 교정 안경을 제공하니 도시와 농촌 지역의 성취도 차이가 단 9개월 만에 반으로 줄어들었다. 마지막 셋째, 기생충 문제다. 2013년 구이저우성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농촌 지역 초등학생 40% 이상이 기생충에 감염되었다. 아동기 장내 기생충 감염은 영양실조, 식욕 저하를 일으키고 인지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중국 농촌 초등학생의 60%가 위 세 가지 문제 중 적어도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다행히 이렇게 광범위한 공중보건 위기에는 아주 빠르고 저렴한 해결책이 존재한다. 하루 10센트 비용의 종합비타민제, 농촌 부모 평균 2~3일 치 임금으로 살 수 있는 교정용 안경, 그보다 적은 1시간 임금으로 구매 가능한 구충제. 정말 어려운 문제는 양육자가 이러한 해결책에 접근할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농촌 지역의 (조)부모는 이러한 건강 문제를 방치하거나 효과가 불분명한 전통적인 치료법에 의존한다. 중국 농촌 지역의 보건의료 종사자는 이른바 ‘맨발의 의사’로 불리는 마을 의사인데, 그 교육지식이 천차만별이라서 오히려 이들의 의료행위에 해를 입기도 한다. 따라서 중국 미래 노동력의 2/3를 ‘보이지 않는 건강 위기’에서 구하는 데에는 학교를 통해 공중보건영역을 살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빠른 해결책이다.

책에서 언급된 세 가지 건강 문제는 중국만이 아니라 브라질과 같은 중진국에 만연하다. 개발도상국에서 겪었던 문제가 중진국에서 거듭 반복되는 이유가 있다. 첫째, 평균 수입이 증가하더라도 빈부격차로 인해 농촌 지역의 빈곤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2009년 중국 인구의 30%가 여전히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둘째, 대부분 중진국은 건강검진, 의료보험, 노령연금같은 발전된 사회안전망이나 공공 의료시스템이 없다. 마지막으로, 중진국 농촌 지역의 많은 부모는 아이들의 교육적 성공에 영양과 건강 상태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교육받지 못했다. 중국은 중진국 중에서도 경제발전을 너무 빠르게 진행했다보니 이러한 격차를 메꾸지 못했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건강 위기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2008년부터 저자는 무작위대조시험(RCTs)를 통해서 세 가지 만연한 건강 문제가 학교 시스템 안에서 아주 쉽고 저렴하게 해결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종합비타민제, 안경, 구충제를 제공하여 학생들의 건강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연간 5000만 달러로 충분히 해결 가능함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에게 선물 받은 안경을 처음 쓰고서 빛이 너무 밝다면서 해맑게 웃는 아이를 바라보면 가장 신난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중국 인민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뼈아픈 충고를 던지기 위해서 인생을 바친 연구자의 헌신이 실로 놀라울 정도다. 
 
 
 

7장. 인생 가장 초기의 문제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학습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고등학교 진학을 아무리 확대해도 의미가 없다.
 
산시성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지 이제 막 18개월이 된 진진은 그동안 크게 학대를 받거나 배고픔을 겪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위한 IQ 테스트인 ‘베일리 아동 발달 평가 도구’에서 부진한 성적을 받았다. 진진뿐만 아니라 1000만 명의 중국 농촌 영유아가 말 시작이 늦고 가족 외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저자는 혹시 아기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본 적이 있냐는 동료의 물음 덕분에 그동안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한다. 그 뒤 2014년, 산시성 농촌에서 2000여 가족을 조사한 결과 아기들 중 53%가 베일리 테스트에 실패하였고, 허베이 농촌 지역에서는 55%, 원난성에서는 무려 60% 가까이가 인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일반적인 인구분포에서는 16%의 아이들만이 인지발달이 뒤처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중국 농촌 영유아의 발달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오랜 연구 덕분에, 인간이 인생 가장 초기에 어떤 성장환경을 겪는지에 따라 발달 상태 및 인지능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특히 가장 중요한 뇌의 성장은 세 살 이전에 일어난다. 진진을 포함한 수많은 중국 농촌 영유아들이 세 살 이전에 겪는 발달장애야말로 보이지 않는 중국의 근본적인 위기라는 것을 저자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진진과 같은 고향에서 자라난 리샤오페이의 이야기: 
평범한 농촌에서 태어난 샤오페이는 초등학교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점점 성적이 하위권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중학교 2학년 봄 그는 부모님께 쪽지를 남기고 시안이라는 도시로 가출하여 건설현장의 일용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무 경고도 없이 건설현장이 문을 닫았고, 그는 근처의 전자기기 공장에서 일하다가 하루아침에 또다시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아무 일을 하지 못한 샤오페이는 저자를 만나 머뭇거리다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몇 달간 갱단 일을 한 친구로부터 성도에서 여자들을 납치해 다른 성의 산악지대에 사는 농부들한테 신부로 팔아넘기는 일을 소개받았다며, 샤오페이는 고개를 숙였다. 

중국 농촌 영유아의 인지능력 발달 문제는 첫째, 영양실조, 둘째, 부모와의 상호작용 탓이다. 영양실조는 기본적인 영양제만 섭취하더라도 즉각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또한 필요하다. 저자는 이 문제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설명한 중국 농촌의 상황은 아이에 대한 사랑의 크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한다. 농촌 부모, 조부모도 물론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사랑하지만, 건강 문제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것처럼 육아 역시 그들의 조상이 몇 세대 동안 해온 구시대적인 방식밖에 몰랐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들은 아직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계속 말을 걸어야 아이의 인지능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에게 하루 종일 아무 말도 걸지 않는다.

과거 중국에서 농촌 아이들은 성장해서 농부나 단순한 생산직 노동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았으므로 이런 전통적 육아 방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위에 언급한 샤오페이의 이야기처럼,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아도 건설현장에서 비계 조립 노동자로 일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건설회사가 샤오페이를 더는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샤오페이에게는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것 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몇 십 년 동안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여전히 계속되는 농촌의 전근대적인 육아 방식 사이의 불균형에서 오는 것이다. 브라질도 이와 비슷한 영유아기 발달 문제를 겪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신생아부터 세 살 사이 아이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국가적 훈련 프로그램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저자는 중국 또한 농촌 아이들의 미래, 나아가 중국의 지속적인 번영을 보장해 줄 생산성 높은 국민을 길러내기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영유아와 부모에 대한 의료 및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8장. 결론

 
도시-농촌 간 거대한 불평등은 세계 많은 나라에 존재하지만, 중국은 이 불평등을 법으로 유지하고 강화하는 유일한 나라다. 외부 사람들은 제대로 깨닫지 못하지만, 중국의 후커우는 국가가 후원하는 카스트 제도와 같다.
 
저자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 나라 중에서도 유독 중국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 비효율적인 후커우 제도를 여러 차례 지적한다. 후커우 제도의 기원은 1950년대 국가 계획시대다. 수십 년 동안 도시 부모를 가진 아이는 도시 후커우를 가지고, 농촌 부모를 가진 아이는 농촌 후커우를 가졌다. 1980년대 개혁으로 농촌 주민들이 도시로 이동하여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저자는 이 후커우 제도로 인해 사실상 중국은 농촌과 도시로 분리된 두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분열이 깊다고 증언한다. 중국의 사회서비스 예산은 철저히 지방분권화되어, 빈곤한 지역일수록 광범위한 교육, 보건 투자가 부족하고 그 결과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도 지방분권화된 교육시스템을 운영하면서 교육위기를 겪었다고 예로 든다. 미국은 1960년대 국가 차원에서 빈곤과의 전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교육재정을 연방정부로 중앙집권화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저자는 중국도 교육재정을 중앙집권화하여 농촌의 인적자본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봤을 때, 중국 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적자본의 이익과 인적자본에 대한 수요 사이의 시간적 불일치다.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으로 성장하고,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발전의 단계마다 각각 다른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저자는 학계 밖에서 여전히 인적자본의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예를 들어, 중국을 비롯한 많은 중진국 국가에서 영유아의 인지능력, 언어발달, 사회적·정서적 발달 지체의 광범위한 확산은 간과하기 쉬운 요소이다. ‘보이지 않는 중국’은 각종 장벽으로 인해 중국 밖은 물론이거니와 중국 내에서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농촌 지역의 광범위한 문제를 보여준다.

정책은 결국 타이밍 문제다. 1인당 국민소득 기준, 중진국 가운데서 딱 중간인 인도는 노동력 가운데 약 20%가 고등학교 교육을 받았고, 청소년의 40%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저자는 인도가 중국을 반면교사삼아, 경제성장이 인적자본 축적보다 너무 앞서나가지 않도록 해야만 장기적인 성장과 안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오늘날 가장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선진국들은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성장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의 결론에서 중국 정부가 지금 당장 시행해야 하는 6가지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중국은 갓난아기부터 다섯 살까지 모든 어린이에게 건강한 인지능력 발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둘째, 모든 농촌 어린이가 의료 서비스와 학습을 위해 필요한 영양을 갖출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셋째, 농촌 지역에서 질 낮은 직업 고등학교 문제를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인 감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넷째, 12년 동안 보편적인 무상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농촌 아이들이 최상의 학교에 가는 것을 막고 있는 인위적이고 정치적인 장벽, 즉 후커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여섯째, 구조적 수준에서 중국은 초중교 교육에 대한 투자를 중앙집권화해 과도한 교육 격차를 줄이고, 출생지역에 상관없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위와 같은 정책의 시행 여부에 따라 활용 가능한 증거들에 근거해, 향후 중국의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음 세 가지로 그렸다. 첫째, 최선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인적자본 수준을 빠르고 과감하게 향상하는 데 모든 능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둘째, 좀 더 나쁜 시나리오는 중국이 12년 무상 교육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동안 성장이 급속히 둔화하고 실업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사회적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이다. 셋째, 재앙적 시나리오는 중국이 현재 수준에서 인적 자본을 전혀 증가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특히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으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4000만 명의 남성들이 적당한 일자리 없이 범죄에 빠지거나 좌절, 분노를 분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중국 특유의 강력한 선전기구와 최첨단 감시사회 시스템으로 사회 위기 폭발을 지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위기 관리에 결국 실패하였을 때 그 잠재적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중국의 성장이 미국의 이익을 희생하고 현재 세계질서에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서구 언론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이 계속 성장하고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전 세계에 이익일뿐더러, 곤경에 처한 중국이 성장하는 중국보다 세계에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기는 중국만의 위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책 소개를 작성하는 동안 중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즉 ‘양회’가 열렸다. 여기서 중국 정부는 중국을 겨냥한 첨단기술 수출통제, 공급망 분리 정책을 펴는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미국은 대만을 자극하여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다. 전통적으로 양회 폐막일에 개최된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도 올해는 열리지 않아, 당분간 ‘시진핑 1인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대선에서 5선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푸틴의 가장 큰 맞수로 활동한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시베리아 제3 교도소(IK-3)에서 복역하다 대선을 앞두고 의문의 돌연사를 했다. 푸틴 외의 다른 후보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또한 올해 11월 미국 대선은 사실상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로 확정되어간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선거의 해’라고 불리는 2024년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 『보이지 않는 중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다. 중국의 고속성장이 멈추고 이를 해결하고자 한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 중국제조 2025, 반도체 굴기같은 각종 정책도 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동시에 농촌 출신 비숙련 노동자들과 불평등한 건강, 교육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할 때 중국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책에서 언급된 샤오페이의 이야기처럼, 사람은 다시는 취업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손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나아가, 시진핑 정권은 다시는 중국에 기회의 창이 열리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면, 그 창이 닫히기 직전에 대만에 대한 무력침공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위기는 중국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저자의 경고가 참으로 서늘하게 다가온다. 

끝으로, 이 책을 번역한 박민희 기자의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의 아쉬운 점을 잘 언급한 대목을 인용한다. 중국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사람과 토론할 기회를 고대한다. ●

후커우 제도를 비롯한 중국의 구조적 차별로 농민들이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보건 위생 문제 등을 겪고 있지만, 중국 농민들이 결코 수동적인 피해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보았으면 한다. 2011년 부패한 지방 정부 관리들이 팔아넘긴 마을 토지를 되찾고 민주적 선거로 마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단결해서 시위에 나섰던 광둥성 우칸 마을 농민들이 있었고, 지금도 공장에서, 건설현장에서, 배달노동 현장에서 노동조건과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농민공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농민들을 후커우 제도와 차별적인 성장 모델의 수동적 피해자나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혼란의 요소로만 보지 말고, 장기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요구하고 만들어나갈 적극적인 변화의 동력으로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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